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더 이상 원하지 않는 유럽
2015-07-31 세르주 알리미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전 재무장관이 본지에 밝힌 것과 같이, 그리스의 위기는 유럽연합의 속내를 세상에 폭로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현재 우리가 유럽연합 창시자들이 고안한 민주주의‧연대‧번영이라는 야심찬 계획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도 드러나게 됐다. 그리스의 위기는 독일의 질서자유주의에도 승리를 안겨줬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패배와 유럽연합의 무분별함이 맞아 떨어져, 이제 유럽연합은 그 내부의 모든 진보적 관점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다.
한 국가를 변화시키고 유럽을 깨어나게 하려는 젊고 혈기왕성한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그 꿈은 유로그룹과 국제통화금융기구(IMF)에 짓밟히고 말았다.
그리스 사태가 유럽연합 지지자들에게 안긴 충격과 더불어 세 가지 교훈이 도출됐다. 첫째, 유럽연합이 점점 더 권위주의적 성격을 띠게 되어 독일이 자신의 의사와 관념을 관철시켜도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둘째, 유럽연합에게는 제때 지불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고집을 꺾지 않는 이들을 처벌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에, 평화적 약속 위에 세워진 이 공동체는 무능하게도 최근에 벌어졌던 격렬했던 사태로부터 최소한의 역사적 교훈도 얻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가의 한계를 넘어서고 민주주의의 부흥을 가능케 하는 유럽을 꿈꾸던 이들에게 현대판 카이사르 정치체제가 시련을 남겼다는 점이다.
유럽통합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시민들은 동서진영의 대립으로 인한 물질적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세계대전이 종식되자마자, 미국은 자국 상품에 대한 판로를 확보하고 소련연방의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방위권을 구축하기 위해 유럽통합을 추진했다. ‘자유’진영 국가들이 효과적으로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민주주의’ 공화국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열의를 내보이며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미국은 생각했다. 이러한 전략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지금, 유럽은 은행의 이사회처럼 운영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같은 일부 냉전 당사자들은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에도 살아남았다. 파괴해야할 새로운 괴물을 다른 대륙에서 찾아낸 것이다. 유럽의 기관들도 적수를 새롭게 규정했다. 그들이 찬양해 마지않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이제 국민들을 정치적으로 중립화시키고, 국민들이 여전히 국가 주권과 관련하여 소유하고 있던 수단들을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통합을 강행하고, 여러 조약을 통해 민주주의 문제들은 감춰버리는 연방을 기획한 것이다. 이런 시도는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그리스의 경우를 통해 이러한 시도가 얼마나 거칠고 갑작스럽게 이뤄지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교황이 몇 사단의 군대를 가지고 있소?” 자신에게 교황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라던 한 프랑스 지도자를 돌려보내며 스탈린이 한 말이다. 80년이 지난 이후, 유로그룹 국가들도 그리스에 대해 스탈린과 동일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듯하다. 자신들을 괴롭혀온 그리스 정부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리스를 뒤흔들어 은행 영업을 중단시키고 해외에서의 구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다.
모름지기 같은 연합에 속한 동일한 체제 하에서, 동일한 의회를 구성하는 데 기여하고, 동일한 통화를 보유하는 회원국들 사이의 관계라면 이런 식의 강제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독일을 필두로 한 유로그룹의 모든 국가들은 자신들의 압도적인 우월성을 무기로, 대부분의 문제가 악화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쇠약해진 그리스에게 강제 조약을 강요했다. 유럽연합의 결함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1)
지난 1월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좌파정당 시리자당은 선거 당시 거의 모든 면에서 옳았다. 지난 5년 전부터 때로는 사회주의자들이 또 어떤 때에는 우파가 시행해 온 그리스의 채무청산방식을 그리스 경제 붕괴의 원인으로 꼽았고, 어떤 국가라도 생산분야가 이미 붕괴된 상태에서 채무변제에 막대한 금액을 쏟아 부어야 한다면 생산분야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국가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민주주의에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무엇을 선택하든 똑같은 정치가 반복된다면 주권을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상기시켰다.
왜 사형집행인에게 문제해결을 바라나
무적의 카드 세 장. 하지만 상대를 봐가며 꺼내들어야 한다.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이 무적의 패는 오히려 패를 들고 있는 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자신들을 남쪽의 마르크스주의자라고 여기는 이들은 현실에서 얼마나 동떨어져 있었던지 독일 이데올로기의 산물인 경제 가설들을 문제시하기까지 한다(프랑수아 드노르, 라셀 크내벨, 피에르 랑베르의 기사 참고. 12~13p). 이런 경우에 이성과 확신이라는 무기는 아무런 힘이 없다. 왜 사형집행인에게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하는 것인가.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유로존 국가들과의 몇 달에 걸친 협상에서 각국 재무장관들이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이렇게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말씀하신 게 맞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당신네 나라를 박살낼 겁니다(2).”(야니스 바루파키스 장관의 증언 참고)
그러나 그리스를 유로그룹의 감시 하에 두겠다는 독일의 계획이 임시적이나마 성공을 거둔 것은, 유럽을 바꾸길 원했던 그리스 좌파 대다수가 처음부터 너무 낙관적 희망을 가진 채 도박을 시도했고 결국 실패를 했다는 사실로도 설명할 수 있다.(3) 이들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지도자들이 그리스를 도와 통화문제와 관련된 독일 우파의 금기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긴축정책에 이미 녹초가 된 유럽 국민들이 자국 정부에 압박을 가해 케인스의 경제철학이 그리스 사태해결에서 재조명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리고 유로존 안에서 이러한 변화가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기대에 어떠한 차선책도 생각하거나 준비하지 않았다. 또 지정학적인 특성을 이유로 간헐적으로 언급되었던 ‘러시아 찬스’를 통해 독일이 원하는 처벌을 제지할 수 있으며, 또한 미국이 독일의 복수의 손길을 만류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단 한순간도 이 도박들 중 어느 하나 성공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슬프지만, 꽃과 취시통(吹矢筒, 입으로 불어 화살을 쏘게 만든 통-역주)으로 대포에 맞서 싸울 수는 없지 않는가.
세상물정 모르는 그리스의 지도자들은 채권단이 그리스 국민, 특히 젊은이들의 민주적 목소리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1월 25일에 치른 총선을 비롯해 7월 5일 실시된 국민투표는 오히려 독일과 다른 회원국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그들은 이제 단 한 가지 목표만을 가지고 있었다. 반역자들과 반역자들에게 영향을 받았을 사람들을 쫓아내는 것이다. 더 이상 항복은 필요 없고 사과를 넘어(그리스는 자신들의 경제적 선택이 회원국들과 쌓아 놓은 신뢰를 무너뜨리게 만든 점을 인정했다) 그리스의 배상을 요구했다. 그리스 국민총생산의 1/4에 해당하는 사유화 가능한 국유자산을 채권단을 위해 담보로 걸라는 것이었다. 다행히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에 그리스는 국유자산 사유화 관할기구를 룩셈부르크 대신에 그리스 안에 둔다는 양보를 겨우 받아냈다. 그리스가 돈을 갚을 것이라며 모두가 안도한 듯하다.
“독일이 갚는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루이 클로츠 재무장관이 조르주 클레망소 프랑스 전권대표에게 했던 이 말은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시간 동안 국고에 돈을 빌려주었던 프랑스 예금자들에게 부적 같은 말이 되었다. 물론 독일이 전쟁의 대가로 치러야 할 돈보다 많은 액수이기는 했지만, 1870년 프랑스가 비스마르크의 요구에 따라 조세를 전부 치렀기 때문에 예금자들은 낙관적인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베르사유 조약에(4) 의한 손해배상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자, 레몽 푸앵카레 프랑스 총리는 이 전례를 근거로 1923년 1월 독일 루르 지방을 점령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그러한 굴욕적 담보 정책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알고 있었다. 오늘날의 그리스처럼 당시 독일이 돈을 갚지 않는 이유는 갚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역수지 흑자를 통해서 어마어마한 채권 금액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음에도, 프랑스는 경쟁상대인 독일의 경제 회복을 거부한 채 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세 번째 전쟁의 가능성을 택했다. 독일은 경제 회복을 통해 돈을 ‘갚을’ 수 있고 프랑스는 군사비용을 처리할 수 있었을 텐데도 말이다. 마찬가지로 그리스 좌파가 경제적 성공을 거둔다 해도 유럽 국민들은 그다지 심리적이거나 물질적인 피해를 겪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 좌파의 성공 탓에 유럽 지도자들의 긴축정책에 대한 정당성은 크게 훼손당할 것이다.
루르 지방 점령 1년 후, 푸앵카레 총리는 점령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세금을 20% 올려야 했다. 독일이 갚을 것이라 큰 소리를 치던 반세금주의의 이 우파 지도자에게 자신이 만들어낸 역설은 치명적이었다. 푸앵카레는 선거에서 패배했고 후임 총리는 루르 지방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채무를 변제하라며 그리스의 목을 조르는 유럽국가들 중 어느 누구도 과거와 같은 결과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마저 그리스의 빚이 ‘변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인정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리스를 벌하는 것은 다른 유럽국민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착스럽게 처벌에만 매달리던 유럽연합 덕분에, 유로그룹 회원국들은 결국 860억 유로라는 금액을 지원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만약 5개월 전에만 지원이 이뤄졌다면 이 금액의 1/3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리스 경제가 유동성 부족으로 무너진 것이다.(5)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의 엄격함은 푸앵카레 총리가 그랬듯 큰 희생을 야기할 것이다. 쇼이블레 재무장관 역시 푸앵카레 총리처럼 실패한 정책이라도 정책을 더 강화하면 결과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끝없는 그리스의 굴욕은 다른 문제아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는 있는 것이다.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중 누가 다음 차례가 될까? 그리스는 그들에게 ‘융커의 정리’를 상기시켜 줄 것이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위원회 위원장은 그리스 총선에서 좌파가 승리하자 선거 4일 후 “유럽조약 앞에서는 민주적인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바 있다.(6)
한 침대에서 서로 다른 열아홉 가지의 꿈을 꾸기에는 침대가 너무 좁지 않을까. 역사도, 정치문화도, 생활수준도, 친구도, 언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단 몇 년 만에 동일한 통화를 강제시킴으로써 흡사 제국주의에 맞먹는 계획이 실현되었다. 통화를 제어하는 모든 메커니즘이 사라진 상황에서 어떤 국가가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구상해 민주적 토론과 중재에 붙이겠는가. 서로를 모르는 사람들이 미국의 끝과 끝인 플로리다와 몬타나처럼 먼 거리를 잇는 연대에 버금가는 연대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가 있겠는가. 이 모든 게 한 가지 가설을 근거로 만들어졌다. 연방주의를 강행하면 유럽 국가들을 가깝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하지만 유로가 출범한 지 15년이 지난 지금 증오는 절정에 이르렀다.
6월 27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마치 전쟁을 선포하는 듯한 말투로 국민투표 실시를 발표했다. “유로그룹의 제안은 그리스 민주주의에 가해진 최후통첩이나 다름없다”고 비방하고 “한 나라의 민족을 모욕했다”며 일부 유로그룹 ‘파트너’들을 비난했다. 그리스 국민들은 전폭적으로 자국 정부를 지지했고, 독일 국민들은 그리스 정부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요구사항들을 내세우며 합세했다. 유럽이라는 가족은 과연 또 다른 가정폭력의 위기를 겪지 않고 구성원들의 운명을 좀 더 단단하게 단결시킬 수 있을까?
이러한 적대감은 그리스와 독일에서만 불거지지 않았다.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스페인 포데모스 정당 대표는 “우리는 독일의 식민지가 되기 싫다”고 말한다. “이제 그만하라고, 유럽연합의 파트너를 모욕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독일에게 말했습니다”라는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의 비밀스러운 발언도 모두에게 공개되었다. 독일의 사회학자 볼프강 스트렉은 “1945년 이후 지중해 국가들 사이에서 그리고 프랑스 일부에서 독일이 이토록 미움을 받았던 적은 없습니다. 유럽공동체를 공고히 만들어야 하는 경제·통화 연합이 현재로서는 공동체를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게 생겼습니다”라고 설명한다.(7)
그리스 또한 적개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로그룹이 의회민주주의를 따랐다면 당신네는 벌써 쫓겨났을 거요. 당신 파트너들 과반수가 원하고 있으니까 말이오.”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이 치프라스 총리에게 한 말이다.(8) 이번에 국가들 사이에서 대두된 잘 알려진 보수역학에 따르면, 가난한 이들이 자신보다 가난한 이들의 희생을 통해 얻어진 도움으로 살아가게 되는 경우, 이들은 서로를 의심하게 된다. 에스토니아 교육부장관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그리스 ‘파트너’를 질책했다. “당신들은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에스토니아보다도 노력을 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그리스보다 훨씬 더 고통 받았지만 신세한탄만 하며 가만있지 않았어요. 우리는 행동으로 보여줬습니다.”(9) 슬로바키아 국민들 역시 자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그리스의 퇴직 연금에 분노했다. 반면, 체코의 너그러운 재무장관은 그리스가 파산했다면 “공기가 정화됐다며” 좋아했을 것이다.(10)
프랑스 사회당 소속의 피에르 모스코비치 유럽연합위원회 경제·재정위원은 유럽연합 사회정책 여름회의를 마치며, 자신에게 마이크가 주어질 때마다 다음의 ‘일화’를 반복해서 이야기 했다. “유로그룹 회의 때, 리투아니아의 사회당 출신 장관이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저임금을 40% 인상한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죠. 하지만 그리스의 최저임금은 이미 우리나라 최저임금의 두 배입니다. 우리에게 빌린 빚으로 최저임금을 올리겠다는 것 아닙니까?’ 저는 이게 아주 설득력 있는 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11) 불과 일 년 전 모스코비치의 사회당이 “우리는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유럽을 원합니다. 사회적 손해가 아닌 사회적 발전이 있는 유럽 말입니다”라고 발표한 것을 생각하면 아주 설득력이 있는 말이 맞다.
연방을 앞세운 새로운 도약의 위험을 없애버리다
2015년 7월 7일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많은 정부수반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격분하고 있는지 그리스의 치프라스 총리에게 분명히 드러내보였다. “더 이상은 못하겠습니다! 벌써 몇 달째 그리스 이야기만 하고 있어요! 결정을 해야 해요. 당신네가 결정을 못하겠다면 우리가 대신 결정을 하겠습니다.”(12) 실제로 며칠 뒤 이들은 그리스를 대신해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조금은 무서운 연방주의가 도래하고 있다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가?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지난 7월 14일, 모든 일련의 사태에 대해 올랑드 대통령이 내린 결론이다. 하지만 어느 방향으로 나아간단 말인가. 늘 그래왔듯이 ‘경제정부’, ‘유로존 예산’, ‘독일과의 공조’를 향해 나아갈 것이 뻔하다. 왜냐하면 유럽에서 어떤 처방으로 인해 환자의 경제적 또는 민주적 활력이 파괴됐을 경우에는 항상 약의 투여량을 두 배로 늘려왔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통령은 “유로존은 그리스와의 연대성을 재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에 따라 우리는 속력을 내야만 한다”라고 말했다.(13)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수의 좌파와 노조원들은 오히려 잠시 멈춰서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유럽연합의 붕괴와 민족주의의 부활을 불러올 것이라고 걱정하는 이들에게도 이번 그리스의 위기는 단일통화가 국민주권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전형이 되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적수의 민주주의 가르침을 비웃는 극우파에게 이번 기회는 자신들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로그룹의 국가들이 만장일치로 좌파 치프라스 총리에게, 지체 없이 엄격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실행할 것을 명령하는 로드맵을 보낸 상황에서 어떻게 단일 통화가 언젠가는 사회진보 정책과 일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역사상 그리스는 국제적 주요 쟁점들을 제기해왔다. 이번에는 감춰져 있던 유럽의 실제 모습을 드러내 보였다. 그것은 우리가 더 이상 원치 않는 모습의 유럽이었다.
글·세르주 알리미Serge Alimi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Frédéric Lordon, ‘결함. 유럽통화와 민주주의 지배력’, <Les Liens qui libèrent>, Paris, 2014
(2) New Statesman. London, 2015.7.13.
(3) ‘그리스 좌파, 새로운 유럽을 그리다’ 기사 참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5.2
(4) ‘베르사유에서 전쟁은 평화를 잃었다’ 참고, <역사교과서 비평 Manuel d'histoire critiqu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출판, Paris, 2014
(5) Gabriel Steinhauser, Viktoria Dendrinon, Matthew Dalton, ‘Europe reqches rescue deal for Greece’, <The Wall Street Journal>, New York, 2015.7.14.
(6) <Le Figaro>, Paris, 2015.1.29.
(7) Wolfgang Streeck, ‘예기치 않은 독일의 헤게모니’ 기사 참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5.5
(8) <Libération>, Paris, 2015.7.11.~12
(9) <The Wall Street Journal>, 2015.7.13.
(10) Le Figaro, 2015.7.3.
(11) France Inter, 2015.3.1.
(12) Le Figaro, 2015.7.9.
(13) Le Journal du dimanche, Paris, 2015.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