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역시 우리의 아이들이다!

2015-08-31     아미나타 D. 트라오레 | 전 말리 문화부장관

 

나의 자매같은 야이 바얌 디우프에게 보내는 편지

 
지난 4월 18일 시칠리아 해변에서 발생한 난파 사고의 사망자 팔백 명 중에는 당신의 나라인 세네갈 사람들이 이백 명, 그리고 우리 말리 사람들이 이백 명 가량 있었습니다. 대부분 그 죽음이 더 이상 회자되지 않은 채, 이들은 지하 공동묘지에 파묻혀 사하라 사막과 지중해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하나뿐인 아들(1)도 어느 날 아흔아홉 명의 또 다른 (세네갈) 티아로예 부족 젊은이들과 함께 소형선을 타고 유럽으로 향하다가, 배가 성난 파도의 먹잇감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또 다른 실종자 어머니들, 자식의 죽음을 잊길 바라지도 자식을 포기하길 바라지도 않는 어머니들은 이렇게 물어왔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자식들을 산 채로도 죽은 채로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바다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대체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녀들은 우리나라와 당신의 나라를 둘러싼 이 죽음의 바다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용감한 야이여, 나는 우리가 2011년 2월 다카르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서 함께 준비했던 ‘침묵의 모임’을 통해 가졌던 묵념과 화합, 그리고 나눔의 심원한 순간을 영원토록 기억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마을과 거리에서, 우리의 발언과 사회참여, 그리고 여성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제시한 기본적인 의제들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인해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이 겪는 운명을 타개하는 데 크게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오늘날 여러 민족들 간에 수 킬로미터 길이의 벽이 들어서며 서로를 갈라서게 하고 서로에 대해 날을 세우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동일한 압축롤러가 자신들의 운명을 부서뜨렸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얼마든지 공감과 박애와 연대정신을 발휘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세계화된 금융자본주의로 상처 입은 유럽인들에게, 아프리카에게 원조를 해준 건 헛일이었다고 넌지시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유럽의 정세는 뒤바뀌었습니다. 유럽에 뿌리내린 극우파들이 점차 영토를 넓히며 다른 정당들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입니다. 우파들과, 겁에 질렸지만 ‘야만인’으로부터 유럽인을 ‘보호’하려는 과열 경쟁에서 뒤처지고 싶지 않은 좌파정당이 아프리카 대륙의 자원 약탈이나 내정간섭, 탐욕이 불러일으킨 전쟁들을 은폐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난민법 심사 요건을 충족하는 이민자들에게는 ‘인도주의’를, 소위 경제난민이라 불리는 이민자들에게는 ‘강경함’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 경제난민들은 대다수 사하라 남부 지역 출신이며 흑인들입니다. 작가 나탈리 음들라무니에와 나는 ‘유럽 일인극’(2)에서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유럽이 귀가 들리긴 하는 걸까?” 지금으로서는 의심스럽습니다.
친애하는 야이여, 우리는 이웃 열강세력이 이민문제와 그리스 부채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을 통해 그 천성과 이면을 낱낱이 드러내는 중대한 순간을 경험하는 중입니다. 유럽이 ‘유럽지역 발전의 해’로 명명한 이 2015년은 개발 분야 최대 원조국으로서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해가 될 수 있었을 터이지만, 대신에 유럽이 외부에 보여주길 바라는 모습 대신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게 하는 역사적인 기회이자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유럽 시민 대다수는 그리스 사태에 관한 유럽연합 지도자들의 완고한 계획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지만, 그 계획으로 그리스 국민과 민주적으로 선출된 그리스 정부는 긴축정책을 강요당하고 결국 굴복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그리스는 ‘경제적 공포’ 속에서 생존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말리와 세네갈 그리고 여타 아프리카 국가에 있어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들의 ‘고통스러운 개혁을 실행하는 용기’란 국민에 대해서는 살인적인 정책을 강요하는 걸 의미합니다. 국민 몰래 생겨났고 국민의 일차적 수요에 해당하지 않는 지출이 대부분인 대외부채의 이름으로 말입니다.
나는 당신과 뎀바 무싸 뎀벨레(3)가 2015년 7월 11일 바마코에서 열린 마라톤회의에 토론자로 참석해준 데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 회의의 ‘또 다른 말리를 위한 포럼’에서는 다음의 주제가 할애되었습니다. ‘정의와 평화와 인류안보는 채권자들의 독재와 양립할 수 있는가?’ 우리는 CFA프랑(아프리카 금융 공동체 국가들의 화폐 단위-옮긴이)의 유로화 고정, (유럽연합과 아프리카‧카리브해‧태평양연안 국가들 간의) 통상조약, 경제동반자협정, 이민협정 그리고 우리 국가들에 부과된 군사협정들의 결과를 신속하게 살펴본 뒤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절대로 불가능하다!”
 
‘강경함’이야말로 그리스 위기나
이민자 유입에 대한 유럽연합의 대처방식
 
우리의 국가들이 조인한 협정들의 주요 특징이 불명료성에 있는 만큼, 우리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채권단의 강경함과 마주해 국민투표라는 수단을 동원한 것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강경함’이야말로 그리스 위기나 지중해의 이민자 유입에 대한 유럽연합의 대처방식을 요약하는 키워드입니다. 지난 여섯 달 간 얼마나 많은 그리스인들이 해외로 이주했으며, 향후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이 이민을 떠날까요? 프랑스‧벨기에‧영국의 일부 젊은이들과는 달리 청년들이 아직 지하디즘에 빠지지 않은 이 나라에서 어떤 형태의 폭력이 생겨날까요? 이 지하디즘이라는 현상에 맞서 싸우자고 주장하던 이들은 실패한 이민정책이 젊은이들을 과격화로 내몰 수 있다는 사실은 왜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요? 야이여, 나는 더 이상 리비아에 일하러 갈 방도가 없어 밀입국 조직에 들어가거나 지하디스트 혹은 마약밀매인의 삶을 택하는 우리나라 북부의 젊은이들을 떠올리며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2015년 4월 23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임시 정상회담에 기적을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군사행동 수단이 우선시되면서 더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유럽연합이 내놓은 ‘나브포 메드’ 작전은 이민자들에게 실효성이 없는 작전입니다. 밀입국 선박을 파괴하는 것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얻지 못한 관계로, 이 작전은 정찰과 정보 수집을 통해 유럽연안을 감시하는 작전으로 한정되었습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고위대표는 “표적은 이민자들이 아니라, 이 이민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버는 밀입국 조직”이라고 밝힙니다(2015년 6월 22일).
이에 대한 대답으로, 역시 배가 침몰해 아들을 잃은 디아워리 쿨리발리 드 디디에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여기서 일하며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해주시오.” 야이 바얌, 당신이라면 어획량이 풍부한 세네갈의 어장을 약탈당함으로써 어부공동체의 생활에 대혼란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달리 뭐라고 말하겠습니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과거에는 연안에서 백 미터만 나아가도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킬 만큼의 식량과 소득을 보장하는 어획이 가능했습니다. 이제는 불균형하고 불공정한 ‘어업조약’ 덕분에 가공어선들이 어부들의 코앞에서 몇 달간 머물며 물고기를 잡아 올린 뒤 닻을 채 올리기도 전에 곧바로 통조림을 만드는 상황입니다.(4)
빈털터리가 되어 낙담한 어부들, 땅이 없는 농부들, 보조금을 받는 상품들이 국내 시장에 범람하는 바람에 파산에 이른 상인들, 혹은 모욕당한 이민자들이 밀입국안내인이 된다고 해서 딱히 놀라울 것이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이 밀입국안내인들의 제의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입니다. 도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고국으로 돌아와 모두의 곁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담은 제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야이여, 당신도 잘 알듯이 이 모든 것이 차단되었습니다. 자기 나라에서는 더 이상 먹고 살 방도가 없는 사람들이 이민조차 하지 못하도록 군함과 헬리콥터와 전투기들이 연안 상공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어업조약이 야기한 부당함과 절망감에, 부당하고 비인간적인 이민협정들로 인한 가택연금과 모욕이 더해졌습니다.
우리의 마라톤회의가 끝난 후, 젊은 참가자 중 한 명이 당신에게 이렇게 말을 걸었습니다. “친애하는 야이 엄마, 나 또한 당신의 하나뿐인 아들입니다. 눈물을 거두세요. 바다가 당신에게서 아들 하나를 데려갔습니다. 우리 모두가 당신의 아이라고 생각하세요.” 자매여, 나 또한 이 말을 마음 깊이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바마코의 아마두 앙파테 바 센터와 ‘또 다른 말리를 위한 포럼’과 함께 ‘사회적 어머니’의 개념을 주창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세계화된 금융자본주의의 호전적 가치에 평화주의적이고 인도주의적인 가치로 맞섭시다. 이 가치들을 구현하는 어머니‧숙모‧맏언니 등의 여성상들은 종종 사회통합과 연대의식의 보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말리에는 변화와 진보의 내면적 동력을 이룰 이 문화적 기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2015년 3월 튀니스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서 창립하기로 의견을 모았던 시민대학이 우리에게 이러한 시민교육의 기틀을 제공할 것입니다. 수잔 조지는 “배움은 언제나 조종과 무력감에 대한 치유책이다. 배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는 그 자체로 하나의 목표가 아니라, 행동하기 전의 사전 준비이다.”(5)라고 말합니다. 이 문장이야말로 우리가 생각하고 주장하는 바이며, 우리의 사회참여와 투쟁의 방향을 결정하는 바입니다.
 
 
글·아미나타 D. 트라오레 Aminata D. Traoré
저서로 <모욕당한 아프리카(L'Afrique humiliée)>(Fayard, 「Pluriel」, Paris, 2011)가 있다.
 
 
번역·박나리 
연세대 불문학 및 국문학 졸.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야이 바얌 디우프는 2006년 사망한 알리우네 마르(Alioune Mar, 26세)의 어머니이다. 알리우네 마르는 다른 세네갈 젊은이들과 함께 스페인으로 밀입국하려다 배가 표류해 익사했다.
(2) le Forum pour un autre Mali, www.foram-mali.org 참조.
(3) 대안아프리카포럼(Forum africain des alternatives) 의장
(4) 원주. Jean-Sébastien Mora, <Ravages de la pêche industrielle en Afrique>, 2012년 11월 참조.
(5) Susan George, <Les Usurpateurs. Comment les entreprises transnationales prennent le pouvoir>, Seuil, Paris,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