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서평 1

2015-06-04     마틸드 고아넥/티무르 뮈히딘

고통 받는 노동

 노동의 원리를 이해하기 전에 우선 생각해봐야 할 것은 고용의 기본 원칙이다. 소르본 대학에서 법학 교수로 있는 소피 로뱅 올리비에는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설명만 자세히 한 책을 출간했다.(1) 로뱅 올리비에는 유럽의 여러 나라와 미국을 예시로 들면서 유연한 노동 계약서들을 소개하고 많은 나라들이 점차 영미식 모델 쪽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영미식 모델은 자유로운 계약이 우선시 되고 노동 계약서를 중심으로 당사자들의 불평등한 관계에 대해서 사회보장 정책으로 고쳐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저자는 단기 계약서와 특수 계약서(독일의 아르바이트 계약서, 프랑스의 인턴 계약서, 이탈리아의 청년 고용 계약서)의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인턴, 계약직, 프리랜서 같은 유연한 노동을 사법 시스템이 보장하는 안정된 노동권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안정된 노동 환경이 붕괴된 결과는 무엇인가? 사회보장권과 단체 활동이 약화된다. 이에 대한 내용은 책의 2부에서 다뤄진다. 정치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부분에서 저자는 유연한 노동 환경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호한 개념에 따라 사회보장권이 고용이라는 큰 틀이 아닌 개인이라는 소규모 단위에서 보장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즉, 고용 형태는 유연하게 가면서도 노동권과 사회보장은 절대적으로 지켜지는 방향으로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을 거시 경제 기준이라는 범위를 넘어 연구하는 책도 있다. 다니엘 라인하르트와 크리스토프 드주르의 저서가 그렇다. 사회학자인 라인하르트는 최근 저서에서 기업이 노동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는 ‘인본주의’ 경영을 제안하며 분석한다.(2) 이를 위해 저자는 테일러주의와 포드주의 이론을 연구한다. 두 이론 모두 직원을 로봇처럼 획일화시켜 생산성을 위해 달리는 기계의 영혼 없는 부품으로 전락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데릭 윈슬로우 테일러(1856-1915)와 헨리 포드(1863-1947)는 직원이 행복하려면 수익성을 내는 노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요즘, 개인주의와 경쟁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경영진은 직원의 마음을 다독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며 새로운 경영 방식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구조조정, 조기퇴직이 일상화된 불안정한 노동 환경을 받아들이면서 기업의 가치를 재고하려는 노력이다. ‘근대 경영이 만든 생산관계 속에서는 인간이 위기를 맞는다’는 것이 라인하르트의 설명이다. ‘함께 실력을 키워간다는 의지는 점점 없어지고 개인이 경영진에게 인사고과 같은 평가받는 일이 더 많아지고 있다.’

한편, 크리스토프 드주르도 안정적인 고용과 협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저서에서 주장한다.(3) 정신상담사인 드주르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다룬 대표적인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획일화를 통해 난해해진 병원의 일과 응급 센터의 부서, 그리고 상황이 개선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영진의 예를 드는 것이다. 드주르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구체적으로 다른 해결책이 있다고 소개한다. 이를 위해 국경이 모호해지는 사회와 어느 악기 판매 회사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세심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노동이라는 것이 주관적이고 획일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고 인정하고 직원들 사이에 협력이 우선시 되어야지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결론짓는다.

 

<각주>

(1) Sophie Robin-Olivier, <유연한 노동 계약서(Les Contrats de travail flexible)>, Les Presses de Sciences Po, 파리, 2015년

(2)Danièle Linhart, <노동의 인간 희극(La Comédie humaine du travail)>, Erès, 파리, 2015년

(3)Christophe Dejours, <선택(Le Choix)>, Bayard, 파리, 2015년

 

글 ․ Mathilde Goanec 마틸드 고아넥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 번역서로는 <프랑스 엄마처럼>(2014) 등이 있다.

 

 

황혼의 서사시

 

<바그다드의 도둑>, 셰르코 파타흐

 

아누아르는 바그다드에 사는 불량배로 청소년기를 보내던 1930년대 영국의 이라크 점령 시기와 전후 사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점차 변모한다. 이 시기 동안 아누아르는 사랑에 빠지고 유대인 가족과 교류하고 친구도 생긴다. 이라크의 흑인 병사들과 친한 어느 장교의 눈에 띄어 1941년에 징집이 되고 지인들로부터 점점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아누아르는 지푸라기에 붙은 불처럼 마음 속 갈등을 거듭하지만 오랫동안 한 가지 대의에 헌신하게 된다. 훗날 독일인 동료 한 명이 기억하게 되는 이 대의란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새로운 것, 순수한 문화, 위대함, 엄격함과 질서에 대한 갈망이다.

아누아르는 바그다드에서 예루살렘의 위대한 이론가를 만나게 되면서 유대인 민족주의를 누르려는 나치와 손을 잡게 된다. 그 후로 아누아르는 팔레스타인에서 영국인들과 맞서 싸웠고 독일 무장 친위대의 이슬람 부대에 들어가게 된다. 1944년은 엄청난 전환점이 된 시기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공포스러운 이 같은 소설 속 장면은 전쟁 막바지로 치닫는 독일에서 방황하던 루이 페르디낭 셀린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저자 파타흐는 이 같은 악몽이 보스니아, 체첸, 시리아 등 이슬람이 개입하는 최후의 분쟁들을 자극하게 되었다는 것을 소설 속에서 암시한다.

이처럼 민감한 소재에 대해 저자는 약간 거리를 두며 다룬다. 감정을 배제하고 담담하게 현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독일 제국의 심장 베를린으로 갔다. 베를린을 벗어날 수 없다. 로크 새는 어둠과 회색 구름을 찢고 마침내 내려왔다. 한편, 작은 조각들은 연기처럼 우리 앞에 늘어졌다. 난 초조한 마음으로 아래에 있는 땅을 바라봤다. 구름이 시야를 가리자 더 이상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독일 제국의 수도, 권력의 중심부, 우리가 품은 모든 정치적 희망의 중심 베를린은 주변의 어두컴컴한 땅 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았다.’

꼼꼼한 자료조사에 근거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인상적인 소설이다. 힘 있는 문체 덕에 주인공 아누아르의 섬세하고 복잡한 감정에 공감하게 된다. 특히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고 풀어야 할 부분이 많은 역사적인 인물인 예루살렘의 위대한 이론가를 다뤄가는 방식이다. 아누아르를 조종하는 이 이론가는 사악함과 잘못된 정치를 상징하는 화신인 듯하다.

1964년 베를린 동부에서 이라크의 쿠르드족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저자 파타흐는 바그다드에서 베를린을 넘나들며 클라이맥스가 가득한 진정한 모험 소설을 썼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어두운 역사적 다리 역할을 하는 작품이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스라엘이 건설된 후 이라크의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을 향해 떠다는 장면이 나온다. 같은 시기, 터키의 그리스인들과 유대인들도 떠나게 되고 수에즈 운하 사건 이후로 이집트의 소수민족이 받는 압력이 커져가게 된다. 민족주의의 바람이 거세지고 중동의 상황이 흉흉해지게 되는 20세기가 완성된다.

 

글 ․ TIMOUR MUHIDINE 티무르 뮈히딘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 번역서로는 <프랑스 엄마처럼>(201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