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 분열의 위험
2015-07-02 다니엘 베르트랑
프랑스군이 개입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말리는 여전히 평화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희망적인 소식은, 2015년 3월 1일 알제 협약을 통해 분열된 공동체들 사이에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각종 밀매 행위와 자원 품귀 현상으로 대립과 충돌이 최고조에 이른 현재의 상황에서, 협상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8개월 간 5차까지 이어진 협상 끝에 2015년 3월 1일 말리 평화 협정이 체결되었지만 현실은 불안정하기만 하다. 알제리의 주도 하에 국제 평화 중재자들은 국제연합(UN), 유럽연합(EU), 아프리카연합(AU),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CEDEAO), 이슬람회의기구(ICO), 부르키나파소, 모리타니, 니제르, 차드를 설득하였다. 그러나 말리 정부와 정부의 입장에 찬성하는 여러 단체들이 결성한 말리 북부거점운동 측만이 서명에 참여하였다.(1) 아자와드의 독립을 주장하는 반군 세력을 대화에 동참시키는 데 필요한 핵심 주체들이 빠진 것이다. 말리 중부에 위치한 가오와 디아발리에서 2015년 초부터 계속되어온 지하드 운동으로 시민과 바르칸느 프랑스군의 지지를 받는 군인들 2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2)
대화가 쉽사리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은 바로 말리 위기가 지닌 복잡한 이면들 때문이다. 단순히 남부와 북부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2012년과 2013년까지 지속된 폭력 사태들이 공동체들 내부에 깊은 상처를 남기면서 서로 간의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란 더욱더 어려워졌다. 여기에 말리 북부의 시민들이 직면해 있는 문제들도 있다.
과거 투아레그 족장들이 주도하여 일으켰던 폭동은 언제나 ‘현실을 비껴간’ 평화 협약으로 마무리됐고, 결국 불안의 원인들은 그대로 유지되거나 또는 더 악화되었다. 곧 폭동 세력은 해산하는 대신에 정부로부터 채용되고, 보조금을 지급받고, 직종을 변경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이다.
그리고 마약 밀매가 막대한 수입원으로 떠오르고 지하디즘이 수입되면서 납치를 하고 인질의 몸값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였고, 사회경제적 판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게다가 걸프만 국가들로부터 많은 사람들과 물자들이 말리 국내로 유입되는 가운데, 구호단체들이 퍼뜨린 이슬람 극단주의 사상이 사헬 지역 사회 곳곳에 침투하게 됐다. 또한 말리 북부의 일부 엘리트 계층들 사이에선 이익과 신념이 충돌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투아레그족 이포가스의 귀족들과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 집단, 알-무라비툰의 이포가스와 서아프리카지하드통일운동의 풀라인족이 그 예이다. 이는 모두 거의 부재하다시피 하고 힘없는 말리 북부의 중앙정부 때문이다.
한편, 젊은 세대는 불법 소득을 새로운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신흥 부유층에는 정치인의 자녀들뿐 아니라 정치적 세력이 없는 젊은이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각 공동체를 내부적으로, 그리고 공동체들 간의 관계를 바꾸어 놓았으며, 권력을 둘러싼 세대 갈등을 첨예화시켰다. 말리 북부의 젊은층에서도 사회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부족 및 공동체 수장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이 감지된다. 사실, 윗세대에게 순응하기를 거부하는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1990년대 초부터 아랍계와 투아레그족 출신의 젊은이들은 불법 행위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끌어 모은 다음 도로교통회사에 투자하고, 가축을 사들이고, 값비싼 물품을 구매하였다. 이런 식으로 사회 질서가 전복됨으로써 윗세대에 대한 공경심, 투아레그족 고유의 전통적인 피라미드 계급구조에 대한 존중 같은 기존 가치 체계에 혼란이 생겨났다.
현재 말리 북부의 경제는 마약, 담배, 휘발유 밀매와 인신매매로 벌어들이는 돈으로 상당한 도움을 받고 있다. 안정적인 수입원을 가진 일부 북부 시민들은 자신들의 수입을 남부와 나누기는 싫다는 이유로 말리 정부와의 협상에 거부감을 표한다. 게다가 기후변화의 가속화로 인해 자원고갈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일례로, 가뭄으로 수원의 개수가 줄어들면서 수원 확보를 위한 경쟁은 날로 심화되고 있는데 말리의 인구 증가율은 3.6%로 세계에서 거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5)
말리 북부에서 일어나는 반군 활동의 대부분은 키달을 중심으로 조직되고 실행된다. 키달은 공동체들 간의 갈등이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는 지역이다. 투아레그의 피라미드 계급구조에서 윗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포가스 전사계급은 오늘날 두 가지 형태의 갈등 상황에 직면해 있다. 첫 번째는 전통적인 귀족들과 이 귀족들을 섬기던 임가드 간의 반목이고, 두 번째는 새로운 부족장, 즉 아메노칼을 선출하는 선거가 12월 말에 치러진 후 아포가스 내부에서 감지되고 있는 분열 양상이다. 현자에 의해 선택되어 아버지의 뒤를 잇게 된 모하메드 아그 인탈라는 말리 북부의 독립에 반대하고 있지만, 그의 남동생이자 그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알가바스 아그 인탈라는 이에 찬성하는 입장인 것이다. 알가바스 아그 인탈라는 이야드 아그 갈리의 전 보좌관으로, 현재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주도하는 말리 반정부 운동 안사르 디네를 이끌고 있다. 말리 정부의 여당 의원으로도 활동하게 되는 새로운 아메노칼 모하메드 아그 인탈라는, 알제 평화 협상에 서명하지 않고도 북부 지역을 말리 국토로 유지하기 위해 전통적인 부족장들을 설득하고 있다. 반면 그의 남동생은 알제 평화 협상 문서에 ‘강경’ 조항을 추가하고자 지역 공동체들에게 압력과 회유를 교대로 가하면서 재협상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마약 밀매를 둘러싼 주도권 쟁탈전으로 기존의 갈등이 증폭
투아레그족 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이포가스와 임가드 간의 갈등은 이포가스의 입장을 대변하는 아자와드 운동 연합(CMA) 회원들과 평화 협상 문서 서명에 찬성하는 투아레그 임가드 자기방어 그룹 연합(Gatia) 회원들의 폭력 대치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 Gatia는 말리군, 특히 아그 가무 대령으로부터 암묵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데, 아그 가무 역시 임가드 출신으로 갈리와는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오 지역에도 이와 유사한 갈등이 존재한다. 아랍계 귀족인 쿤타와 그 아래 계급인 틸렘스-라마르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포가스와 임가드의 경우에서처럼, 기존의 갈등에 밀매를 둘러싼 주도권 쟁탈전이 더해지면서 상황은 더욱더 악화되고 있다. 틸렘스-라마르는 또한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인 서부 아프리카의 통일과 지하드를 위한 운동(Mujao)에도 참여하고 있다. Mujao에는 틸렘스-라마르뿐 아니라 가오 지역과 서아프리카 국가들에 거주하고 있는 풀라인족들도 상당수 포함된다. 서아프리카 국가들 중 나이지리아와 기니는 특히 마약 밀매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Mujao는 알제리와의 마약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투아레그족과 아랍인들을 공격하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 국가의 재건이라는 목표를 위해 말리 정부가 북부의 내부적 분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려고 시도하면서, 평화 확립의 길은 더욱더 멀어지고 있다. 1960년 독립 이후 말리 국토의 북부와 남부는 구조적으로 연결되었는데, 민족 정체성이나 공통된 목표를 바탕으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기니에서 알제리와 리비아까지 이동하는 유목민들에 의해 연결된 것이었다. 과거에는 유목민들의 영향력이 이토록 막강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말리 북부의 아자와드 유목민이 독립을 통해 이제까지는 존재하지 않던 개념인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주장은, 비옥하고 쓸 만한 땅들이 점점 더 갈망과 탐욕의 대상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부 사람들’의 땅에 대한 인식이 어느 누구도 이용할 수 있는 주인 없는 공간이라는 인식에서 하나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각종 갈등들을 해소하고 말리 북부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모든 공동체들은 새로운 동력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이는 말리 내부에서 찾을 수도 있고 또는 공동체들 간의 합의 하에 외부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투아레그족은 본래 가축 사육자, 상인, 전사였다. 투아레그족 사회는 식민지 시절과 말리 독립 직후에도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대대로 내려오는 투아레그족의 가치들과 정체성은 세계화와 기후 변화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말리 북부에 평화를 유지하면서도 공동체들의 공존을 가능하게 하려면 투아레그족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까?
사실, 투아레그족과 북부의 다른 공동체들 간의 관계는 오늘날 재정립되는 과정에 있다. 특히 유목민과 정착민 사이의 관계는 역사적으로도 늘 복잡했다. 풀라인족, 아랍인, 송가이족은 투아레그족의 패권주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다른 종족들과는 달리 투아레그족은 아자와드 운동 연합 내에서도 가장 강경하게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관계는 국가적 합의에 의거한 사회를 만들고자 마련된 새로운 환경 속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달라질까? 다시 말해, 북부 지역의 공동체들은 과연 의견 통합을 이루고 말리 정부 측에 자신들의 통일된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을까?
말리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두 단계에 걸친 치료법이 필요하다. 우선, 말리 북부의 상황이 정리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 대표들이 공동체들 간의 합의를 거친 명백한 요구 사항들을 가지고 협상에 나설 수 있게 된다. 그 다음으로는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한 규범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알제 평화 협상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한다. 알제 평화 협상의 체결은 화해와 협력이 시작되는 최적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알제 평화 협상이 체결되었다 해도 이는 국가 통합으로 가는 긴 여정의 첫걸음에 불과하다. 2014년 여름부터 시작된 이 여정의 목표는 바로 갈등의 심층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말리의 독립 이후 끝없이 이어져온 갈등-화해-갈등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임시정부 시절(협상 체결 이후 18~24개월) ‘각 부족 별로 동일한 수의 대표들이 모여’ 결성한 국가화합회의(CEN)에 이러한 원인들의 검토를 의뢰한 것은, 말리 위기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님을 보여준다.
알제 평화 협상은 국가 체계를 재정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CEN은 평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평화헌정을 채택해야 한다. 또한 부정부패 방지 위원회와 전범, 인권 범죄, 대량 학살, 성범죄, 그리고 말리 국토 내에서 이루어지는 국제법 위반 행위들을 면밀히 조사하는 국제조사위원회 등 임시 사법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국제 중재 단체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상황을 지켜보면서, 북부의 공동체들과 남부의 말리 정부 간의 소통뿐 아니라 여러 공동체들 사이의 소통을 도움으로써 모든 말리 국민들이 국가적인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각 공동체 내에서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 주체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글·다니엘 베르트랑 Daniel Bertrand
벨기에 외교부 대사, 사헬 지역 담당. (* 위 글은 철저하게 글쓴이의 개인적인 분석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
번역·김소연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애국주의 운동 모임(CMFP), 아자와드 구원을 위한 민중 운동(MPSA), 아자와드 아랍 운동(MAA), 아자와드 민족 동맹(CPA).
(2) ‘혼란 속 말리, 관망 속 알제리’, 필리프 레마리, Défense en ligne, http://blog.mondediplo.net.
(3) ‘말리, 개혁이냐 붕괴냐’, 아프리카 리포트, 제210호, 국제위기그룹, 브뤼셀, 2014년 1월 10일.
(4) 안 프린츠, ‘사헬 사태의 복병, 코카인 밀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년 2월.
(5) 1998-2009의 연평균 수치, 말리 통계청.
(6) 이포가스의 엘리트 계층 내에서 감지되고 있는 긴장 관련, 알파 마하만 시세, ‘키달 : 평화 협정을 놓고 두 인탈라는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Maliactu.net, 2015년 3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