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반(反)테러리즘, 그 '작용과 부작용'
미 정부의 과도한 보복 대응이 분쟁의 불씨
테러방지 명분을 내세운 미·유럽의 거래
디디에 비고, 로랑 보넬리, 토마스 델통브*
<9.11 테러의 이름으로…대테러 조치로 시험대에 오른 민주주의> (2004년, 파리)의 공동 저자
가운데 두 번째 주장이 공공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더 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첫 번째 주장보다도 더 어이없는 것이 두 번째 주장이다. 사실, 모든 시민이 테러방지 정책에 휘말려 불안감에 떨 이유는 하등 없다. 테러방지 정책으로 인해서 개개인이 '보통 사람'이냐 아니면 '수상한 사람'이냐로 갈라져 차별 대우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으로 분류된 개인은 보호를 받고 민주주의의 가치인 자유를 누릴 수 있지만, '수상한 사람'으로 분류된 개인은 예외 조치를 따라야 한다.
9.11테러가 발생한 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측근들은 즉각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에 보복조치를 취하기로 하고, 생포한 비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국제협약에 따라 전쟁포로로 인정하는 게 아니라, 애매한 분류법을 만들어 '적군 전투병'으로 인정한 후 관타나모 수용소에 영구 구치했다.
초기부터 이처럼 전례 없는 결정이 이루어지면서 보복테러 조치는 기존처럼 경찰력에 의존하지 않게 되었다. 즉, 조사관이나 검사를 임명해 구제법 자문을 구하고 외부적으로는 FBI 요원 및 기타 경찰 요원을 모집해 '표적테러를 저지를 수 있는 외국 정부들'(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3년 2월 쌍둥이 타워에 일어난 초기 테러1)때 '표적테러를 저지를 수 있는 외국 정부'란 말을 한 바 있다)에게 압력을 가하라고 지시하는 수준의 조치가 아니었다.
그보단 테러에 대한 보복조치를 취하려면 전쟁을 해야 한다거나, 이라크에 있는 알-카에다 요원들에게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등 다소 헛된 주장을 하게 된 것이다. 테러에 대해 보복하기 위해 전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당연히 논란을 불러 일으킨다. 실제로 전쟁을 벌였지만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었는가? 미국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벌인 전쟁을 살펴보면, 과연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들게 된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테러를 응징하기 위해 벌인 미국의 군사적 조치는 마치 식민지 시절 프랑스의 알제리 전쟁과 미국의 베트남전처럼 혼란스런 전쟁을 떠올렸다. 과거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나라를 혼란으로 몰고 가는 군사적인 조치가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도 사용되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별 효과는 없다. 오히려 국민 대다수의 저항에 부딪힐 뿐이다. 더구나 2004년 3월에 스페인, 2007년 7월에 영국에서는 또 다시 테러가 일어나기도 했다. 스페인 정부와 영국 정부는 "이라크 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 파병했기 때문에 현지에서 테러가 일어난 건 아니다"고 애써 부정했으나 오히려 궁색한 변명처럼 들렸다.
테러를 응징하기 위해 전쟁을 벌인 후의 결과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테러방지를 위한 국제협력이 강화되면서 나타나는 결과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테러방지를 위한 국제협력은 국가 차원에서 지켜야 하는 비밀원칙을 부분적으로 어기고 있다. 특히 직접적인 협력의 발판이 마련되거나 강화되었고, 공조 구조가 만들어졌다. 국경검문, 통관, 이민부와 사법경찰부, 검찰, 경찰정보기관, 군대가 운영하는 기관, 군대의 협력 등이 그것이다. 2002년 6월에 미국에서 최고부서인 '국내치안부'가 창설되는 등 이같은 공조구조는 국가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정보교환이 이루어졌다. 유럽연합은 경찰협력체인 유로폴, 불법이민을 막기 위한 '프롱텍스' 등 특수기관이나 공조상황분석 기관(Sitcen), 그리고 치안 위협을 예상하는 정보기관과 같은 분석기관이 정보를 수집하고 교환하고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국과 유럽의 개인정보 거래는 더욱 논란을 부추겼다. 독립적인 감시 시스템이 유럽보다는 미국에서 제대로 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자국 기관들이 국가치안을 위해서라면 유럽 기관들과 체결한 '유럽 항공사를 이용하는 승객 명단 정보 양도에 관한 조약'과 같은 국제 규칙도 어길 수 있게 했다. 허락 없이 유럽 영토에서 용의자를 검거할 수도 있고 Swift 2) 금융공조기관을 통해 용의자의 금융정보를 입수하게 하는 등 원하면 모든 권리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구나 대테러 국제협력이 강화되면서 여러 독재자와 권위적인 정부들이 테러 용의자에 대한 정보를 모은다는 명분으로 야당 인사들이나 소수인종 혹은 소수 종교인들을 모질게 탄압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특히 리비아, 이집트, 알제리, 튀니지, 네팔, 러시아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 대테러 공조 요구를 받은 독재정부와 권위적인 정부들은 오히려 야당인사들을 탄압했고, 입으론 "테러를 방지하는 전 세계적인 전쟁에 동참하는 것뿐"이라며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폈다.
테러를 응징한다는 전 세계적인 조치가 오히려 불안감과 공포만 불러 일으켰다. 테러범 용의자로 찍힌 사람들과 불법조직 명단을 기관과 정부가 서로 인정해주는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즉, 각 기관은 정부가 작성한 명단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래야 해당 기관도 작성한 명단을 정부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 8개국도 각자 명단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도 자국이 작성한 명단이 있다. 유럽연합도 각 회원국이 작성한 명단들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명단들은 사람들의 금융거래 정보를 빼내거나 사람들을 용의자로 몰아가고 있다. 유럽 여러 국가들도 비공식적으로는 문제의 명단을 갖고 있다. 공식적인 명단 외에 좀더 상세하고 은밀한 명단이 있는 셈이다. 비공식적인 명단이야말로 용의자 범위가 좀더 넓어서 최고의 명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선 항공이나 미국행 항공을 이용할 수 없는 개인 명단인 '노 플라이 리스트'는 2001년 이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이용 가능한 정보를 총망라한 것이다. 그러나 이 명단은 소문, 조작된 개인 정보를 모은 것으로서 대단히 많은 허점을 안고 있다. 이 같은 용의자 명단은 황당한 일을 초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열한 살짜리 어린 아이가 일급 국제 테러 용의자와 이름이 같고 신체적인 특징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엄마와 함께 국제공항에 억류될 수도 있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3). 혹은 '로버트 캠벨 사건'처럼 항공 파일럿이 어이없는 상황을 겪을 수도 있다.
"항공기를 조종할 수 있다는 허락을 받았지만, 승객으로서 여행을 할 경우 비행기를 탈 수 없다는 군요." 2007년 미국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한 로버트 캠벨의 말이다. 로버트 캠벨은 도대체 왜 자신이 테러 용의자 명단에 오르게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4).
정보기관들은 향후 테러를 저지를 수 있는 잠재적인 용의자들의 행동을 예측하는 일을 하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테러응징 조치에서 핵심을 차지했다. 테러를 예방하고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사법적 조치나 군사적인 처벌 방법을 사용하는 대신, 정보를 모으고 저장하고 분류하여 과거 전력을 바탕으로 향후 테러범이 될 수 있는 잠재적인 용의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테러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들이 행동에 나서기 전에 체포해야 한다는 주장은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추측에 가깝다. 따라서 대테러 정책 전반이 이성적이지 않다.
더구나 테러를 방지하겠다고 나선 여러 정부와 정보기관들이 2002년부터 판단 착오를 저지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테러범들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이들을 제 때에 포착할 수 있다는 정보야말로 부정확하며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아울러 용의자로 찍힌 사람들, 소환된 사람들, 고발을 당한 사람들, 형을 받은 사람들을 똑같이 취급할 수는 없다. 그야말로 뭔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과학적인 예측을 하고 위험을 합리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이 아니라, 인간의 신체와 행동에서 보이지 않는 표시를 찾겠다고 하는 점성술 방식에 가깝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테러를 예방하겠다는 명목으로 고문, 구금, 공정한 재판 무시, 인간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조치가 전부 정당화되는 게 문제다. 정보를 얻어내고 자백을 받아내고, 자백을 거부할 경우 가혹한 신체적인 고문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러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장소가 많다. 그런 비열하고 비인간적인 대우가 늘 일어나는 곳은 이라크의 아부 그라이브, 관타나모 베이,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모로코, 이집트 등 유럽 밖에 있는 비밀 구금 장소들이다. 유럽대륙에서는 폴란드와 루마니아 5)가 미 군사조직망과 나토 조직망과 연계되어 있다.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코소보의 캠프 본드스틸, 의회 정보망에 조금씩 포착되는 그 외의 장소에서도 비열하고 비인간적인 대우가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조치가 취해진 지 7년이 지났으나, 효과 면에서는 실패다. 비밀장소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은 테러 용의자들은 쓸 만한 정보를 주지도 않았고 억울하게 잡힌 경우도 많았다.
관타나모의 경우 '평범한' 사람들이 운 없이 걸려들어 영구적으로 구치되는 일도 있었다. 석방된 사람들은 대부분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체포된 외국인들이었다. 그들은 관광차 혹은, 결혼 때문에, 종교 활동 때문에 온 사람들이며, 일부는 정치적인 활동을 하려고 온 경우도 있다. 아프가니스탄 현지인들은 이들 외국인들을 체포해 돈을 받고 미국에 넘겨주었던 것이다. 이들 외국인들은 알-카에다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무라트 쿠르나즈도 이 같은 일을 당했다. 터키 출신의 독일 청년인 그는 파키스탄 페샤와에서 도로 검문으로 파키스탄 경찰에 체포되었고, 경찰은 단돈 3천 달러의 포상금을 받고 그를 미군에 넘겼다 6). 아부달라 알 아즈미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쿠웨이트 사람인 그는 2005년 11월에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관타나모에서 석방되어 본국으로 이송된 쿠웨이트인 여덟 명 중 다섯 명은 형을 다 채우고 나왔다 7).
2002년 1월에 미국의 법률가 앨런 더쇼위츠는 "폭탄의 위치를 알고 있으면서 입을 다무는 테러범들에 대해 고문하는 것이 합법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알제리 독립 전쟁 당시 프랑스군이 내세운 주장과 비슷하다. 앨런 더쇼위츠의 주장은 결코 현실적이지 않지만 고문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게 문제다. 캐내려고 하는 정보가 뭔지 확실하지도 않고 꼭 정보를 알아내려고 하려는 것도 아니면서 그냥 고문을 하게 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치는 분명 아무런 효과도 없다. 자살 테러를 부추기고, 평소에는 미국에 적대적이지 않은 인도네시아와 인도의 무슬림 사람들을 극렬하게 만드는 알-카에다의 그럴 듯한 선전보다 더욱 악랄할 수 있다. 미국 부시 행정부뿐만 아니라 서방 세계의 외교가 전반적으로 잘못 가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비정부기구들은 몇 십 년째 제 기능을 못 하고 있고, 미국의 가혹한 테러응징 정책에 동참하지 않는 유럽 국가들도 어느 정도는 미국의 행동을 묵과했다.
미국이 테러방지를 위해 내세우는 예외조치 논리는 유럽에서는 그리 잘 통하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기본권을 무시하는 정부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유럽인권재판소와 유럽사법재판소는 미국 내 인권재판소(처벌 능력은 없다)와 미국 최고법원과 달리 중재 역할을 했다.
영국 상원은 예전에 보수적이란 비난을 받으면서도, 토니 블레어 정부의 조치의 독주를 막는 역할을 했다. 영국 상원은 추방할 수 없는 외국인들을 엄격한 감시 체제의 벨마슈 감옥에 영구 수감하는 것(2001년 대테러법에 따라 허용)과, 가튼 인신보호법에 위반되는 논리와 조치를 하나씩 무효화시켰다.
개인정보 거래도 마찬가지였다. 유럽국가의 정보기관은 미국의 정보기관과 언제든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비공식적으로 늘 협력했다. 하지만 개인정보 감시 국가 당국과 유럽 당국, 유럽의회가 정부, 위원회에 압력을 세게 넣으면서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말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만약 앞에서 언급한 억제 조치가 일부 특수층에 국한되어 있고,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테러방지 조치의 일환처럼 보인다면 국민도 별로 동요하지 않게 된다. 특정 그룹이 '비정상적인 사람들'로 분류되고, 개인의 안전을 위협하여 국민이 국내 치안 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에만 반응하게 된다.
그러면 표적이 된 특정그룹은 경찰과 정부가 관여하는 사법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막연히 느끼게 된다. 사법기관은 특정그룹을 왜 따로 감시하는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고, 변호권을 부여하기도 하며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노 플라이 리스트'가 점차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이 검문하고 민간 감시 체제가 이루어지는 일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시민들은 경찰과 정보기관이 수집한 정보가 그로부터 몇 년 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때에만 비로소 분노를 하게 된다. 더구나 헝가리처럼 독재정치를 경험한 사회일수록 경찰의 은밀한 활동(비밀 활동), 정보 수집 및 거래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
더욱 중요한 사실이 있다. 사회 일반이 새로운 감시 체제에 평소 무관심하고, 나아가 암묵적으로 동조하게 되면, 다수 주민과는 다른 인종을 포함한 이민자 젊은이들이 '사회가 경계해야 하는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히게 되며, '이들을 구치소에 보내 영구 격리해야 한다'는 논리가 통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테러를 방지한다는 논리와 위험 발생시 위법적인 조치를 사용해야 한다는 논리가 인정되어 기상천외의 기준이 마련되게 된다. 테러방지 정책에 대해 생각해 보자. 오로지 정치인들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시민들의 일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반테러 비지파라트 프로그램 비상경보를 내리고 국토를 보호하라는 부처간 지시에 따라 창설된 '비지피라트' 프로그램은 1995년과 2003년에 수정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
<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1)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일으킨 테러로 여섯 명이 사망하고 1천 42명이 부상을 입었다.
2) Swift : Society for World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의 약자. 전 세계 7천 8백 곳의 금융기관들이 사용하는 은행정보 거리 인터페이스. 유럽 혹은 국가 당국, 은행 고객들의 사전 요청이 없어도 미국 CIA와 재무부는 테러 용의자를 감시한다는 이유로 금융 정보 내역을 감시했다.
3) <더 보스턴 글로브 The Boston Globe>, 2005년 8월 16일
4) http://www.geostrategie.com/929/un-million-de-noms-figure-sur-la-liste-antiterroriste-des-usa
5) 지울리에토 치에사 Giulietto Chiesa의 2006년 8월 자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사 'CIA의 비밀감옥들'을 참조
6) 무라트 가마즈는 저서《구안타나모의 지옥 속에서》(Fayard 출판사, 2007년 파리)를 통해 1천 6백일 동안 구금되었던 일을 증언했다.
7) 국제사면위원회(Amnesty)에 따르면 구안타나모의 구치자 중 85% 이상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북부동맹에게 체포되었다고 한다. 당시 테러 용의자 한 명을 미국에 넘길 때마다 5천 달러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http://www.amnesty.org/fr/counter-terror-with-justi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