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사무총장 선출을 둘러싼 각축전

사무국은 마쓰우라 전력을 세척해줄 자기편에 매달릴 것

2009-09-03     가브리엘 카플라

유네스코 사무총장 후보로는 여성 4인, 남성 5인이 출마했다. 여성 후보로는 이나 마르시울리오니트 리투아니아 대사, 이리나 게오르기에바 보코바 불가리아 대사, 주미 대사를 역임했으며 힐러리 클린턴과 돈독한 관계인 에콰도르의 이본느 후에스 A. 바키, 마지막으로 오스트리아와 콜롬비아가 추천한 베니타 페레로발트너가 있다. 유럽연합(EU)의 지지를 받고 있는 페레로발트너는 현재 유럽연합 대외관계 집행위원이며, 지금은 고인이 된 외르크 하이더의 극우정당 오스트리아 자유당의 지원에 힘입어 구성된 볼프강 쉬셀 총리내각에서 외무장관을 지낸 바 있다.

남성 후보를 보면 알렉산더 블라디미로비치 야코벤코가 러시아 연맹을 대표하며, 아랍권에서는 이집트의 파루크 호스니와 알제리의 모하메드 베자우이가 출마했다. 주프랑스 대사와 주유네스코 대사를 지냈고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 소장을 역임한 베자우이에게는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 하나는 그가 고령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자국의 지지를 얻지 못한 채 캄보디아의 추천을 받았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에서는 탄자니아의 소스피터 음위자루비 무홍고와 베냉의 누레이니 티자니세르포스가 출사표를 던졌다.

유네스코 주재 베냉 대사(1992~98)와 집행위원회 위원장(1993~95)를 지냈고 현재 마쓰우라 고이치로 사무총장의 행정부에서 아프리카 담당 사무처장보를 맡고 있는 티자니세르포스는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후보다. 마쓰우라 사무총장이 자신을 보좌하는 브라질의 마르시오 바르보사 부국장을 밀어주려다 실패한 후 유네스코 현직 관리로서 마지막으로 추천을 받은 인물이다. 마르시오 바르보사는 유네스코 조직을 뒤흔든 일련의 비리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했던 이로 브라질 룰라 대통령 내각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결국 유망한 자기 편 후보를 내세우지 못하게 된 유네스코 사무국은 기대에 보답할 만한 후보자 물색에 다급히 착수했다. 그리하여 가까스로 찾아낸 이가 바로 티자니세르포스다. 문제로 비화될 만한 각종 사안들을 무마할 능력을 지닌 그는 마쓰우라 사무총장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상부상조 관계는 2005년 티자니세르포스가 마쓰우라의 재선을 위해 아프리카연합을 상대로 로비를 펼치면서 시작됐다. 당시는 일본이 회원국들에 정식으로 사무총장직 중임 요청을 하기도 전이다.

베냉도 그의 입후보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자국 출신 후보를 내세우지 못한 상태에서 이미 불가리아와 이집트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공교롭게도 후보 선정을 담당하는 올라비이 바바롤라 조세프 야이 현 집행위원장도 베냉 출신이다. 따라서 선거 결과가 어찌되든 그에게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티자니세르포스가 당선되면 그가 편파적 특혜를 베풀었다는 의혹을 살 테고, 반대의 경우 고의적인 방해 활동을 펼쳤다는 비난을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마쓰우라 사무총장이 일부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전개하는 ‘은밀한’ 선거운동에 벌써부터 반발하고 나섰다.

마쓰우라 사무총장은 2009년 7월 5일 열린 고등교육에 관한 유네스코 세계대회 개막식에 오스트리아의 페레로발트너 후보를 초청해 연설 기회를 준 바 있다. 조세프 야이 집행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사무총장에게 전달한 서한에서 이를 “안타깝고 다른 후보자들에게 부당하며 유네스코의 윤리와 전통에 위배되는 처사”라고 밝혔다.(3) 이는 베냉의 티자니세르포스 후보에게도 적용되는 얘기다.

앞서 언급한 세계대회의 일환으로 마련된 <아프리카 교육 리뷰> 창간식에 초청된 조세프 야이 집행위원장은 “티자니세르포스 후보의 경우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닌데다 그가 사무국의 일원이며, 사무총장이 그를 해직시킨 이유도 다름 아닌 그가 후보로 출마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옹호할 수 없다”고 말했다.(4) 또한 7월 초 마쓰우라 사무총장은 티자니세르포스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아프리카연합 정상회담에도 함께 자리했다.

그만큼 시간이 촉박하다. 현재로서는 이집트 문화장관인 파루크 호스니 후보의 입지가 가장 견고해 보인다. 비록 2008년 이집트 도서관에 있는 모든 이스라엘 서적을 불살라버리겠다고 이집트의 한 국회의원에게 말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5) 아랍연맹과 아프리카연합이 그를 원칙적으로 지지하고 있고 인도와 이집트를 포함한 비동맹국가운동도 그에 대한 지지를 표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도 이미 호스니 후보의 선출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현재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각별히 애착을 갖고 있는 지중해연합에서 이집트와 공동의장국을 맡고 있다. 이스라엘 또한 그의 임명을 굳이 저지할 생각이 없기에 동의를 표명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 6월 4일 이집트 방문 당시 이슬람 세계에 전달한 화해의 메시지를 통해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에 찬성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안정화 기능을 수행하는’ 아랍 국가이자 이스라엘의 우방이며 외교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이집트를 지원하는 편이 이롭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랍 국가들을 분열시키는 전략은 티자니세르포스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번 사무총장 후보들은 “압력, 모함, 위협, 부정부패 시도”의 표적이 될 것이다. 알제리의 베자우이 후보와 그의 참모들이 이를 경험한 바 있다.(6) 그렇지만 호스니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유력해질수록 필연적으로 선거전은 1인을 대상으로 나머지 후보 전원이 공격을 가하는 양상이 될 것이다. 아무래도 사무국은 마쓰우라의 전력을 세척해줄 만한 같은 편 사람을 차기 사무총장으로 앉히고 싶어할 테니 말이다.

글·가브리엘 카플라 Gabrielle Capla

번역·최서연 qqndebien@ilemonde.com

 


 

<각주>

(1) ‘극우에 오염된 오스트리아의 악취’,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9년 7월호 참조.
(2) 티자니세르포스는 후보자 마감일인 2009년 5월 31일에 후보등록을 마쳤다.
(3) ‘유네스코, 사무총장 선거 전격 돌입’, <젊은 아프리카>, 2009년 7월 18일자.
(4) ‘집행위원장이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서한’, SCX/2009/185, 2009년 7월 9일 참조.
(5) 호스니 장관은 문제가 된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본인이 내뱉은 말은 ‘땅과 권리를 빼앗긴 팔레스타인 민족이 처한 운명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러한 비극적 맥락을 감안해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르몽드>, 2009년 5월 27일자. 한편 그는 이집트 내부에서도 문화를 권력의 도구로 이용하며 공익과 사익을 분간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6) ‘유네스코를 향한 각축전’, <리베라시옹>, 2009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