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유대주의, 그 환영과 현실

2015-07-31     도미니크 비달

지난 1월 9일 파리 동부의 포트 드 벵센느에 있는 카세(Kasher)라는 한 유대계 슈퍼마켓에서 4명의 인질을 살해하고 경찰에게 사살당한 아메디 쿨리발리 사건은 프랑스에 살고 있는 수많은 유대인들을 경악케 했다. 2006년 유수프 포파나(Youssouf Fofana)가 이끄는 자칭 ‘바르바리 갱’이 유대인 이안 알리미를 납치한 뒤 감금, 살해한 사건과 2012년 툴루즈의 유대인 정교학교 오자르하토라(Ozar Hatorah)에서 모함메드 메라(Merah)가 저지른 학살 사건에 이어 발생한 이 사건은 많은 유대인들에게 반유대주의가 이 나라에 확산되고 있다는 징조를 느끼게 했다.

이성보다 감정이 우선하는 것을 막기란 쉽지 않았다. 더 이해하기 힘든 것은 많은 분석가들이 지표와 용어를 혼동해서 사용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보기 위해서는 반유대주의적 여론과 행위를 구분해야만 한다.
매년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는 국가인권자문위원회(CNCDH, Commission Nationale Consultative des Droits de l'Homme)의 연례보고서를 비롯한 여타 신뢰할 만한 조사에 의하면 확장일로에 있는 반(反)집시주의나 반이슬람주의와는 달리 반유대주의는 미미한 현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의 보고서 작성자는 “유대계 프랑스인들은 오늘날 단연 프랑스에서 가장 잘 통합된 소수민족에 속한다. 유대인 통합지수는 2009년 이후로 6포인트 낮아졌지만 2009년에는 총 100포인트를 기준으로 85포인트에 달했다. 이는 다른 종족인 흑인에 비해 6포인트, 북아프리카 출신의 총칭인 마그레브인들에 비해 21포인트, 이슬람교도들보다 28포인트나 높은 수치였다”고 결론지었다.(1)
물론 프랑스에서의 반유대인 정서는 구성 종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예컨대 프랑스 정치개혁재단(Fandapol)은 지난 해 11월 가장 최근의 조사를 발표했는데,(2) 그 조사에 따르면 이슬람교도들이 다른 종족에 비해 가장 반유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조사 모집단은 575명에 불과했다.(3) 이들은 유대인에 대해 다음과 같은 6가지의 선입견을 보였다. “오늘날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자행된 학살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다”, “유대인들은 경제와 금융 분야에서 너무 많은 권력을 소유하고 있다”, “유대인들은 미디어 분야에서 너무 많은 권력을 소유하고 있다”, “유대인들은 정치 분야에서 너무 많은 권력을 소유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대인들의 음모가 있다”, “유대인들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이다” 가 그것인데 물론 논쟁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유대주의적 정서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해도 반유대주의적 행위의 증가는 금세기가 시작된 이래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4) 내무부의 통계에 의하면 2002년 그 첫 번째 조짐이 드러난다. 이 해에 인종차별적 폭력이 4배로 증가했는데 그 중에서도 반유대주의적 폭력은 6배의 증가를 보였다. 그 후로는 인종차별적 폭력이 다소간 증감을 되풀이했으나 1990년 이전 수준으로 하락한 적은 없었다. 더욱이 최근 3년 동안 그 정점을 기록했다. 유대인공동체보호단체(SPCJ)에 의하면, 2014년 1~7월까지 유대인에 대한 적대행위는 527건으로, 2013년 같은 기간에 발생한 276건에 비해 91%의 증가를 기록했다고 한다.(5)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폭력의 증가는 다른 여러 요인들도 있겠지만 많은 사상자들을 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첨예한 갈등 탓이 크다. 제2차 인티파다(1987년부터 시작된 팔레스타인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운동-역주)처럼 2014년 7월과 8월 사이에 발생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은 수백만 TV시청자들이 이스라엘 군인의 죄악을 목격하게 했다. 물론 이는 프랑스 내에 거주하고 있는 유대인들과는 하등상관이 없다. 그런데 프랑스 내 유대인대표기구(CRIF)는 이스라엘의 행위를 필사적으로 옹호해 유대인과 이스라엘인을 동일시하게끔 만들어버렸다. 더욱 좋지 않았던 것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사건 초입부터 베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편을 들면서 프랑스의 입장을 왜곡시킬 만큼 강력한, 이른바 ‘유대인 로비설’을 더욱 굳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물론 중동 문제만이 유대인들에게 책임을 돌리게 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다. 디외도네(Dieudonné)나 알랭 소랄(Alain Soral) 같은 반유대주의적이고 극우주의적 성향을 가진 유명 인사들도 유대인들이 ‘박해’라는 희생자의 방패막 뒤에 숨어있다고 신랄하게 비난함으로써 반유대주의를 부추기는 데 일조했다. 이들의 태도는 유대인들이 극우와 협력했던 전력을 지워버리기에 충분했다.
일부 국민들, 특히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유대인들이 어떻게 느꼈든지 간에 그것이 현실을 정확히 그대로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 증거로 불과 몇 년 사이에 프랑스에서 이스라엘로 가는 역 이민자의 숫자가 세 배로 늘었다. 오랫동안 일 년에 불과 1,500명에 달했던 이민자들이 2014년 7,000명으로 늘었다. 이는 프랑스에 살고 있는 유대인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이 수치가 금년 안에 일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임자인 아리엘 샤론(Ariel Sharon)처럼 네타냐후도 심지어는 유대인들이 현재 처한 상황을 1492년 대추방령(1492년 3월 31일 유대인 추방을 명한 알함브라 칙령을 말한다. 알함브라와 그라나다를 회교도의 손으로부터 해방시킨 스페인 국왕과 가톨릭은 전 스페인의 기독교화와 통일을 위해서 유대인들의 추방을 명한다-역주) 당시 스페인에서의 유대인들의 처지와 비교하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으며 ‘형제’들에게 프랑스를 떠나 이스라엘에 합류하라고 권고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6)
유대인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이 때문에 몇몇 유대인들이 떠나지만 여기에는 매우 역설적인 현상이 있다. 역사적으로 프랑스는 유대인들을 최초로 해방 시켜준 나라인 것이다. 그런데 결국 유대인들은 자신들에 대한 위험이 상존하고 심지어 더 심각한 곳으로 이주하기 위해 프랑스를 떠난다는 것이 아닌가?
 
 
번역·이진홍
파리7대학 불문학박사.
 
 
(1) 국가 인권 자문위원회, <La lutte contre le racisme, l’antisémitisme et la xénophobie. Année 2013 (인종차별, 반유대주의와 외국인 혐오증퇴치를 위한 노력, 2013년) >, La Documentation française Paris, 2014.
(2) 도미니크 레니에 (Dominique Reynié), 〈 L’antisémitisme dans l’opinion publique française. Nouveaux éclairages (프랑스 여론에서의 반유대주의, 재조명)〉, Fondation pour l’innovation politique, Paris, novembre 2014.
(3) 〈르몽드〉〉, 2014년 11월 14일.
(4) 폭력 행위란 다양한 수준의 중대성을 포괄하는 “위협‘보다는 훨씬 더 정확하고 그러므로 더 의미가 심각한 개념이다.
(5) ‘반유대주의적 행위가 한 해 동안 두 배로 증가했다,’〈프랑스 엥포(France Info 뉴스 전문 라디오 방송국)〉, 2014년 9월 12일, www.franceinfo.fr
(6) 〈The Times of Israël〉, 2015년 1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