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인터내셔널 전병일 사장, 결국 ‘자진 사퇴’
포스코-대우인터 대립각 일단락…포스코, 정권 개입설 무게 실려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놓고 포스코와 갈등을 빚은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이 자진 사퇴하면서 갈등이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16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전병일 사장이 자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후임으로는 최정우 기획재무본부장(부사장)이 선임됐다.
임시 이사회는 이날 오후 5시 서울 중구에 있는 대우인터 서울사무소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시작 10분 전에 장소를 변경하는 등 극비리에 진행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대우인터가 회사 문건 유출로 논란을 빚은 만큼 외부 노출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해석했다.
전 사장은 이날 “미얀마 가스전의 분할 및 매각 검토는 이제는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지만 아직도 ‘항명’, ‘내분’, ‘해임’ 등으로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제가 물러나는 용단이 조속한 사태 수습의 방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전 사장이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 매각 검토를 두고 사내게시판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출한 것이 발단이 됐다.
미얀마 가스전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940억원에 달하는 등 대우인터내셔널의 주요 수익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포스코는 대대적인 조직 슬림화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 사장의 행동을 사실상 ‘항명’으로 받아들이고 해임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전 사장의 해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고 대회적인 시각에 부담을 느껴 지난 11일 포스코는 해명자료를 내고 해임 의사를 철회한 바 있다.
결국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분할·매각 검토는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권오준 회장과 전병일 사장의 대립과 관련해 ‘권력 개입설’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는 민영화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권 실세에 영향을 받는다는 뒷말이 무성했던 만큼, 이번 내부갈등이 전 사장의 자진사퇴로 이어지면서 정권 실세 개입설에 더욱 무게를 실리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한편 전 사장의 자진 사퇴로 대우인터 내부적으로도 적지 않은 동요가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대우인터내셔널이 포스코에 인수된 이후, 전 사장은 ‘대우맨’ 출신 인사로는 처음 최고경영자에 내정됐다.
정통 영업맨 출신인 전 사장은 내부사정에 밝고 직원들의 신임도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대우인터는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인 매출액 20조4000억원, 영업이익 376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