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할만한 여성들> 외

프랑스서평(2)

2015-07-31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부

 

<존경할 만한 여성들> / 비벌리 스케그스
 
영국 출신 사회학자인 저자는 서민층 여성을 연구하기 위해 11년간 영국 동북부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실시되는 간호사 전문수업을 관찰했다. 80건이 넘는 인터뷰를 토대로 저자는 젊은 여성들이 직업 준비 교육만 받는 것이 아니라 계급과 섹스 부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해야 하는지를 교육 받는지를 보여준다. ‘결혼, 양육, 타인을 돌보는 일을 하게 될 이성애자 여성들’이라는 대목이 이를 잘 나타낸다. 1988년에 영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자기 자신’만 강조한 나머지 계급이라는 개념에 무심해지게 하는 학술계의 주류 이데올로기에 반박한다. 실제 노동자 계급 집안에서 자란 저자는 주류 계급에서부터 창의력, 그리고 의미를 만드는 능력을 중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개인적인 불안이 아니라 계급으로 인한 불안을 겪는 서민 젊은 여성들은 자신들이 싫어하는 부르주아층을 대표하면서 자신들을 평가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존경하지 않는다.
 
<일상에서의 무슬림> / 니뤼페르 골
 
최이슬람은 유럽 사회에서 이제 주요 정치 사인이 되었다.’ 프랑스계 터키인 출신으로 사회학자인 저자가 4년 동안 실시한 조사를 바탕으로 집필한 이 책이 주로 내세우고 있는 주장이다. ‘논란의 지도학’ 편은 이미 프랑스에서 잘 알려져 있는 테마인 히잡 착용, 길거리에서 이루어지는 집단 기도, 회교 사원 모스크 건설을 다루고 있고 ‘일상 생활’ 편은 할랄, 이슬람 율법 샤리아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프랑스의 시각에서 벗어난 이 책은 모든 대륙은 현대 시대에 이슬람의 갑작스런 침투를 겪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의 신세대 무슬림은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당당히 드러낸다. 물론 이러한 태도는 긴장감, 반목, 나아가 폭력을 야기하며 2010년대 유럽에서는 무슬림들만의 새로운 특징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책에서 예로 든 여러 사례가 보여주듯이 이슬람에 대한 논란은 유럽 내 무슬림과 함께 유럽에 몇 가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잉여 여성> / 레타 홍 핀셔
 
마오쩌둥은 ‘하늘의 절반은 여성이다’라고 하면서 여성의 위상을 올려놓았지만 현실은 오히려 반대로 여성들을 홀대하고 있다. 여성들이 처한 상황은 1979년도 개방과 개혁으로 악화되기만 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사실이 있다. 의회에서 여성 의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1973년에는 10.3%였고 지금은 4.9%로 낮아졌다. 전직 기자였다가 칭화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는 저자는 중국 여성이 당하는 봉급, 고용, 승진의 불평등을 조사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다룬 책은 많다. 저자의 책이 빛나는 이유는 남녀평등에 대한 인식이 남녀 모두에게서 후퇴하고 있는 중국의 현실을 증언을 통해 생생하게 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결혼을 여성의 첫 번째 인생의 목적으로 소개하는 이데올로기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26, 27세가 넘었는데도 결혼을 하지 않고 있는 여성들은 손가락질을 받으며 ‘잉여 여성’이라는 소리를 듣고 무시당한다. 이처럼 여성에 대한 인식이 퇴보하면서 가정 폭력이 다시 증가하고 일상생활에서 남성중심의 행동이 강해지고 있다.
 
 
<히로시마의 일기 - 8월 6일에서 9월 30일까지> / 미치히코 하시야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미국 폭격기 B29가 일본 도시 히로시마에 첫 번째 원자 폭탄을 투하하고 그로부터 3일 후에 나가사키에 두 번째 원자 폭탄을 투하한다. 수 만 명의 사람들이 폭탄에 맞아 즉사해 잿더미가 되었고 나머지 수만 명의 사람들은 불에 타고 방사능에 오염되어 며칠 후에, 몇 달 후에, 혹은 몇 년 후에 사망한다. 그러니까 파일럿 1명, 전투기 한 대, 폭탄 하나가 7만 명과 10만 명 사이의 사상자를 낸 셈이다. 병원 근무 의사인 저자는 환자들을 간호하면서 원자폭탄이 생존자들에게 끼친 영향을 의학적으로 묘사하는 내용을 일기로 쓰게 되었다. 시사하는 바가 많은 내용의 책으로서 원자폭탄 투하 뒤 10년이 지나 출간이 되고 일본의 종전 70주년을 맞아 재발행되었다. 일본에 대한 원자폭탄 투하로 많은 미국인들은 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생각한 독자들에게는 혼란스러운 생각을 안겨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원자폭탄 투하라는 최악의 반인륜적인 범죄 중 하나를 저질렀으나 이에 대한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 면죄부를 받아 왔으며 이에 대한 반성도, 보상도 없었다. 미국은 스스로 대량 살상무기와 테러리즘과 싸우는 리더라고 주장하기 전에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테러리스트는 폭탄은 있지만 폭격기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