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의 실력 행사

2015-07-31     에릭 투셍

국제통화기금이 그리스에 원조의 손길을 보내기로 한 결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기금의 정관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은 해당 국가가 부채를 감내할 수 있는 경우에만 그 국가에 개입해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기금 자체의 내부 문서에 의하면, 개입 결정 당시에 채권자들이 설정한 조건들이 그리스의 공적 부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5월 9일 기금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에서는 대출 쪽으로 판결이 났다. 이는 기금이 당시에 어떤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으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몇몇 집행이사들, 특히 스위스와 브라질을 대변하는 이사들은 이와 같은 대출 제안에 항의했다고 한다. 이들은 유럽을 대표하는 동료 이사들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당신들은 기금의 그리스 대출 플랜은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그리스 민간은행을 구하려는 것이 그 목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이 모임의 기록을 갖고 있다. 우리는 네덜란드‧독일‧프랑스 대표자들의 응답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통화기금의 공식 보고서도 입수했다. 그 보고서에는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은행들은 향후 2년 동안 그리스 채권을 팔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나와 있다. 이 말은 곧 은행들이 채권자들의 입장에서 자신들이 소지하고 있는 미래가 불투명한 채권들을 당장은 처분하지 않겠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런데 실제로는 그와 정반대의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러면 통화기금이 은행을 구하는 데 일조하도록, ‘트로이카’의 일원으로서 그리스에 원조 결정을 내리도록 기금의 집행부에서 누군가가 거짓말을 했다는 의미 아닌가?

 

글‧에릭 투생Eric Toussaint

 

 
* 이 글은 2015년 6월 17일 열린 그리스 국회의 그리스 부채 특위의 조정관인 에릭 투셍의 발언에서 발췌한 것이다.
 
번역·이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