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랜드 파리에서 나타나는 스톡홀름 증후군

2015-07-31     피에르 수숑

 룩스리크스(LuxLeaks, 2014년 11월 국제기자조사단에 의해 드러난 금융스캔들, 원래는 ‘룩셈부르크 리크스’로 불린다-역주)의 폭로로 디즈니사(社)의 세금 탈루 행태가 드러났다.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며 모든 직원이 한마음이 되는 기업을 꿈꾸는 마른 라 발레에 위치한 놀이공원에 숨겨진 부끄러운 진실이다. 가히 놀라운 ‘동화’라 하겠다.

마른 라 발레에 있는 집 정원에서 열린 올봄 첫 번째 바비큐 파티에 십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 구역에 사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디즈니사에서 일해요. 특히 임원들이 많지요"라고 올리비에가 말했다.(1) 한때 디즈니랜드 파리에서 일했다가 현재 택배기사로 일하는 그는 동료 세 명과 함께 좁은 집에서 살고 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이 단독으로 감당하기에는 이곳 신도시 원룸 임대료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빈 맥주잔이 끊임없이 나오는 와중에 라파엘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한 가정의 가장인 그는 1992년 디즈니랜드가 개장할 때부터 이곳에서 일했다. "캐스트멤버(극단 멤버)(2)가 1만5천 명 있습니다. 역할은 500개가 있지요. 마을 속의 마을입니다. 저도 조경, 청소, 보안 등 여러 일을 했습니다.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최고입니다. 대단한 장점이지요. 어떤 회사에서 이런 일이 가능합니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계 다국적 회사인 디즈니랜드에 입사할 때 라파엘은 20세였다.
"유럽 전역과 세계 각지에서 수천 명이 모였습니다. 우리는 가족 같았어요. 주말에는 여기 바로 옆에 있는 밭에서 엄청난 테크노 파티를 벌였지요. 일요일 아침이면 경찰견을 앞세운 공화국보안기동대가 순찰을 나오기도 했어요. 마약도 마음껏 했습니다." 그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재밌는 상황도 생겼지요. 전날 마차 위에서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연기했던 젊은 아가씨가 오늘은 엑스타시에 취해 묘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겁니다. 공연용 메이크업까지 하고 있으니 남자들이 다 홀딱 넘어갔지요!"
“바로 그게 디즈니예요"라고 소라야가 비웃었다. 그녀도 디즈니랜드가 개장할 때 입사했다. ”안에도 축제, 밖에도 축제, 팀워크! 활기가 넘쳐나요. 생전 처음 경험하는 꿈같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경영진이 더 이상 바비큐 파티에 몰래 찾아와 직원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감시하지 않는다는 주위의 말을 의식한 듯, 그녀는 수습에 나섰다. "그래도 디즈니는 정말 특별해요! 전 1994년에 아버지 조지 부시가 방문하는 걸 봤어요! 또 모로코왕도 왔어요. 전용차에서 캐스트 멤버들을 돌아보셨어요. 제 앞에 오셨을 때 '살람 알리쿰'이라고 인사를 드렸더니 저한테 아랍어로 말도 걸어주셨어요! 다른 곳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직원들의 눈물샘 자극하는
경영진의 감동 경영
 
그렇지만 디즈니랜드의 이런 독특한 회사 분위기는 전통적인 노사관계를 폐기하려는 기업의 체계적이고 강박적인 노력에서 비롯됐다. "우리는 동일한 메뉴얼을 바탕으로 일을 합니다. ("디즈니를 말하십니까?"(3)라는 디즈니 브로슈어에 등장하는 문구처럼) 디즈니 쇼비지니스 언어를 함께 사용하고, 군중이 아니라 관객을 맞이합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손님이 아니라 방문객입니다. 디즈니랜드에 경찰이나 관리인은 없습니다. 대신 안전을 담당하는 캐스트멤버가 있지요. 우리는 유니폼이 아니라 의상을 입습니다."
디즈니랜드 파리의 홍보담당인 캐티 피아농은 모든 의혹을 불식시켰다. "우리 회사는 합의로 움직입니다. 우리 캐스트멤버 중 상당수는 디즈니랜드가 처음 문을 열 때부터 함께 했습니다. 20년 전에 기계공으로 일을 했던 사람이 이제는 레스토랑 책임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함께 디즈니랜드를 세웠어요. 그게 그들의 인생계획입니다."
디즈니랜드 임원 중 3/4이상이 내부에서 승진한 사람들이다. 디즈니사는 86%가 정규직이며 그중 대부분은 풀타임으로 일하고 평균 임금은 총액 기준 2,150유로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노동계의 해묵은 대립관계는 디즈니랜드 파리에서 사라졌고 일부 어설픈 마르크스주의자의 머릿속에만 남아있다. 피아농은 "우리 모두 꿈을 위해 일을 합니다. 모두 디즈니라는 브랜드의 팬이지요. 대립의 논리는 분열된 회사, 즉 전문직 노동자로 입사해서 전문직 노동자로 퇴사하는 회사에서나 유효하지요. 그건 '모던타임스'이지 디즈니가 아닙니다"라고 덧붙였다. 유로 디즈니의 협력청소업체 소속으로 고작 5시간 일하기 위해 매일 샤르트르역에서 출근하는 말리 출신 42세 사이두도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
소시지를 먹고 난 올리비에는 차를 몰아 우리를 인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그의 친구 스테파니가 그곳에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었다. 그녀의 병실에는 디즈니 열쇠고리, 찻잔, 포스터, 큰 인형이 가득했다. "이건 열정이야! 직장동료들이 날 얼마나 응원하는지 모를 거야"라고 그녀는 신이 나서 말했다. 그녀는 또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곧 디즈니랜드를 방문한다는 소식에 들떠 있었다.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은 그녀는 필립 가스(4) 유로 디즈니 사장의 위문편지를 받았다. 별이 그려진 엽서가 그녀 침대를 장식하고 있었다. "스테파니에게 호전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쁘군요. 우리 모두 스테파니를 응원하고 있어요."
병문안을 자주 온다는 소피가 병실에 있었다. 디즈니랜드에서 의상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일이 ‘멋지다’고 했다. “정말 환상적인 직장이에요. 물론 좀 지나친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요. 그 사람들은 피겨, 인형, 영화 등 모든 것들을 다 수집한다니까요. 그래도 너무 과할 필요는 없어요.” 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내 자신이 최근에 제작한 의상은 물론 치타와 사자 모양의 새로운 화단 사진을 30분이 넘도록 보여줬다. 그녀가 생각하는 ‘과하다’의 정의를 가볍게 농담거리로 삼는 와중에 정장을 입은 40대 남성이 병실문을 두드렸다. 유로 디즈니 경영진에 속한 그는 가스 사장의 측근이었다. 그의 의례적인 방문은 성공적이었다. 스테파니가 그를 보자마자 감정이 격해져 어쩔 줄을 모르고 긴 시간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예의를 갖추기 위해 찾아온 그는 딱히 할 말이 없어 금방 작별인사를 했다. “어떤 회사에서 이렇게 해주겠어요. 정말 꿈같은 일이에요”라고 충격에서 겨우 헤어 나온 스테파니가 중얼거렸다.
 
인종차별과 연줄 취업, 비정규직 차별
 
그녀는 동료 600명과 마찬가지로 자유시간이나 주말, 휴가 중 시간을 내 디즈니랜드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디즈니랜드에서는 그들을 ‘자원봉사자’라고 부른다. 장식하는 일을 돕거나 환경이 어려운 청소년 아이들이 방문했을 때 안내를 맡는다. “그 아이들은 어딜 가본 일이 없어요. 디즈니랜드에 오는 건 외출이자 모험이에요.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그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 건 참 좋아요.” 그녀가 공장에서 일했더라면 주말에 자원봉사를 했겠느냐고 물었다. “아, 절대 안 하지요.” 그녀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하지만 여긴 디즈니랜드에요. 전혀 비교가 되지 않아요. 이건 마법이자 꿈이에요.”
이 꿈은 손님에게 대가를 치르게 한다. 최신작 ‘겨울왕국’에 빠진 두 아이들의 등쌀에 뮤리엘은 12월 31일을 디즈니랜드에서 보내고 왔다. 우아즈에서 온 임시직 노동자인 그녀는 “반년 동안 보너스도 저축하며 절약했어요. 입장료, 식비, 숙박비, 교통비 등 500유로가 넘게 들었어요. 아이들에게 준 선물값은 제외하고 말이지요. 그래도 아이들은 정말 행복해 했어요. 아직도 그때 이야기를 한다니까요. 정말 디즈니는 꿈만 같은 곳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제 확신이 들었다. 젊은 나이에 축제를 즐기는 마음으로 입사한 캐스트멤버는 마법이라는 기치 아래 1만5천 명이 모인 이곳 디즈니랜드의 꿈과 같은 분위기에서 내부 승진을 한다. 그래도 노동조합에 확인을 해보기로 했다. 디즈니랜드에도 모든 종류의 노조가 있지만 현장에서 가장 호전적인 프랑스민주노동동맹(CFDT)만이 인터뷰를 승낙했다. 자밀라 우아즈 노조대표는 “디즈니라는 황홀한 세계에서 사람들은 진화하고 있습니다. 꿈을 앞세운 경영진의 담화는 아주 효과적이에요. 우리가 넘어야 할 첫 번째 장애물이지요. 직원들은 궁지에 몰려야만 우리를 찾아옵니다.” 브누아 갈로팽 대표도 “머릿속 어린아이에 머무르며 디즈니랜드에서 25년 동안 ‘앞으로 가세요’라고 말하면서 일해 온 직원들의 피터팬 신드롬”에 안타까워했다.
두 사람의 말을 믿는다면 화려한 장식의 이면에는 연줄로 이루어지는 고용, 최저임금을 주며 고급인력을 유연하게 활용하기, 인종차별, 협력업체 직원 착취 등이 있다. 그렇지만 그들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갈로팽은 뜻밖에 “경력 관리와 인간을 존중하는 관리체제입니다. 고용주 입장에서도 윈윈이지요”라고 대답했다. 그는 디즈니랜드에서 공격적인 노조활동은 ‘일자리를 담보로 해야 한다’고 했다. “디즈니랜드 빚이 어마어마하다고 항상 그러거든요. 자산조정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는 CFDT의 중앙 조직에서 지원이 없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만약 중앙조직에서 지원을 해준다면 노조문화가 전무하고 노조투쟁을 새로이 만들어 나아가야 할 기업에서 꽤 유용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상대하는 건 월트 디즈니사입니다. 그들은 페라리(최고급 스포츠카), 우리는 피아트(서민용 소형차) 500이지요.” 역경에도 불구하고 잘 버티는 사람들도 있다. 디즈니랜드 개장 때부터 청소부로 일해 온 40대 다니엘 로베도는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승진 기회가 박탈됐다.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아 보였다. “내가 걱정하는 건 직원들의 권익 보호뿐입니다.”
라파엘의 맏딸이 아빠의 팔을 잡아끌었다. “아빠, 이러다가 늦겠어요. 이제 가야 해요.” 레아는 오후에 프랑스 치어리딩 챔피언십 예선에 출전한다. 그녀는 폼폼걸(pompom, 특히 미국에서 치어리더들이 손에 들고 흔드는 플라스틱 가닥들을 묶은 뭉치를 빗대서 표현-역주)이다. 이웃 마을 세리에 있는 올랭프 드 구즈 체육관에 약 500명이 모여 각자 자기 팀을 응원하고 있다. 청소년이 거의 대부분이다. “가자, 사비니, 가자! 가자, 샤렝통, 가자!” 응원은 모두 영어로 이루어진다. “화이팅! 윈!”(나가 싸우자! 이겨라!) 프랑스축구협회가 미국에서 들어온 치어리딩 경연 대회를 관장한다. “발듀럽 도(道)의 도시들 사이에서 치어리딩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디즈니 영향 덕분이지요.” 레아의 어머니 안이 말했다. 그녀도 디즈니랜드 개장 때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리셉셔니스트로 시작해 이제 ‘시니어 매니저’가 됐다. “환상적인 곳이에요.” 그녀는 딸이 속한 팀이 예선에 통과하자 한층 더 열정적으로 말했다.
초저녁 올리비에의 집으로 돌아와 승리를 축하하며 건배를 했다. 거실에는 BFM-TV 방송을 틀어 놨다. 시의회 2차 선거에서 극우파가 14개 시에서 당선됐다는 소식이 나왔다. 올리비에와 친구들은 투표한 적이 없다. “정치인들은 다 썩었고 더러워.” 소라야는 “(장 뤽) 멜랑숑, (올리비에) 브장스노, 다 공상가들이야. 너희가 아파트를 구해야 할 때가 되면 그 잘난 장광설에도 불구하고 혼자일거야.” 그들은 모두 “시스템은 싫다”고 했다. “조작도 하고 아무 말이나 써대는” 기자도 싫다고 했다. 그러면서 “혁명이 일어난다면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로 디즈니는 종종 경제면 1면을 장식하곤 한다. 유럽 관광지 1위로 꼽힘에도 불구하고 사양길을 걷고 있는 디즈니랜드는 약 10억 유로의 자본을 증자해야만 했다.(5) 경영진은 이제 재정난에 맞서기 위해 유래 없는 임금삭감을 주장할 수도 있다. 디즈니사는 미국과 유럽에서 부과될 과도한 세금을 피하기 위해 룩셈부르크에 정교한 탈세기구를 마련하고 카이만제도에 세운 조직과 공조해 2009년에서 2013년까지 1% 미만의 세율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챙겼다.(6) 이로써 프랑스 국세청은 약 1600만 유로의 손실을 봤다. 디즈니사의 전략은 분명하다. 마른 라 발레에 위치한 디즈니랜드 파리의 자금 유출은 절세에 최적화된 체계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사람들은 노조의 전단지나 조합지에서 탈세의 흔적을 찾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룩스리크스의 폭로를 먼저 읽어야지요”라고 갈로팽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노조원이라면 그렇게 탈세를 못 해요.”
한참 생각 끝에 피아농만이 자기 일의 ‘비인간적’ 측면에 대해 말을 꺼냈다. “디즈니사에서평생 일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녀는 이미 프랑스 기업인 빈치, 비벤디, 베올리아에서 일한 적이 있다. “움직여야 해요. 자유의지를 지키려면 어떤 회사에서라도 오래 머물면 안 됩니다”라고 그녀가 덧붙였다.
 
·피에르 수송Pierre Souchon
 
 
번역·서희정 mysthj@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이 기사에 등장하는 모든 이름은 가명이다.
(2) 디즈니랜드 파리 직원들은 ‘캐스트멤버’, 고객들은 ‘게스트’, 무대 뒤는 ‘백스테이지’라고 부른다.
(3) ‘디즈니랜드 파리 무대 뒤편의 인류학자’, <소시오안토폴로지>, 제2권, 파리, 1997
(4) 그는 여름부터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 대표로 임명됐다.
(5) ‘재정난을 맞은 유로디즈니 자본을 재편하다’, <레제코>, 파리, 2014년 10월 7일.
(6) ‘룩셈부르크에서 일어난 다국적기업의 조세포탈에 대한 폭로’, <르몽드>, 2014년 12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