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루앙프라방을 다시 찾은 이유

2009-08-07     최갑수 시인

3년 전 루앙프라방을 처음 찾은 이후 해마다 이곳을 찾았다. 일주일을 머문 적도 있고 두 달 동안 머문 적도 있다. 루앙프라방 사람들이 좋았고 그들이 보내는 사금파리 같은 미소가 좋았다. 그냥 놀았다. 자전거를 빌려 동네 여기저기를 쏘다녔고 메콩강의 노을 속에 앉아 롤랑 바르트를 읽었다. 가끔 현지인들과 어울려 독한 라오스 술을 밤새 마시기도 했다.

그렇게 놀며 우리는 매일 밤 만났다. 나와 캠빗, 그리고 아드리. 아드리는 네덜란드인인데 한국인 아내와 함께 루앙프라방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 스튜디오가 있는 그는 작업이 있을 때마다 하노이로 떠나곤 한다.

“이봐 캠빗,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넌 사찰 몇 곳과 시장을 제외하고는 사실 보여줄 게 별로 없다고 말했지. 넌 엉터리 가이드였어, 하하.”

“그런데, 초이(Choi), 넌 여기 왜 다시 온 거야? 난 네가 다시 올 줄은 몰랐어.”

“나도 내가 다시 온 이유를 모르겠어. 근데, 한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루앙프라방이 계속 떠오르는 거야. 당신과 함께 마셨던 차가운 맥주와 나를 보고 웃어주던 사람들의 표정들 모두가 말이야. 그리고 어느 날 루앙프라방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지.”

아드리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초이, 아침 먹으러 가자. 내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쌀국수집을 알고 있어.”

시장 한켠에 허름한 노상 쌀국수집이 있었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가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맞았다. 아주머니의 이름은 숨(Sum). 아드리는 “저것 봐” 하며 벽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메뉴판이 붙었는데 이렇게 쓰여 있었다. ‘Noodle with pork 7,000kip(700원), 콜라 3,000kip…, Sum’s Smile Free!!’

아드리가 말했다.“Sum’s Smile Free! 내가 어떻게 루앙프라방을 떠날 수 있겠어? 아마 네가 이곳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도 이것 때문이 아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