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기의 원조’ 찰스 폰지의 기발한 사기술

2009-08-07     이브라힘 워드/경제학자

사기는 금융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졌다. 카를로 폰지(미국명 찰스 폰지)는 1881년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태어났다. 거물급 도둑들이 득세하던 1903년,(1) 많은 이민자처럼 미국의 땅은 금으로 덮여 있을 거라 확신하며 폰지는 미국에 첫발을 내디뎠다. 훗날 신속히 부를 축적하는 방법의 대가가 됐지만 재능보다 상상력이 뛰어났던 폰지는 온갖 술책을 부리며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했으며 때로는 법망을 피할 방법을 고민했다.

1909년 몬트리올의 한 은행에 입사한 폰지는 수표 한 장을 위조한 죄로 기소돼 3년형을 받았다. 모범수였던지 2년이 지나지 않아 석방된 폰지는 다시 미국에 돌아왔다. 그러나 석방 열흘 만에 그는 이탈리아 노동자들을 불법으로 미국에 입국시키려다 체포돼 2년형을 받았다.

1919년 그는 사기꾼으로서 명성을 드높이는 기막힌 방법을 고안해냈다. 만국우편연합은 1907년부터 ‘국제반신쿠폰’이라 불린 만국우표를 발행하고 있었다. 폰지는 스페인에서 날아온 편지에서 그런 쿠폰이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됐다. 거기에서 그는 돈 냄새를 맡았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그 쿠폰은 스페인에서는 미국 돈으로 1센트에 불과했지만 미국 우체국에서는 똑같은 쿠폰을 6센트 상당의 우표로 교환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 등에 100만 달러를 투자하면 대서양 건너편인 미국에서 6배를 벌어들일 수 있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그 시대의 거부이던 듀폰 가문, 애스터, 밴더필트 등이 그런 생각을 해낼까 걱정하며 서둘러 회사를 창립했다.(2) 1919년 12월 26일, 폰지의 회사 시큐러티 익스체인지 컴퍼니가 보스턴에서 닻을 올렸다. 폰지가 창립자 겸 유일한 직원이었고 대주주였다. 그 회사는 45일 만에 50%의 이익을 ‘보장’하는 증서를 발행했다.(3)

우정 당국이 우표와 현금의 교환을 불법이라 규정했기 때문에 그런 사업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폰지는 그런 규정과 상관없이 약속을 지킬 방법까지 생각해냈다. 새로운 투자자를 계속 모집해서, 투자자들의 이익 배당금을 신규 투자자들의 납입금으로 충당하면 그만이었다. 폰지의 회사는 눈부시게 성장했고 새로운 기탁자들이 줄을 이었다. 덕분에 폰지는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고 금융의 귀재로 불렸다. 광기의 시대가 시작된 1920년 7월, 폰지는 마침내 금융계의 정상에 올랐다.

폰지는 한 언론에서 자신의 시작을 “나는 2달러 50센트로 시작했지만 가슴으로는 100만 달러를 꿈꾸었다. 나는 그 꿈을 잠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나는 유럽 국가들의 환율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 돈만으로 그 사업을 시험적으로 운영해보았다. 괜찮은 수익을 올렸다. 처음에 투자한 1천 달러가 1만1500달러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폰지의 재산이 800만 달러일 거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이런 욱일승천하던 기세에 의심의 눈길이 쏠렸다. 찰스 배런이란 금융 분석가가 미국에서 2만7천 장의 쿠폰만이 유통되고 있지만 폰지가 발표한 결과를 얻으려면 1억6천만 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투자 열기에 찬물을 끼얹어 일부 고객이 혼란에 빠지기는 했지만 새로운 기탁자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1920년 8월 <보스턴글로브>가 폰지의 과거를 폭로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폰지는 체포됐다. 8개월 만에 약 2천만 달러를 끌어모은 폰지의 사기극은 금융의 역사에 기록될 만했다. 이런 실패에도 폰지는 순식간에 큰돈을 만들려는 욕심을 끊지 못했다. 다시 감옥 생활을 끝내고 출소한 후에도 그의 사기 행각은 계속됐다. 그는 수시로 거주지를 옮기고 이름을 바꿔가며 사기극을 벌였다. 플로리다에서 범한 부동산 사기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는 이탈리아에서도 여러 해를 보냈다. 소문에 따르면, 그는 베니토 무솔리니라는 이름으로 이탈리아 항공사에서 임시 직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1949년 브라질에서 가난에 찌들어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글 · 이브라힘 워드 Ibrahim Warde
테프츠대학(미국 매사추세츠 메드퍼드) 조교수. <두려움의 대가: 테러와의 금융전쟁 뒤에 감춰진 진실>의 저자.

번역 · 강주헌 2nabbi@ilemonde.com

 


 
<각주>

 

(1) Howard Zinn, “Au temps des barons voleurs”,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2년 9월.
(2) Donald Dunn, Ponzi: The Incredible True Story of the King of Financial Cons, Broadway 2004, p. 72.
(3) Mitchell Zuckoff, Ponzi‘s Scheme: The True Story of a Financial Legend, Random House 2006, p.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