미 FRB가 사회주의자로 회귀하다

파탄지경의 은행을 구하기 위해

2008-09-26     프레데리크 로르동 | 경제학자

오만한 신자유주의자들
공권력의 치마폭에 피신

프레데리크 로르동 <경제학자>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을 맞아 미국 정부가 취한 군대식 행보를 이해하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역사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데는 이틀이 걸리지 않았다.

위기에 빠진 투자은행을 외면한다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도박이었다. 자존심을 버리고 전략적 후퇴라도 해야 했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위기의 '끝'이라 여겨졌지만 곧이어 훨씬 심각한 사고가 터지면서 규제기관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의 늪에 빠져들었다.


아무렴, 미국식 금융이 지금까지 놀라운 실적을 꾸준히 거두었고, 금융권 밖에서도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고 인정해두자.

 하지만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나 절대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꽃인 골드먼삭스의 최고 경영자를 지냈고 극우 행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맡고 있는 헨리 폴슨은 민간 금융기관을 구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할 때마다 '사회주의' 서적을 들춰야 하는 괴로운 날이 올 줄을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이런 치욕적 상황을 끝내기 위해 버냉키 의장과 폴슨 장관은 9월 8일 자존심을 버리고, 금융권에게 다음 단계는 전격적으로 정부 조처가 취해질 것이라고 알리기로 결정했다. 하기야 패니매이와 프레디맥을 구하느라 지친 그들에게 리먼브라더스라는 문제가 코앞에 닥치긴 했다.

 버냉키와 폴슨의 개인적인 고민은 그렇다 치더라도, 미국 금융의 쌍두마차, 연방제도이사회와 재무부의 입장을 이해할 만하기는 하다. 정부의 개입이란 선례도 문제지만, 베어스턴스와 패니매이와 프레디맥의 경우처럼 최후의 순간에 구원의 손길이 뻗친다는 것을 알면 민간 금융업자들이 무책임하게 파산의 길을 택할지도 모른다는 미국 정부의 우려가 근거 없지는 않다.

 그런 편리한 제도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비난의 여지가 있다. 잘 나갈 때는 벼락부자가 돼 오만을 부리던 금융권이 보호와 예외를 구걸하며 공권력의 치마폭에 피신하는 것을 보고 순순히 수긍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미국 거짓스런 시뮬라크르?
데리다, 미발표 원고에서
 

 2004년 타계한 동시대의 위대한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자신의 미발표 원고에서  "군주는 인간이 아닌 잡종 짐승"이라고 규정하고, 국제사회에서 '불량국가'를 폭력으로 응징하려는 미국의 이중성을 고발하였다.  
그는 자신의 미발표 원고를 통해 법과 힘을 내세운 미국의 책략을 거짓말과 우화, 가짜와 같은 '시뮬라크르'의 횡포로 규정지었다.

 

 

 <번역 : 강주헌 2nabbi@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