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논리로 작동하는 농산업

프랑스 서평

2015-06-04     폴 쉐페르

오렐리 투루베(1)는 생산적인 농업의 논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보다 적은 농민으로 더 많이, 더 싸게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국제시민 연대기관 아탁(Attac)의 회장이자 농업 엔지니어인 투루베는 자신의 최근 저서에서 근로조건과 농민소득을 개선하겠다는 명목 하에 진행되는 현대화, 즉 농산업 촉진 정책들이 어떻게 농민의 일자리를 황폐화하고 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지 명징하게 밝혔다. 환경도 예외가 아니다. 물과 토양, 그리고 풍경도 크게 훼손됐다.

농업자원에 대한 소수 다국적 기업의 장악력은 끊임없이 커졌다. 이 기업들은 씨앗 및 원료거래 그리고 대부분의 생산경로를 통제한다. 예를 들면, 프랑스인들은 자신들이 소비하는 대부분의 닭이 유전자 변형 옥수수와 콩을 먹고 자란 브라질산(産)이란 사실을 알까? 프랑스인들은 또 농민의 근로조건과, 이들이 이틀에 한 명 꼴로 자살하고 있어 농민 자살률이 다른 직업에 비해 50%나 높다는 걸 알고 있을까? 현재 협상 중인 미국과 유럽 간 자유무역협정(FTA)은 무역규정을 하향 조정해 다국적 기업의 거대 농업시장 진출을 용이하게 할 것이다.(2) FTA가 성사되면, 농민이 자신 고유의 씨앗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질 뿐 아니라, 무거운 벌금형에도 노출되게 될 전망이다. 따라서 농민들은 갈수록 몬산토 씨앗 같은 특허 씨앗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바로 몬산토가 오래전부터 노리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정부가 다국적 기업들에 자율규제 권한을 부여한 탓에 이들이 제제 규정을 벗어나고 있다며 규탄하곤 있지만, 이런 목소리는 아직까지는 미미하기만 하다. 미카엘 모스(3) 기자가 수집한 다국적 기업들의 많은 전직 임원들이 명백히 증언하듯이 이 기업들은 개혁할 능력이 없음에도 자율규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농산물가공산업은 비교적 공격성이 덜한 정책을 쓰는 경향이 있는 기업들을 가차 없이 내치는 법을 알고 있다. 이 산업은 보다 많은 소비자들을 끌어 들이고, 이른바 “먹거리”라고 일컫는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고자 지방, 소금, 설탕 등의 이상적인 조합을 찾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이윤이 큰 이 원료들의 생산 덕분에, 농산물가공산업은 막대한 이득을 취한다.

다양한 학제 간 연구를 다룬 저서 <병든 사회들(Sick Societies)>(4)의 저자들이 방증하듯이, 이 산업은 가장 기본적인 건강 가이드라인도 무시한 채 고도의 유전자변형식품의 시장 유입을 옹호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식단이 세계 식품 판매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유전자변형식품으로 대체된 것은 다국적 기업의 책임이라고 지적한다. 그 결과 2010년도 전 세계에서 심혈관 및 호흡기 질환 그리고 특정 암과 제2형 당뇨병으로 3천 500만 명이 사망했고, 이중 80%는 70세 미만의 조기 사망자들이었다. 또 조기 사망자들의 5분의 4는 저임금이나 평균임금을 버는 국가 출신들이었다. 만약 이런 추세라면, 2030년도엔 조기 사망자들의 수치는 현재의 3배로 늘어날 것이다. 반대로, 필수 의약품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금연을 권고하고 설탕, 지방, 소금이 다량 함유된 음식 소비를 줄이게 한다면 조기 사망률은 절반으로 감소할 것이다. 이 저자들은 지난 20년간의 보건활동 및 연구의 실패를 지적한 후, 농업관련 산업의 문제는 기술이나 과학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인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모든 산업이 그렇듯이, 보건연구원들과 전문가들은 정치적인 견지에서 스스로 조직화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글•폴 쉐페르 Paul Scheffer

 

번역조은섭 chosub@hanmail.net

파리7대학 불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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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urélie Trouvé, <초원에서의 비즈니스. 농산업의 일탈(Le business est dans le pré. Les dérives de l’agro-industrie)>, Fayard, 파리, 2015년.

(2) Lori Wallach, ‘유럽인들을 위협하는 태풍, 대서양조약(Le traité transatlantique, un typhon qui menace les Européens)’,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년 11월.

(3) Michael Moss, <설탕과 소금 그리고 지방질. 산업체들은 어떻게 우리를 중독 시킬까? (Sucre, sel et matières grasses. Comment les industriels nous rendent accros)>, Calmann-Lévy, 파리, 2014년.

(4) David Stuckler et Karen Siegel, <Sick Societies, Responding to the global challenge of chronic disease>, Oxford University Press, 201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