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바뀌어도 아메리카 제국은 영속한다

11월 미 대통령선거 이후

2008-09-26     아르노 제이 메이어 | 프린스톤대학 역사학과 명예교

세계 최강 군사력… 전세계에 '눈과 귀'포진 
경제·문화·과학·외교 분야서도 '패권'

오늘날 이라크에서 진퇴양난에 처해 있고, 중동과 코카서스에서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미국에선 부시의 재앙과도 같은 무능함이나 차기 대통령 후보들의 제국주의적 열정이 극을 달리고 있다. 이는 스페인 전쟁(1898년)으로부터 태동한 하나의 제국을 향한 열정이나, 2차 세계 대전 후의 팍스 아메리카나 조정자로서의 욕망보다 결코 덜한 것이 아니다.


 미국은 베트남의 모험에서도 살아남았으며 이라크 전쟁 실패로부터도 실제  별 피해없이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일시적으로는 주춤거리겠지만 제국은 양당제와 경제계의 압력, 그리고 기독교 사이에서 그의 길을 계속 갈 것이다. 일반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엘리트들만을 위해, 그처럼 허둥지둥 값비싼 실수를 되풀이하는 모습은 성숙기에 이른 제국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미국은 필경 붕괴할 것이지만 때이른 붕괴를 섣불리 예고하는 것은 분명 과장이다. 견줄만한 군사적 강대국이 없는 상태에서 미국 제국은 앞으로도 여전히 세계의 유일 초강대국으로 계속 군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너무나 교만하고 팽창된 제국은 이전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힘겹게 싸운 나머지, 그 위신과 힘에 있어서 그 기반부터 침식당하는 고통을 맛보게 된다. 그들의 신경 쇠약은 갈수록 날카로워 질 것이며 그에 따라 공격성도 그만큼 격렬해질 것이다.


 그때쯤이면 자신들이 결코 종이호랑이가 아니라고 전 세계에 상기시키려고 안달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라크에서의 미국의 태도와 이 지역에서의 위기의 재발을 고려해 볼 때, 그들은 이란이나, 시리아, 레바논, 아프카니스탄, 파키스탄, 수단, 소말리아, 그루지아, 혹은 베네주엘라에서 과연 위기의 단계적 확대를 선택할 것인가? 개입 지역의 선택이나 그 전략에 있어 메케인이나 오바마의 관점은 서로 다르다.

 

  그러나 메케인이나 오바마, 그 누구도 이러한 행동의 필요성이나 정당성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고 있다. 전자는 전선을 이라크에서의 테러에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후자는 파키스탄이나 아프카니스탄을 생각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미국은 이전의 그 어느 제국보다도 우월한 편이다. 바다, 하늘, 우주와 사이버 공간에서도 거의 압도적이다. 워싱턴은 아무리 먼 거리에서도 가히 기록적인 속도로 자신의 힘을 과시할 수 있다. 국제 경찰처럼, 위기 혹은 위기가 있으리라고 추정되는 상황을 확대하거나 통제하기 위해서 지구상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서둘러서 개입할 수 있다.

   전 국방 장관 도널드 럼스필드는 "우리의 적들을 우리의 사정거리 밖으로 둘 수 있을 만큼 이 세계의 어느 구석도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며, 어떤 산맥도 그렇게 높지 않고 어떤 동굴, 어떤 벙커도 그만큼 깊지는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 1)
 

  미국은 연간 예산의 20% 이상을 국방 분야에 할당하고 있다. 이는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들의 총 국방예산과 같은 액수다. 이것이 사회를 해친다 한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미국의 군수 산업은 외국에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지 않는가?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중동 국가들과 걸프만 국가들은 복잡한 하이테크 방위 무기 구매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소비하고 있다. 2)
 

  미국은 고전적인 의미의 영토적 식민지를 설정하는 대신에, 육·해·공군 기지를 설정함으로써 헤게모니를 보장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불가리아, 체코 공화국, 폴란드, 루마니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지시스탄, 타지키스탄, 이디오피아, 케냐 등 100여 국가 이상에 군사 기지를 가지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 숨어 있는 16개의 정보국이 국경 없는 이 제국의 군대에 눈과 귀를 제공하고 있다.
 

워싱턴은 12대의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 3대만 비핵 모함이다. 이 거대한 모함들은 각기 상당한 해병, 파일럿, 병사들을 포함하여 80여대의 비행기와 헬기를 수송할 수 있다. 대개는 자동 조정되며 미사일을 장착한 구축함. 잠수함, 순양함들이 거대한 모함 주위를 맴돌고 있다. 해군은 지구상 곳곳에 분산 배치되어 있는 기지에서 감시하며 주요 해상로를 순찰하고 있다. 해군은 전혀 새로운 유형인 제국의 '피흘리는 신경 중추이며 척주'이다. 항모는 항공기들을 이동시키고 이 항공기들이 군대와 무기, 보급을 담당하는 셈이다.

  워싱톤과 펜타곤에서 해군이 최근에 육군이나 공군보다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3)
 2006년과 2008년 사이에 지중해 동부, 홍해, 걸프만, 인도양에서의 미국의 존재는 전 세계를 상대로 자신의 근육을 과시하고자 하는 미국의 의도를 증명했다. 4) 필요하다면 무기에 '인도주의적 도움'이라는 허울을 씌우고라도 정치적 이점을 겨냥하고 있다. 두 대의 항공모함이 바레인과 카타르, 지부티 사이에 정박하고 있다. 완벽하게 지상무기와 수륙 양용 전차를 장비한 이들은 특수 작전을 위해 훈련된 인원과 수 천의 육· 해병들을 수송한다.
 

  바다의 이 거대한 거인들은 2007년 1월 국방잔관인 로버트 게이츠(Robert Gates)가 미국은 "걸프만에서 앞으로도 한참 동안 유지될것"이라고 밝힌 바처럼 자신들의 존재를 상기시키기 위해 그곳에 있는 것이다.5) 일주일 후, 정무담당 차관인 니콜라스 번스(Nicholas Burns)는 "중동은 이란에 의해 지배될 운명을 타고난 것이 아니며, 걸프만의 물이 이란에 의해 통제될 운명도 아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이 지역에 두 개의 전투 부대를 주둔 시키는 이유" 라고 말했다.6)
 

 번스와 게이츠의 이런 말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미국의 어느 국방 장관, 국무 차관 혹은 시아이에이(CIA)의 국장, 혹은 지난 60여년 동안 어떤 미국 대통령들의 입에서도 흔히 나올 수 있는 얘기다.
 

  첫 번째 캠프 데이비드 협상 후 1년이 조금 지난 후, 그리고 테헤란에서의 인질사건과 소련의 아프카니스탄 침공이 일어난 불과 몇 주 후인 1980년 1월의 연설에서 대통령 지미 카터(Jimmy Carter)가 "페르시아만을 통제하려는 어떤 시도도 미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될 것"이라며 "이러한 공격을 물리치기 위해서 군사력의 사용까지를 포함한 모든 적절한 수단이 동원될 것"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7)
 

  그는 또 소련군의 아프카니스탄 진주는 "전 세계의 채굴 가능한 석유의 2/3를 매장하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과 인도양에서 300마일 떨어진 곳에서 전 세계의 석유 자원의 주요한 통로인 해양로"이기도 한 이 지역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6년 전 국무 장관인 헨리 키신저는 카터 행정부 당시 고문으로서 모스크바의 위협을 기억하며, 이번엔 테헤란을 겨냥해 "만일 이란이 옛 페르시아 제국의 전통과 현대 이슬람의 열정을 조합하려 한다면, 세계의 나머지 국가들에게 중대한 의미를 갖는 이 지역에서 제국주의적 꿈을 실현하도록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옛 카터 독트린을 재확인했다. 8)
 매우 복잡한 재래식 무기를 갖춘 병사들은 더 이상 국가간의 전쟁이 아닌 비-재래식 무기와 전략에 의존하는 단위의 비대칭적 전쟁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모함이나, 전투기, 안티 미사일, 군사 위성, 정찰 로봇, 자동 조정되는 차량과 배들은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직접 혹은 간접적, 공개적 또는 비밀스럽게, 군사적이거나 민간 차원에서나 다른 국가의 내정에 개입하는 것은 1945년 이래 미국의 대외 정책의 초석이다.  이 개입은 대체로 일방적이며, 아프카니스탄, 파키스탄, 이라크, 레바논, 팔레스타인, 이란, 시리아, 소말리아, 수단, 우크라이나, 그루지아, 카자흐스탄, 니카라구아, 그리고 파나마에서 끊임없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와 공공의 권리'라는 변형을 구축하면서 미국의 이익을 옹호해왔다.
 냉전시대에 창설된 국제개발처(United State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Usaid)와 풀브라이트 프로그램, 9) 문화적 자유를 위한 콘그레스를 모델로 삼아서 새로운 대 테러 세계 전쟁을 지지하는 '완력가'들은 비슷한 메카니즘을 만들어 냈다.10)
 '밀레니엄 첼린지'와 '중동 협력 이니셔티브'가 그것이며, 둘 다 국무부 소속이다. 예전의 '랜드 코퍼레이션'(Rand Corporation)과 전략 분석 연구소, 소비에트 연구소 등이 각광받던 '영광의 날'들을 상기하면서 국방성은 고급 인력을 '미네르마 프로젝트'에 참여시켜 미국이란 제국에 대항하는 새로운 형태의 비정규 전투에 대비하도록 했다.


 미국의 강력한 경제력, 혼합적인 문화, 그리고 과학 역시 강대한 군사력과 흡사하다. 견줄 만한 적수가 없다. 때로 자국의 재정 시스템을 한시적으로 마비시키고 세계 경제를 혼란스럽게 하는 엄청난 규모의 재정과 무역 적자를 차치한다면, 종합적으로 볼 때 미국의 경제는 굳건하다. 11)

 움츠러든 산업과 제조업 분야는 미국경제의 약한 부분이다. 그렇지만 미국은 연구 개발 분야에서, 인공지능 특허, 분자 생물학과 신경학 분야에서 여전히 높은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공공 기금과 기부금, 기업의 후원을 받는 대학과 연구소들이 외국을 향한 안테나 역할을 수행하며, 동시에 전 세계에서 인재를 끌어 모아 주도적 위상을 더욱 굳건히 다지고 있다. 세계화된 박물관에 대한 열정, 거대 기업 본사 조직 구조, 일반화된 마켓팅 사업전략, 이런 것들이 미국의 미래에 대해 회의를 갖는 자들로 하여금 "아메리카 모델은 아직은 여전히 잘 존속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그러므로 이 나라가 경제학뿐 만 아니라 자연 과학 분야에서도 노벨상을 거의 독식하는 것도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각종 민간기구·기관 '미국식 가치관'생산 
'미국없인 세계의 어떤것도 해결 안된다'


 전 세계에 걸쳐, 특히 젊은 세대와 안터넷 사용자 세대에서 공용어처럼 군림한다. 이 현상은 미국의 공·사 재정 기구와 다국적 기업의 거대한 영향력을 설명해주며 또한 이에 일조한다. 미국의 대중문화와 소비 행태는 좋건 싫건 지구상의 가장 후미진 구석까지 침투한다. 월마트, 맥도날드, 헐리우드, 스타디움과 텔레비전 시리즈물이 빵과 서커스로 보는 이들을 어지럽게 한다.

 이처럼 강력한  미국은 어느 날 갑자기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천연 자원, 새로운 시장 그리고 전략적 위치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찾아 왔다는 점에서 미국은 과거의 대제국들과 비교 될 수 없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미국이 지배적인 위치를 고수 할 만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물론 어떤 계층은 다른 여타 계층보다 더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제국은 단지 경제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문화와 심리적 차원에서도 이들을 이용하고 있다. 이는 인텔리겐챠나 자유 직종 종사자와 언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군사력과 여타 분야에서도 거대한 예비 자원을 소지하고 있다. 이것으로 미국은 전 세계에 걸쳐서 계속해서 개입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에서의 진퇴양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필요한 의지도 있으며 자원을 동원할 수도 있다. 물론 어떤 대규모 지상 작전을 수행할 전투 병력이 부족할 수 있으며, 반란군이나 게릴라 또는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작전에선 일종의 전략상 부조화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병사 부족 현상은 그다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제 3세계에 있는 보호령'에서 싸구려 가격으로 용병을 사들여 작전 지역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신의 제국주의적 의도를 시민의 권리라든가 사회 복지, 여성해방, 법치주의 원칙 혹은 인류를 위한 민주주의라는 비이기적인 명분으로 위장할 감출 수도 있다. 이는 정당에 관계없이 하나의 책략이다. 미국의 모든 지도자들은 같은 속마음을 가지고 있다.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되기 전까지는 공산주의의 유령을 쳐부수는 것이었으며, 9.11이후에는 이슬람 근본주의라는 악마의 목을 조르는 것이었다.
 

  2006년 12월 6일 양 당에서 공동으로 준비한 베이커-해밀턴(Baker-Hamilton) 이라크 스터디 그룹의 보고서는 티그리스강 연안의 혼돈보다는 미 제국에 궁극적으로 가해 질 충격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이 나라는 시트 이슬람과 수니파 이슬람 사이에, 쿠르드 족과 아랍 족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양의 석유를 매장하고 있는 국가이며 오늘 날에는 반 알카에다와 반 테러리즘 작전 기지 역할을 한다. 이라크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통제해야 할 부분으로서, 미국이 이 지역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12)
 

  보고서는 "이라크는 이 지역뿐 만 아니라 세계의 안정에도 불가피한 지역으로서 미국의 이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이같이 평가했던 것이다. 침략당한 이라크가 중요한 이유는 이 나라가 카오스에 더 빠지는 것이 전 세계에 비쳐지는 미국의 이미지를 윤색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베이커 의원과 해밀턴 의원이 가장 저명한 '독립적', 혹은 '양당 공동의' 전략 연구소나, 베트남 전쟁후 번창하기 시작해 '제 5의 권력'이라고까지 불리는 싱크 탱크에 도움을 요청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조언을 부탁받은 수많은 연구소와 고문들,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참여를 굳이 감추려 하지도 않는다. 몇몇은 이라크에 관한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 될 텍스트나 분석자료를 제공한다.
 

 예컨대 빌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으로부터 재정을 받는 국제전략연구센터(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CSIS)는 베이커- 해밀턴 위원회가 도움을 구한 또 다른 핵심 자문 기관이다. 민간 내지는 공무원으로부터 전문가들과 행정가들을 모아놓은 이 연구소는 "지도자들이 미래를 예측하고 변화를 미리 앞당길 수 있도록 전략 분석과 실용적인 해결책을 제공함으로써, 정치적 변환의 시기에 번영을 지속하고 세계의 안정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들 위원들 중에는 타임 주식회사의 전·현직 회장, 코카 콜라, 메릴린치, 리먼 브라더스, 엑손 모빌, 모건 스탠리 등등이 있다. 가장 최근에 합류한 "소프트 파워"의 권위자로는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조셉 에스 나이 (Joseph S. Nye)교수가 있다. 고문단 패널로는 민주·공화, 양 당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있다. 헤럴드 브라운, 지비누 브레진스키, 프랭크 칼루치, 카를라 힐스, 헨리 키신저, 제임스 슐레진져와 브렌트 스코우크레프트가 있다.

 반(半) 민간 기구들도 같은 경로로 일조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독립적이라 할지라도 존 메케인 상원 의원이 의장이며, 이라크에 깊숙이 연루되어 있는 국제공화연구소는 정당과 공공 기구의 발전을 원조하고, 자유 선거, 건전한 통치, 그리고 법에 의한 통치를 조장함으로써 전 세계에서의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명분이 전진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또 다른 비영리 조직인 국제 문제에 대한 국제민주연구소는 전 국무장관인 마들렌느 올부라이트가 의장이다.
 

  이 연구소는 "전 세계의 민주적 기구와 민주주의의 실행, 가치의 발전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한층 제한적 임무를 띤 근동정치 연구소는 '중도'라고 주장하지만 명백하게 우파쪽에 치우쳐 있다. 이 연구소는 "중동에 미국의 이익을 더욱 사실적으로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이해시키고, 이 지역에 평화와 안정과 번영을 가져오며, 국민들에게는 민주주의를 가져다 줄 우정과 동맹 강화에 근거한 미국의 참여를 조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베이커-해밀턴 위원회는 또한 국제관계에 대해서는 브루킹스 연구소, 랜드 코포레이션과 미국기업연구소에도 자문을 구했다. 재정보조를 받는 이들 협력자들은 그 경향이 좌, 우, 중도, 어느 쪽으로 치우치건 미국과 나머지 세계가 짊어져야 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비용과 잇점에 관해서는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다. 불협 화음과 논쟁은 있지만, 이들은 이 조직들이 보장해야 할 윤리나 목표, 가치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미국의 주도권을 보호하고 확대하고 안정을 보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에 관심을 갖는다. 네오콘들이 아무런 콤플렉스없이 아메리카의 교화적 사명의 복음을 전파한다면, 양당파인 '중도'들은 목소리만 달콤하고 여릴 뿐 같은 소리를 말한다.
 

  국무장관인 콘돌리자 라이스는 "우리가 없이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 전 세계에서 미국의 역할은 "독특하고 유일"하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우리, 미국인들은 우리가 해야 하기 때문에 외교정책에 참여하는 것이지, 우리가 그것을 바라기 때문에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거기에 바로 건전한 위상이 있는 것입니다. 하나의 제국으로서의 위상이 아닌, 하나의 공화국으로서의 위상 말입니다".13)
 

  어찌된 일인지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중도파들의 비판에서조차도 워싱턴이 이스라엘만을 지지한다는 것에 대해선 언급을 삼가고 있다. 네오콘이 그렇듯이, 이들도 이라크에서의 소모전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연결시키기를 거부한다. 
 

  이들 모두 "미국은 이스라엘-아랍 분쟁과 그로부터 생겨나는 이 지역의 불안정성을  직접 공격하지 않는다면, 중동에서의 우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  베이커-해밀톤 보고서의 결론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문제에 관해서는 "민주, 공화 양당 모두 강화된 엠바고와 함께 군사 활동을 하겠다고 끊임없이 위협하면서 비밀 개입을 계획해야 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의 제국주의의 열쇠는 결코 부시라는 한 인물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메케인이나 오바마에게 있지도 않을 것이다. 민주당 후보자는 2008년 연설에서 양당의 이름으로 동시에 "나의 외교정책은 아버지 부시 시대, 존 에프 케네디 시대,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로날드 리건 시대의 실제적이고 전통적인 중도정책으로 회귀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14) 
 

  어느 후보자에게도 미국의 제국주의적 사명을 수정할 의향은 없어 보인다. 모두 자본주의를 수용하려고 노력하며, 다만 예외적으로,  막 원기를 회복하기 시작한 러시아, 인도, 중국, 이란과의 잠재적 갈등 국면에서만 복음적이고 도전적이며 관례적인 수사를 부드럽게 표현했을 뿐이다.
 

  유세 기간에 이슈가 미국의 국경을 훨씬 벗어날 즈음, 두 후보자는 다른 나라의 수도를 연단삼아 자신들의 선의와 신념을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후보 수락 연설에서 오바마는 전통적인 민주당 파티 컨벤션 센터인 덴버의 펩시 센터 대신에 덴버 브롱코스 축구장을 선택했다. 이 경기장은 총 7만 5천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데, 이는 로마의 콜로세움보다 2만 5천명을 더 수용할 수 있다.       

 <번역 : 이진홍 memosia@ilemonde.com>


 

각주

1) 도널드 럼스필드의 담화, <군대를 변화시키기 (Transforming the Military)>, 2002, 1월.
2) 모리스 르므완느(Maurice Lemoine), <무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7년 7월호.
3) 마이크 멀런(Mike Mullen)  제독이 군대의 총 사령관이며, 티 올슨(T. Olson)제독은 특수 작전 사령관이다. 이 특수 작전이야말로 전세계에서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반 테러 작전을 조율하고 통제한다. 윌리럼 제이 팔른(William J. Fallon)제독이 케이프 호온에서 남부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걸프만에서, 아라비아 반도에서 중앙아시아에서, 30여개 국가 이상에서 해당하는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중앙 사령을 지휘하고 있다.
4) 2008년 3월 24일, 게리 러거드(Gary Roughead) 제독은 (1950년 폐기된) 제 4함대의 재건을 발표했었다. 이 함대의 작전 공간은 남 아메리카, 중앙 아메리카 그리고 카리브해 연안이다.
5) 2007년 1월 15일 부뤼셀에서의 성명.
6) 2007년 1월 23일 두바이 에서의 연설.
7) 1980년 1월 23일 고별 연설
8) <인터네셔날 헤럴드 트리뷴느 International Herald Tribune>, New York, 2006년 8월 2일
9) 국무부가 제공하는 장학 제도
10) 공산주의에 대항하여 싸우는 것을 목적으로 한 지식인 모임. 몇몇은 중앙정보국, 시아이에이가 재정을 제공했다. 
11)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자본주의를 묘사하기 위해 만들어 낸 표현
12) 제임스 에이 베이커(James A. Baker)와 리 에이치 해밀턴(Lee H. Hamilton (공동 의장), 의회 보고서, <이라크 스터디 그룹>, 워싱톤, 2006년 12월 6일.
13)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의 이익을 재고해보자. 새로운 세계에 대한 미국의 리얼리즘>, Foreign Affairs, 뉴욕, vol87, n 4, 2008년 7/8월.
14) 2008년 3월 28일 펜실바니아 그린스버그 연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