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임 재무장관, 전과 너무 다른 '스타일'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그리스 신임 재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며 전임자인 야니스 바루파키스와 비교됐다.
바루파키스는 회의에 가죽점퍼 차림으로 참석하는 등 고집을 꺾지않는 오만한 태도로 '미운털'이 박혔으며 그 자신도 이를 인식해 채권단의 개혁안을 일축한 국민투표이후 순조로운 협상 재개를 위해 스스로 재무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차칼로토스 신임 재무장관은 처음 참석한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를 들고 나오는 등 내내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5일 국민투표에 대해 "(거만한) 승리주의가 아니다"라고도 언급했다. 그리스 좌파 정부의 예상대로 국민투표에서 긴축을 기본으로 하는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안이 압도적으로 거부된 것에 대해 우쭐거리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차칼로토스 장관은 머물고 있던 브뤼셀 호텔의 메모지를 손에 꼬옥 움켜쥔 채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장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전임자 바루파키스처럼 넥타이를 매지 않은 수수한 차림새였다.
하지만 바루파키스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가죽 점퍼 대신 색이 바래고 주름져 다소 허름해 보이는 재킷을 입고 나타나 전혀 다른 스타일을 보였다. 로이터가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현장을 담은 사진 속에서 차칼로토스 장관은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다른 한 손으로 뭔가 빼곡히 적혀 있는 한 장의 메모지와 서류다발을 들고 선 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바루파키스가 가죽 점퍼에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며 '강남 좌파' 이미지를 풍겼다면 차칼로토스 장관은 그와는 달리 다소 유화한 이미지의 학구파 사회주의자처럼 보인다.
바루파키스는 평소 주장과 대조되는 부르주아적 일상을 한 프랑스 잡지를 통해 공개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잡지에 게재된 사진 속에서 바루파키스는 그림같은 지중해의 여유로운 삶을 상상하게 만드는 자택 테라스에서 아내와 함께 식사를 하며 와인잔을 부딪히는 모습을 연출했다. 마치 할리우드 스타 커플처럼 보이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소셜미디어는 조롱섞인 트윗으로 들끓었다.
한 트위터(@YanniKouts)는 바루파키스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아크로폴리스 아래 화이트 와인 사회주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차칼로토스 장관은 스타일은 물론 화법에서도 바루파키스처럼 전투적이지 않았다. 그는 "정치적 상황에 대한 업데이트"를 마친 후 그리스의 국민투표에 대해 "승리주의는 없다(No triumphalism)"고 말했다.
로이터는 차칼로토스 장관의 화법이 어느 정도 통했다며 다른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차칼로토스 장관을 대하는 것이 전임자인 바루파키스 보다 훨씬 편하게 보였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를 잘 알고 있는 한 관리는 차칼로토스 장관에 대해 "바루바키스보다 훨씬 낫다. 보다 절충적이고 건설적이며 겸손하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리는 차칼로토스 장관의 지성과 겸손을 칭찬하며 그가 자신과 이름(first name)이 같은 그리스 고대 수학자 유클리드에 대해 언급하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관리에 따르면 차칼로토스 장관은 유클리드 기하학의 '평행한 두 직선은 서로 만날 수 없다'는 명제를 언급하며 지난 5개월 넘도록 이어진 논쟁 끝에 입장이 수렴되고 있는 유로존은 이제 "비(非) 유클리드 기하학"의 세계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이터는 그리스의 신임 재무장관이 전임자에 비해 스타일에서 다를 수 있으나 (신임 장관이 제시할 그리스 개혁안의) 내용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칼로토스 신임 재무장관이 외모나 화법의 스타일에서 전임자와 극명하게 대조적으로 유화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근본적인 좌파 성향을 드러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차칼로토스 재무장관은 6일 갑작스럽게 임명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떨린다"면서도 "그리스 국민이 우리에게 부여한 임무를 다하기 위한 협상을 지속하기를 원한다. 그 동안 너무 심한 고통을 겪은 그리스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영국 사회주의 단체 '노동자 자유를 위한 연합'의 웹사이트에 게재한 글을 보면 유로를 반대하는 사회주의적 성향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통화동맹으로 인해 핵심과 주변의 분열이 생겼고 양 극단의 관계는 계급주의적이며 차별적"이라고 언급했다.
네덜란드 태생인 차칼로토스 재무장관은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정치학, 철학, 경제학을 공부했고 1989년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귀국해 아테네 대학교를 거쳐 켄트대학교에서 경제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1990년대 말 그리스의 교육개혁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를 주도하며 현재 집권한 좌파 정당 시리자 지도부와 연을 맺었다. 2012년 5월 처음 의원으로 당선됐고 2015년 1월 재선에 성공해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내각에서 외무차관으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