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프랑스 서평

2015-08-04     세바스티앙 라파크

 

앞으로 책이 사라질 것이라며 호들갑을 떠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에 대해 누구를 모델로 삼아야 할까? 세상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린 철학과 데모크리토스? 반대로 세상을 바라보며 울음을 터뜨린 헤라클레이토스? 아니면 웃는 것을 좋아하지도, 우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이해하는 것을 선호한 스피노자 같은 철학가? 레지 드브레는 일반 매체학 강연(1991)에서 책이 걸어온 역사적인 흐름을 세심하게 나누어 설명했다. 말의 시대, 글의 시대를 거쳐 영상과 온라인 시대가 오면서 책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시대 변화는 지금도 어느 정도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비르질 스타크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사서 출신의 드브레는 이러한 변화를 믿고 싶어 하지 않지만 막상 변화에 대해 들을 때는 한탄을 한다.(1)

온라인 혁명은 프랑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각 부처마다 미래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의 말을 듣고 온라인으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여기저기서 종이 책은 죽었다며 단정 짓는 전문가들의 말에 현혹되어 도서관들이 문을 닫고 있다. 온라인 기기 판매자들에게 자금 지원을 받는 이 전문가들의 발표에 비르질 스타르크는 거부감을 보이며 종이책은 결코 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

스타르크의 주장은 반향을 일으키나 실제 반대자들과 논란이 붙는 단계까지의 분위기가 형성되지는 않는다. 스타르크는 필립 뮈레의 에세이, 장 마르크 망도시오의 프랑스 국립 도서관의 몰락에 관한 소책자(2)를 언급하며 종이책은 몰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박하며 결국에는 사람들이 다시 종이책을 손에 들 것이라고 본다. 또한 레지 드브레는 또 다른 저서 <창문에 서 있는 캉디드 같은 사람>(3)에서 종이책이 사라지고 디지털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비웃는다. 온라인 세대가 태블릿 PC나 클라우드에 100만 권이 넘는 e-book 파일을 저장해 놓아도 책 100권도 읽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 반문한다.

무조건 절망하지 않으면 분명한 통찰력이 나온다. 도서문화 역사의 대가 로제 샤르티에는 에세이 <작가의 손과 인쇄소의 정신>(4)에서 종이책 독서가 위기를 맞긴 할테지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아르헨티나 작가 요르게 루이스 보르헤스의 의견에 동의하며 전 세계에서 출간되는 모든 책은 하나의 책을 이룰 뿐이라고 생각한다(그는 우주의 절대적 진리를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책을 대문자로 썼다-역주).

 

 

 

글·세바스티앙 라파크 Sébastien Lapaque

 

번역·이주영

 

 

 

(1) Virgile Stark, <도서관의 황혼(Crépuscule des bibliothèques)>, Les Belles Letters, 파리, 2015년

(2) Jean-Marc Mandosio, <프랑스 국립 도서관의 몰락(L'Effondrement de la Très Grande bibliothèque National de France)>, L'Encyclopédie des nuisances, 파리, 1999년

(3) Régis Debray, <창문에 서 있는 캉디드 같은 사람(Un Candide à sa fenêtre)>, Gallimard, 파리, 1998년

(4) Roger Chartier, <작가의 손과 인쇄소의 정신(La Main de l'auteur et l'Esprit de l'imprimeur)>, Gallimard, 파리, 201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