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채무는 투자로 전환되어야

2015-07-02     가브리엘 콜레티스 외

 어떻게 그리스 사태를 끝낼 것인가? 담화는 무성하지만 유럽의 지도자들은 문제의 핵심을 피하고 한시적인 해결책만을 제시하며 ‘여름을 넘길’ 생각인 것 같다. 그들에 대해 가장 시급한 일은 그냥 예전과 같은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통합 유럽이라는 이슈에 질려버린 국민들이 극우파 정당에게 표를 몰아줄 위험성이 있다.

유럽이 내부적으로 겪고 있는 위기는 2007-2008년 세계적인 금융 위기 때부터 조짐을 드러냈다. 유럽은 단일화폐를 도입한 이후 이를 잘 관리하지 못했다. 경제적으로도 때가 무르익지 않았으며 제도에 있어서도 신뢰도가 부족했다. 회원국 간의 환율을 고정하기 위해서는(이는 모든 단일 화폐 제도가 정착하는 데 필요하고 의미가 있는 것이다) 각 국가의 생산성과 성장의 리듬을 고려해서 미리 점진적으로 조정했어야 했다. 유감스럽게도 유럽의 경우 그러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의 비극은 공동 운명체라는 상황이 가져올 수 있는 하나의 극단적인 경우가 되어버렸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등 대부분의 회원국들은 유로화의 외적인 가치평가와 그 평가절하의 어려움을 힘겹게 감내해야 했다.

특히 독일과의 생산성과 경쟁력의 격차가 있기 때문에 유로존 내부적으로 금융, 노동력, 생산시설 등의 이전 문제가 불가피하게 대두되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필시 영국의 경제학자인 존 메이나르 케인즈가 1944년 브래튼우즈 강연에서 전개한 이론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의 제안은 유로존 내부에 적용할 수 있는데, 균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각 나라의 지출과 결산을 유럽 차원에서 협력 관리하는 원칙을 준수하도록 각 회원국에게 권고하는 것이다. 단순한 (금융) 이전이나 내부 환율 조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흑자 국가의 적자 국가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불균형을 시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 사태의 핵심은 무엇인가? 많은 이들이 그리스가 채무를 변재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리스 의회의 채무조사위원회에 의하면, 현재의 채무 누적액은 이자율의 급격한 상승(1988-2000), 막중한 군사비 지출, 2000년부터 시작된 탈세와 면세의 증가, 그리고 상위 특권층에 양보한 선물 형태의 감세조치에서 생겨난 결과라고 한다.

이런 분석은 분명 눈더미처럼 불어 난 그리스 채무액을 설명해준다. 그러나 이것만이 그 전부는 아니다. 국가가 채무를 가중시켰다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지만 채무라는 것은 단지 국가의 악인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생산성의 하락과 그에 따라 파생된 필연적 결과인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가 외부에서 유입되는 금융에 과도하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혼돈에 빠진 제도권 기구들

현재 시점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나가게 되면 이어서 자국 화폐가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절하되는 일이 뒤따를 것이며, 그 결과 그리스가 생필품을 조달하는 데도 역부족이 될 것이다. 그리스가 장비와 시설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소비재 뿐만 아니라 에너지, 의약품, 섬유, 전기 분야에서 무역수지가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것이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심지어 농업 분야에서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다.

1981년 그리스가 유럽연합에 가입하려고 보폭을 조절할 시점에서는 소비는 다른 유럽 선진국 평균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산업생산은 붕괴되고 말았다. 국내총생산에서 자국 산업생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1980년 17%에서 2009년 10%로 낮아졌다. 2009년에서 2013년에는 산업생산이 다시 30%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는 관광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이전자본에 종속되게 되었다. 이는 역사적으로 볼 때 1960-1980년대에는 해외 거주 그리스 노동자로부터 송금된 자금이 주를 이루었으나 1980-1990년대에는 유럽금융이 대부분이었다. 1980년대에는 그리스 국민과 그리스 은행 그리고 그리스 기업들, 결론적으로 그리스라는 국가 전체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금융시장에 의존했다. 이것이 아테네가 지불해야 할 이자의 몫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이다.

한편으로는 생산시설이 부족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외부 금융에 종속되어(그래서 경제가 소비를 지탱할 수 있을 만큼의 수입을 보장해주지도, 국가에 충분한 세수를 충족시켜주지도, 공공 서비스를 보장해주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그리스의 비극이 엮어진 것이다.

외부수지 적자와 공공재정 붕괴라는 이 이중의 시련으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정부는 안토니스 사마라스 연립정부까지 포함해서 소비(1)와 공공지출(2)의 완전 붕괴를 경험하게 되었다. 정부가 취한 첫 번째 조치는 무역수지 적자폭을 줄이는 것이었고 두 번째 조치는 국가재정을 삭감하는 것이었다. 이 치명적인 조치들의 결과는 이미 알고 있는 바와 같다. 국내총생산이 25% 하락했으며 실업률은 전 노동 인구의 26%대로 치솟았다. 그리고 채무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리스에 강요한 조치들이 실수였다는 2013년 보고서(3)를 인정하지 않은 국제통화 기금(IMF)은 스스로를 부인하는 격으로 은퇴 연금 삭감과 부가세 인상을 처방했다. 그런데 이 같은 처방은 성장을 촉진 시킬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조치이다. 오직 현재 국내총생산의 175%대를 상회하는, 현존하는 부채의 상환만을 고려한 조치일 뿐이다.

그렇다면 다른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일방적으로 결정된 권고안들을 부분적으로 무효화한다면, 그리스가 유로존 내에 남고자 할 때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나라들과 아테네 사이에서 긴장감이 고조될 것이다. 일부를 탕감하는 선택은 채권자들 대부분에 의해서 이미 배제되었다. 게다가 그것은 한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조금 후에는 다시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만 할 것이다.

그럼에도 또 다른 선택은 여전히 가능하다. 즉 부채 문제를 그리스와 어려움에 처한 유럽 국가들을 산업화시키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그것이다. 단 이 선택은 시장이나 미디어, 정치 지도자들이 흥미를 보이지 않는 매우 특별한 경우에 속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현재 그리스에 대한 채권자들이 가진 채권 총액(대부분은 2016년에서 2024년 사이 상환 예정이다) 중 포기해야 할 액수는 최소 500억 유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 채권액의 15%에 달하는 규모다. 그런데 그리스를 산업화시키는 계획에 근거한 그리스 위기 탈출 프로젝트는 채권자들이 상환 받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제공할 것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 그리스 국가 예산은 원천적으로 흑자 예산이다. 즉 부채 상환액수를 제외한다면 정부 수입이 지출보다 많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두 가지 분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상환 능력이 있다는 분석으로서 채권자들이 필연적으로 내리게 되는 결론이다. 다른 하나는 투자 능력이 있다는 분석으로서 협상가들이 제시하고자 하는 분석이다.

그런데 이 두 번째 경로는 국제통화기금이나 유로존으로부터 새로운 자금의 유입 없이 부채를 재조정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 방식은 두 가지 주요한 목표를 갖고 진행될 것이다. 하나는 전체 채권액의 70%에 해당되는, 현재 국제통화기금이나 유럽중앙은행이 소지하고 있는 2016-2024년까지 상환 예정인 채권을 유럽연합 소속 국가의 채권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불만기를 보다 유연하게 해서 상환 총액이 일정한 한시적 기간 내에서는 예산 흑자폭 내에서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채권을 투자액으로 전환할 필요

이렇게 해서 국제통화기금이나 유럽중앙은행으로부터 채권을 이양받은 국가들은 500억 유로에 이르는 채권을 두 나라 간 쌍무적인 공공투자기금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공공투자기금은 동시에 두 개의 공적 기구에 맡긴다. 프랑스의 경우에 공공투자은행(BPI)이 될 것이며 독일의 경우에 재개발은행기구(Kredit Anstalt für Wiederaufbau)가 될 것이다. 프랑스-그리스 기금은 그리스에 대한 20%의 채권을 갖게 되며 독일-그리스 기금은 27% 정도의 채권을 갖게 된다. 그리스는 여전히 자신들의 채무에 대한 상환을 보장할 것이다. 이 점이 중요한 부분인데, 돈은 그리스의 생산경제에 투자되는 기금에서 받는다. 달리 말하자면 채권자들의 주머니로 직접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총액은 지역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사용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채권자이면서 투자국인 된 국가들은 일단 투자가 실현되고 그 결과물이 팔리게 되면 상환 받는 방식이다. 경쟁에 관한 유럽의 법은 지금까지 국가 소유의 기금에 완전히 부합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유사한 두 나라의 쌍무적인 기금에 대해서 의심을 가질만한 이유가 없다.

투자의 분배는 우선 먼저 각 기금의 파트너이기도 한 그리스 개발은행의 보호아래 조정될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국제기금도 과거의 사례가 있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하고 난맥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유럽투자은행(BEI)과 유럽개발재구조은행(BERD) 혹은 세계은행도 그 동안의 경험을 공유 할 것이며 확실한 프로젝트에는 일정 부분의 투자도 제공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제안은 유럽의 유연한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동시에 그리스로서도 인기 전술에만 부합하는 부패한 금리경제(관광, 부동산, 수입과 관련된 이익)라는 구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현재 구성 중에 있는 그리스 개발은행을 본떠서 새로운 기구들도 만들어야 할 것이며 외국 투자와 관련된 세제도 개혁해야 할 것이다. 즉 국가 전체를 포괄하는 도면을 다시 그려야 할 것이다. 연구를 촉진하고 지방 분권화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제도의 심층적인 개혁, 개발 프로젝트에서 파생되는 제반 요소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것 없이 그리스는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노력은 상당히 힘들고 고통도 따를 것이다. 그러나 양초의 불꽃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투자자가 된 채권자들은 그리스의 산업화에 기여할 것이고 고용이 창출되며 실업률은 낮아질 것이다. 조세 수입은 원래의 수준을 회복하고 자본의 재분배가 이루어져 그리스는 유로존에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긴축정책이 강요한 악의 순환구조와 정확하게 반대되는 선의 순환구조를 가져올 것이다. 그렇게 되기만 한다면 북유럽 국가들의 새로운 투자도 이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다른 말로 하면 빚진 유럽이 오히려 유럽연합 전체의 결속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청사진을 조금 더 그려본다면 유럽연합 내부적으로 산업의 보완성을 높이기 위해서 왜 이런 프로젝트를 이용하지 않겠는가? 오늘날 브뤼셀은 국가의 생산 도구를 수직적인 경쟁시장에 맡기기를 원한다. 그리스에 대한 투자는 국민의 필요성에도 부응하는 것이지만 유럽 생산체제에도 부합하는 것이 아닐까? 식품 산업의 몇몇 분야, 천연 화장품 분야, 선박 제조 같은 분야에서 그리스가 지닌 노하우가 쌓이고 지역 전체의 산업화가 기초를 튼튼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모델은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며 유럽 재도약의 길을 열게 될 것이다. 앞선 주자를 뒤따르는 개미의 행렬과 같은 생산체제와는 반대로 유럽을 민주적인 토대 위에서, 친환경적이고 인간적이며 통합적인 새로운 발전의 길로 접어들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단 그리스의 경우를 떠나, 관건은 유럽이 지속가능한 개발의 길과 활력적으로 변하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상호 협력, 사회적·환경적 효율성의 추구, 가능한 한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선택한 정치·경제·금융적 토대 위에서 유럽이라는 프로젝트가 재도약할 싹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제안은 가정에 불과하지만 지켜볼 일이다.

 

글·가브리엘 콜레티스Gabriel Colletis, 장-필립 로베Jean-Philippe Robé, 로베르 살레Robert Salais

저자들은 각각 툴루즈-1 카피톨 대학 경제학과 교수이며 경제·정치·사회 연구소(Lereps) 연구위원, 파리와 뉴욕 변호사 협회 소속 변호사, 국립과학 연구소(CNRS) 명예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번역·이진홍

파리7대학 불어불문학 박사

 

(1) 그리스 가구의 구매력은 2009년에서 2013년 사이에 25%가 하락했다.

(2) 공공 보간 분야 관련 지출은 2008년에서 2011년 사이 28%가 삭감되었으며 교육비 지출은 15%가 낮아졌다.

(3) ‘Greece : ex post evaluation of exceptional access under the 2010 stand-by arrangement,’ 〈IMF Country Report, n° 13/156〉, Fonds monétaire international (FMI), Washington, DC, juin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