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석에 앉은 아일랜드 미디어
2015-07-31 줄리엥 메르실
아일랜드 상하원은 2014년 11월, 부동산 거품 붕괴로 2008년부터 시작된 금융위기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그것은 “아일랜드가 겪은 시스템 차원의 경제위기, 특히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재정적 요인들뿐 아니라, 위기에 기여한 결정들을 내리게 된 이유를 조사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었다. 의원들은 조사과정에서 지난 3월 캐나다 연구원인 줄리엥 메르실이 미디어의 책임을 언급하는 내용을 청취했다. 다음 내용은 그의 발언에서 발췌한 것이다.
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우리는 다음과 같은 면들, 즉 부동산 붐의 영원성이나 총체적인 경제 건전성 상태를 전혀 의심하지 않은 거대 미디어의 책임, 부동산 영역에서 다수 광고주들이 갖게 되는 잠재적 이익관계의 충돌, 미디어에서 임대 대신 주택구매를 반복적으로 장려한 점,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할 것이라고 내다본 지배적 여론을 특히 주목하고자 한다.
우리의 작업은 거품이 터지기 전에 거품이 감지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폭락의 폭이 예견될 수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두 가지 경우에 있어서, 비록 분석이란 것이 사후에 그 정확성을 획득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답은 ‘예스’다. 시세 대비 이윤 관계와 가격 대비 소득 관계라는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하여 부동산 가격이 거품인지를 알 수 있다. 예전에 영국 주간지 <더 이코노미스트>가 전 세계 거의 모든 곳에 경고를 하기 위해 이 지표들을 사용했다. 2002년 <더 이코노미스트>는 아일랜드의 부동산 시장이 ‘거품’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기사화했으며, 2003년에는 아일랜드 부동산 시장이 지난 30년간의 평균에 비해 42% 과대평가되었다고 진단했다. 아일랜드 내에서도 데이비드 맥윌리엄과 모건 켈리 같은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이 이미 판별해 냈던 거품에 대한 경고를 똑같이 내렸다.
그러나 미디어를 포함해 아일랜드 기관들과 분석가들은 활황이 충격 없이 계속될 거라고 주장하면서, 그러한 위험성을 집단적으로 부인했다. 2008년 전까지, 경제계의 동향은 거품을 대부분 무시하는 것이었다. 거품이 터졌을 때도, 가격이 폭락한 이후 몇 달이 지나서야 미디어들은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다음과 같은 <아이리시 타임스(Irish Times)>의 상당수 제목들이 증명하는 것처럼, 초기의 기사들은 대부분 거품의 존재를 인정하길 거부했다. “어떤 연구는 부동산 거품이란 개념을 반박한다,” “주택 가격은 연착륙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이리시 인디펜던트>, <선데이 인디펜던트>는 “국립은행 중개인들은 부동산 가치의 거품 붕괴 위협을 부인하고 있다,” “감정평가사들은 주택가격이 떨어질 것 같지 않다고 주장한다,” 혹은 “카산드라(재난의 예언자)에게 실례가 되겠지만, 부동산 거품은 하나의 신화에 불과하다”라는 기사 제목들을 내보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2000년과 2007년 사이 <아이리시 타임스>는 경제에 관해 4만 건 이상의 기사를 써냈다. 그런데 그중 0.2%에 해당하는 78건만이 부동산 거품과 연관된 것이었다.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경제문제를 다룬 신문기사의 양치고는 너무 미미하다.
주거지와 상가 부동산에 할애된 지면들은 독자들에게 임차인보다는 소유주가 되라고 유혹하는 탐방기사 형식의 매혹적인 사진들과 기사들을 싣고 있었다. “구매해야 할 수 많은 이유”라는 제목이 붙은 어떤 기사는 “AEG 마크의 가전제품과 석재로 된 조리대를 갖추고 디자이너들에 의해 설계된 고급 부엌, 세라믹 타일·타월 건조 라디에이터·크롬 밸브를 갖춘 멋진 욕실을 구비한” 새로운 호화 아파트를 제시하고 있다. 기사 작성자는 잠재적 구매자들에게 “분양수가 매우 한정되어 있으니 조속히 투자하는 것이 낫다”라며 시간을 허비하지 말하고 조언한다. 또 다른 기사는 아일랜드 부동산 구매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눈앞에 최고의 행운을 거머쥐는 타고난 낙천가’라고 묘사하고 있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영국인들이 ‘제국의 태양은 결코 지지 않는다’라고 단언한 적이 있다. 앞으로 우리는 한창 팽창중인 아일랜드 부동산 제국에서 태양이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는 시장 상황을 기술하기 위해, 소위 말하는 재정전문가들 혹은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의존한다. 이들은 거의 똑같이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예를 들어 2007년 11월 <아이리시 타임스>는 2008년의 동향을 예견하기 위해 앙케트를 실시한다. 부동산의 동향에 대해 질문을 받은 6명의 전문가들은 아무렇지 않게 열정적으로 낙관주의적 예견을 쏟아낸다.
몇몇 기자들은 단호하게 부동산 분야의 호황을 확신한다. 많은 기자들은 거품이 터지기 전이나 후에도 거품이 끼었다는 사실을 고집스럽게 인정하지 않는다. 2007년, 한 기자가 <최고의 순간이 앞으로 올 것이다>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아일랜드의 경제와 부동산 가격이 붕괴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나아질 수 있다”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위기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위험이 실현될까 두렵기 때문에 그 위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재앙에 대해 이야기를 덜 할수록, 우리는 경제적 재앙에서 벗어날 것이다.” 2008년 4월 <선데이 인디펜던트>는 “구매하기 좋은 순간이다.(1) 시장은 현재 엄청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물쭈물 할 이유가 없다”라고 확신하는 부동산업자의 견해를 그대로 옮기고 있다.
텔레비전에서도 똑같은 논리가 펼쳐졌다.(2) 부동산 붐이 일어나는 동안, 공공방송 채널인 RTE는 <선 하우스 헌터들>, <쇼 하우스>, <하우스에 대하여>, 혹은 <나는 성인이다. 여기서 벗어나게 해 달라> 같은 방송프로그램들을 방영하면서, 부동산에 대한 국가적 강박관념을 공고히 했다. <프라임 타임> 같은 시사프로그램도 똑같이 여기에 기여했다. 2000년과 2007년 사이 방영된 717개의 프로그램 중에서 오직 10개 프로그램만이(전체의 약 1%) 부동산 가격 폭등을 경고했다. 이 프로그램들에는 전체 26명의 게스트가 초빙되었다. 이중 11명은 부동산 업계 혹은 금융계(은행가, 보험업자, 중개인) 인사들이었고, 4명은 주요 정당(아일랜드 공화당, 통일 아일랜드당)의 정치인들, 4명은 기자들, 4명은 대학교수들이나 연구원들, 3명은 경제 자문관들이었다. 이들 중 2명만 거품이 바로 눈앞에 다가왔고, 거품이 곧 터질 것이라고 명확하게 단언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정쩡한 태도를 취한 경우를 제외하면, 시장이 현재 견고하며, 몇 년 후에도 견고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혹은 시장이 역동성을 회복하면 손실 없이 더 합리적인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 후에 부동산이 특히 더블린에서 되살아나고 있지만, 예전의 담론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왜냐하면 이제 아일랜드는 더 이상 거대한 부동산 거품에 직면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디어는 2008년 이전과 똑같은 지침을 견지하고 있다. 사설들과 탐방 기사들은 대중의 이익을 희생시키면서 엘리트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미디어의 정치적·경제적 구조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대 그룹들이나 국가가 여전히 미디어를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고는 여전히 미디어 기업의 매출액중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기자들은 대부분의 정보를 국가의 정치적·경제적 엘리트층으로부터 얻고 있다.
글‧줄리엥 메르실Julien Mercille
번역·고광식
(1) 프랑스도 2008년 상당히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Marc Endeweld, ‘자기 함정에 빠진 부동산 업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8년 12월.
(2) Aditya Charkabortty, ‘텔레비전으로 방영되는 부동산 포르노의 세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8년 12월.
<태풍 속의 국가>
2007년과 2011년 사이
국민총생산의 감소: 15%
2010년 재정적자: 32%
2009년 생산인구의 평균 임금: 28,722유로
2011년 생산인구의 평균 임금: 26,907유로
2010년 급여를 삭감당한
아일랜드 노동자 비율: 48%
2010년 급여를 삭감당한
유럽 노동자 비율: 16%
2008년 빈곤 상태에서
살아가는 어린이 비율: 6.8%
2013년 빈곤 상태에서
살아가는 어린이 비율: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