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우리를 능욕했다

2015-07-31     야니스 바루파키스 | 전 그리스 재무장관

그리스는 여섯 달 동안 끝없이 이어진 수많은 회의에서 주변국들에게 홀로 지탄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에 유럽연합은 까다로우며 복수심에 가득하고 때로는 당혹스런 면모까지 드러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전 재무장관은 그리스가 이처럼 유럽연합 및 독일과 충돌하며 경험한 고리대금과의 전쟁에 관한 여러 에피소드를 되새긴다.

2010년, 그리스 정부는 국가부채 상환 능력을 상실했다. 다시 말해, 채무변제불능 상태가 되었으며 자본시장 접근이 차단된 것이다.
유럽은 방만한 그리스 정부에게 수십억 유로를 빌려주면서 이미 취약해질 대로 취약해진 프랑스와 독일 은행들의 파산을 막는 데 급급했다. 그래서 유럽은 그리스에게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구제금융책을 제공하기로 결심했다. 단, 그리스가 전무후무한 규모의 구조조정(‘긴축’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현상이다)을 시행한다는 조건이 따랐다. 당연한 얘기지만, 구조조정으로 인해 대공황 이래 사상 초유로 국민소득이 폭락하는 현상이 야기됐고 이때부터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긴축의 직접적인 영향이라 할 수 있는 디플레이션(1) 때문에 부채 부담은 한층 더 가중되고, 또한 심각한 인도주의적인 위기가 초래되면서 부채상환 가능성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지난 5년간, 채권단의 ‘트로이카’(국제통화기금, 유럽중앙은행(ECB), 그리고 그리스에 융자를 제공한 EU회원국들을 대표하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금융전문가들이 ‘만기를 늘려 부실대출이 아닌 척하기(extend and pretend)’라고 이름붙인 난관, 혹은 ‘∼인 척하기(comme si)’ 전략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그 전략은 이미 채무불능상태가 된 채무자에게 마치 여전히 변제능력이 있는 양 더 많은 돈을 융자해주는 것으로, 채무액의 손실을 막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채권단이 고집을 부리면 부릴수록 그리스는 경제적․사회적 위기의 늪으로 빠져들어 점점 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는 동안 대차대조표 상의 잠재적인 적자액은 끝없이 불어났다.
우리의 정당인 시리자(Syriza, 급진좌파연합)가 지난 1월 실시된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국민들이 그리스가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믿었더라면 우리가 선거에서 이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의 임무는 단순했다. ‘∼ 척하기’ 전략과, 이것에 수반되는 긴축정책(이 시한폭탄 때문에 이미 그리스의 민영 부문에는 폭락이 야기되고 있었다)에 종지부를 찍는 것, 그리고 국민의 동의를 얻어 이 나라가 필요로 하는 근본적인 개혁을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였다.
지난 2월 11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2) 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했을 때, 나는 교섭상대들에게 매우 단순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리스 정부는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그리스의 경제적 난관을 헤쳐 나가기 위한 세 가지 중점사항에 기초해, 유로그룹과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 세 가지 사항이란 다음과 같다. 첫째는, 그리스 공영기관들의 효율성을 개선하고 부패, 조세회피, 과두제적인 기업 체제를 근절하며 연금구조 개선을 위한 일련의 근본적인 개혁을 이룬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근소하지만 지속성이 있는 기초재정흑자(3)를 마련해 그리스 정부의 재정건전화를 이룬다는 것이었다(이때 민영부문에 너무 지나친 노력을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 셋째는, 채무상환의 최적화에 필요한 이러한 기초재정흑자 및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그리스 채무를 재조정하거나 재배치하는 것이었다.”
이에 앞서 2월 5일에는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나는 그리스 정부가 단지 그리스 국민만이 아니라 독일, 프랑스, 슬로바키아, 핀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 전 유럽 국민들을 위한 제안들을 내놓을 것이니 믿어도 좋다고 말하며 그를 안심시키고자 했다.
그런데 웬걸, 우리의 고귀한 의도 중 어느 하나도 EU지도자들의 관심을 조금도 끌지 못했다. 우리는 다섯 달 동안 이어졌던 협상 기간 동안 혹독한 시련을 거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재무장관직에 임명된 지 며칠 후인 1월 30일에는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이 나를 방문했다. 몇 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그는 양해각서, 즉 이전 정부가 ‘트로이카’와 조인한 협정에 관해 어떻게 할 생각인지 물었다. 나는 우리정부가 선출된 것은 이 협정을 재협상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국민소득이 1/3 폭락하고 사회 전반에 걸쳐 반개혁 정서가 촉발하는 등 지난 5년간 상당한 타격을 초래한 예산정책을 큰 틀 안에서 개정하기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이다.
데이셀블룸 의장의 대답은 즉각적인 동시에 단호했다. “그건 소용없을 것이다. 그 양해각서를 따르든가, 아니면 개혁안의 실패가 있든가 할 뿐이다.” 다시 말해, 이전 정부들에게 강요된 정책들을 우리가 받아들이거나(그런데 우리 당은 너무나 애처로울 지경으로 실패한 바로 그 정책들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선출된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리스 은행권이 문을 닫는 꼴을 보거나라는 의미였다. 왜냐하면 시장 접근이 차단된 그리스에게 있어 ‘개혁안의 실패’란 다음의 사실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곧 ECB가 그리스 은행권에 모든 금융지원을 차단하면 그리스 은행들은 문을 닫고 현금인출기의 작동은 멈출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막 새롭게 민주적으로 선출된 행정부에게 이렇게 대놓고 협박을 가한 것은 이때뿐만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11일 후에 열린 다음 번 유로그룹 회의에서 데이셀블룸 의장은 가장 기본적인 민주적 원칙들조차 경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런데 쇼이블레 독일장관은 그보다 더했다. 발언권을 얻은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이 현 협정의 유효성과, 중요한 부분들을 재협상하기 위해 시리자당에게 임기를 맡긴 그리스 국민의 권리를 양립할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한 참이었다. 그러자 사팽 장관의 말이 끝나자마자 쇼이블레 장관이 곧바로 끼어들더니, 사팽 장관이 발언권을 되돌려 받을 때까지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선거가 그 무엇도 바꾸게 놔둘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서는 그 자리에 있는 장관들 대다수가 그의 의견을 전폭 지지했다. 사팽 장관도 더 고집을 피우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굳이 덧붙일 필요가 있을까?
바로 이 회의가 끝날 무렵, 우리가 발표할 성명을 준비하던 중 나는 양해각서의 주석에 ‘개정’이라는 용어를 넣어도 좋겠냐고 물었다. 우리 그리스 정부가 협정조건들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하는 문장에 관련된 것이었다. 쇼이블레 장관은 단지 새 정부가 구성되었다는 이유로 협정이 재협상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거부권을 내세웠다. 모두가 이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빠져나오고자 몇 시간을 허비한 다음에, 데이셀블룸 의장은 내가 만일 양해각서의 주석에 ‘개정’이라는 용어를 덧붙이려고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개혁안 실패가 임박하게 될테니”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2월 28일로 은행권이 폐쇄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나를 불렀다. 그는 내게 단 하나의 성명서에서조차 합의를 얻어내지 못한 채로 회의장을 떠나길 권했다. 그는 데이셀블룸 의장의 위협에 무관심한 체했다. 그 위협은 곧바로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지만 그것이 현실화되는 건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나는 실효성이 없다고 증명된 개혁안을 받아들이길 거부하자, 그리스 은행들의 문을 닫게 하겠다며 협박성 메시지를 눈앞에 들이대는 이곳에서 이미 수차례 신뢰를 잃었다. 채권단과 유로그룹은 우리의 경제적 논거를 듣길 거부했다. 그들은 우리가 항복하길 강요했다. 심지어 내가 그들에게 감히 ‘훈계하려’ 했다며 맹비난했다.
 
그리스에게 ‘무릎 꿇기’를 강요한 채권단
 
간단히 말해, 채권단의 협상은 ‘위협’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말뿐인 위협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 사실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그렇지만 우리는 방어 태세를 풀거나, 유럽이 태도를 바꾸리라는 희망을 포기할 결심이 서지 않았다.
우리 당이 선출되기 한 달 전, 이전 그리스 정부는 (바로 그 정부의 전 재무장관인) 그리스 중앙은행총재와 공모해 경고성의 소규모 은행 패닉을 일으켰다.
우리가 취임한 지 몇 주 후, ECB는 그리스 은행권 재원 조달의 중단을 암시하는 신호를 차차 늘려나갔다. 유로그룹에게는 가장 좋은 타이밍이었다. ECB는 데이셀블룸 의장이 우리에게 알린 것처럼, 은행 폐쇄 조치를 ‘정당화’할 현상인 자본 유출을 그런 식으로 심화시켜 나갔다.
협상테이블에 전문관료들이 들어오면서 우리가 예상했던 최악의 근심거리는 현실화되었다. 채권단은 만인의 눈앞에서 그리스가 회복을 하고 채무금을 회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리 높여 외쳤지만, 실제로 그들의 목표는 단 한 가지였다. 우리 그리스 정부를 모욕하고 우리에게 항복을 강요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설령 그것이 채권국들에게 있어 채무금 회수가 완전히 불가능해지고, 그리스 국민이 받아들이도록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개혁안이 실패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우리는 ‘기관들’과의 공조 아래 서넛 분야에서 우리의 법제적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수차례 제안했다. 그 노력들이란 조세회피를 제한하고, 정치권 및 경제권의 압력으로부터 국세청을 비호하고, 사법 장치를 개혁하는 것 등을 의미했다. 우리가 이렇게 제안할 때마다 “어림도 없는 얘기!”라는 한결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스의 상황을 아주 심도있게 점검하는 일이 끝나기 전에는 그 어떤 법안도 표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브뤼셀 그룹(4)의 내부에서 협상하는 동안, 우리는 일례로 부가가치세(VAT)의 개혁방안을 제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 문제에 관해 우리가 합의에 이르기도 전에, ‘트로이카’의 대표자들은 퇴직연금 개혁 문제로 넘어가기로 결정했다. 우리의 제안을 듣자마자 그들은 휴지통에나 들어갈 법한 제안이라고 평가했고, 곧바로 노동법 문제로 넘어가버렸다. 역시 이 분야에서도 우리의 제의가 곧바로 일소된 뒤 민영화 문제에 이르렀다. 그러나 여기서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런 식으로 어느 하나에 관해서도 합의를 이루거나 진지하게 협상하지도 못한 채 논의는 이 주제에서 다음 주제로 넘어가버렸다. 그 기나긴 몇 달간, ‘트로이카’ 대표자들은 우리에게 여러 주제를 한꺼번에 다루라고 요구하며 협상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하는 데 전념했다. 이로 말미암아 결국 그 어떤 주제도 구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겨났다. 바로 제 꼬리를 쫓아다니는 고양이의 형국이 된 셈이었다.
그러는 동안 대표단은 최소한의 제안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그리고 만약 우리가 감히 문서들을 공표하는 패기를 보인다면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언론에 유출할 기밀을 준비했다. 우리의 제안들이 ‘취약하고,’ ‘잘못 구상되었으며,’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내세우면서 말이다. 그래도 우리는 언젠가는 그들이 원칙에 따라 행동하고 협상을 절반 정도는 진척시켜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서 이 가장무도회에 동참하기로 동의했다.
또 한편으로, 협상이 제대로 된 조건 속에서 이루어지려면 애초에 교섭 상대들의 의견이 그렇게 나뉘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채무 재구성의 문제에 있어 IMF는 우리의 입장에 동의했지만, 자유직을 보호하는 보호정책들을 전부 취소해 우리의 노동법에 남아 있던 부분들을 파기하기를 요구했다. 집행위원회는 사회문제들에 대해 훨씬 더 유연한 입장을 보였지만, 채무 재구성에 관해서는 귀를 막았다. ECB도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니까 각 교섭기관은 허용 가능한 지점에 대해 제 나름의 빨간 선들을 그어댔고, 그것들이 결국에는 일종의 거미줄을 이루어 그 안에 우리가 걸려들게 되었다.
게다가 우리는 교섭상대들의 ‘수직적 간극’도 겪어야 했다. IMF와 집행위원회가 그 아래의 심복들과는 우선순위가 완전히 달랐던 것처럼, 독일 재무장관과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각자 자신의 총리들이 정한 목표에 따라 완전히 상반된 방향을 옹호했다.
아마도 가장 가혹했던 것은 집행위원회와, 우리에게 호의를 보이던 몇 안 되는 재무장관들의 모욕을 견디는 것이었을 것이다. 집행위원회와 프랑스 정부의 고위인사들이 “집행위는 유로그룹 의장의 결론에 따라야” 한다거나, “프랑스는 더 이상 예전의 프랑스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걸 들을 때는 눈물이 날 뻔 했다. 6월 8일 독일 재무장관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대화했을 때 느낀 실망감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쇼이블레는 유럽에게도 굉장한 타격을 줄 사고(유로존 탈퇴)를 피하는 최선의 방법에 관해 해줄 수 있는 충고가 전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6월 말, 우리는 체념했고 ‘트로이카’의 요구 중 대부분을 수용했다. 단 한 가지만은 예외였는데, 우리는 ‘채무 스와프’를 이용해 약간의 채무 재구성을 얻어내길 요구했다. 그 전에 유로그룹 회의에 참석했을 때인 6월 25일, 나는 ‘트로이카’의 마지막 제안, 곧 ‘받아들이든가 그러지 않든가’에 맞닥뜨렸다. 우리는 교섭 상대들의 요구 중 90퍼센트 사안에 굴복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명예로운 협정과 비슷한 어떤 것에 이르도록 그들이 애써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VAT 따위의 사항에 대해 더욱 엄격하게 굴었다. 더 이상 이견이 설 자리는 없었다. 만약 우리가 그 협정의 조인을 받아들인다면, 그 협정문은 그리스라는 국가의 마지막 잔해마저 산산조각 낼 것이었다. 그들은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우리가 무릎을 꿇으며 구경거리가 될 만한 항복을 하길 강요하고 있었다.
다음 날, 치프라스 총리는 양해각서에 관한 ‘트로이카’의 최후통첩에 순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로부터 24시간 후인 6월 27일 금요일, 나는 유로그룹 회의에 마지막으로 참석했다. 이 회의 이후에 그리스 은행권은 폐쇄 조치를 당했는데, 이는 우리가 감히 우리 국민의 뜻을 물어보는 패기를 부린 데 대한 일종의 응징이었다.
이 회의 동안에, 데이셀블룸 의장은 그날 저녁 두 번째 회의를 소집할 것이며 그 자리에는 내가 포함되지 않을 거라고 밝혔다. 그리스 재무장관의 자리가 없는 데서 회의를 열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홀로 저항했고, 의장에게는 특정 유로존 회원국의 재무장관을 배제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점에 관해 법적 해명을 해주길 요구했다.
잠시 회의가 중단된 이후 사무국에서 다음과 같은 회신이 전달됐다. “유로그룹에는 법적 지위가 없다. 유로그룹은 비공식 모임이기 때문에 유로그룹 의장의 행동은 그 어떤 성문법으로도 제한되지 않는다.” 내 머릿속에서 이 두 문장은 마치 유럽의 묘비명처럼 울려 퍼졌다. 콘라드 아데나워, 샤를 드골, 빌리 브란트,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헬무트 슈미트, 헬무트 콜, 프랑수아 미테랑 등 수많은 인사들이 건설하고자 했던 그 유럽, 어린 시절 이후 언제나 나의 기준점이자 나침반으로 삼았던 그 유럽의 묘비명처럼 말이다.
그리고 며칠 후에 은행 폐업 조치가 있었다. 그런데 타락한 언론들이 겁주기 작전을 지휘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리스 국민은 소리 높여 ‘노(NO)’를 외쳤다. 그 뒤로 이어진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치프라스 총리는 동어반복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협정을 강요당했다. 그때 사용된 협박 수단이 무엇이었을까?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불법적으로) 제명할 가능성이었다.
그들이 각자 우리 정부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건 상관없다. 이 에피소드는 진정으로 민주적인 한 국가의 이상을 부수기 위해, 유럽의 공적인 대표자들이 (유로그룹, 유로존 정상회의 같은) 기구들을, 그리고 어떤 조약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수단을 이용했던 순간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그리스는 항복했지만, 실제로 패배한 것은 EU의 계획이었다.
그 어떤 국민도 다시는 공포에 떨며 협상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Yánis Vároufakis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엄격한 채무 상환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는 쪽에 압도적인 표가 쏟아진 결과가 나오자, 그리스의 재무장관 야니스 바루파키스가 사임했다. 바루파키스는 그리스의 채권자들에게 “나는 채권자들의 증오를 자랑스럽게 받겠다.”는 날카로운 작별 인사를 남기고 훌쩍 떠났다. 그러나 54세의 바루파키스는 예전부터 재치 있는 입담과 특이한 패션 감각을 과시했으며, 이번 사임을 계기로 유럽에서 가장 쿨한 남자로 떠올랐다. 스스로를 괴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라 부르는 그는 긴축정책이 그리스 국가 경제를 어떻게 망가뜨렸는지를 줄기차게 지적해왔다.
 
번역·박나리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물가 및 임금, 투자 등 경제활동의 전반적 하락.
(2) 유로존 19개 국가의 재무장관 협의체.
(3) 부채를 상환하기 전, 한 국가의 예산이 흑자를 기록하는 상황.
(4) 그리스 정부,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재정안정화기
구(ESM), 국제통화기금(IMF)의 다섯 개 개체로 구성된 협의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