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와 서브웨이의 불편한 '소셜 워싱'

2015-07-31     브누아 브레빌
 
 
 

  맥도날드의 매출이 달을 거듭할수록 하락하고 있다. 정크푸드와 비만의 상징이 되어버린 이 다국적 기업 앞에 설상가상으로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우는 경쟁업체들이 나타났다. 천연재료를 사용하고 직원들을 존중하며 공정무역을 지향하는 새로운 소비방식의 전도사 스타벅스와 서브웨이가 지구를 정복하러 왔다.

 
7월의 어느 월요일, 파리 포르트 도를레앙 근처의 은행과 옷가게 사이에 자리한 서브웨이 매장은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시간에 쫓기는 듯한 남성, 청소년 무리, 아이들과 함께 온 엄마를 포함한 십여 명의 손님이 주문을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한 젊은 여성이 30cm 크기의 터키 샌드위치에 치즈, 토마토, 피클, 바비큐 소스를 선택해 주문하고, 그녀와 함께 온 남자친구는 프리미엄 메뉴인 ‘서브웨이 멜트’를 주문한다. 이들은 15분도 채 안 걸려 식사를 마치고 매장을 나선다. 사실 지금 같은 한여름 무더위에는 매장이 더욱 좁고 숨 막히게 느껴지는데, 쉴 새 없이 계속되는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테크노 음악 그리고 네온 조명까지 더해지면 오래 앉아 있고 싶은 마음이 들 리 없다.
매장이 위치한 제네랄 르클레르 대로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패밀리 레스토랑인 버펄로 그릴, 또 다른 서브웨이 매장, 맥도날드와 버거킹 매장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 매장을 지나쳐 알레시아 거리에 다다르면 탁 트인 유리창에 새겨진 스타벅스의 세이렌 로고와 마주하게 된다. 냉방이 되는 이층 구조의 이 ‘커피숍’은 샌드위치 가게와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따뜻한 색감의 벽, 재즈 음악, 나무 탁자와 편안한 소파, 모든 분위기가 손님이 원하는 만큼 오래 머물다 가도록 만들어졌다. 노트북 컴퓨터와 연결할 수 있는 전기 콘센트도 여러 개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 오는 손님 세 명 중 한 명은 영어로 주문을 하고, 대부분이 값비싼 옷을 입은 사람들이다. 서브웨이에서는 엄청난 크기의 샌드위치가 6유로인 반면, 스타벅스에서는 프라푸치노(프라페 커피) 한 잔이 4.5유로에 팔리고 있다.
서브웨이와 스타벅스, 이 두 대형 패스트푸드점은 각각 2001년과 2004년에 프랑스에 상륙했다. 이들은 프랑스에 들어오기 전 이미 자신들의 고유한 특징을 앞세워 미국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공고한 위치를 잡은 터였다. 버거킹이 주식시장에 상장된 다국적 기업으로서 상당수의 가맹업주가 투기 목적으로 가맹점을 보유하는 것과는 달리(1), 서브웨이는 일명 ‘서브웨이 가족’이라 불리는 소규모 사업자들이 점원들과의 친밀함과 지역사회 발전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내세우며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맥도날드나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KFC)이 기름기 가득한 음식들을 선보이는 것과는 달리 서브웨이는 ‘건강한’ 제품을 제안한다.
한편, 스타벅스는 ‘고급 제품’과 ‘책임감’을 동시에 내세우며 차원이 다른 기업을 추구한다. 캐나다 커피전문점 팀 홀튼과 던킨 도너츠에서는 질 낮은 머핀과 맹물 같은 커피를 팔지만, 프라푸치노를 개발해낸 스타벅스는 자신들이 파는 샌드위치와 케이크류의 신선함, 커피 볶는 기술 그리고 천연주스를 강조한다. 또한 공정무역에 참여하고 있으며 직원에 대한 복리후생에 힘쓴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직원들은 보통의 패스트푸드점 직원들과는 다르게 기업 헌장에 따라 ‘존엄성’이 지켜지고 ‘존중’받으며 ‘파트너’로 대우 받는다. “그냥 단순하게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의 열정이다. 우리는 함께 다양성을 인정하며 우리 모두가 자기다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2)” 전 세계 60여 개국에 2만 1,000개의 매장과 20만 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린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최고경영자가 쓴 글이다.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하는 스타벅스
 
슐츠 회장은 제록스와 해마플라스트 미국지사에서 화려한 이력을 쌓은 이후, 1987년에 두 명의 커피 애호가가 설립하여 당시 시애틀의 지역 체인점에 불과하던 회사를 4백만 달러에 사들였다. 이후 여러 저서의 성공과 방송 출연에 힘입어 자신만의 신화를 만들어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을 지지하고, 동성결혼 합법화를 촉구하며, 무기소지 금지에 찬성하는 그는 진보적 가치에 대한 자신의 지지를 숨기지 않는다. 2014년 6월 14일에는 코미디언 존 스튜어트가 진행하는 코미디 센트럴 방송국의 ‘데일리 쇼’에 검게 태운 피부를 내보이며 편안한 복장으로 출연해 “오늘 저희는 스타벅스가 기업들 중 최초로 전 직원의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발표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슐츠 회장의 선언에 청중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사실 주 20시간 이상 일하는 직원들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고 인터넷 강의 수업료만을 지불하는 것이었지만 그 자세한 내용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런 식의 발표 덕분에 슐츠 회장은 <포춘> 지가 선정한 ‘세계 최고경영인 50인’ 중 17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서브웨이의 프레데릭 드루카 최고경영자 역시 미국 언론에 의해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 그가 구현해낸 자수성가한 사람의 이미지 때문이다. 1965년, 서브웨이 공동소유자인 피터 벅은 아버지의 친구에게서 빌린 1,000달러로 코네티컷에 첫 번째 식당을 열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고작 17살이었다. 고객 앞에서 주문받는 즉시 만드는 샌드위치라는 개념은 즉각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1974년에 이미 미국에 16개의 판매 지점을 보유하게 되자 드루카와 벅은 식당을 프랜차이즈화 하기로 결심한다.
이후 서브웨이는 전 세계 150여 개국에 4만 4,000개 이상의 가맹점을 보유하며 맥도날드가 가지고 있던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점이라는 지위를 빼앗게 된다. 드루카 회장은 소규모 사업자들의 선두에 서서 항상 자기 ‘가족’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규모 사업을 가로막는 법규를 맹렬히 비난한다. 2013년 2월 27일에는 CNBC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한탄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사업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늘 새로운 규제가 생기고 있거든요. 기업, 특히 작은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정말 힘듭니다. 만약 제가 지금 이 시대에 창업했다면 서브웨이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에 대해서는 “우리 프랜차이즈 업계의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말하고, 고용주가 직원의 월급에 대해 부담해야 하는 지출금이나 최저임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프랜차이즈 메뉴의 가격 인상을 초래할 것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찰스 라이트 밀스가 용감하고 과감하다고 평가한 드루카 회장은 이런 식으로 “미국 영세 사업자들의 물질적인 번영”에 기여하고 있으며, “자본주의 유토피아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3)
서브웨이는 미국과 세계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 특히나 더 매력적인 프랜차이즈 모델을 만들었다. 저렴한 가맹비는 물론이고(프랑스에서는 1만 유로, 미국에서는 1만 5,000달러로 다른 경쟁업체들에 비해 세 배나 저렴하다) 샌드위치 가게를 여는 데 엄청난 돈이 필요하지 않도록 했다. 소요비용은 평균 20만 유로로 이 중에서 자기자본은 8만 유로이다. 튀김기계나 넓은 주방, 제빙기, 음료용 음수대는 필요 없다. 토스터기 한 대, 재료들을 진열하기 위한 진열대와 음료수를 보관하기 위한 냉장고 한 대면 충분하다. 파산의 위험을 홀로 떠안고 있는 가맹점들은 수익금의 12.5%(KFC와 피자헛의 경우는 11%, 폼드팽과 플라넷 스시의 경우 7%)를 로열티라는 명목으로 본사에 납부한다. 본사는 로열티를 받고 상표광고를 하며, 빵을 해동하고 굽는 13가지 단계, 매장 정돈 상태, 집기, 위생규정, 가격정책 등 본사에서 요구하는 규정을 각각의 가맹점들이 세심하게 지키는지 감독관을 보내 확인한다. 한 덴마크 가맹업주는 회사와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는다. “결정은 그들 몫이고 우리는 그걸 따를 뿐입니다.” 또 다른 업주는 한술 더 떠 “만일 서브웨이의 개발팀에 알리지 않고 무언가를 바꾸면 큰 문제가 생깁니다”라고 말했다.(4)
 

 

 

 

 

 

반대하는 서브웨이
 
가맹 희망자들에게 회사는 어떠한 경력이나 학위도 요구하지 않는다. 크게 잃을 것도 없기 때문에 초보 사업가를 유치하는 데에도 아주 적극적이다. 그러나 1998년부터 이미 미국 하원의 한 위원회에서 경제학자 딘 세이거는 서브웨이를 ‘프랜차이즈 업계의 가장 큰 문젯거리’,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악습의 전형’이라고 표현했다. 약 15년 후 Blog-franchise.fr이라는 사이트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반복되었다.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맹업주 상당수가 매일매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가맹업주들은 영업상 비밀 준수 의무 때문에 이 미국의 다국적 기업과 계약한 내용에 대해 말하기를 거부했다. 릴 근처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미셸은 익명을 조건으로 몇 가지를 이야기했다. “서브웨이는 모든 곳에 매장을 열고 싶어 합니다. 시장조사라는 게 없어요. 500미터 안에 서브웨이 매장이 3곳이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업체들끼리 경쟁을 하는 거예요. 상당수의 업주들이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여러 개의 매장을 열 수밖에 없어요.” 이 증언은 프랑스에서 새롭게 문을 여는 서브웨이 매장의 70%가 매장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는 가맹주가 개업한 것이라는 프랜차이즈 협회의 자료가 사실임을 증명해준다. 미셸은 또 서브웨이의 지나치게 까다로운 로열티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장사가 잘 안 돼도 매주 로열티가 빠져나갑니다. 빚이 금방 쌓이게 되죠. 본사에서 지정하는 공식 납품업체에서만 물건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없어요.”
‘지역 개발팀’ 중 한 명에게 가맹업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묻자 그는 회사의 홍보부서에 문의해 달라고 말하며 대답을 미루었다. 현재 유럽에서는 영국의 맥케너 타운센드사가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데 대답은 형식적이었다.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가맹업주들이 모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제사회 전문잡지 <카피탈>(2013년 11월 19일)에 따르면 2008년에서 2010년 사이 프랑스 전체 서브웨이 매장 중 주인이 바뀐 매장이 45%에 이른다.
본사로부터 착취를 당하는 가맹업주들은 자기 직원들에게 똑같은 고역을 치르게 한다. CNN이 미국 노동부의 자료를 토대로 시행한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가맹업주들이 2000년에서 2013년 사이 노동법을 위반한 사례가 17,000건에 달했다.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판매금액 계산이 맞지 않는 경우 불법적으로 임금에서 삭감을 하고 부당해고를 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매장 차원에서 이루어진 위법’이며 본사와는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해명한 드루카 회장의 반응에 가맹업주들은 낙담했다. 드루카 회장은 여기에 덧붙여 “3~4년 전부터 저희는 가맹업주들에게 올바른 태도를 교육시키기 위해 노동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CNBC>, 2014년 5월 7일). 하지만 서브웨이의 점원들은 점주에게 맞설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올리비에 기바르슈 프랑스 노동연맹(CFDT) 숙박-관광-외식 담당자는 “점원이 몇 명뿐인 아주 작은 구조이기 때문에 조합을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프랑스에서 프랜차이즈에는 기업 위원회도, 조합대표도, 직원들을 대표하는 기관도 없습니다. 반면에 스타벅스 같은 ‘통합’ 매장은 훨씬 용이하죠”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스타벅스 체인에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없다. 브랜드의 까다로운 요건을 유지하고 카페 위치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기 위해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5) 서브웨이는 전방위 개발전략을 펴며 아무 곳에나 매장을 여는 반면, 스타벅스는 도시별로 매장을 열고 있다. 대로변이나 쇼핑센터, 역, 공항, 비즈니스 구역, 구도심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우선적으로 매장을 열어 경쟁업체의 숨통을 조이는 것이다. 그리하여 중국(2014년 현재 1,300개 매장 운영 중)이나 일본(1,000개 매장 운영 중)처럼 그 전에는 커피 문화가 존재하지 않았던 나라들에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스타벅스는 목표하는 고객에 따라 지점의 위치를 선정하지만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이미지에 따라서도 매장의 위치를 선정한다. 수사학 전문가인 폴라 마티유 문학교수가 말했던 것처럼, 스타벅스는 ‘스타벅스에서의 시간’이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6) 슐츠 회장은 “스타벅스 매장은 최고의 커피 그 이상의 것이며 일상생활의 연장선이자 가정과 직장 사이에 존재하는 ‘제3의 공간,’ 즉 집과 사무실의 연장이다”라고 말한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이 특별하다고 느끼게 되는 사교의 장인 것이다. 계산대 너머의 ‘바리스타’들은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고, 손님의 성씨가 아닌 이름을 부르고, 손님에게 미국 내 인종불평등에 대한 이야기(2015년 3월에 스타벅스가 추진했던 ‘Race Together’라는 캠페인의 목적이었음) 또는 회사의 커피 볶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교육받는다.
소비자들은 간이식당에서처럼 잠을 깨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두바이에서 리우데자네이루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음료를 벌컥벌컥 들이키지 않고 미식가처럼 조금씩 음미한다. 음료들의 이름에 사용된 이탈리아어(‘라테’, ‘마키아토’, ‘프라푸치노’ 등), 향이 사라진다는 이유로 미처 내리지 않은 에스프레소는 버리도록 하는 ‘10초의 법칙’, 스타벅스가 제작한 브로슈어(“각각의 커피 열매는 볶는 온도와 시간 사이에 특별한 균형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열매마다 고유한 최고의 향과 산도, 바디감에 이를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김) 등은 다음과 같은 의식을 성공적으로 퍼뜨렸다. 스타벅스의 제품들은 과학적인 정확성과 제어되지 않는 열정 사이에서 균형을 찾은 학자의 결실과도 같아서 세련된 사람들만이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스타벅스는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고객층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부유한 대학생,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하는 사람, 관광객, 이민자들이 스타벅스에서 가족 같은 은신처 그리고 자신의 높은 안목을 충족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공간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슐츠 회장은 “스타벅스가 식도락으로서의 커피 사업을 만들어냈다”며 자축했다.
드루카 회장은 건강한 패스트푸드를 만들어 낸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는 미국에서 비만문제가 대두되던 1990년대 말 우연한 기회에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1998년, 몸무게가 192kg에 달했던 21살의 청년 재러드 포글은 특별한 종류의 다이어트를 시작하기로 한다. 1년 동안 서브웨이의 샌드위치를 먹되 점심에는 터키 샌드위치, 저녁에는 베지 샌드위치를 치즈나 마요네즈는 넣지 않고 먹기로 한 것이다. 효과는 놀라웠다. 체중을 110kg 이상 감량했다. 남성잡지 <멘즈 헬스>에 이 같은 경험이 소개되자 ‘서브웨이 다이어트’라는 이름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이에 서브웨이는 식이요법 틈새시장을 철저하게 공략하기로 한다. 2002년에는 “건강하게 드세요”라는 구호를 내걸고 로고도 바꿨다. 처음에는 검정색이던 로고가 갈색과 노란색을 거쳐 자연을 의미하는 초록색을 갖게 되었다. 신뢰도를 얻기 위해 미국 심장병 학회, 미국 심장협회 등의 단체와도 협력관계를 맺었다. 한편 포글은 ‘서브웨이 청년’이라 불리며 샌드위치계의 로널드 맥도날드가 되었다. 그는 15년간 서브웨이의 광고 300여 편에 출연하며 1,500만 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을 챙겼다. 미셸 오바마 영부인은 수많은 언론매체 앞에서 “아이들이 채소를 먹고 싶게 만들어주었다”며(7) 서브웨이에 고마움을 전했지만 돈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더욱 교묘해진 '소셜워싱'에
무기력한 노조
 
건강한 천연재료 패스트푸드를 표방한 서브웨이는 비단 체중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만을 공략한 것은 아니다. 병원, 고등학교, 대학 구내 등 경쟁업체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공간에도 진입하게 되었다. 이 같은 ‘그린 워싱’은 큰 이익을 남겼다. <USA투데이>(2013년 2월 23일)에 따르면 1998년에서 2011년 사이 미국 내 서브웨이의 판매액이 31억 달러에서 115억 달러로 증가했다.
하지만 열에 조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건강’한 ‘천연’의 ‘신선’한 음식이라고 할 수 없다. 겨울에도 과열된 온실에서 비료와 살충제를 들이붓고, 수확시기를 맞추기 위해 여물지도 않았지만 진짜 초록색인 상태로 수확되는 서브웨이의 채소들은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다. 우유와 콩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섭취를 삼가라는 안내문구가 모든 매장에 붙어 있는 것이 말해주듯 햄 조각이나 칠면조 고기나 소고기의 경우, 동물을 물, 소금, 설탕, 안정제 등과 마구 섞어도 되는 원료 정도로만 취급하는 진정한 고기공장에서 공급되어 온 것이다. 서브웨이는 미국 내에서 웨스트 리버티 푸드라는 대기업으로부터 재료를 공급받고 있는데, 월마트와 코스트코 같은 대형마트에도 납품을 하는 이 업체는 동물에 대한 과도한 항생제 사용으로 2015년 6월에 큰 비난을 받은 바 있다.(8)
또한 포글처럼 상대적으로 식이요법에 도움이 되는 재료만 골라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손님이 하는 것처럼 소스와 치즈를 듬뿍 넣은 샌드위치에 포테이토칩과 탄산음료를 곁들여 먹을 수도 있는 법이다. 서브웨이 추천 메뉴의 경우 특히나 열량이 높다. 30cm 크기의 빵을 기준으로 했을 때, 대표 메뉴인 ‘스테이크&치즈’와 ‘미트볼’의 경우 열량이 각각 1,000칼로리와 750칼로리에 이른다. 맥도날드의 빅맥이 450칼로리에 불과한데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스타벅스가 ‘윤리’ 무역의 틈새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것도 조금은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1999년 11월, 스타벅스 본사가 위치한 시애틀에서 세계무역기구의 정상회담이 열렸고 도시 전역에서는 반세계화 시위가 일어났다. 스타벅스의 매장은 개발도상국 농민을 착취하면서 전 세계에 미국식 생활방식을 전파하고 있다는 이유로 시위대의 표적이 되었다. 스타벅스가 맥도날드나 나이키처럼 제국주의의 상징이 될까 염려한 슐츠 회장과 그의 전략가들은 ‘소셜워싱'(social washing,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이른바 ‘사회적 세탁 작업'이라 할 수 있음-역주)에 착수한다. 2000년에는 공정무역 장려 단체인 트랜스페어 유에스에이(Transfair USA)와 제휴를 맺었다. 4년 후에는 자체적으로 만든 윤리무역 브랜드를 통해 시세보다 20~30% 높은 가격에 커피 열매를 구매하기 시작했고 커피시세 급락으로부터 생산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생산자들에게 고정된 가격을 보장했다. 동시에 직원들에 대한 혜택도 늘리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미국 스타벅스에서는 (주 2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근속 연수가 1년 이상인 경우) 주식 구매 시 특혜를 받을 수 있으며, (일주일에 한 봉지씩) 커피를 무료로 가져갈 수도 있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나 공급업자들에게는 위협적인 스타벅스의 전반적인 정책에는 큰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1991년에서 2013년 사이 커피 시장의 가치는 300억 달러에서 700억 달러로 치솟았던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커피 생산국에서 얻어간 수익은 40%에서 10%로 급감했는데(9) 스타벅스가 이 같은 변화에 한 몫을 한 것이다.
2004년부터 스타벅스는 원료를 공급하는 국가들의 관세장벽을 낮추기 위해 워싱턴에 로비스트를 급파했고(10), 2006~2007년에는 에티오피아가 커피 품종 세 가지를 ‘상표’로 등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자신들이 진출한 국가에서 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 자본을 조세천국, 특히 스위스의 한 회사를 통해 관리하기도 했으며(11), (네슬레, 크래프트 푸드, 프록터 앤 갬블 등이 참여하는) 식품제조협회의 영향력 있는 회원으로서 자유무역을 추진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스타벅스는 농업 분야의 여타 다국적기업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행보를 보여 왔다.
그리고 스타벅스의 직원들도 다른 패스트푸드점의 직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브웨이의 ‘샌드위치 예술가’들처럼 스타벅스의 ‘바리스타’들도 모든 일을 다 한다. 주문을 받고, “커피에 향을 넣을까요? 크림을 추가하는 건 어떠세요?”라고 말하며 손님에게 추가 구매를 유도하고, 음료를 만들고, 계산대를 지키고, 탁자를 닦고, 휴지통을 비우고, 접시를 닦고, 화장실 청소를 한다. 이 모든 일을 미소를 띤 채로 해내며, 팁이 포함되지만 최저임금을 겨우 웃도는 급여를 받는다.
회사 측에서는 직원들이 호환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파리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아르노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어떤 매장에서 사람이 한 명 부족하거나, 자기가 일하는 매장에 일하는 인원이 너무 많은 경우, 매장 매니저가 다른 매장에 지원을 나가라고 하기도 합니다. 근로계약서에 이동에 관한 조항도 있거든요. 매장을 아예 옮기라고 해도 전일제 직원들은 거절할 권리가 없어요.” ‘파트너’들을 통제하기 위해(물론, 윤리적인 방법으로), 회사는 ‘고객의 소리’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3~4개월 전부터 모든 주문에 대해서 영수증과 함께 안내 종이가 나와요. 고객들로 하여금 인터넷에서 질문 표에 답변을 작성하고 후기를 남기게 하려는 건데, 그렇게 하는 고객은 한 달 동안 매일 큰 사이즈의 라테 한잔을 공짜로 받게 돼요”라고 아르노는 덧붙였다.
직원이 근로환경에 대해 말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상당한 압박이 가해진다. 2005년, 뉴욕 매장에서 일하던 ‘바리스타’ 다니엘 그로스가 자신의 매장에 세계산업노동자조합(IWW)의 지부를 만들기 위해 뉴욕타임스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하자, 슐츠 회장은 즉각 미국 내 모든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다니엘 그로스가 했던 말을 반박했다. 이 청년은 결국 몇 달 후 해고되었다.(12) 그 이후 스타벅스는 조합의 출현을 완강히 금지하고 있다. 조합 생성을 막지 못할 경우, 너무 유난스러워 보이지 않기 위해 합의에 이른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2013년, 스타벅스 프랑스에서 열린 첫 번째 근로자 대표 선거에서 프랑스 노동연맹이 승리했다. 우리는 연맹의 대표 두 명과 접촉을 시도했다. 한 사람은 파리시내 매장의 매니저였는데, 그 역시 매장 직원을 ‘파트너’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 몇 주간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했다. 다른 대표는 매장의 팀장으로, “상관의 허락 없이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높은 인사교체율, 소규모 구조, 프랜차이즈 시스템, 위계질서가 주는 중압감 때문에 패스트푸드점에서 노동조합이 버티기란 힘든 일이다. 2014년 5월, 30여 개국의 노동조합 대표들이 뉴욕에 모여 단체행동이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분야에서 드물게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뉴질랜드의 유나이트(Unite) 조합의 증언도 이어졌다. 2005년 11월, 유나이트(Unite) 조합원 십여 명은 오클랜드시(市)의 한 스타벅스에 난입해 ‘바리스타’들의 일을 중단시켰다.(13) 다른 매장에서도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됐고, 6개월도 안되어 2,000명이 눈부신 활동을 이어가는 이 조합에 가입했다. 일례로 이들은 ‘폰 잽스phone zaps'라는 캠페인을 통해 한 회사의 콜센터 업무를 마비시키고 결국 배송시스템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대형 패스트푸드 기업들은 항복했고 2006년 3월 공동협약이 체결되었다. 이후 3만 명 이상의 젊은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거쳐 갔다. 그리고 뉴질랜드 패스트푸드점의 급여는 50% 인상되었다.

글‧브누아 브레빌Benoît Bréville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
 
 
 
 
(1) 버거킹의 가장 큰 프랜차이즈 가맹업주는 560개가 넘는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는 뉴욕 주에 위치한 무역회사이다. 토머스 프랭크의 ‘패스트푸드에 저항하는 미국인들’ 기사 참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4년 2월호.
(2) 하워드 슐츠(조앤 고든 공저), <Onward : How Starbucks Fought for Its Life Without Losing Its Soul>, Rodal, New York, 2011.
(3) 찰스 라이트 밀스, <White Collar: The American Middle Class>, Maspero, Paris, 1966.
(4) Henrik Antonsson, Lukas Engström, Vytautas Verbus, <Innovation within Fast Food Restaurants. The Role of the Local Restaurant Manager>, Jönköping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 Jönköping University, may 2011.
(5) 새로운 국가에 진출하기 위해 스타벅스는 현지 기업과 손을 잡기도 한다. 벨기에의 오토그릴, 일본의 사자비 리그,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의 그루포 빕스 등과의 협력이 그러한 경우이다. 현지 진출에 성공하면 스타벅스 본사는 파트너사의 지분을 사들인다.
(6) Paula Mathieu, ‘Economic citizenship and the rhetoric of gourmet coffee’, <Rhetoric Review>, vol. 18, n° 1, automne 1999.
(7) <Remarks by the First Lady at Subway’s Let’s Move ! announcement>, 백악관, Washington, DC, 2014.1.23.
(8) 건강 및 환경 분야의 60개 단체가 프레더릭 드루카 회장에게 보낸 공개서한. 2015.6.23.
(9) Kelsey Timmerman, <Where Am I Eating? An Adventure Through the Global Food Economy>, Wiley, Hoboken (New Jersey), 2013.
(10) Jeanne Cummings, ‘Cautiously, Starbucks puts lobbying on corporate menu’, <The Wall Street Journal>, 2005.4.12.
(11) Tom Bergin, ‘Special Report : How Starbucks avoids UK taxes’, <Reuters>, 2012.10. 15.
(12) ‘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 v. Starbucks Corporation’, 미국 2차 순회심판 상고법원, New York, 2011.4.27.
(13) Erik Forman, ‘Supersizing my pay in New Zealand’, <Labor Note>, n° 404, Detroit, 2013년 2월. 불어로는 ‘뉴질랜드 패스트푸드점 근로자들을 위한 임금’ 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됨. <Terrains de lutte>, 2014.5.17., http://terrainsdeluttes.ouvat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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