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바로 그런 것이다!”

2015-07-31     르노 랑베르

 “유럽이 가동되는 방식은 협상에 근거한다”(<France Inter, 6월 23일)라고 말한 베르나르 게타 같은 논평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유럽 통합의 완성을 위해선 지금이야말로 통합지상주의가 필요한 때이다. 그런데 이 협상만능주의주는 통합지상주의에서 선천적으로 유래하는 환상일 뿐인가? 프랑스 라디오 방송국의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 환상은 은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사실, 협상 만능주의는 영국 총리가 선례를 보여주었다. 지난 5월 8일 하원 의총에서 총리에 재선된 데이비드 캐머런은 즉각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처럼 유럽조약을 재협상하고 싶다고 발표했다. 이에 볼프강 쇼이블레독일 재무장관도 즉각 응답했다. “기꺼이!” 이는 그가 그리스의 재협상 요구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던 것과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이와 관련해, 쇼이블레는 “영국이 주요 회원국으로서 유럽 건설에 참여하는데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월 스트리트 저널>, 5월 20일).
쇼이블레와 그의 유럽 동료들이 보기에는 영국 정부의 자유주의적인 강격한 입장은 몇 가지 양보를 얻어내지만, 시리자당의 정치적 선택은 비록 그것이 완화된 것이라 할지라도 양보를 받아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유럽 지도자들 사이에 그리스 좌파 정부를 위해 규칙을 완화한다면 좋지 않은 전례를 남기는 것이며, 또한 한 나라가 탈퇴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로존을 허약하게 만들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미국 언론인 잭 어윙이 전한다 (<뉴욕타임스>, 3월 28일). 유럽이사회의 의장인 도날드 투스크는 이를 다른 식으로 표현한다. “그리스 위기의 금융상 위기 못지 않게, 정치적이거나 이념적인 위기가 나를 더 걱정스럽게 한다”(<파이낸셜 타임스>, 7월 16일).
처음에는 시리자당이라는 위협에 직면한 유럽 지도자들은 새로 들어온 신참들을 그들의 연대 밖으로 몰아낸다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서로 연대했다. “독일은 그리스 정부를 무시한다”고 <르몽드>가 7월 3일자 1면에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독일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영국 기자인 폴 메이슨은 “그리스의 재계, 세계화로 혜택을 입는 세력, 대기업의 간부들, 그리고 유럽연합이 시리자 정부를 내쫒으려고 시도하고 있는 중”이라고 지적했다(〈Channel 4〉,7월 1일). 경제학자 장-에르베 로렌지는 BFM TV 주최 토론회에서 아테네와 브뤼셀 사이의 협상은 “얼마 안 되는 수십 억 유로에 관한 문제일 것”이라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하나의 본때를 보이는 것이 관건이다”(2015년 7월 1일)라고 인정했다. 그는 금융회사 에드몽 드 로칠드 은행의 경영진중 한 사람이다.
경제적인 질식, 민주주의에 대한 압살, 온갖 종류의 위협…. 프리랜서 분석가 볼프강 뮈초우가 지적한 바대로(<파이낸셜 타임스>, 7월 13일), 그리스 문제에 대한 합의가 정말로 “체제를 바꾸려는” 작업이라면, 이는 치프라스를 필연적으로 퇴장시키지 않고서도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말하자면 ‘전복’ 없는 쿠데타라고나 할까. 익명을 요구하는 한 EU 지도자는 그리스 좌파정당을 전염병의 세균으로 비유하며, 이번 ‘실력 행사’를 축하한다. “(유럽연합이라는)체제가 (그리스라는)바이러스를 흡수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파이낸셜 타임스>, 7월 16일).
그는 또한 기발한 착상도 제안했다. 그리스의 극좌파가 선거에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혹시 저지를지 모를 일에 대비해 보험으로 경찰을 파견하자는 것이었다. 이런 인물이 한 국가 원로라는 말인가? 프랑스 대통령을 지낸 니콜라 사르코지가 한 말은 아니다. 대신에 사르코지는 2008년 7월 5일 대중운동연합(UMP)의 전국 총회에서 다음과 같이 열변을 토한 바 있다. “프랑스는 유럽을 필요로 한다. 유럽은 우리에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만일 공산당 출신 장관이나 사회주의 지도자들이 우리 정부를 차지한다면 우리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조금은 생각해 봐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그들이 이념이나 논리를 끝까지 밀고 가는 것을 막을 ‘유럽’을 가지고 있다. 유럽은 바로 그런 것이다!”(1)
 
글·르노 랑베르Renaud Lambert
 
번역·이진홍
파리7대학 불문학 박사.
 
(1) 프랑수와 드노르와 앙투완느 슈바르츠 (François Denord et Antoine
Schwartz)가 인용, ‘사회주의 유럽은 도래하지 않을 것이다(L’Europe
sociale n’aura pas lieu)‘, 〈행동의 이유(Raisons d’agir)〉, Paris,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