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에 파견된 ‘유럽임무단’의 몰락

2015-07-02     아나 오타세비크

처벌받지 않는 범죄, 매년 되풀이되는 무역수지 적자, 실업을 면하기 위해 조국을 떠나는 국민들, 대알바니아를 꿈꾸는 지도자들… 현재로서는 코소보의 앞날에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유럽연합의 지원은 아무런 빛을 보지 못하고 있고, 코소보의 법치 확립을 위해 파견된 국제임무단은 각종 부정부패로 얼룩져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유럽연합에 입국을 시도한 코소보인의 수는 10만여 명에 달한다. 봄이 오면서 그 숫자는 더욱더 늘어나고 있다. 헝가리 국경에 도달하기 위해 세르비아 국토를 가로지르는 가족들의 행렬이 매일 줄을 잇는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당국에 따르면, 코소보 내 알바니아인 6만여 명이 유럽비자를 취득하기 위해 세르비아 여권을 신청했다고 한다.

“코소보가 독립을 선포하고 유럽연합이 보호감독을 실시한 지 7년이 지난 지금, 코소보는 그야말로 붕괴 직전의 상태입니다.” 2012년 3월까지 국제민간사무소(International Civilian Office, ICO)의 경제부 총괄자로 일했던 안드레아 카푸셀라는 말한다. 국제민간사무소는 코소보에서 활동하는 주요 단체들 중 하나다. “상황은 유럽임무단의 도착 이전보다 더 나빠졌습니다.” 그는 최근 유럽연합 측이 발칸반도에서 추진 중인 정책들을 신랄하게 비판한 글을 출판했다.(1) 그에 따르면, 현재의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유럽연합이 1999년부터 2013년 사이에 코소보에 쏟아 부은 50억 유로의 사용 내역과 유럽 외교정책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가을부터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대표는 유럽연합 코소보 법치임무단(Eulex)에 대한 각종 의혹들을 해명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Eulex는 코소보의 사법 및 치안 유지 기관들을 강화하기 위해 2008년 2월에 결성된 단체로, 연간 지원금 1억 1,100만 유로를 바탕으로 600여 명의 직원들이 코소보 내 부정부패와 조직범죄 척결을 위해 활동한다. 그러나 오늘날 몇몇 고위 간부들은 공금 횡령 의혹을 받고 있고, 단체 측은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Eulex의 간부들은 지난 1년 동안 사건을 덮으려 했을 뿐 아니라, 이에 대한 조사도 방해했습니다.” 부정부패 스캔들을 처음으로 세상에 폭로한 마리아 바미에는 말한다. 그녀는 영국 출신의 검사로 유럽임무단 내에서 범죄사건을 담당하였다. 2012년 보고서에서 그녀는 상관들, 특히 고위 간부 2명에 대해 부정부패 의혹을 제기하였다. 한 명은 Eulex 판사 회의의 의장을 맡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판사 프란체스코 플로리이고, 또 한 명은 검사장인 바로슬라바 노보트나이다. 마리아 바미에는 코소보 보건부의 전 사무차관이자 2010년부터 부정부패와 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일리르 톨라즈와 중개인들 간의 전화통화 내용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 중개인들을 통해 일리르 톨라즈는 Eulex 간부 두 명과 은밀한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2)

마리아 바미에는 Eulex와 관련된 다른 사건들도 끄집어냈다. 그 중에는 조직범죄 및 공금 횡령 혐의로 고발된, 전 교통부장관이자 코소보 내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파트미르 리마즈 사건도 있고, 폭탄테러 사건 혐의를 받고 있는 프리슈티나 마피아의 중간 보스 엔버 세키라카 사건도 있다. 그러나 그녀가 작성한 보고서는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 버려 이 사건들 이후의 상황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2014년 10월, 코소보의 주요 일간지 <코하 디토레(Koha Ditore)>는 이 보고서와 관련된 정보를 입수하였고, 이를 빌미로 Eulex의 새로운 수장 가브리엘 메우치의 정책 고문관 캐서린 피어런과 인터뷰를 할 기회를 얻었다. 베흐비 카즈타지 기자는 이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 피어런이 정보의 입수 경로를 추궁했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위협을 가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코하 디토레>는 2014년 10월 27일자 신문에 사건의 조사 내용을 게재하였고, 이를 이유로 바미에는 Eulex에서 해고되었다. Eulex는 ‘과로로 인한 퇴사’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언론사 측에 Eulex의 정보가 흘러들어간 것을 메우치가 탐탁지 않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바미에는 런던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Eulex의 고위 간부들이 범죄사건에 연루된 코소보 정치인들과 지나치게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며 계속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간부들이 마피아나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코소보 정치인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의 본래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요?”

스캔들이 터지자, 모게리니는 사건에 대한 조사를 스트라스부르 유럽고등연구원의 전 총괄자 장-폴 자케 교수에게 의뢰하였다. 국제법 전문가인 그는 Eulex의 상부 기관인 EU 각료 이사회의 법무부를 1992년부터 2008년까지 이끌었다. 지난해 4월 14일에 공개된 자케의 보고서에 의하면, 그는 Eulex 측이 사건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한 것은 아니고 일련의 행정적 착오들이 이어져 현재의 스캔들이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U 본부는 Eulex의 내부 의혹들이 포함된 문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고, Eulex 간부들은 스캔들의 도화선이 된 전화통화의 내용이 ‘별로 신뢰할 만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조사를 차일피일 미루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바미에가 그녀의 상관에게 부정부패 의혹을 제기한 직후부터 조사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카즈타지 기자가 받았던 위협에 대해 자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추측한다.(3) “캐서린 피어런 고문관은 범죄 관련 정보들이 공개될 것을 우려해 기자에게 주의를 시켰던 것 같습니다. 범죄 정보 공개는 코소보법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유럽임무단 내에 만연한 부패

그러나 카즈타지로서는 자케의 보고서를 객관적인 거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다. 카즈타지는 다음과 같이 단언했다. “그는 제가 위협을 받은 것이 아니라고 결론내렸습니다. 다만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죠. Eulex는 제가 기사를 싣게 된다면 고소를 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자케는 임무단이 부패에 연루되어 있다는 내용을 최소화하려고 시도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케의 보고서는 Eulex를 국가 재건의 본보기인양 제시하는 EU의 여타 기관들의 공식적인 담론들과는 분명히 차별된다. 자케 교수는 유럽연합 대표단이 매우 비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코소보에서 부정부패는 ‘법조계도 예외 없이 전 분야에 걸쳐 만연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그에 따르면, 법치국가 확립을 위한 지난 7년간의 노력으로 부정부패가 완전히 근절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부정부패를 척결할 수 있는 시스템의 기본은 마련되었다.’ 자케 교수는 Eulex(2016년에 임무가 끝난다)가 내부적인 개혁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그 존재 의미를 상실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러나 현재 코소보의 사법 시스템으로는 모든 사건들을 다룰 수가 없기 때문에, Eulex의 임무 중단은 다소 시기상조로 보여진다.

바미에는 자케 교수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그의 보고서 내용이 실망스러울 뿐 아니라 부정확하다고 지적하였다. 독자적인 조사를 통해 작성된 문서가 아니라 단순한 내부 보고서에 가깝다는 것이다. ‘전화통화 내용을 보면 뇌물이 오고 간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바미에는 또한 노보트나 검사장이 조사를 받지 않게 된 것에 유감을 표했다. 그리고 플로리에 대한 EU의 조사가, 그녀가 상관에게 부정부패 의혹을 제기했던 2012년이 아니라 독일의 정보기관으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은 2013년이 되어서야 착수되었다는 사실에도 아쉬워했다. 마지막으로 바미에는 그녀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Eulex를 퇴사해야만 했던 전 동료들의 이름을 열거했다.

구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의 악습(4), 코소보 해방군(UCK)의 장기 매매와 각종 범죄 행위에 대한 클린트 윌리엄스 검사의 고발(5)이 그러했듯이, 바미에 스캔들 역시 코소보에 파견되어 있는 단체들의 부정부패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이다. “우리는 부정부패와 조직범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도 우리가 세운 불안정한 통치 체제나, UCK 출신의 엘리트 범죄자들이 공공 자금을 훔치고 권력과 결탁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코소보의 EU에서 4년간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카푸셀라가 분노하며 설명한다.

1999년 코소보 사태 때 서방의 지원을 받은 주요 게릴라 세력인 UCK는 NATO 폭탄테러사건과 1999년 세르비아 항복 이후에 권력을 잡았다. 구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의 검사 카를라 델 폰테와 딕 마티가 유럽이사회의 이름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UCK는 세르비아인, 롬족, 알바니아의 정치적 반대 세력들에 대한 수탈과 폭정에만 몰두했다고 한다. 이들은 심지어 코소보 사태로 유엔 코소보 임시행정부와 나토군이 파견된 직후에도 상당 기간 동안 살해, 유괴, 감금, 고문을 자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유럽임무단은 시민을 보호해줄 능력이 없었습니다.” 크리스 데커가 설명한다. 그는 국제위기그룹의 회원 자격으로 1999년 코소보에 왔으며 그 이후에는 유럽안보협력기구에서 일했다. “UN 경찰은 전투력이 부족했고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UCK가 범죄를 행하기란 매우 쉬웠습니다.” 코소보 현장에서 12년을 보낸 데커의 말이다. “국제사회는 매번 똑같은 잘못을 반복적으로 저지르고 있습니다. 군사적으로 개입하고 난 다음에는 범죄세력이 권력을 잡도록 그냥 놔둡니다. 그러면 법치국가 확립은 더욱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부터 유럽 측은 현지의 엘리트 계급층, 즉 ‘거물급 인사’들을 열외시켰다. 이들이 공공질서를 어지럽히고 불안정을 초래한다는 이유였다. Eulex의 접근방식도 이와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엘 폰테에 의하면, UCK의 최고위 간부들은 Eulex의 목표 달성에 위험 요소가 될 뿐 아니라 발칸 반도의 평화 정착을 방해하는 인물들이다. “실제로 하심 타시(2008-2014년 총리)과 아짐 세쿠(2006-2008년 총리)는 군부에 반감을 가진 알바니아계 소수 계층을 이용해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남부, 그리고 다른 지역들에서 폭력 사태가 일어나도록 조장할 수 있었습니다.”(6)

“처음에 저는 Eulex 내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무지함, 무능함, 나태함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나중에야 이러한 태도가 정치적 선택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지요.” 카푸셀라는 말한다. 게다가 모든 국제 임무단은 무처벌의 특권을 누리며, 소속 회원들은 법적 소송으로부터 자유롭다. “국제 임무단의 직원들은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본국 정부들이 자신의 나라를 대표해 파견된 직원들이 재판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카푸셀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경제적, 재정적, 그리고 인권적 측면에서 Eulex가 저지른 명백한 잘못들을 열거하였다. Eulex는 또한 민영화(통신, 시멘트), 도로 건설, 토지 수용, 부정 선거, 기자 협박, 정치적 암살, 전범과 관련된 부정부패 사건들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더 나쁜 것은 Eulex가 때로는 무고한 사람들을 고소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Eulex는 중앙은행의 총재를 4개월 동안이나 구금했다. 카푸셀라는 이러한 처사가 부당하다고 Eulex 측에 경고했다. 중앙은행 총재는 권력층 인사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것이었다. 중동 지역의 은행 세 곳에 대한 송금 요청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부정부패와 정당한 처벌의 부재가 코소보 전체에 만연한 가운데, 긴장은 계속해서 고조되고 있다. 코소보의 최고 권력자 하심 타치는 국민의 관심을 외부로 돌리려고 애쓴다. “하심 타치는 자신의 막강한 영향력을 이용해서 마케도니아에 폭동을 촉발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 지역은 코소보 내 세르비아인들과 EU 파견인들에 대한 반감이 높은 곳이지요. 조만간 브뤼셀과 워싱턴에 ‘당신들은 신경 쓰지 마시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낼 겁니다.” 카푸셀라는 추측한다. 데커 역시 코소보의 정치인들이 폭력을 이용하는 경향이 있음에 동의한다. “만약 (세르비아인들과 다른 소수계층에 반발하여 일어난) 2004년 폭동이 없었다면, 독립에 대한 열망이 그토록 높아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Eulex가 정의를 실현하는 데 있어 무능하고 자격이 미달한 사실을 볼 때, EU가 임무단에 투자한 10억 유로의 사용처가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코소보 국민들의 권리 보장과 코소보 지역의 평화 유지 가능성도 불투명하게 보인다.

 

 글·아나 오타세비크Ana Otaševic

 

번역·김소연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안드레아 로렌조 카푸셀라, <코소보 국가 재건 : 민주주의, 부패 그리고 발칸반도의 유럽 연합>, I.B. Tauris, 런던, 2015

(2) 줄리안 보저, ‘부패 의혹에 휘말린 EU의 가장 큰 국제 임무단’, <더 가디언>, 런던, 2014년 11월 7일

(3) ‘코소보 파견 유럽임무단에 의해 협박을 당한 기자’, <국경 없는 기자회>, 파리, 2014년 10월 31일

(4) 장-아르노 데랑스, ‘실패한 발칸 전범 재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년 1월

(5) ‘특별 조사반 검사장의 조사 결과 보고서,’ www.sitf.eu. 이 보고서에 따르면, 코소보 국회는 구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의 권한 밖인 이 범죄들을 재판하기 위해 특별재판을 구성하여 5월 말까지 유지하였다.

(6) 카를라 델 폰테, <추격. 전범과 나>, Edition Héloïse d'Ormesson, 파리,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