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지배하는'시장 전체주의'가 무너지고 있다

자본주의의 신화는 붕괴되는가

2008-09-29     로랑 코르도니에 | 경제학자, 릴1대학 전임강사

 

지금은 시장만능 '신화' 깰때…
환율변동, 그 '효과'의 허와 실

로랑 코르도니에 <경제학자·릴1 대학 전임강사>

 

 

모든 것을 감안할 때, 결국 시장은 조정되기 마련이다. 사실 각 시장의 수요와 공급은 언제나 가격 매커니즘을 통해 평균적으로 균형에 이른다. 이제 수요공급법칙을 좀 더 들여다보자. 각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만남으로써 가격이 변동한다. 그리고 이 같은 가격 변동은 수요량과 공급량의 일치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최근에 '시장'은 그야말로 만인의 이목을 끌었다. 여기서 아무런 교훈도 끌어내지 않는다면, 그저 만사 투덜거리기만 하는 사람이 될 뿐이다. 그렇다면 요즈음 시장이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바로 시장의 자기조절기능이다.

   실제로 화석에너지 수요가 증가일로를 달리고 있는가? 화석에너지 자원의 가격이 때맞춰 상승해 수요-공급 균형이 회복된다. 에너지 수요 증가의 원인이 무엇이든, 즉, 중국경제의 놀라운 성장률이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량 제한, 투자펀드들의 공공연한 투기 포지션, 나이지리아 내전, 스코틀랜드 파업, 이란과의 긴장관계 같은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이 수요증가와 공급증가 간의 불균형과 가격 상승을 초래한다.

  석유 가격은 2007년 5월에서 2008년 5월 사이, 2배로 뛰었고, 2002년 이후, 5배나 상승했다.1) 그렇다면 이제 유가에 대한 기대심리가 상승에서 하락으로 돌아서지 않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시장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올 여름, 4주 동안 원유 가격이 배럴당 30 달러나 하락했다.

  곡물 수요가 공급보다 빨리 증가할 때, 가격 상승은 내부적으로 수요-공급 균형을 회복시킨다. 수요 증가의 원인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수확량 감소 때문이든, 화학비료나 농기구의 연료로 사용되는 석유제품 같은 투입재의 비용 상승 때문이든 상관없다. 또 신흥공업국의 급속한 도시화와 농촌 황폐화, 그리고 인도와 중국에서 육류, 밀, 옥수수처럼 경작에 더 많은 면적이 필요한 식량을 소비하는 중산층의 등장, 농업연료(agro-fuel) 개발, 그리고 '서브프라임' 위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농산물 투기꾼 등 수요 증가의 원인은 중요하지 않다.

'서브프라임' 위기의 여파

  달러 수요가 유로 수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는가? 유로-달러 환율이 즉각적으로 조정된다. 마찬가지로 달러 수요가 감소한 원인은 중요하지 않다. 유럽보다 미국의 성장전망이 낮기 때문이든, 유럽-미국 간의 금리 격차 때문이든, '서브프라임' 위기의 여파로 자산 가격이 또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든, 미국의 대외무역적자 확대 때문이든, 유로와 달러의 수요공급은 외환시장에서 환율메커니즘을 통해 다시 균형에 도달한다.

  달러 대비 유로의 가치는 지난 1년 동안 17% 상승했고, 유로의 외환시장 최초 거래일인 1999년 1월 4일 기준, 35% 상승했으며, 유로의 가치가 최저점을 찍었던 2006년 10월 26일을 기준으로 하면, 100% 상승했다. 심지어 밤에도, 우리가 자고 있는 동안에도 외환시장은 조정을 계속한다. 지난 8월 7일, 프랑스 경제의 성장을 위협하는 '위험들'을 지적한 장-클로드 트리쉐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발언 덕분에 성장전망이 정말로 역전되지 않았는가? 시장은 추세를 역전시킴으로써 이런 '좋은 소식'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이틀 만에 달러 대비 유로의 가치가 600 센트 하락했다.

 주택 수요가 공급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가? 실제로 구시가지나 도심 주거지처럼 주택 공급이 비교적 비탄력적일 경우 그러하다. 이제 부동산 가격이 '조금씩' 조정된다. 역시 주택 초과수요의 원인은 중요하지 않다. 인구 증가 때문이든, 가계 수 증가 때문이든, 실질금리 하락 때문이든, 대출기간 연장 때문이든, 개인자산 증가 때문이든, 세금혜택 때문이든, 해외수요 때문이든, 부동산 시장의 가격메커니즘은 결국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킨다.

  1998년에서 2004년 사이, 주택 가격은 경상가격 기준, 프랑스에서 90%, 영국에서 140%, 스페인에서 160% 상승했다.2) 2004년 4사분기 이후에도 주택 가격은 지방의 구시가지에서 30%나 상승했다. 주택 가격의 상승 추세는 단지 이제 막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3)

 가격메커니즘이 각 시장의 수요공급을 다소 신속하게 일치시킨다는 것을 '조정'으로 이해한다면, 시장이 조정된다는 사실에는 어떤 의심의 여지도 없다. 더구나 현재, 각 시장에서는 조정이 상당히 빠르게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가격메커니즘을 통한 수요공급 균형달성'이라는 명제에 시장에 대한 종교를 만들어낼 정도의 뭔가가 있는가? 사실 동어반복에 가까운 명제가 아니던가? 물론 가격이 규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재고가 쌓이거나 시장에 줄이 길게 늘어설 때, 가격이 제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은 인정해야한다. 즉, 공급량과 수요량이 일치하게끔 가격이 변동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가격이 단지 그것만 한다는 데에 있다!

  사람들은 조정되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에게, 경제주체 전체에게, 가격은 '치즈냐, 디저트냐'처럼 양자택일할 수 있는 조정변수가 아니며,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 고민해야하는 투기의 대상도 아니다. 이들에게 가격은 경제활동의 비용, 투자프로젝트의 정당성, 가처분소득, 그리고 자신들의 삶의 조건 전체를 결정하는 요소이다.

  2년 전부터 지금까지 수십만 명의 미국인들이 살고 있던 집을 잃었다. 이들에게 조정은 서브프라임 가격의 변동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았다.4) 은행은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을 기대하며, '고객들'의 예상 가능한 지불불능상태의 위험에서 안전하다고 믿었다. 사실, 은행의 계산에 따르면, 고객이 채무변제불능상태에 빠질 경우, 담보물인 주택을 더 비싸게 매도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은행들은 100만여 명의 불행한 사람들을 집밖으로 내쫓았다. 은행은 이들과는 달리,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 외국 국부펀드의 도움으로 유상증자를 할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5) 이쯤 되면, 이 불행한 사람들은 시장이라는 종교에서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후 시장은 다시 조정되기 시작했다. 누가 이들에게 예전에 자신이 살았던 집의 가격이 2007년 3월 이후, 연 8%씩 하락하는 것을 보라고 권하면서, 시장에 대한 신앙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인가?

   많은 미국 지자체들의 경우, 기적 같은 조정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한편으로 클리블랜드의 경우처럼 수천 채의 빈집 때문에 주민세 손실이 발생하고, 다른 한편으로 부채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 상승을 감내해야하는 상황에서6), 지자체들은 안타깝게도 다른 곳에 정착하러 떠날 수도 없다. 그러나 가격이 변동할 때, 이것이야말로 할 수 있어야만 하는 일이다. 즉, 선택을 재고(再考)하고, 전략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효용(이윤)극대화를 노리는 것이다!

  세계의 수많은 가계들과 수백만 명의 프랑스 국민들은 1년 동안 36%에 달하는 유류비 상승을 경험했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가계들이 유류비 상승을 경험했겠는가? 이들의 입장에서 볼 때, 조정은 이미 작동했다. 바로 본인의 재량소득이다. 물론 우리는 프랑스 국민들이 유가상승을 올바르게 예상하고 풍력에너지나 태양열판을 구매하는 방법으로 에너지소비 전략을 사전에 재조정하지 못했다는 점을 한탄해야 한다.

  사실 금융잡지의 선물시장 섹션에 유가의 변화가 명확히 드러나기 10년 전 부터 유가 변화를 분석했더라면, 문제가 해결됐을 것이다. 시장은 시장의 미덕을 앞서나갈 줄 아는 사람들에게만 은혜를 베푼다. 적어도 이렇게 생각하면 산업발전체제의 변환을 제 때에 착수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우리 지도자들의 나태함을 비난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굶주림을 경험한 사람들의 수는 8억 5,000만 명에 달하며, 20억 명이 배급받은 쌀로 일일 칼로리의 60%에서 70%를 충당하고 있다. 이들에게 조정 문제는 거의 쓸데없는 문제이다. 농산물 가격이 2배 상승하면, 이들이 조정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는 19세기 초부터 맬서스와 데이비드 리카도의 정치경제학 저서에 설명되어 있다. 농산물 가격이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거나 자녀 출산 계획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로 상승할 경우, 한 세대가 지나면 노동공급은 노동수요와 적당한 비율이 되는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며, 이 새로운 세대의 임금은 다시 한 번 밥값 수준 정도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조정 과정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리카도가 살았던 시대에 아이들은 8살부터 노동을 시작했다. 따라서 조정은 노동시장에서 아동노동이 희소해졌다 공급초과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즉, 8년 동안 진행되었다. 오늘날 아동노동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정 과정이 훨씬 더 느리게 진행될 것이다. 고약한 인구법칙의 경직성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여기에 윤리가 끼어들었으니,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니겠는가?

  프랑스 수출의 70%를 담당하고 있는 1,000여 개 기업들의 입장에서, 달러 대비 유로의 가치상승은 분명히 '조정'을 초래할 것이다. 단지 항공 산업만 보더라도, 유로존에 비해 달러존의 생산비가 사실상 더욱 낮아지면서 13만 5,000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지금으로서는 달러존 국가나 저비용 국가들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샤를르 에델스텐느 프랑스 항공우주산업연합(GIFAS) 회장의 말이다.7)

   '그러나 유로 강세의 피해는 항공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외환정책 보유를 원하지 않는다. 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시장이며, 유럽중앙은행은 오직 가격(이라고 쓰고 임금이라고 읽는다)의 안정성만을 정책목표로 삼고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피에르 가타즈 전기·전자·통신산업연맹(FIEEC) 회장과 로랑 구젠느(Laurent Gouzenes) FIEEC 경제분과위원회 위원은 "산업생태계 전체가 환율불안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과도한 통화불균형이 경쟁력 압박으로 이어지면서, 전기·전자·통신 산업의 혁신, 생산, 수출역량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거침없이 지적했다.8)

경제 주체들의 효과없는 대응

   가타즈 회장과 구젠느 위원의 말이 옳다. 더구나 이들이 유로 강세에 대한 대응책으로 대만식 치료법을 적용했던 독일의 예를 강요하지 않은 것도 감사할 따름이다. 대만식 치료법을 적용한 결과, 독일은 3년 동안 실질임금이 거의 5%나 하락했다.9) 덕분에 독일의 빈곤노동자 비율은 지난 10년 동안, 15%에서 22%로 급증했다. 독일로서는 높은 빈곤노동자 비율로 명성이 자자한 미국이 부럽지 않은 상황이다.

  다행스럽게도 유럽의 경기침체 징후가 점점 더 뚜렷해지면서, 이 모든 것에도 약간의 즐거움은 있었다. 바로 금리하락이 예상됨에 따라 시종일관 강세였던 유로의 대달러 환율이 다소 약세로 돌아서고,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의 주식가격이 8월 8일 단 하루만에 10%나 상승한 것이다. 위기가 마치 외환정책과 산업정책처럼 작동한 셈이다.

 따라서 첫 번째 교훈은 시장은 조정되지만 행위 주체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가격의 급락과 급등은 시장에서 약간의 수요공급 불균형이라도 발생할 경우, 경제주체들의 치밀한 재적응을 통해 불균형이 조정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다. 심지어 경제주체들은 혼란한 상황에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 부재하기 때문에 가격의 불안정성이 악화된다. 즉, 전문용어로 말해, 수요나 공급의 '비탄력성'이 가격 불안정성을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불균형이 해소되려면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상한 운명의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주류 경제학의 가르침과는 정반대의 일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사실 주류경제학에 따르면, 시장 불균형은 가격 신축성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발생하며, 바로 이 가격 경직성의 존재가 가격이 아닌 수량을 통한 '조정'을 설명할 수 있고, 따라서 실업을 비롯한 사회의 몇 가지 해악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진실의 순간이 도래했다. 가격 경직성은 커녕 놀라운 가격변동이 경제주체가 온몸으로 겪고 있는 급격한 조정으로 나타난 것이다.

  두 번째 교훈도 첫 번째 교훈만큼이나 중요하다. 바로 각 시장의 상호의존성이 '보이지 않는 손'을 효과적으로 강화하기는커녕, 있을법하지 않은 인과관계의 사슬을 따라 사방으로 불균형을 전달함으로써 불균형을 악화시켜 신속하게 통제할 수 없게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시장 구제조치가 자율조정기능 해쳐
투자자들의 불신 해소가 관건

  달러 약세는 유가나 식량 가격 상승에 기여한다. 투자펀드들이 가치하락이 예상되는 자산을 매도하고 상승이 예상되는 자산을 매입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예상을 실현시키기 때문이다.10) 그 결과, 미국인 수백만 명의 퇴직이 유가의 지속적인 상승 여부에 달려있게 된다. 연기금 때문이다. 금리상승이 미국 지자체들의 목을 죄고 있는 반면에, 무분별한 위험을 감수했던 은행들은 리파이낸싱에 성공하고 있다. 이들 은행이 초래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매우 낮은 재할인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20억 명의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밥 한 공기의 가격이 북해산(産) 브랜트유의 배럴당 가격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급등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모든 원인은 아니겠지만 강대국들이 농업연료 개발을 통해 오일쇼크에 대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시장의 상호의존성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더 많은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사실, 2007년 말 이후 세계 증시의 엄청난 '폭락'사태와 달러 약세는 금 시세를 다시금 상승시켰다. 금이야말로 예나 지금이나 가치보장 수단의 역할을 담당하는 귀금속이다. 물론 금을 가치저장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 어떤 합리성에 따른 결과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쨌든 금 시세의 폭등은 파리 방돔광장에 줄지어 늘어서있는 보석상들과는 관계없다.

  보석상들은 값비싼 금괴를 투기가 아니라 '세공작업'을 위해 매입한다. 따라서 금 시세가 폭등하면 보석상들은 판매 가격에 '반영해야만 하는' 비용 증가를 불평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빈민들과는 반대로, 부자들은 언제나 자신의 선택을 재고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판매 가격 상승은 보석상들의 판로를 위협한다. 그렇게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기꾼들이 파리의 보석세공노동자들을 위협할 때, 우리는 '지구촌'이 초래할 수 있는 미세한 누전사고들을 축소판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섣부른 구제조치, 상황 악화 시켜

  세 번째 교훈은 거의 완전한 시장 자유화 맥락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취할 수 있는 구제조치들은, 심지어 그것이 과거 악습의 대척점에 서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도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유가폭등 대응책도 그러하다. 골드만 삭스는 향후 2년간 유가가 배럴당 175달러, 나아가 2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사실, 선진국들의 고유가 대응책 중 하나는 농업연료 생산을 촉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경작 가능지가 곡물 재배가 아니라 에너지 작물 재배에 사용되어 곡물 공급이 감소하게 되고, 결국 농산물 가격의 상승이 가속화된다.11)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새롭게 정한 것은 기뻐할 일이지만, 앞으로 2020년까지 자동차 연료의 10%를 농업연료로 대체하겠다는 유럽연합의 목표는 경작지의 70% 이상을 에너지작물 재배에 할애한다는 것을 의미함을 인정해야 한다! 심지어 옥수수 에탄올 생산에 필요한 토지의 전환으로 온실가스 방출이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농업연료 개발의 목적이 온실가스 증가는 아니지 않는가?

  대응책이 바람직해 보일 때도 이럴진대, 유럽연합의 통화정책처럼 대응책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된 것으로 보일 경우는 어떻겠는가?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의 과대평가를 해결할만한 묘책이 없는 것이 확실하며, 오직 가격 안정성 목표에만 매진하고 있다. 유가와 농산물 가격 상승에 기인한 수입인플레이션을 통화긴축이라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은 분명히 유럽중앙은행의 능력 밖의 일이다. 그 때문에, 유럽중앙은행은 그들이 '2차' 효과라고 미화해서 부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바로 노동자들이 생필품 가격의 상승을 보상받기 위해 요구할 수도 있는 임금인상이다.

  여기서 유럽중앙은행은 오직 단 하나의 효율적인 해법만을 알고 있다. 노동자계층의 임금인승요구에 찬물을 끼얹는 방법으로 서브프라임 위기의 여진 속에서 유럽의 경제활동이 뚜렷하게 둔화되기를 노리는 것이다. 경제둔화 덕분에, 노동시장 악화가 임금노동자들의 협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고, 따라서 임금 인상, 이어서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12)

 그러나 25년에 걸친 지속적인 긴축정책으로 노동자계층의 임금인상 요구가 탄력을 받게 될 때, 이번에도 임금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고통을 감수하려고 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어쨌든 크리스티앙 노이에(Christian Noyer)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영세생산자 대중에게 자신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피력한 바 있다.
"우리는 모든 기업주들에게 마치 인플레이션이 3.5%에서 유지될 것처럼 임금과 마진을 변동시켜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우리 모두 인플레이션율 2% 미만이라는 목표를 유지해야한다."13)
현재로서 어떤 반응들은 대단히 냉정한 판단의 발로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헨리 폴슨(Henry Paulson) 미국 재무장관은 모든 위험을 가늠해 보고 대응책의 적정 수준을 논하면서, 이렇게 선언했다.

 "올바른 균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규제는 혁신의 수준을 따라잡아야 하고 투자자들의 불신해소에 기여해야 한다. 그러나 규제를 너무 강화해서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할 소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14)

  비슷한 맥락에서 앨런 그린스펀 전(前)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현재 전 세계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인정했다. 그린스펀의 말을 빌자면, 이 위기는 "수많은 희생자들을 낳을 위기"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패닉에 빠져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린스펀은 "세계금융시장의 근본적인 균형 메커니즘인 금융시장의 자동조절이 희생자 중 하나가 되지 않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하고 있다.(15) 금융시장의 자동조절이 너무도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 유럽연합 재무장관 모임인 유로그룹의 의장직을 맡고 있는 장-클로드 융커(Jean-Claude Junker) 룩셈부르크 총리는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재무장관들에게 외환위기를 초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극단적인 분석을 소개했다.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자세히 관찰해야 하고, 점점 더 조심하게 된다." 융커 총리는 이 발언도 성에 차지 않는지, "우리는 과도한 환율 불안정성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융커 총리의 발언에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2008년 3월 13일, 1.56 달러였던 유로 환율이 2008년 4월 23일, 1.60 달러로 상승한 것이다.

 언제나처럼 이런 상황에서 가장 흥분하는 사람들은 기자들이다. 독일의 유력 일간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와 <쥐트도이체 차이퉁>(Suddeutsche Zeitung)은 진보 언론과는 별 상관이 없지만, 거의 파산상태에 처해 있는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해보자"고 주장했다. 그리곤 "우리의 (자유주의) 원칙들을 던져버릴 것"을 검토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파티가 열리는 밤, 색종이 조각이 날리고, 사람들은 다소 취해있고, 25년 동안의 정반대되는 가르침으로 구멍이 뚫린 수영장 주위, 파티의 막장 분위기라고 할까? 아니면 실질적인 '아조르나멘토(aggiornamento:개혁과 혁신)'일까? 16)

  아조르나멘토의 경우, 아마 이탈리아를 더욱 믿어야 할 것이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내각의 막후 실력자로 군림하면서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자유주의적 성향이 매우 강한 경제학자, 지울리오 트레몬티(Giulio Tremonti) 교수는 17) 총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어느 날, 다소 반향을 불러온 칼럼을 발표했다. 이는 일종의 고해성사였다.  "시장은 21세기를 지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이며, 시장 주권을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는 것으로 만들어 국가와 거의 모든 공공부문을 마녀사냥으로 몰아갔다.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그것이 올바른 길이었다고, 유일한 길이었다고 말할 수 없다."18)

 <번역 : 박수현 domyosie@ilemonde.com>


 

1) 유로로 계산하면, 유가는 3배로 상승했다.
2) 「부동산시장의 변화전망과 거시경제상황(Les perspectives d'맯volution du march맯 immobilier et son contexte macro맯conomique)」, 상원보고서, 2005년 10월 5일, [http://www.senat.fr/rap/r05-0060.html].
3) 「빠른 뉴스(Informations rapides)」, n°96, 2008년 4월 2일, INSEE.
http://www.insee.fr/fr/indicateur/indic_conj/donnees/prixloge.pdf
4) 거의 100만 세대의 가정이 3년 동안 집에서 쫓겨난 상태이다. 여기에 일시적으로 집에서 쫓겨난 세대까지 포함하면 2백만 세대가 추가될 것이다.
5) 프레데리크 로르동, 「금융위기, 실패를 거울삼는 법도 모르는 자본주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8년 3월.
6) 미국의 지자체들은 금융시장에서 지방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 이런 유형의 무위험 채권 보증전문 보증보험회사들이 서브프라임 투기의 여파로 파산한 이후,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발행한 채권들은 현재 위험도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7) <레 제코(Les Echos)>, Paris, 2008년 3월 19일.
8) <레 제코>, Paris, 2008년 4월 23일.
9) 독일연방통계청은 실질임금을 독일 임금노동자들의 평균 세후 순소득으로 정의한다. 독일 노동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구매력으로 환산한 독일국민의 연평균 순소득은 1992년부터 하락했다.
10)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는 "달러의 가치가 1% 하락할 때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가격이 4%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한다. (<레 제코>, 2008년 3월 13일)
11) 도미니크 바이야르(Dominique Baillard), 「어떻게 곡물시장이 상승세를 타게 되었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8년 5월.
12) 잉그리드 프랑수와(Ingrid Fran먫ois)는 2008년 3월 7일 및 8일 자 <레 제코> 지면을 통해, "어제 장 클로드 트리쉐 총재는 유럽의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인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13) <레 제코>, Paris, 2008년 4월 23일.
14) <레 제코>, Paris, 2008년 3월 14일, 15일.
15) <레 제코>, Paris, 2008년 3월 17일.
16) 피에르 렝베르(Pierre Rimbert),「엘리트, 위기와 모스의 마카로니(Les 맯lites, la crise et le macaroni de Mauss)」,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8년 8월.
17) 지울리오 트레몬티는 베를루스코니 신(新) 내각에서 또다시 재무장관을 맡고 있다.
(18) <르몽드>, 2008년 3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