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외국산 우유 사들이는 중국 자본
2015-07-02 조르단 푸유
2008년 멜라민 사건 이후, 중국의 부모들은 수입우유만 찾는다.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는 중국 산동성의 한 기업이 자금을 투자한 거대한 분유공장이 들어섰다. 중국의 우유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세계적인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500백 명의 노동자들이 프랑스 피니스트레르주(州) 카르헤 입구에 위치한 케르고르보 상업지역의 건설현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16년 1월 이전에 이곳에 들어서게 될 우유공장 때문이다. 2015년 3월 26일, 브르타뉴의 일간 <르텔레그람>은 이를 두고 “2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유럽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산업시설”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 분유공장에서 매년 적어도 1억 2천만 톤의 분유가 생산될 것이다. 요컨대 중국 유아들을 겨냥한 중국 자본이 프랑스에서 분유를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산동성에 위치한 이 우유기업 신누트라(Synutra)는 카메라를 장착한 공사현장에 드론을 띄워 작업의 진행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중국이 매년 필요로 하는 3억 리터의 우유 중 70%를 공급하게 될 프랑스 최대 낙농조합인 소디알(Sodiaal)의 영농 조합원이자 카르헤의 시의원인 얀 마나크는 “신누트라그룹 회장이 직접 작업현장을 방문했다. 그리고 그의 딸이 렌느에서 유학했다는 말도 들었다. 이들이 브르타뉴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기뻐한다. 그런데 리앙 장 신누트라 회장은 벌써부터 주문량을 두 배(6억 리터로)로 늘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왜 아니겠는가? 프랑스는 매년 237억 리터의 우유를 생산하는데다, 우유 가격도 프랑스산이 중국산보다 2배나 저렴하니 말이다.
브르타뉴만 중국 우유업체를 유혹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중국의 우유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인 1인당 한 해 평균 우유소비량은 14.3리터이다. 53리터를 소비하는 프랑스인이나 144리터를 소비하는 아일랜드인에 비견할 바는 아니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중국인의 우유 소비량은 3배나 증가했다.
중국인들이 유아들에게 자국산 우유를 먹이지 않으려는 거부감을 확고하게 드러내면서 외국산 우유소비가 급등세를 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중국의 최대 낙농기업인 산루(Sanlu)그룹의 유아용 분유 파동을 기억한다. 수천 명의 악덕 농민들이 인위적으로 분유의 단백질 함양을 높이기 위해 분유에 건강에 해롭고 일종의 수지인 멜라민을 섞은 사건이다. 이로 인해 2008년에 29만 6천명이 신장결석에 걸렸고 이중 6명이 사망했다. 이에 대해 중국정부는 느린 반응을 보였지만 철저한 조처를 내렸다. 당시 가동 중이던 193개의 분유 공장 중 여전히 생산활동 중인 공장은 13개뿐이다. 따라서 이른바 “질 좋은 조제분유”라는 광고문구가 붙은 수입산 분유가 중국 시장에 범람하게 됐다. 물론 중국 분유 브랜드들도 손 놓고 있기보다는 해외로 진출하거나 명품 외국산 젖소들을 수입하고 있다.
중국은 조만간 브르타뉴에서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분유를 생산할 예정이다. 내(內)몽골에 진출한 중국 분유업계의 선두주자 이리(Yili)는 미국 캔자스의 대초원에 분유공장 설립을 예고했다.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장기간 보관용 우유 생산의 이탈리아 챔피언인 스테릴가르다(Sterilgarda) 사의 한 공장은 자사제품에 이리 마크를 붙여 중국으로 송출하고 있다. 지난 3월 26일, 이리는 또 네덜란드 와게닌겐 대학과 협약을 맺고 이곳으로 자사의 발전연구소를 이전시켰다.
여태까지 러시아로 우유를 수출하던 독일과 벨기에는 러시아로의 우유수출을 보이콧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분쟁과 연관된 국제사회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조치 때문이다. 따라서 이 국가들도 중국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14년 9월 4일, 독일농민연합 대변인 미하엘 로흐세는 “불행하게도, 우리는 독일 소비자들에게 건강상의 이유로 빵에 버터를 좀 더 발라 먹으란 말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 아시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했다. 벨기에 일간 <라리브르 벨지크(La Libre Belgique)>는 “벨기에 우유생산업자들 구하기에 나선 중국”이란 기사를 실었다. 20개의 벨기에 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 우유 수출허가를 받았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위험이 따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2015년 3월, 젖소 1만 1천 마리가 호주의 한 항구 격납고에 갇히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 고객이 젖소 대금을 사전에 결제하지 않고 중국으로의 배송이 끝난 이후에 하겠다고 버티면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어쨌든 호주는 더 이상 중국 우유생산업자를 환대하지 않는다. 이 우유생산업자들 중엔 중국 저장성에 위치한 우유생산업체 닝보사(社)의 부회장 해리 왕도 포함되어 있다. 그는 중국에서 30개의 목장을 운영하며 1만 2천 마리의 젖소를 키우고 있다. 매일 아침마다 목장 직원들은 작은 병에 대략 20cl 우유를 담아 마치 "기능성 식품"인 것처럼 그의 집으로 배달한다.
비싼 가격에 양질의 우유를 찾는 고객이 많다는 것에 착안해 왕은 호주의 많은 목장을 인수했다. 그는 신선한 우유 5만 병을 매일 같이 중국에 항공편으로 배송할 참이다. 그는 사업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새로운 호주 우유 공장에 중국 노동자 2천명(중국 임금 기준을 적용해)을 고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중국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호주를 뒤로한 채, 서둘러 뉴질랜드 공략에 나서고 있다.
멜라민 우유 파동이 발생하기 몇 달 전인 2008년 봄부터, 웰링턴과 베이징은 사실 키위와 우유에 대한 점진적인 관세 감면을 염두에 두고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풍부한 자연과 광활한 목초지로 유명한 뉴질랜드는 식품산업에 전례 없이 주력하고 있다. 세계 제3위 우유제품 수출기업인 뉴질랜드의 거대 그룹 폰테라의 추진 하에 우유 생산이 급증하면서 우유가격은 하락하고 지하수는 악화되었다. 환경운동가들은 이를 심히 우려하고 있다. 2015년 3월 초반에는, 뉴질랜드 총리가 이른바 "에코테러리스트"라 칭한 환경운동가들이 익명의 투서를 통해 유아용 분유에 독을 타겠다고 협박했다.(1) 이 사건 이후로 뉴질랜드산 우유병에는 베이징의 요구로 안전을 증명하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2)
마지막으로 라틴아메리카는 명품 젖소를 중국에 제공하며 중국 우유업체의 (라틴아메리카) 침략을 저지했다. 지난 1월에는 칠레가 젖소 7천 마리를 중국 천진 항으로 출하했다. 곧 2만 3천 마리를 추가로 출하할 예정이다. 주민 1인당 젖소 4마리를 기르고 있는 우루과이도 동일한 경로를 밟고 있다. 한편 캐나다는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예컨대 중국 젖소에 수정할 최고의 소 정액 수출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글·조르단 푸유Jordan Pouilles
번역·조은섭
파리7대학 불문학박사.
(1) ‘Threat to contaminate baby formula’, <The New Zealand Herald>,
Wellington, 2015년 3월 10일.
(2) ‘China to increase scrutiny of New Zealand milk’, <The New York
Times>, 2015년 3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