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살인 배우는 브라질 경찰훈련소 체험기

경찰의 민간인 살해와 경찰 피살 비율, 세계 최고 수준
경찰의 무기력과 부패 만연 속에 시민들의 경멸감 높아져

2009-08-06     라파엘 고미드/<상파울루 폴라> 기자

브라질의 라파엘 고미드 기자는 2008년 리우데자네이루 전투경찰 채용시험에 합격해 훈련 과정을 직접 체험한다. 경찰의 폭력이 어떤 훈련 과정과 이데올로기를 통해 재생산되는지를 내부의 시선으로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월 300유로(약 53만2천원)의 박봉을 견디고 매일 죽음의 위협과 싸우며, 동시에 ‘자주’ 살인을 저지르기도 하는 전투경찰들의 일상을 밀착 취재했다.


7개월간의 긴 선발 과정을 통과해 나는 이른바 전투경찰이 되었다. 얼굴에서부터 흘러내린 땀이 반팔 티셔츠를 적시고 바지 속까지 흘러내린다. 섭씨 33도. 오전 10시 45분. 리우의 뜨거운 햇살 아래, 군대식으로 짧게 머리를 깎은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사내들과 함께 3시간 전부터 이렇게 부동자세를 하고 있다. 차렷, 열중쉬어 자세를 반복하며 450명의 신참들이 훈련소 입소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오후 2시 30분까지 밥도 먹지 못한 채 뙤약볕 밑에서 명령에 따라 대열을 맞추거나 뛰어야 한다. 가끔 물을 마시기 위한 짧은 휴식만이 허락된다.

오전 8시 15분쯤 벌써 얼굴이 창백해진 한 신참이 고통을 호소한다. 오랜 부동자세로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현기증이 난다. 제2중대 교관이 고함을 지른다. “쓰러지지 않을 만큼만 움직여라.” 손가락이나 발을 까딱하는 정도만 허락하겠다는 말이다. 훈련생 한 명이 털썩 주저앉더니 기절해버린다. 다른 하나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두 번이나 비틀거린다. 오전 10시 30분. 현기증이 나서 토할 것만 같다. 나는 손을 들어, 교관의 부축을 받으며 대열에서 빠져나온다. 이마에 물을 축이고 나서 몇 분 지나니 좀 괜찮아진다. 나는 대열로 다시 돌아간다. 100여 명의 훈련생들이 번갈아 가며 고통을 호소한다. 집이 먼 훈련생들은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먼저 자리를 뜬다. 교관이 소리를 지른다. “힘이 들면 돌아가라. 붙잡지 않겠다. 너희는 군대에 들어온 것이다. 수박에 대고 장난 삼아 총질을 하려고 여기 온 게 아니다. 실탄이 장전된 총을 들고 실제 전쟁터로 들어가야 한단 말이다.”

리우 경찰,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간 살인 기록

훈련소 최고 지휘관 시실리아노가 경고하는 말로 연설을 시작한다. “너희들 중 상당수는 아마 벌써부터 쓸데없는 기대를 품고 있을 것이다. 선과 악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현장에 들어가면 동료 중에 딴짓하는 놈들을 심심찮게 보게 될 것이다. 나는 너희들이 쓸데없는 짓을 해서 범법자가 되거나 불명예 제대자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도둑놈이나 타락한 경찰관이라고 손가락질받는 것도 싫다. 취직이 쉬웠다면 이곳에 와 있을 놈은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해변과 보사노바로 유명한 리우데자네이루는 브라질에서 경찰이 가장 많이 살해되고, 경찰이 가장 많이 살인을 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아마도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2007년 한 해 동안만 1330명이 경찰에게 살해당했다. 하루에 4명꼴로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 셈이다.(1) 그런가 하면 같은 기간에 151명의 경찰이 살해당했다. 2.5일에 1명꼴이다. 파벨라(브라질 빈민가) 지역은 25년 전부터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마약 공급자들과 경찰병력이 충돌하는 전쟁터가 돼왔다.(2)

브라질에서 제복을 입은 전투경찰(PM)들은 치안 권력의 최전선에 배치돼 근무하고 있다. 리우에만 38만 병력이 배치돼 있지만 1만2천명 정도 부족하다. 일반 경찰 1만2천 명은 주로 형사 업무를 담당한다.


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라카나 축구경기장에서 거의 프로축구 경기 관람객 수에 맞먹는 2만5천 명의 지원자들과 1차 시험을 치렀다. 이들은 대개 중등교육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다. 시험을 치르는 순간부터 이미 전투경찰의 내부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예비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전투경찰을 지원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귀띔을 해준다. “관광지에서 범인을 잡으면 관광객들 앞에서 엉뚱한 짓 하지 말고 인적이 없는 구석으로 데려가서 곤봉으로 내리치는 거야. 괜히 귀찮게 체포할 필요 없어. 그냥 패주는 게 나아. 어떤 날은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점심도 못 먹고 경찰서에서 근무한 적도 있어.” 다른 쪽에서는 또 다른 사람이 마라카나 경기장에서 축구경기가 있을 때 경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얘기하고 있다. “관람객을 통제하는 일이 귀찮긴 하지만 몇 푼 챙길 수도 있지. 잡상인들이 새치기하는 거 눈감아주면 5레알(약 3천원)은 받을 수 있거든.”

강도의 살인 표적

나는 다른 1100명의 지원자들과 함께 1차 필기시험을 통과했다. 2천 명 정도 되는 충원 예정 인력의 반이 조금 넘는 수다. 그 후 7개월 동안 정신감정을 포함한 신체검사, 전과 기록이나 채무 관련 서류 제출 등의 선발 과정을 거치고, 성실하게 근무하겠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하고 나서야 최종 합격 통지를 받고 훈련 과정에 입소할 수 있었다. 각 선발 과정의 소집통지서에는 도착 시간만 표기돼 있을 뿐, 종료 시간이 적혀 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지원자들은 자신의 생업에 지각하거나 일을 하지 못하는 등 적지 않은 지장을 받았다. 합격 통지를 받기 위해 온 지원자들은 인터넷으로 발표하면 되는데도 귀찮게 먼 길을 오게 했다고 투덜댔다. 훈련 기간에도 사정은 별다르지 않았다. 짧게 자른 머리에 면도를 하고 아침 6시에 집을 나서야 한다. 저녁 7시까지 행진을 하거나 군가를 부르다가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오곤 했다.

이 모든 과정을 체험하며 나는 전투경찰 당국이 부정부패를 철저하게 예방하기 위해 애를 쓰면서도, 한편으로는 경찰들의 폭력과 살인을 용인하거나 심지어 격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옆에서 한 신참이 말한다. “파벨라에서 범인과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상상해봐. 범인이 항복을 하면 너는 어떻게 할 거야? 나는 범인을 체포하기보다는 사살하는 쪽을 택하겠어.” 그 말에 다른 지원자가 맞장구를 친다. “당연히 죽여야지! 그놈이 내 동료를 죽이고 총질을 해대다가 포위됐다고 쳐. 손을 들고 항복을 해봐야 이미 늦었지. 항복 따위는 필요 없어. 이미 죽은 목숨이니까.” 항복하는 범인을 쏘는 건 불법이며 경찰의 역할은 범인을 검거하는 거 아니냐고 내가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내자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그놈들을 살려주는 건 야수들에게 먹이를 주는 거나 마찬가지야. 언젠가 그놈은 널 공격하게 될 거야. 브라질 법정이 얼마나 관대한지 알잖아? 그놈이 2년 정도 교도소에서 썩다가 나와서 널 발견하면 바로 죽일걸. 법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개죽음을 당할 필요는 없지.” 처음 말을 꺼냈던 신참이 내 어깨를 친다. “합법적으로 범인을 검거하겠다는 생각으로 전투경찰에 지원한 거라면 차라리 앉아서 기도나 하는 게 나을걸. 인권이니 뭐니 하는 건 인간들을 상대할 때나 필요한 거라고.”

전투경찰의 가치관, 폭력과 죽음의 공포로 얼룩져

전투경찰에 지원한 상당수는 부모나 친구들 중에 경찰이 있는 경우가 많다. 폭력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그들의 삶과 가치관을 지배한다. 2007년 리우데자네이루의 총격전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 비율을 보면 경찰 사망자 1명당 시민 사망자 수가 41.6명에 달한다. 훈련소 교관들에겐 이 수는 ‘당연한’ 현실일 뿐이다. 한 교관이 입을 연다. “무기는 정당방위를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 범인의 등에 대고 총을 쏘는 건 불법이다. 어쩔 수 없다고? 그래도 불법이다. 무기 사용은 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실수가 발각되면 너희들은 바로 처벌될 것이다.” 영화 <엘리트 스쿼드>(3)에 나오는 총격전 장면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한 신참의 질문에 교관이 처음과는 조금 다른 태도로 대답한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중요한 건 실전에서 배우게 될 것이다. 범인을 등 뒤에서 쐈다고 해보자. 그놈 권총을 뽑아 손에 쥐어주고 방아쇠를 몇 번 당기면 정당방위로 처리할 수 있다. 흥분하면 그런 짓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실전에서나 벌어질 만한 일이다. 여긴 그런 걸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무기는 정당방위와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

한 신참이 <카날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본 전투 장면을 신이 나서 얘기한다. “이라크 총격전 실제 장면을 보여주더군. 군인들이 탱크 뒤에 바짝 붙어서 총을 쏘아대고 블랙호크 헬기가 상공을 날아다니며 기관총을 쏴대는데 지옥이 따로 없더군.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라니까. 특수 안경을 쓰고 50구경 기관총을 마구 쏘아대는데 정말 부럽더라고.” 그가 너무 흥분해서 얘기를 쏟아내는 바람에 동료들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틈을 타 다른 한 명이 입을 연다. “나는 인간 쓰레기들이 싫어. 갈수록 증오심이 더 커지기만 하더군. 나는 경찰특공대(BOPE)(4)에 들어갈 거야.”

굳이 경찰에 지원하지 않더라도 ‘카리우카스’(리우 시민들을 이르는 표현)에게 위험은 일상이 되었다. 한 동료가 셔츠를 벗어 가슴부터 배꼽 밑에까지 길게 그어진 흉터를 보여준다. 그는 얼굴에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전투경찰이었던 친구와 함께 갱단에게 잡혀 파벨라까지 끌려가서 죽을 뻔했던 일을 털어놓았다. “그 자식들이 내 친구에게 총을 쐈지. 나는 죽을 힘을 다해 달렸어. 몸에 총알이 박힌 걸 알면서도 계속 뛰었지. 나중에 보니 등에 한 발, 왼쪽 팔에 한 발씩 총알이 박혀 있더군.” 그는 석 달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놀랍다는 표정으로 듣고 있던 동료가 지금도 그 총알들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가지고 있어서 뭐하게? 어차피 흉터가 남았는데. 이 흉터가 남아 있는 한 나는 그놈들을 증오할 거야. 한 놈이라도 잡히면 가만두지 않겠어.”

신원 노출 땐 죽음의 위험 감수

훈련 기간 중에 방송사에서 취재진이 온 적이 있다. 고참은 우리에게 협력을 부탁하는 대신 경고를 했다. “인터뷰에 응할 사람은 앞으로 나와라. 나오기 싫으면 안 나와도 된다. 사진에 찍히는 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만 알면 된다.” 대열 속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른다. 총 300명 중 1명이 먼저 앞으로 나오고 2명이 뒤를 따른다. 갱단에게 살해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 사로잡혀 대부분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앞으로 나선 녀석이 자랑스럽게 말한다. “왜 우리가 얼굴을 숨겨야 하지? 고개를 숙여야 할 놈들은 우리가 아니라 인간 쓰레기들이라고. 그놈들은 자기들 머리통에 총알을 박아놓을 사람이 누구인지 똑바로 봐둬야 할 거야.” 한 동료가 비웃으며 말한다. “저 녀석은 아직 정식으로 전투경찰이 되기도 전에 신문 1면을 장식하겠군. 시체로 발견된 한 전투경찰 지원자!”

리우데자네이루는 경찰병력과 갱단의 전쟁터가 되었다. 피와 증오로 얼룩진 물리적 충돌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범인들 사이에는 항복하면 죽는다는 생각이 퍼져 있어 경찰이 자신들의 영토를 침범하면 무조건 공격을 한다. 갈수록 더 잦은 총격전이 벌어지고 당연히 희생자 수도 늘어난다. 경찰이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망자 가운데는 무고한 시민들도 있다. 경찰들에 대한 적대감으로 가득 찬 근무지에서 죽음의 위협에 노출된 경찰 간부들은 규정을 지킬 겨를이 없다. 갱단에게 유리한 상황이 되면 제복을 입은 사람들은 언제 표적이 되어 살해당할지 모른다.

훈련 첫쨋주의 어느 날, 부대 바깥으로 나오는데 한 고참이 말을 건다. “내가 충고 하나 할까? 그렇게 짧은 머리에 청바지, 흰색 티셔츠를 입고 밖에 나갔다가는 바로 끝장이야. 다른 셔츠를 입는 게 나을 거야. 벌써 두세 명이 그렇게 죽었어. 2005년에 내 동료 중 1명이 버스에서 살해당했지. 짧은 머리에 그런 옷차림으로 나다니는 건 제복을 입고 다니며 ‘나는 경찰이다’ 하는 거나 마찬가지지. 그 녀석들은 금세 알아차리거든.” 편집증적인 공포가 경찰들의 일상을 지배한다. 그들은 뒷자리에 사람을 태우고 달리는 오토바이만 봐도 예민해져서는 소리를 지른다. “뭘 꾸물대. 달리지 않고.”

그들의 두려움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리우데자네이루 전투경찰이 살해당할 확률은 브라질 국민 전체 평균보다 11배가 높고, 전체 남성 평균보다 6배가 높다. 2007년 살해된 경찰관 151명 중에서 근무 중 살해당한 사람은 32명에 불과하다. 79%에 해당하는 나머지 119명은 근무지 밖에서 살해당했다.

제복을 지급하기 시작하자 부대원들이 술렁댔다. 한 고참이 경고를 한다. “그 군화를 신고 집에 가는 건 목숨을 거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죽고 싶은 사람은 신고 가라. 다들 리우 출신들이니까 자세히 설명 안 해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것이다.” 다른 고참이 덧붙인다. “그런 위험은 평생 동안 여러분을 따라다닐 것이다.” 그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가족이나 애인에게 자랑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제복을 가지고 간다.

윤리 교육은 사치스러운 얘기

상당수의 전투경찰들이 옷차림이나 소지한 무기, 신분증 때문에 신분이 노출돼 살해당했다. 교관들은 어떻게 제복을 숨겨야 하는지 가르친다. 자동차로 움직일 경우 제복은 뒤집거나 가방에 넣어 트렁크나 뒷좌석 밑에 숨겨야 한다. 버스를 탈 때에는 “신분증은 보이지 않게 숨겨야 하고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는 창밖으로 신분증과 가방, 제복 등 가지고 있는 모든 소지품을 버려야 한다. 그놈들이 총을 겨누고 내 몸수색을 한 적이 있는데 다행히도 내게 무기가 없어 목숨을 건진 적이 있다.” 다른 교관은 오토바이를 사는 게 낫다고 충고한다. “걷거나 버스를 타는 건 위험한 짓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신에게 살려달라고 기도나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우리 중 상당수는 군대 경험이 있다. 예전에 군대 생활을 한 적이 있는 한 법학도가 충고하듯 말한다. “여기 너무 오래 있지 마. 나는 가능하면 빨리 여길 그만둘 생각이야. 여기서 썩고 싶은 생각은 없어.” 일부 지원자들은 잠깐 거쳐가기 위해 전투경찰에 지원한다. 그들 중에는 학력이 높거나 아직 학생인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위험하고 월급도 적은 전투경찰직은 덜 위험하고 보수도 많이 받는 자리를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폭력 속에서 리우의 전투경찰은 범인을 체포하기 위해 더 거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너희 스스로 위험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죽음의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주는 브라질에서도 가장 위험한 곳이다. 우린 전쟁 상황 속에 살고 있다.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으면 언제라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결론은 총을 사용하라는 말이다. 위험하다고? 그럴 수도 있다. “하루 12시간 동안 목숨을 걸고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우리 전투경찰들이다. 시민들에게 상냥하게 대해라. 하지만 여기가 리우데자네이루라는 사실은 잊지 마라. 팔자 좋은 미나스 제라이스주 같은 곳이 아니란 말이다.”

한 신참이 경찰을 피해 도망치는 범인을 쏘아야 하는지 묻는다. “물론 쏘면 안 된다! 타이어에 구멍을 낼 수 있는 칼 같은 것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건 지급되지 않는다. 그래도 총을 쏘지 말고 범인을 추격해야 한다. 만약 일이 잘못되면 판사에게 뭐라고 할 건가?” 듣고 있던 한 신참이 이죽거린다. “전투경찰이 지급한 총을 쓰는 건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지.” 그는 몰래 자기만의 권총을 소지하고 근무하게 될 것이다. 출처가 불분명한 무기들이 있는 법이다.

공식이냐 비공식이냐, 합법이냐 불법이냐 하는 논쟁들 속에서 갓 전투경찰이 된 신참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교육과정 중 12시간은 ‘윤리와 인권’이라는 과목에 배정돼 있지만, 전체 교육시간 1160시간의 1%에 불과하다. 한 교수는 완곡한 어투로 윤리 교육 시간이 너무 적게 배정돼 있다고 지적한다. 실전에 돌입하면 훈련이 부족한 경찰관들은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그런 상황에서는 ‘거리의 법’을 따르게 마련이다. 세르지우 카브랄 리우데자네이루 주지사가 ‘무력 사용’(5)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계속하면서, 경찰관들은 사망자 수를 줄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 대상이 무고한 시민인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치 않다. 어차피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해도 조사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실수는 흔하게 발생한다. 2008년 경찰은 용의자로 지목된 차를 향해 발포해 36살의 루이즈 코스타와 여자 1명을 사살했다. 베이비 시트에는 여자의 3살 난 아기가 타고 있었다. 건물 감시 카메라와 한 취재진 카메라에 녹화된 장면이 공개돼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경찰의 개입 방식은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교관들뿐 아니라 훈련을 받는 신참들도 부유한 동네냐 변두리냐에 따라 경찰들의 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고 있다. 한 동료가 빈정대며 비교를 한다. 부자 동네에서는 전투경찰들도 상냥하게 인사를 하지만 변두리로 가면 사정은 달라진다. “마약 숨긴 곳이 어디야? 당장 내놓지 않으면 죽는다. 차에서 내려. 당장 내리지 못해?” 고참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한다. “너는 그럼 비에라 수토(부유한 지역)나 자카레(빈민촌)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범인들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 여러 가지 상황이나 그 지역의 사는 수준, 위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가령 파벨라에서 등을 보였다간 바로 총탄 세례를 받게 될 거야.”

경찰들의 부패 만연에 시민들의 경멸감 높아

미국의 텍사스주 경찰특수기동대(SWAT)가 지원교육을 한 적이 있다. 13년간 구출 작전을 펼치면서 단 한 번도 총을 써본 적이 없다는 한 미국 교관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민첩함과 기술만 갖춘다면 총을 쏘지 않고도 적을 제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무기는 정당방위를 위해서만 사용해야 하며 가급적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불가피하게 무기를 사용해야 할 때는 능숙하게 다뤄야 한다. 브라질 경찰들은 훈련 단계에서부터 이미 이론과 실제 사이의 괴리를 실감한다. 전투경찰 훈련병들은 피스톨과 리볼버, 소총을 각각 40번 정도 쏴보고 근무지에 배치된다.


한 교관이 화난 표정으로 소리를 지른다. “목에는 금목걸이를 두르고 혁대에는 글록 권총(6)을 차고 최고급 차에 금발 미녀를 태우고 다니는 경찰놈들을 보면 역겹다. 그런 놈들은 실탄 열아홉 발을 다 쏴도 범인을 못 잡는다. 정지한 상태에서 쏴도 열 발 중 아홉 발은 빗나간다.” 위에 언급된 교수의 말에 따르면 2007년 1월부터 9월까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빗나간 실탄 수만 234발에 이르며, 그중 16발이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했다. 소총에 사용되는 총알은 벽을 뚫기도 하기 때문에 무고한 사상자를 낼 수 있다. 그렇지만 교관에게 리볼버는 별로 쓸모 있는 무기가 아니다. 한 탄창에 총알이 여섯 발밖에 안 들어가는데다 총탄이 날아다니는 와중에 매번 탄창을 갈아 끼우기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여섯 발을 쏘고도 못 잡으면 관둬야지 하는 태도를 버려라. 여섯 발로 안 되면 서른네 발, 그도 안 되면 예순여덟 발…. 나라면 끝장을 낼 때까지 쏘겠다.” 그는 복수심이 가득한 사람의 표정을 하고 호주머니 속에 넣어둔 3개의 탄창과 다리에 붙여 놓은 2개의 탄창을 꺼내어 보여준다.

전투경찰이 무력을 포기하는 건 그에겐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계속 손 놓고 당하기만 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모든 양식 있는 사람들이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면 리우데자네이루의 치안 상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에겐 무기를 소지하는 문화가 없다. 미국의 뉴올리언스의 한 가족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남편과 부인, 12살 먹은 아들까지 모두 총을 지니고 다니더라. 그렇게 하면 아무도 함부로 덤비지 못할 것이다.”

효과 없는 경찰의 이미지 쇄신 노력

훈련병들이 부대를 나서고 있을 때였다. 한 젊은 여자가 차창 밖으로 소리친다. “이 벌레만도 못한 놈들. 너희들은 모두 인간 쓰레기야!” 전투경찰들은 시민들과 늘 긴장 관계에 놓여 있다. 시민들의 의식 속에는 경찰에 대한 잠재적인 증오심이 도사리고 있다. 경찰들은 자신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주는 시민들로부터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고참이 불평한다. “시민들이 제대로 교육을 못 받은 거야. 가족들 말고는 아무도 우릴 알아주지 않는다니까.” 다른 사람이 비꼬듯이 말한다. “범인을 잡았다고 치자. 그 녀석이 가장 처음 묻는 말은 떡값이 얼마냐는 거지. 10레알을 주고 풀려나면서 경찰 등에 대고 모욕을 주지. 양심도 없는 부패한 경찰이라고. 대접을 받고 싶다고? 모욕적이어도 할 말이 없는 거야.”

다른 동료가 화가 나서 말한다. “네가 전투경찰이라는 걸 알면 할부로 산 자동차를 타고 다녀도 사람들은 도둑놈이라고 손가락질할 거야.” 아직 훈련 과정에 있던 한 신참은 형이 근무하는 부대로 지원해서 갈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 지역엔 2개의 큰 빈민가가 있어서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묻자 “조용히 해. 모두 뇌물을 주고받는다고. 우리 형은 거기서 한 달에 2천 레알(약 130만원)이나 번다고.” 뭘 해서 돈을 버는 걸까? 마약이나 도난당한 자동차 밀거래? 그 신참은 결국 나중에 파면됐다. 전투경찰 당국은 훈련 과정의 예비 경찰관들이 이런 유의 부정부패에 물들지 않게 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예비 경찰관들은 상관들의 훈계에 별로 귀기울이지 않는다. 현장에 나가면 사정은 달라지게 마련이니까. 교관이 예를 들어 설명한다. “전직 경찰관이 돈을 쥐어준다고 가정해보자. 어떻게 할 텐가? 싫다고 끝까지 거절해야 한다. 그래도 계속 돈을 쥐어주며 말할 것이다. 엉터리 수작 그만하고 어서 돈을 받으라고, 자꾸 시간 끌지 말라고 하며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충고가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 한 신참이 웃으며 말한다. “전 교통경찰이 되고 싶어요. 벌이가 괜찮다던데요.” 다른 동료들도 경찰들이 받는 뇌물에 대해 얘기한다. 생수 한 병에서부터 맥도널드 햄버거까지…. 모두들 웃음을 터뜨린다. 경찰들의 부패가 얼마나 일상화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사는 전투경찰들

경찰 당국은 폭력적인 경찰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꿔보려고 애쓰고 있다. “얼굴에 복면을 쓰고 작전에 참가해 범인들에게 소리치고 싶나? 놈을 땅바닥에 눕혀놓고 머리에 총을 겨누고 싶나?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그놈에게 총을 겨누게 될 테니까.” 경찰들에게는 범인보다 동료의 안전이 우선이다. 행동지침 800번을 살펴보자. 한 노파가 공격을 받았다고 치자. 동료와 노파 중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인가? 이 규정에 따르면 동료를 먼저 구해야 한다. 누구도 경찰을 도와주지 않는다. 집에 가면 그들에게 커피를 따라주는 수위가 있고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개와 아내가 있겠지만 그뿐이다. 아무도 경찰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필요할 때만 경찰을 찾는다.

인류학자 자클린 무니즈는 전투경찰들이 불확실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경찰관의 임무는 제대로 정의돼 있지 않아 마치 백지수표를 한 장씩 쥐어주고 알아서 내용을 채워넣으라는 식이다. 자의적으로 판단해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무기 사용에 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으니 사고가 나면 처벌할 구실도 없습니다. 규칙이 제대로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누구에게 책임을 묻겠습니까?”

드디어 7개월의 선발 과정과 훈련 과정이 모두 끝났다. 한 달 전부터 나는 정식으로 전투경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직서를 제출하려고 하자 두 고참이 나를 설득한다. “정말 그만두려고?” 그 여자 고참은 경고하는 듯한 목소리로 묻는다. 내가 다시 사직 의사를 분명히 밝히자 다른 동료들을 나가게 한 후 검은 칠판을 가리킨다. ‘무덤’이라는 제목이 붙은 칠판에 사람 해골 모양이 그려져 있고 그 밑으로 옷을 벗은 경찰들의 군번을 써놓았다. 각 번호 옆에 십자가가 그어져 있다. 나는 다섯 번째로 무덤에 들어가는 셈이다.

컴퓨터도 없이 사직서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컴퓨터가 설령 있다고 해도 작동이 될지 의심스럽다. 벽과 천장으로 비가 스며들고 페인트가 벗겨진 방 안 여기저기에 거미줄이 보인다. 쌓여 있는 서류 위로 바퀴벌레 한 마리가 기어간다. 방석이 뜯기고 다리가 부러진 의자 셋. 물도 제대로 안 나오는 화장실에선 악취가 풍긴다. 한 여자 고참이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른다. “사람들은 어떻게 이 더러운 곳을 견디나 몰라. 연대장이 이 시궁창 속에서 여태까지 버틴 게 신기할 따름이군.”

몇몇 장면이 더 떠오른다. 찬물만 나오는 8개 샤워꼭지 중에서 그나마 3개는 물이 나오지 않는다. 푹푹 찌는 여름에도 에어컨 없이 선풍기만으로 버텨야 한다. 훈련병들은 각자 휴지를 들고 다녔다. 한 교관이 화장실에서 새어나오는 지린내를 맡고 나서 소리쳤다. “휴지나 나프탈렌 몇 개 사는 데 얼마나 돈이 든다고!” 훈련병들이 1레알씩 낸 돈을 모아 화장실 청소 용품들을 구입했다.

부대로 돌아와 고참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들은 내게 작별 인사를 하며 나가서는 나쁜 기억들은 모두 잊고 좋은 말만 하라고 당부했다. 내가 부동자세로 서서 얘기를 듣고 있자, “자세 풀어. 이제 더 이상 경찰도 아닌데 뭘…” 한다. 그 말이 ‘무덤’으로 들어가는 내게 보내는 마지막 추도사로 들렸다.

이리하여 나는 다시 자유로운 생활 속으로 돌아왔다. 초반에는 선발 인원을 2천 명으로 예상했지만 훈련 과정이 끝난 후에 남은 수는 154명뿐이었다.

글 · 라파엘 고미드 Raphael Gomide
브라질 <상파울루 폴라>(Folha de S?o Paulo)의 기자로, 유럽연합이 바른 언론 창달을 위해 1992년 제정한 나탈리상을 받았다.

번역 · 정기헌 guyheony@ilemonde.com 



<각주>  

(1) 미국의 경우에는 2006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375명의 시민이 경찰에 의해 살해됐다.
(2) 1995년부터 리우데자네이루의 살인 건수는 매년 6천 명을 넘기 시작했다.
(3) 호세 파딜라 감독의 <엘리트 스쿼드>는 2007년 개봉 당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에서 벌어지는 경찰특공대와 마약 갱단 사이의 싸움을 그린 영화이다.
(4) 리우데자네이루주 전투경찰의 특수 임무를 담당하는 부대.
(5) “리우데자네이루 주지사 세르지우 카브랄은 가장 위험한 정치인 중 한 명이다. 그는 끊임없이 빈민가에서 발생하는 경찰들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해왔다. 최근에는 경찰들의 폭력을 비난하는 주민들이 모두 마약 갱단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몰아세워 문제가 되었다. 그는 경찰의 폭력을 부추기는 주 정부의 정책을 이런 식으로 정당화하는 것이다.”(<Brasil de Fato>, 2007년 10월 25일치)
(6) 9mm 구경 반자동 피스톨. 탄창에 따라 13발에서 33발까지 발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