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와 중국, 자원-자본 맞교환 성공할까?

중국 참여로 커가는 장밋빛 정보화 미래, IMF가 걸림돌
인프라 시설과 광산 개발권 놓고 국가 간 갈등 벌어져

2009-09-03     콜레트 브래크만 | <르수아르>(브뤼셀) 기자

“콩고민주공화국이 더욱 폭넓은 정치적 정당성과 신뢰를 얻도록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라고 8월 11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현지에서 선언했다. 이 대목에서 그녀는 키부에서 일어난 내전을 염두에 두고 정부군 손을 들어주었으나, 콩고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고압적 자세에 더욱 시달리고 있다. IMF는 외채로 질식사 상태에 빠진 콩고민주공화국과 중국이 맺은 물물교환 협정에 반대한다.

 

콩고 남서부의 주도 마타디가 내려다보이는 도로 위에는 두 명의 젊은 중국인 엔지니어 유지앙과 젱이 무덤덤하게 서 있다. 밀짚모자를 썼는데도 이들의 얼굴은 햇볕에 빨갛게 익었다. 이들은 아침녘이면 도로 옆 도랑의 깊은 바닥에 똬리를 튼 뱀을 발견하곤 했으며, 이를 피해 종종 바위를 우회하거나 어쩔 수 없이 물길을 건너야만 했다. 공사를 진행하려면 무엇보다 요지부동인 관할 관청의 장벽을 넘어서야만 한다. 이들의 임무는 콩고민주공화국을 관통해 광케이블을 설치하는 일이다. 이 공사는 광케이블을 대서양의 안 모안다에서 킨샤사까지 연결한 다음, 키상가니까지는 콩고강 하저를 통과해 인도양에서 시작한 다른 케이블과 동쪽에서 연결하는 것이다. 케이블의 총길이는 5650km에 달한다. 이들의 상관인 지 헌터는 차이나텔레콤의 자회사인 차이나 인터텔레콤 건설의 책임자로,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3년 계약으로 콩고에 온 그는 이 기간에 오직 7일간의 휴가만 쓸 것이다. 그는 월급 1500달러를 받아 중국에 있는 외동아들의 교육비를 충당한다.

통신수단과 도로 절대 부족

서유럽과 비슷한 면적의 이 넓은 나라에서는 통신수단과 도로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제 민간 통신회사들이 안테나를 도처에 세우고, 광속으로 소리와 영상을 전달할 수 있는 광케이블 설비를 갖추면 기술적으로 크게 도약할 것이다. 이를 통해 휴대전화 사용료가 저렴해질 뿐 아니라 컴퓨터를 통한 금융거래, 의료영상 전송, 인터넷 강의도 가능해질 것이다.

하지만 정보화 시대의 이런 낙관은 아직 장밋빛 미래일 뿐이다. 마을 주민들은 고질적인 식수난을 겪고 있으며 저녁에는 촛불로 불을 밝히는 형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인가(Inga) 수력발전소의 전력은 인근 국가로 수출하고 있다.

콩고 정부는 자국의 우편통신국이 주관하는 광케이블 설치공사에 6천만 유로를 투자할 예정이다. 1차 투자분 2200만 유로는 중국 정부의 발전협력차관으로 조달된다. 민간 통신회사들은 케이블 설비 사용료를 국가에 지급하게 되어 있으며 국가는 1년에 최대 7100만 유로까지 사용료를 거둘 수 있다. 이렇게 해서 공공 서비스가 되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순조롭지는 않다. 영국의 통신업체인 보다폰은 남아공과 자본 제휴를 하고, 콩고 정부에 우선적 권리를 요구한다. 이 회사는 콩고의 이동통신 분야에 가장 먼저 투자해 이미 400만 가입자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해안도시 모안다의 케이블 사업권을 요구하고 있다. 보다폰은 콩고 정부가 광케이블 사업을 계기로 이동통신 분야를 장악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중국과의 사업 제휴에 기대감

하지만 헌터는 이러한 우려에 개의치 않는다. 중국과의 사업 제휴가 콩고 노동자 2500명에게 일자리를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은 중국 엔지니어 80명의 감독을 받고 있다. 공사 2기부터는 현재 중국에서 교육받고 있는 20명의 콩고 엔지니어들이 귀국해 중국인 기술자를 일부 대체할 것이다.

마타디에서 굴착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킨샤사에서는 거대한 분쇄기로 자갈을 깨서 간선도로의 지반을 다지는 공사가 한창이다. 수백 대의 건설 중장비도 행동 개시를 기다리고 있다. 도지사의 위임을 받은 중국인들은 도심의 ‘6월 30일 대로’를 4차선 고속화도로로 바꾸고 있다. 이제 이 길을 건너는 보행자는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서방 기업들이 콩고와 중국 간의 계약 조항을 놓고 논쟁을 벌일 때, 현장 공사는 이미 시작되었다. 조제프 카빌라 대통령은 거의 매주 거행되는 착공식에 참석한다.

콩고와 중국의 사업협력은 사회간접자본 장관 피에르 럼비(1980년대 콩고 사회운동의 중심이었던 농민연대의 설립자)가 베이징을 방문했던 2007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베이징 방문은 엄청난 결과를 낳았다. 중국과 63억 유로에 해당하는 콩고 투자 계획에 합의했으며, 이 중 600억 유로는 인프라 건설에, 그리고 3억 유로는 광산 부문 개발에 할당되었다. 이 사업은 콩고 정부가 32%의 지분을 갖고 있는 시코마인스라는 한 민관 공동출자회사가 주관하게 되었으며, 공사는 차이나레일웨이 엔지니어링(CREC)과 시노히드로가 맡았다. 이 두 대기업은 3천km에 이르는 도로와 철로의 보수·건설, 150개 병상급 병원 31개 건설, 보건소 185곳, 대학 4개, 서민 임대주택 5천 호 건설을 도맡았다.

30년간의 독재와 10년간의 전쟁, 약탈로 황폐화된 이 나라의 경제를 부흥하는 데 공헌할 이 공사의 대가로 중국은 정제 구리 650만t, 코발트 20만t, 금 372t을 얻게 된다.

럼비는 이 물물교환 협정이 두 나라 모두에 이익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중국의 처지에서는 경협 사업의 많은 부분에서 투자금의 환수가 불분명하다. 중국이 광물자원에서 얻는 이익이 인프라 건설의 재원이 되는 상황에서 전자의 수익성 예측이 과감하게도 19%로 높게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은 그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면 콩고 정부에 추가적인 요구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일부 콩고인들은 인프라 건설과 광물을 교환하는 이 물물교환 협정이 부패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금융위기 직전, 구리값이 급등하자 전세계 대기업들이 카탕가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구리가 국가 예산에 실제로 공헌하는 부분은 6%를 넘지 않는다. 막대한 구리 대금이 국고로 들어오기 전에 부패한 공무원들의 주머니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구리 생산 설비는 완전히 가동되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회사들은 아직 투자 단계에 있다.

서방 기업들, 광물자원에 눈독

서방 기업들의 저조한 활동에 실망한 콩고 정부는 광물 계약에 대한 ‘재고’를 결정하고 중국과 접촉하기 시작했다.(1) “모두에게 문은 열려 있다”고 콩고 당국은 공언했다. 그러나 과거 전쟁 종식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국제사회가 선거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도록 설득해왔던 벨기에와 프랑스처럼 콩고의 전통적 우방국들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콩고가 중국과 인도, 한국, 혹은 콩고의 석유 탐사에 참여한 브라질과 같은 나라로 파트너를 바꿀 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갖고 있다. 문제가 되는 지하자원 중에는 우라늄, 니오브, 콜탄, 코발트 같은 희귀하거나 전략적인 광물자원뿐 아니라 최근 발견된 석유도 있다.

따라서 콩고 정부의 광물자원 계약에 대한 재고 방침은 새로운 파트너들에게 기회를 주려는 시도로 해석되기도 한다. 콩고 정부는 특히 카탕가에 12억 유로를 투자한 미국 기업 텐케푼구루메의 지배력을 약화하기 위해 이 회사의 자본에서 정부 지분을 17%에서 45%로 늘리길 원한다.

이와 관련해 몇 년 전부터 콩고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간에 발생한 불협화음은 콩고의 광물자원 계약 재협상과 관련돼 있음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카빌라 대통령은 2002년 집권 직후부터 절망적인 경제 상황을 치유하기 위해 외채이자 상환을 중단했다. 콩고는 70억 유로의 부채를 파리클럽(2) 채권국에 지고 있었으며 이 부채의 90%는 1989년부터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었다. 구조조정 프로그램과 IMF 전문가의 방문도 이어졌다. 콩고 정부는 2006년에 이미 부채의 80%를 탕감받길 기대했다.

이는 콩고 정부로서는 중요한 목표였다. 콩고는 35억 유로가 채 되지 않는 정부 예산 가운데 지하자원 개발을 통한 수입이 14억 유로에 불과한 반면, 매월 2840만에서 3550만 유로, 즉 1년에 6억 유로를 부채 상환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었다. 만약 협상이 실패한다면 전체 부채는 그대로 유지된다. 그런데 현재 콩고 정부는 교사, 공무원, 법관, 군인 임금도 제대로 지불 못하고 보건의료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즉, 국가를 재건할 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콩고 재기의 발목을 잡는 이 외채는 ‘악성’(3)이라 할 수 있다. 이 외채는 이자 때문에 눈덩이처럼 불어났으며, 채권국들은 과거 “서방의 친구”인 조제프 모부투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부채상환 능력도 따지지 않고 마구 빌려주었다.

과거 여러 번 콩고 정부는 터널의 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IMF는 콩고 정부의 잘못된 공적자금 운영과 함께 현재 중국과 맺은 협정이 콩고 경제 회생의 장애물이라고 말하고 있다. 베이징과 맺은 “세기의 계약” 조인식 다음날(4) IMF는 만약 콩고가 기존의 부채액과 맞먹는 새로운 차관 계약을 하고 중국 기업과 맺은 사업 계약을 국가가 보장한다면 콩고의 부채 탕감에 반대할 것이라는 점을 즉각적으로 밝혔다. 더욱이 IMF는 물물교환 방식을 그다지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

콩고 주재 중국 대사이며 프랑스 국립행정학교 출신인 우제지앙은 IMF의 태도에 언성을 높였다. “우리는 오직 하나의 보증만 요구했습니다. 만약 광물자원에서 나온 수익이 약속된 금액에 미치지 못하면 국가의 보장이 새로운 전망을 실현하게끔 하는 것이다. 수출입은행인 중국 국영은행만이 위험을 부담하고 있다”고 완벽한 프랑스어로 설명했다. 그리고 “어쨌든, 지하자원이 충분하지 못하더라도 콩고는 이 물물교환에서 다른 자원을 제안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땅이라든가…”라고 말하면서 속내를 드러냈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국가의 보증이 새로운 부채로 보이지만 이는 세 번째 국면에서 개입될 뿐이라는 것이다. “IMF는 악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IMF 관계자들이 베이징까지 와서 콩고와의 계약 포기를 종용했지요. 그런데 한편으로 IMF는 자신의 재원을 늘리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중국이 내놓으라고 합니다.”(4)

부채 상환 능력이 미래 결정

지난 5월 프랑스 출신의 도미니크 스토로스칸 IMF 총재의 킨샤사 방문 당시, 일종의 타협안이 나왔다. 사회간접자본 제2기 공사 재원으로 IMF가 약속한 60억 유로의 차관 중 20억 유로를 광물자원 개발 사업에서 나오는 이익으로 갚으라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중국은 주춤했고 프랑스 기업들은 틈새를 파고들었다. 파리공항관리회사는 은질리 공항 신축공사에 다시 나서기 시작했고 중국은 활주로 재정비 공사에 만족해야 했다. 프랑스 기업 아레바는 콩고 전역에서 우라늄 광맥 탐사와 채굴권을 얻게 되었다.

콩고에는 IMF 및 ‘파리클럽’ 채권국들과의 화해가 매우 중요하다. 콩고의 경제성장률은 2008년 8.2%을 기록한 뒤 2009년 현재 2.7%로 급감했으며 외국인 투자는 예상치 17억 유로를 훨씬 밑도는 5억7천만 유로에 불과하다. 스트로스칸은 콩고가 금융위기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아프리카 국가 중 하나라는 점을 인정했고, 지난 3월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1억3850만 유로의 긴급 지원을 승인했다.

부채 상환은 경제적인 문제보다 정치적인 문제가 되었다. 많은 이들이 단시일에 해결책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더욱이 텐케푼구루메 광산회사가 채결한 계약의 재협상 문제에 몰두하는 미국은 IMF의 고압적 태도 뒤에서 자신의 요구를 숨기고 있다.

글·콜레트 브래크만 Colette Braeckman

번역·김태수 asticot@ilemonde.com

 


<각주>

 

(1) 라프 커스터스, ‘광물계약을 재검토하는 아프리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8년 7월호.
(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 선진 회원국 중 17개국이 주축이 돼 1974년 발족한 채권국 모임으로, 국가가 공여하거나 지급보증한 중·장기 채권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옮긴이).
(3) ‘악성 부채’라는 표현은 독재정권이 차입한 해외 자금으로 민주화 이후 국민 전체가 갚아야 하는 부채의 의미로 사용했다.
(4) ‘재건 중인 카탕가에서의 투기 작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8년 7월호.
(5) IMF의 투표권은 지분에 따라 결정된다. 미국은 17%이며 중국은 브라질, 벨기에와 같이 2%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