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통해 본 와인의 혁명
와인의 나라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책은 독서와 토론만큼 와인을 통해 기쁨을 느끼는 지적인 와인 애호가들을 위한 작품이다. <탁월함의 시장>은 앙주와 같은 테루아르에 관한 조사이자 오래 역사를 지닌 와인 재배 토양에 관한 여행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령 랑그도크 토양처럼 오랜 역사를 지난 와인 재배 토양은 격렬한 경제 및 사회 위기에 흔들렸지만 지금은 와인 경제의 선구적인 토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와인 역사에는 어마어마한 전쟁도 있다. 랑그도크 와인도 한때는 별 볼일 없는 와인으로 평가절하되다가 와인의 혁명을 이루었다.
여기서 말하는 전쟁이란 구대륙 유럽, 특히 프랑스와 신세계 와인 사이의 경쟁을 의미한다. 와인의 터줏대감 구대륙, 프랑스의 와인은 테루아르와 생산규정에 기반을 둔 원산지 통제 명칭인 AOC를 내세우고 있고, 신대륙 와인은 세파주(포도 품종), 표준 품질, 자유로운 생산방식을 내세우고 있다. 가령 신대륙 와인은 순수한 와인을 고집하는 이들이 보기에 말도 안 되는 방식을 사용한다는 인상을 준다.
블렌딩이라는 혼합 방식이나 나무 대팻밥 사용처럼 문제가 많은 방식이라는 것이다. 와인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를 내세우며 유럽 와인 생산자들과 캘리포니아·칠레·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공화국·호주·뉴질랜드 와인 생산자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이같은 와인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서로 완전히 배척하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신대륙 와인도 최고급 와인을 위해 테루아르 개념에 반대하지 않으며 구대륙 와인도 좀더 현대적인 스타일을 도입했다고 밝힌다.
글 알랭 가리구 Alain Garrigou
요약 및 번역 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한불상공회의소 격월간지 <꼬레 아페르> 전속 번역. 번역서로는 <여성의 우월성에 관하여>(200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