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배척당한 사람들의 상처

[서평] ‘차이나타운’(투언 지음) 등

2009-08-06     장클로드 포통티

베트남에서 배척당한 사람들의 상처

<차이나타운> / 투언 지음

투언은 이전 세대와 달리 전쟁의 상흔을 갖고 있지 않은 신세대 베트남 작가군에 속한다. 따라서 투언은 이전 세대와 다른 시각으로 삶과 세계를 바라본다. 투언은 몇 년 동안 여러 세계를 접하며 살고 있는데 옛 소련에서 유학한 후 바르샤바, 베를린, 파리에서 머물다가 현재는 파리의 여러 동네를 왔다갔다 하며 살고 있다. 베트남에서 출간된 투언의 작품들은 나날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처럼 투언은 군인도, 투쟁가도, 보트피플도 아니다. <차이나타운>은 투언의 소설 중 프랑스어로 번역된 첫 작품이다. <차이나타운>은 베트남 현대사의 어두운 면, 즉 1970년대와 80년대 격동기를 산 베트남 중국인들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 당시 중국과 베트남 사이에 유혈분쟁이 한창 발생하고 있었다. 베트남에 사는 중국인들은 ‘호아’라고 불렸는데 베트남 사회에서 배척을 받았다. <차이나타운>의 여성 내레이터는 ‘투’에 대해 품고 있는 변치 않는 사랑을 들려준다. 두 사람은 하노이 고등학생 때 서로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주인공은 대학 공부를 위해 러시아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두 사람은 오래 떨어져 있었지만 사랑은 변치 않았고 마침내 결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투는 중국인, 그러니까 베트남에서는 배척받는 존재였다. 투는 고등학생 때 베트남에서 미처 떠나지 못한 다른 중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따돌림을 당했다. 베트남의 학생, 교사, 공산당 청년들 모두 중국인들을 차별하며 따돌렸다. 이같은 상황에서 여주인공과 투, 두 연인은 고통을 받는다. 또한 여주인공의 부모는 중국인을 매우 싫어했고 투를 인정하지 않았다. 딸에게 모든 것을 투자한 부모는 딸과 중국인 투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렇게 힘든 가운데서도 여주인공과 투 사이에는 귀여운 사내아이 ‘빈’이 태어났다. 그런데 두 사람의 이별은 아이가 태어나면서 다가오게 되었다. 그동안 엄청난 모욕을 당했던 투는 마침내 하노이를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여주인공도 투의 선택을 인정했다. 여주인공은 투가 떠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여주인공도 아들 빈을 데리고 벨빌로 가게 된다. 여주인공은 투를 단 한순간도 잊고 싶지 않았다. <차이나타운>에서 저자는 프랑스, 러시아, 하노이, 프랑스 13구 차이나타운 벨빌에 대한 시각을 전하며 냉전이 끝나는 시기에서 2000년대까지 이곳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있다. 12살이 된 빈이 지하철 안에서 엄마인 여주인공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졸고 있다. 그때 여주인공은 지금 이 순간 투가 베트남 호찌민 차이나타운 지역인 쩔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아직도 투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까?’ 베트남 여성, 학생, 이민자의 시각이 잘 나타나는 작품이다.

글 · 장클로드 포통티 Jean-Claude Pomonti


유럽의 정체성 모순
모차르트에서 히틀러까지, 무슨 일이 있었나?

<유럽과 서구의 신화> / 조르주 코르므 지음

서구는 존재하는가? 적어도 미디어, 유럽과 미국이 주로 내세우는 논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건 아닐까? 저자 조루즈 코르므는 레바논 출신의 경제학자 및 역사학자로, 연구를 계속하며 21세기 종교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다. 저자는 이같은 종교 문제는 유대-기독교 중심의 서구와 아랍-이슬람 중심의 동방 사이의 단절을 묘사하는 개념으로 주로 사용돼왔다고 주장한다. 이는 나아가 ‘문명 충돌’이라는 과장된 현상을 부추기기도 한다. 특히 저자는 서구라는 개념이 공허하며 순전히 지정학적이었으나 미국이 냉전 동안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의미심장한 것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로 인해 유럽의 정체성 모순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유럽이 지금의 서구라는 개념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유럽과 지금의 서구는 창의성, 예술, 세계에 대한 호기심, 철학적인 사고가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과 서구의 신화>를 통해 구대륙 유럽에서 수세기 동안 나타난 사상·철학 사조를 살펴볼 수 있다. 저자가 다시 해석하는 유럽의 역사는 친유럽적이지도, 반유럽적이지도 않으면 다만 서구의 신화가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조사를 통해 증명해주고 있다. 낭만주의가 붐을 이루던 19세기는 반계몽 시기이며 안타깝게도 반유대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결국 20세기 나치의 유대인 학살의 서곡을 알리는 시기였다. 아울러 이 책은 현재 유럽이 과거의 악습을 버리지 못한 채 서구 중심주의에 끌려가는 것이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문명 충돌’ 이론은 말도 안 된다고 배제하며 세계의 현실에 대해 분명한 진단을 내놓는다. 저자는 유럽이 본연의 가치를 되찾고 서구 중심주의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계몽주의 시대처럼 세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다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절실히 주장하고 있다.

글 · 아크람 벨카이드 Akram Belkaid


<타인의 행복을 위해> / 라에티시아 아틀라니-뒤올 지음

부제는 ‘인도주의의 인류학’이다. 낭테르에서 민족학자로 활동하는 저자는 독특한 연구를 통해 이 책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 가령, 중앙아시아의 에이즈 문제를 다룰 때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인도주의적 원조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저자는 후원자들에게 의존하는 인도주의 운동, 국제기구 및 지역기구를 비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기억, 기록된 대화, 이론적인 참고자료가 뒤섞인 소설 같은 책이다.


<개성> / 올리비에 아사야스 지음

부제는 ‘영화에 관한 글’이다. “트뤼포 감독이 선배 감독들에게서 당장에 찾아낸 것은 형식도, 기교도, 영향력도 아니다. 바로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언제나 개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저자 올리비에는 자기 자신을 위해 이같은 분석을 한 듯하다. 이 책은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올리비에 아사야스가 1980년에서 현재까지 영화와 시나리오 작가에 대해 쓴 비평글 가운데 40여 개를 모아 엮은 작품이다. 저자는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한 영화인들 덕분에 영화가 다시 순수한 산업이 되었다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요약 및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한불상공회의소 격월간지 <꼬레 아페르> 전속 번역. 번역서로는 <여성의 우월성에 관하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