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당신 가족이 7평짜리 집에서 거주한다면

2015-06-04     모나 숄레

제이 셰이퍼는 2007년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그의 타이니 하우스(tiny house) 컨셉이 소개되면서 미국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 당시 제이 셰이퍼는 양쪽으로 경사 진 지붕과 포치(지붕이 있는 돌출형 현관)를 갖추고 있으며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한 9평방미터짜리 바퀴 달린 이동식주택에 거주하고 있었다. 밝은 색 원목으로 짜인 구조에다 메자닌 침대 위에는 흰색 털이불을 두고 좁은 공간에 벽난로까지 끼워 넣은 소박한 디자인은 자연 속의 고상한 전원풍과 잘 어우러졌다. 고향인 아이오와에서 캘리포니아에 이르기까지 10년간 제이 셰이퍼는 본인이 직접 설계하고 건축한 소형주택 세 채에서 거주했다. 2002년 Small House Society를 공동 창립한 이후 셰이퍼는 3만 달러 이하의 가격으로 이런 타이니 하우스를 디자인하는 설계업체를 시작했다.

부동산 부실대출 문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던 미국에서 주택 및 부동산 문제의 거품을 빼고 더 단순한 삶, 더 균형 잡힌 삶, 더 친환경적인 삶을 표방하는 셰이퍼의 컨셉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셰이퍼는 자신의 눈으로 볼 때, 그토록 협소한 공간이 “진정한 호화로움”을 대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수입 중 상당한 부분을 집에다 쏟아부을 필요도 없고, 유지를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살아가며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1)
검소함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1950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가족의 평균 규모는 감소한 반면, 신축 주택의 평균면적은 두 배 이상 늘어 세계 평균의 네 배에 해당하는 218평방미터에 다다랐다고 셰이퍼는 지적한다.(2) 셰이퍼 자신도 370평방미터 면적의 집에서 자랐으며, 그의 부모에게 있어 주택면적은 사회적 성공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식당과 같은 몇몇 공간은 거의 사용된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값싸고 양 많은 음식을 좋아하듯 집도 저렴하면서 큰 것이 좋았던 것”이라고 셰이퍼는 말했다(3).
미국 다수의 주에서는 주택건축 최소면적이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타이니 하우스의 소유주는 일종의 꼼수를 써야 한다. 이동할 계획이 없더라도 건축물에 바퀴를 장착해야만 임시거처로 간주되어 별도의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다. 셰이퍼는 이러한 법규가 다수의 사람이 살 수 있는 주택이 부족하여 길거리에 나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조장한다고 맹렬히 비난한다. 타이니 하우스에서 노숙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은 미국인들도 있다. 위스콘신에서는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의 현지 축소판인 ‘매디슨을 점령하라’ 운동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이 2014년 11월 재활용 목재로 된 타이니 하우스 9채를 완공했다. 재원은 기부를 받아 조달했다. 텍사스, 캘리포니아, 오리건 등지의 비슷비슷하게 생긴 마을들은 공동주방이나 공동위생시설을 가운데에 두고 개인 주거단위를 그 둘레에 배치한 형태로, 노숙자들이 사는 “텐트촌”을 고정적 주거단지로 탈바꿈시킨 일종의 비이동식 텐트촌이다(4). 캘리포니아의 한 아티스트는 개집이 연상되는 100달러짜리 오두막집을 고안하기도 했다(5).
셰이퍼는 자기 자신에게 “폐소기호증”이 있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에 작은 오두막집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 것이다. 확실히 작은 공간에는 마법 같은 어떤 것이 있다. 이러한 작은 공간은 그 경계가 신체에 최대한 가까이 밀착된 은신처의 원형이기도 하다. 허황된 필요를 끊임없이 주입시키는 사회에 살면서 작은 것에 만족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부심에 도취될 수도 있다. 또한 자신의 거주지가 작은 공간인 경우 마치 어린 시절에 가지고 있던 인형의 집으로 갑자기 뚝 떨어진 것과 같은 재미있고 모험적인 측면도 느낄 수 있다.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타이니 하우스
 
그렇지만 작은 집에 장기간 거주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피로감, 하자 발생, 절망감 등은 고려해야 한다. 다락방 같은 메자닌 침대에 잠을 자러 올라갈 때마다 천장에 머리를 부딪치지 않기 위해 매번 머리를 수그려야 하거나, 팔꿈치를 몸에 밀착시킨 채로 샤워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진절머리가 날 수도 있다. 2인 이상이 함께 거주할 경우, 한 시간 정도는 문을 닫고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다. 가족 단위 노숙자의 거처로는 1956년 피에르 신부의 요청으로 건축가 장 프루베가 고안한 59평방미터짜리 나무 조립식 건축물인 ‘더 나은 날들을 위한 집(Maison des jours meilleurs)’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집의 시제품은 한 번도 승인을 받지 못했다.
호박마차가 호박으로 되돌아가듯 스마트한 타이니 하우스가 애물단지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2013년 1월 마이클 블룸버그 당시 뉴욕시장은 커플이나 편부모가정을 겨냥한 23~34 평방미터의 초소형 아파트단지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2015년 가을 완공 예정인 이 초소형 아파트단지는 커다란 창문, 발코니, 그리고 테라스, 세탁실, 체육실 같은 공용공간을 통해 갑갑함을 최대한 줄여야 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구매가 용이한 주택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대해 이러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에 대한 헛된 기대와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한 전문가는 이러한 형태가 20대 젊은이들에게는 ‘환상적인’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는 초소형 주택 거주자들이 밤마다 협소한 자신의 방과 사람들로 꽉 차 있는 공동의 공간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불편함을 상상해보기를 권한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가정폭력이나 중독의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접이식 침대나 테이블로 인해 매일 일과에 잡무가 가중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바쁜 사람들은 침대나 테이블을 다시 접어두지 않는 방식을 택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더욱더 불편한 공간이 된다. 아이들은 집중력 장애를 보여 학업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게다가 이런 초소형 아파트의 임차인은 친구들을 초대할 수 없다는 사실로 인해 사회생활 및 정서적 삶 자체에 지장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정해진 시스템에 대해 묘안을 쓴다든가 그 시스템을 빠져나갈 방식을 찾는 능력은 매우 소중하다. 그러나 정면 돌파를 언제까지나 피할 수 있을까? 눈앞에 닥친 상황에 과잉적응하는 일을 어느 정도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제이 셰이퍼가 작은 집에서 거주하게 되면 자신의 소득을 집에다가 다 쏟아부을 필요가 없다는 장점을 이야기 했을 때, 그는 미국 주택의 현재 가격 상황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이것이 일종의 자연법칙인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상 미국의 주택 가격이 그렇게 높아진 것은 크게 보면 정치세력과 관련된, 인간들의 결정으로 만들어진 경제상황 때문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은행들의 무책임함으로 인해 발생했으며, 은행들이 무책임해진 것은 금융규제가 완화되고 부동산으로의 무차별적 접근이 권장되었기 때문이다. ‘작게 살기’(Living small) 추종자들은 불공정한 사회질서가 그들에게 부여하는 바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회가 그들에게 남겨주고자 하는 장 안에 비집고 들어가서, 마치 자신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척하는 것이다.
셰이퍼는 자신의 저서에서 “잘 사는 삶의 뚜렷한 행복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반박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소비지상주의 사회를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모범사례를 통해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좋은 이야기다. 그러나 이 가르침이 누구에게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님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셰이퍼가 인기를 빚진 한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었다. 오프라 윈프리는 물론 셰이퍼의 아이디어에 대해 매우 열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진정한 호화로움”에 대한 그의 정의대로 삶을 전향할 정도는 아니었다. 미국 TV 프로그램의 여제인 그녀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약속의 땅’(The Promised Land)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초호화 부지에 있는 8,500만 달러짜리 저택 이외에도 시카고에 아파트와 콜로라도에 별장을 가지고 있고, 주택은 뉴저지에 두 개, 마이애미 베이에 하나, 조지아에 하나가 있다. 하와이에 있는 바캉스 하우스(미셸 오바마가 2014년에 50세 생일파티를 한 장소)도 있고, 안틸레스 제도의 안티구아 섬에도 바캉스 하우스가 또 하나 있다. 물론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는 전용제트기를 이용한다. 중산층이나 서민층에서 멀어져 가는 부는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다. 부자들에 의해 소비된다. 제이 셰이퍼가 오프라 윈프리의 생태발자국을 상쇄하려는 일을 하려면 얼마나 많은 것이 필요할까?
셰이퍼의 접근방식이 많은 관심과 환상을 불러일으켰지만, 셰이퍼를 흉내 낸 사람은 많지 않다. 2011년 현재 미국 전역을 통틀어 수백 명 정도이다. 2014년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는 후속편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를 통해 셰이퍼를 재조명했다. 이제는 결혼해서 두 아이가 있는 셰이퍼는 46평방미터짜리 ‘궁궐’로 이사해서 살고 있었다. 결혼 전에 사용했던 예전 주택은 정원 끝 쪽에 설치되어 사무실로 쓰인다. 타이니 하우스는 혼자 살거나 커플인 경우에 적합할 수 있지만 가정을 형성하게 되면 확실히 상황이 복잡해진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런데 9평방미터짜리 이동식주택과 전형적인 미국식 주택의 과장된 형태 사이에 중간지점이 있을 것이다.
 
글‧모나 숄레Mona Chollet
 
번역‧김혜경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 본 텍스트는 모나 숄레의 <내 집에서. 주거 공간의 오디세이 (Chez soi. Une odyssée de l'espace domestique)>(Zones, Paris, 2015)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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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nside a 96-square-foot home>, www.oprah.com, 2007년 2월
(2) Jay Shafer, <The Small House Book>, Tumbleweed Tiny House, Sonoma, 2009
(3) Merete Mueller and Christopher Smith, <Tiny. A Story About Living Small>, Speak Thunder Films, 미국, 2013
(4) Tim Murphy, <Home Petite Home>, Buzzfeed.com, 2015년 1월 16일
(5) Linda Federico-O'Murchu, <Tiny houses : A big idea to end homelessness>, CNBC.com 2014년 3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