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탄지경의 은행을 구하기 위해

미 FRB가 사회 주의자로 회귀하다

2008-09-26     프레데리크 로르동 | 경제학자

 

 

오만한 신자유주의자들, 공권력 치마폭에 피신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 '이상한 자본주의'

 안타깝게도 도덕은 분석을 호도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그렇다고 도덕적 기준에서 비롯된 분노가 불합리하다는 뜻은 아니며, 훗날에 엄격하게 따질 정치적 무기를 마련하기 위해 분노를 자본화시켜야 한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어찌됐든 먼 훗날의 얘기는 아니지만, 이 부분은 무엇이 문제인지 분석적으로 명확히 밝힌 후에야 따질 일이다. 그런데 시스템의 위기가 문제이다. 은행들이 서로 긴밀하게 얽혀있어, 한 은행의 파산이 금융권 전체의 파산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집불통인 신자유주의자들에게, '시스템의 위기'에서 '시스템'이 민간 금융권 전체를 뜻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려주고 싶다. 달리 말하면, 전 세계가 순차적으로 붕괴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내친 김에 노골적으로 말해보면, 금융, 즉 은행의 시스템이 붕괴되면 경제활동도 존재할 수 없다. 경제활동 자체가 중단된다. 이 정도만으로도 어떤 결과가 닥칠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고통스럽기는 하겠지만, 금융거품이 꺼지고 시스템에 위기가 닥치면 중앙 은행도 조절력을 크게 상실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수밖에 다른 대안은 없다. 민간 금융이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그들의 운명과 경제권 전체의 운명을 하나로 묶어 놓은 것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실제로 금융의 붕괴는 필연적으로 경제 전체의 붕괴로 확대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개입해 금융권을 구제할 수밖에 없다. 위기가 닥치면 금융권의 이런 볼모 작전에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거품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는 전략적 목표가 있어야만 금융권을 의미있게 규제할 수 있다. 1) 내일이면 너무 늦다. 시스템의 위기를 근절시켜야만 시스템의 위기에 맞서 싸울 수 있다. 현재의 금융 시스템이 되살아나면, 특히 시스템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닥치면 애초부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는 셈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시스템의 위기를 근절시키기 위한 의지를 명백히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위기에 봉착한 민간 금융과 확연히 다른 입장에서 있으면서도 전략적으로 민간 금융의 형편을 헤아릴 수밖에 없는 난처한 입장을 깨닫고 있는 듯하다. 민간 금융이 빈사상태에 빠질수록 유리한 위치에 있어야 할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영혼마저 죽어버린 기관처럼, 쓰러져가는 은행들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 닥치기 전에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잇따른 협박에 굴복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008년 3월, 베어스턴스는 13조 4000억 달러 상당의 파생상품의 거래를 규제하지 말라고 위협했다.(2) 1998년 미국의 금융권을 붕괴시킬 뻔했던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LTCM)보다 10배나 많은  액수였다. 7월에는 프레디맥과 패니매이가 1조 5000억 달러의 빚을 보증해달라고 위협했다. 퇴직자 연기금, 일반 시민의 저축수단인 뮤추얼 펀드, 심지어 외국의 중앙은행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대형 금융기관이 두 기업의 채권에 투자한 터였다.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프레디맥과 패니매이가 파산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7월 12일 25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프레디맥과 패니매이의 신용한도와 자본 구조의 개편에 투자할 거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9월 6일, 자본 구조를 개편하는데 우선 2000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납세자가 2000억 달러를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폴슨 장관은 사회주의자가 되는 게 두려웠던지 "나는 이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런 조치를 내리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대규모 공적자금을 동원했고, 실제로 다른 대안은 없었다.

 리먼브리더스가 두 기업에 비해 훨씬 작기 때문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재무부는 선택권을 되찾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또 어떤 사정이 있어도 선택의 권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프레디맥과 패니매이에 공적자금을 지원할 때 온몸을 비틀며 참았던 분노를 리먼브라더스에 쏟아냈다. 그러나 그들이 제시한 쓰디쓴 담즙을 신속히 털어내기 위해서, 리먼브라더스는 사망선고를 받기 전에 적절한 평가를 받기를 원했다. 리먼의 규모와, 리먼의 경쟁기업인 다른 은행들의 발행 액수를 고려할 때, 리먼의 문제가 시스템의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컸을까?

  리먼이 판매한 파생상품은 13조 4000억 달러에 달한 베어스턴스에 비하면 훨씬 작아, 290억 달러에 불과했다.(3) 그러나 리먼은 6130억 달러의 부채로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파산기업이 되면서 월드컴을 1위 자리에서 밀어냈다. 리먼이 보유한 자산이 있고, 청산 절차의 목적이 자산을 매각하는데 있기 때문에 실제로 그만큼의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리먼의 자산이 정확히 얼마나 될까? 이 점이 문제다. 리먼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관련된 500억 달러의 파생상품을 포함해 850억 달러의 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어, 결국 폐기되기는 했지만 9월 12-14일에 작성된 자구책에 따르면 그 액수의 유가증권을 배드 뱅크에 위탁할 예정이었다. 물론 850억 달러는 당시의 가치였지만, 청산 매각 후에 얼마가 될지는 예측가능하다. 실제 가치가 크게 떨어질까 염려한 미국 정부가 여러 달에 거쳐 단계별로 매각하기로 잠정적으로 결정했지만 그 정도의 예측은 가능하다.

  어쨌든 가치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현상이 리먼만의 문제는 아니다. 시가평가의 회계 원칙, 즉 현재의 시장가치로 자산을 기장하는 원칙에 따라 다른 금융기관까지 그들의 대차대조표에 엄연히 존재하는 동일한 자산을 리먼의 '특별 염가판매 가격'에 맞춰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가로 가치의 하락이 발생한다.

  그 정도의 가치 하락으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리먼이 연루된 복잡한 거래는 완전히 청산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관련된 기업까지 부실화될 위험이 크다. 끝으로, 신용파산스와프(Credit Default Swap, CDS)의 거래에 따른 금융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 CDS는 이 채권을 매입한 사람에게 가치의 하락에 대한 손실분을 보장해주는 파생상품이다. 손실분을 보장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반대편에 손실분을 메워주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리먼의 파산으로 리먼의 보증 하에 발행된 CDS의 거래가 시작되고, 그에 따라 지불해야 할 보상액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유감스럽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CDS의 보장 메커니즘은 서류상으로는 완벽하지만 가장 불확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CDS 시장은 파산으로 약간의 보상 청구만 있어도 엄청난 충격을 염려해야 할 정도로 무척 취약하다. 안타깝게도 리먼이 파산을 선언했을 때, 미국은 프레디맥과 패니매이의 국영화에서 막 벗어난 때였다. 따라서 리먼의 파산만으로도 CDS 시장이 큰 혼돈에 빠질 거라고 염려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그런데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재무부는 이런 모든 위험 요인들을 감안한 듯 리먼을 구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금융계 전체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에게 리먼이 보증한 CDS를 보유해달라고 '설득'했다. 다행히 광란의 주말에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고, 한 건의 보상 청구도 없었다. 월스트리트가 다양한 형태를 띤 특정한 이해 집단이기 때문이다. 리먼은 파산 신고를 하기 전에 바클레이즈와 BOA에게 '우량 자산'을 팔고(결국 BOA는 메릴린치를 인수했다), 금융권의 공동융자를 통해 '불량 자산'을 동결시키겠다는 자구책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좋은 조각을 인수할 수단은 없지만 불량 자산의 가치 하락을 상쇄하기 위해 인수에 관심을 가졌던 금융기관을 비롯해 금융계는 큰 비용을 들여서까지 리먼을 인수하기를 꺼려했다. 대신, 두 은행이 왕관의 보석을 챙기면서 폐허로 변한 성을 재건하는 역할을 그들에게 넘겨주기를 바랐다.

   그러면 미정부는 자유방임 정책을 포기하는가?
실제로 9월 12일부터 14일까지 엄청난 신경전이 있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재무부는 리먼에 대한 입장의 변화가 없다는 걸 피력했지만, 월스트리트는 쌍두마차의 입장 표명을 처음에 잘못 이해해서 민간 은행들, 즉 민간 금융계를 양분하는 기업 사냥꾼과 금융업자의 경쟁을 부추기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했다. 금융업자들은 기업 사냥꾼들을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리먼의 생존이 그들의 이익에 무관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금융업자와 기업 사냥꾼이 뭉치는 데는 복잡한 조건이 얽혀 있어 결국 리먼을 살리기 위한 협조는 불가능했다.

  따라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재무부가 거짓말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 정부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리먼의 경우에는 사회주의자이기를 포기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몰랐겠지만 미국 정부의 자유방임정책은 이틀을 넘기지 못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재무부가 그때까지 어쩔 수 없이 취한 사회주의 노선을 다시 포기하자, 거의 1주일 가량 신자유주의자들에게 커다란 찬사를 받았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당국은 물러서야 할 때가 됐다 … 지금까지 취한 조치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4) 그러나 그때까지 취한 조치가 충분했는지 않았는지를 결정할 주역은 <파이낸셜 타이스>가 아니라, 상황이었다! 그런데 리먼의 상황이 그때만 해도 촌각을 다투지는 않았다. 또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사회주의를 포기할 생각을 품기 시작했을 때는 그들의 도박이 완전히 승리를 거두지 못한 때였다.

  미국 정부는 신자유주의로 회귀한지 48시간이 지나지 않아 다시 방향을 바꿔야 했다. 이번에는 AIG가 문젯거리였다. AIG는 미국식 금융의 광기가 집약된 기업이었다. 보험만으로는 심심했던지 AIG는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자회사를 설립했고, CDS 시장에 무턱대고 뛰어들었다.

  AIG의 금융부문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관련된 578억 달러를 포함해 4410억 달러의 채권을 보증하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5) AIG의 손실은 막대했다. 지난 3분기에만 180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고, 이번 분기의 손실도 엄청날 것이라 예상된다. 더구나 리먼의 파산으로 AIG의 누적 손실은 3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 전망된다. 이중에서 6억 달러는 프레디맥과 패니매이의 국영화에 따른 주식의 가치 하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용평가기관들은 과거의 숱한 실수를 만회하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이라도 한 듯 AIG의 신용등급을 가차없이 크게 낮춰버렸다. 따라서 CDS의 보증인으로서 등급이 낮아진 만큼 즉시 지급 준비금을 더 마련해야만 했다. 그러나 파산 직전에 몰린 AIG가 지급 준비금으로 100-130억 달러를 어떻게 즉시 융통할 수 있겠는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재무부는 사회주의 정책에서 벗어났다는 즐거움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예상되는 충격의 크기를 염려하며, 골드먼삭스와 JP모건을 중심으로 750억 달러를 마련해 AIG를 지원하는 방법을 하루 동안 모색했다.

  전날 금융계의 두 주역에게 리먼의 순차적인 청산을 지원하기 위해 700억 달러의 공동기금을 마련해달라고 부탁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리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민간차원의 지원은 불가능한 듯했다. 공권력의 개입이 불가피했다. 미국 정부가 취한 극단적 조치는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미국 정부는 중앙은행에서 850억 달러의 단기자금을 융자받아 AIG의 주식 79.9%를 확보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9월 16일에 성명을 짤막하게 발표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비은행권 기업에 돈을 빌려준 선례가 있었던가? 지난 3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1929년 이후 처음으로 투자은행에 재융자를 허용했다. 그때까지는 저축은행만이 누리던 권리였다. 그런데 이제 보험회사까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창구를 기웃거리게 됐다.

 

 


그러나 그 결과는 더욱 놀랍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재무부가 하나의 기관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또 연방정부가 AIG의 주식 79.9%를 확보하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게 대출받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융자가 자본의 일정 지분과 교환된 적이 있었던가? 융자는 갚도록 예정돼 있다. AIG의 모든 자산이 담보로 잡혔고, 빠른 시일 내에 상환을 독촉하기 위해서 과태율까지 특별히 정해두었다. 융자금이 상환되어도 연방정부는 여전히 79.9%의 지분을 지닌 주주다. 따라서 연방정부는 한푼도 내지 않고 AIG의 지배권을 확보했다. 징발이나 다름없다. 사회주의로 회귀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헨리 폴슨 장관과 벤 버냉키 의장이 9월 16일 저녁 그들의 계획을 알리기 위해 기자들 앞에 나타났을 때 '어둔 표정'이었다.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만했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처럼 대자본에 팔린 자유주의의 꼭두각시가 된 기분이었을 것이다. 폴슨과 버냉키가 공모한 사회주의적 묘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제부터는 유동성의 문제와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엄청난 적자로 자본까지 잠식당하면서 상환능력의 위기가 금융부문을 덮쳤다. 3월부터 자본 구조의 개편이 잇달았다. 베어스턴스에서 프레디맥과 패니매이를 거쳐 리먼브라더스에 이르기까지 위기의 순간들은 자본을 끌어들이는 은행의 역량에서 비롯됐다.(6)

  그러나 자본 구조의 개편을 위해서는 자본 참여자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규모 집단일수록 새로운 자본 참여자를 끌어들이기가 힘들다. 동업자인 은행들은 그들에게 남겨진 약간의 자본을 지키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기대하는 것이 '국가기금'(sovereign funds)이다.(7) 부동산과 주식이 기금에 피해를 입혔다는 가정 하에 지난 3월 국가기금이 은행권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그후에 어떤 일이 닫쳤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로 인해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국가기금이 두 배로 은행권에 유입되게 됐다. 기업이 더 이상 일자리를 만들 수 없고 만들려고 하지도 않을 때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국가다.

  카를 버냉키와 블라디미르 일리히 폴슨의 고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붉은 별이 반짝이는 모자가 탐욕스런 돼지의 멜빵처럼 그들에게 어울린다. 그러나 그들은 필요하면 모자를 머리에 꼭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산하도록 내버려두고, 숙청의 윤리를 고수하자는 광기어린 신자유주의자들과는 다르다. 여기에서 흥미진진한 모순 하나가 눈에 띈다. 골드먼삭스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폴슨 장관이 "자유화된 금융은 구조적으로 폭발할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자유화된 금융은 연쇄적인 재앙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 재앙을 스스로 해결할 수는 없다.

   국가만이 순수한 주권을 행사하며,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예컨대 문제의 기업을 당장에 국유화하면서 돈은 한참 후에 지불할 수 있고, 보유하지도 않는 주식의 배당금을 비롯해 온갖 배당금을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도 있다. 여하튼 국가만이 신성한 시장 메커니즘에서 비롯되는 연쇄적인 파산의 위험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국가는 반짝이는 별을 단 모자가 될 수도 있고 아마겟돈이 될 수도 있다.

  자칫하면 연쇄 파산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는 은행의 자본 구조 개편이 더더욱 절실하게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취약한 기업에게 자본 구조의 개편에 참여하라도 닥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국가가 채권자인 동시에 주주, 결국에는 자본 구조의 개편을 위해 참여하는 자본가의 역할을 떠맡아 쉽게 풀리지 않는 금융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패니매이와 프레디맥에 2000억 달러를 지원하긴 했지만 연방정부가 앞으로도 이런 후한 선물을 너무 남발할 수는 없다. 그런 수단의 사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는 이번의 재정지출로 감당해야 할 비용이 국민총생산의 10퍼센트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온갖 수단을 동원한 자본 구조의 개편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든 문제는 똑같다. 국민총생산의 10퍼센트에 달하는 돈은 납세자의 주머니에서 꺼낼 것인가? 아니면 재무부의 채권과 달러의 환금성을 떨어뜨리고, 민간금융의 위기를 국가재정의 위기, 더 나아가서는 통화의 위기로 발전시킬 위험을 무릎쓰고라도 재정적자를 감수할 것인가?

  정통적인 규범에 따르면 바람직하지 않은 해결책만이 있다. 따라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재무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을 주저말고 해야만 한다. 신자유주의에 무작정 환호했던 사람들은 신자유주의가 쓰레기통이었다는 것을 곧 깨달아야 한다. 역사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눈을 크게 뜨고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자.

 <번역 : 강주헌 2nabbi@ilemonde.com>


 

1) '금융위기를 종식시키기 위한 4가지 원칙과 9가지 명제'에서 첫번째로 제시된 원칙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블로그, www.monde-diplomatique.fr/2007/09/LORDON/15165
2) 매수 계약이 매도 계약과 중첩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3) 재무부 통화감독청(Office of the Comptroller of the Currency), 뉴욕, 2007년 9월 30일.
4) <파이낸셜 타임스>, 2008년 9월 11일.
5) 금융시스템에 무지하기도 했지만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상환능력이 확실하지 않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었다.
6) 리먼 사건은 한국산업은행의 지분참여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7) '다국적 기업의 머리맡에 놓인 국가기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8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