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화 (Uberization), 디지털 공유경제의 함정

2015-08-31     에브게니 모로조프

 자가용을 소유한 모든 이들을 비공식 임시 택시기사로 만들어주었던 우버 서비스는 전문택시기사들의 분노만 산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이제 신기술과 불안정한 사회를 연결하는 고리를 상징하고 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의 성공사례는 규제완화라는 파도를 수반하고 있다.

 
현대사회가 두 차례의 격변에 사로잡힌 지도 거의 10년이 되었다. 첫 번째 격변은 월스트리트에서, 두 번째 격변은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이 둘은 각각 당근과 채찍을 상기시킨다. 월스트리트의 격변은 결핍과 긴축을, 실리콘밸리의 격변은 풍요와 혁신을 찬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의 첫 번째 격변은 세계금융위기로부터 출발했다. 결국 은행 구제책을 실행하게 만든 이 위기는 사회와 국가를 폐허로 만들어놓았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돌진을 막고 있던 최후의 보루인 공공 분야마저 사지가 묶인 채 쓰러지고 말았다. 공공서비스 역시 대규모 재정 삭감에 맞서 버텼지만, 비용 자체를 인상하거나 새로운 생존전략을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일부 문화시설들은 부득이하지만 시민의 관대함을 바라며 후원을 요청해야 했다. 정부지원금이 자취를 감춘 공공 분야는 시장 포퓰리즘이냐 죽음이냐의 기로에 서게 됐다.
한편 이와는 정반대로 두 번째 격변은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모든 것을 디지털화하고 온라인화해야 한다는 실리콘밸리의 격변은 혁신이냐 죽음이냐의 기로를 형성했다(물론 자본주의 투자자들의 관점에서는 완벽하리만큼 당연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실리콘밸리는 기술을 통한 마법이 우리 삶의 구석구석마다 자연스레 스며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논리에 따르면 혁신에 맞선다는 것은 결국 과거 계몽주의의 이상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구글 CEO 래리 페지,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 등은 비(非)사회적인 신기술 매니아로 다시 태어난 디드로와 볼테르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우리는 지금까지 두 번째 격변이 첫 번째 격변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왔다. 온라인 공개강좌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야기하면서 대학들이 처해있는 재정 감축 문제를 떠올릴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온라인 공개강좌 열풍은 실리콘밸리에 의해 촉진된 혁신의 당연한 결과라고만 여겨져 왔다. 이제 경영자가 된 해커들이 과거 음악과 언론 분야를 뒤흔들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대학가를 ‘뒤흔들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건강 상태를 추적하는 애플리케이션의 수가 급증하는 현상이, 비만 등의 여러 질병들과 함께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의료시스템의 취약점이 나타나고 있는 것과 아무 연관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곤 한다. 이 역시 ‘냅스터(Napster)(1) 시기’를 거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흥미진진한 기술적 격변이 실망스럽기만 한 정치적‧ 경제적 격변을 가리고 있는 사례는 넘치도록 많다.
그러나 이 두 현상이 서로 얽혀있을 뿐 아니라, 혁신이라는 기쁜 뉴스의 배경이 결코 찬란하지만은 않다는 걸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바르셀로나의 예를 들어보자. 스페인 정부가 부족한 재정을 채우기 위해 공연 관람료에 대한 세금을 8%에서 21%로 대폭 인상하자, 수많은 문화시설의 관람객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코미디 극장인 티트레뉴 클럽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에 티트레뉴 클럽 경영진은 기발한 해결책을 내놨다. 광고 대행사인 시라노스 맥켄사(社)와 제휴를 맺고 관객 좌석에 최신 태블릿을 각각 설치해 사람의 표정을 감지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그리고 무료입장으로 극장을 개방하되, 자리에 앉은 뒤 공연을 보는 동안 한 번 웃을 때마다 30센트를 지불하도록 한 것이다. 웃음은 태블릿을 통해 카운트되고, 최대 금액 상한선은 일인당 24유로(80회 웃음)로 지정했다. 그 결과 1인당 평균 공연비가 약 6유로 인상되는 효과가 있었다. 또한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웃음 금액’ 결제를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연 중에 웃음을 터뜨릴 때 찍힌 사진을 친구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입소문까지의 경로가 이렇게나 짧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사례는 실리콘밸리의 관점에서 볼 때 완벽하리만큼 ‘좋은 격변’의 예다. 오늘날에는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 센서의 확산을 통해 새로운 기업 모델과 수입원이 만들어지고 있고, 게다가 하드웨어 생산, 소프트웨어 구상 등 중간 역할이 필요해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됐다. 지금은 스마트폰이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서비스 및 제품을 어느 때보다도 간단하게 구입할 수 있다. 앞으로는 신분증마저 이러한 변화에 일조하게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마스터카드사(社)는 이미 나이지리아 정부와 협정을 맺어 신용카드 기능이 탑재된 신분증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의 핵심 가치는 오로지 기술의 쇄신뿐이다. 그렇다면 현금이라는 결제수단을 ‘파괴’하는 것이 중요한 기능으로 떠오른다. 그러나 현금 파괴에 대한 설명으로 경영자들과 위험투자자들이 만족스러워 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기술을 사용하는 모든 이들이 논의조차 없이 이 논리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이유는 무얼까? 이 시대의 진정한 종교가 되어버린 혁신에 대한 갈망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들의 눈을 가려 실제 가격을 볼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바르셀로나 코미디 극장의 사례만 보더라도 결과적으로 평균 공연비는 인상되지 않았던가. 이러한 기술중심적인 틀은 재정적 격변을 감추며, 진행 중인 변화의 특징과 근거들을 숨겨버리고 있다. 우리는 더 많이, 더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된 현실을 즐기고 있지만, 이 인프라 덕분에 우리의 은행 계좌에서 돈이 쉽게 빠져나간다는 사실에 염려하지 않아도 될지 의문이다.
 
디지털 기술 ‘격변’의 이면에 있는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
 
현금을 ‘파괴’시키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바람직한 일일까? 흔적을 남기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현금은 소비자와 시장 사이의 분명한 장벽을 보여주며, 현금 거래의 경우 돈을 주는 쪽과 받는 쪽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단발적인 특성을 보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휴대폰으로 결제를 하면서 나중을 위해 셀카 사진을 등록해두거나, 소셜 네트워크상에 거래 내용을 공유한다면, 우리는 광고업체 및 여러 기업들에게 활용하기 좋은 흔적들을 남겨주는 셈이 된다.
바르셀로나 코미디 극장의 사례에서도 광고대행사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모든 거래 기록들은 광고내용을 대상자에 맞춰 각각 개인화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해주는 좋은 수단이 된다.(2) 결국 우리가 행한 전자거래 중 실제로 거래가 완전히 종료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전자거래를 통해 발생된 데이터들은 계속 우리를 뒤따를 뿐 아니라 각 거래 내용과 다른 활동들을 연결하기도 한다. 비록 우리가 각 활동이 분리되어 있기를 바랄지라도, 코미디 공연과 직접 구입한 책, 자주 찾는 인터넷 사이트, 방문했던 여행지, 지금까지 소모한 칼로리 등의 내용들이 한순간에 전부 연결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들이 신기술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고, 결국 최적화하고 화폐화할 수 있는 개인별 프로필로 바뀐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신기술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근원은 다른 곳에 있다. 정치적‧경제적 위기 덕분에 시작된 변화들이 결국 우리의 삶의 방식과 사회관계 속에 뿌리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각 사람에 맞춰 개인화, 개별화, 유일화된 경험들을 기반으로 삼아 기술을 통해 세워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연대성’ 등의 가치를 보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장담한 바와 같이 실제로 우리의 일상은 완전히 뒤집힐 것이다. 물론 실리콘밸리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이나 인터넷이 아니라 그보다 더 음험한 권력에 의해 일어난다.
우버 택시 서비스에 반대하고 나선 택시 운전자들도 바로 이 부분을 이해하고 있다. 우버는 부수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자가용을 택시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승객과 기사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이에 발목을 붙잡힌 전문택시기사들이 우버 서비스에 반대하고 나섰고, 인도에서 프랑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관계당국 역시 비판을 멈추지 않자, 우버 측에서는 유인책을 쓰기 시작했다. 비판의 목소리에는 귀를 막은 채 모르쇠로 일관하기로 유명했던 우버 지사장들이 이제는 이 분야에 규제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나선 것이다. 또한 우버가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는 이유를 이해한 듯, 고상하지 못한 술책을 벌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겨울에는 논란의 중심에 있던 피크타임 할증요금제를 포기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우버를 가장 완강하게 반대하고 나서던 곳 중 하나인 미국 보스턴시에 우버 차량의 이동 경로 등 수집한 데이터를 익명화해 제공해, 보스턴시로 하여금 시내의 교통체증을 줄이고 도시개발을 용이하게 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이후 보스턴시가 속해 있는 매스추세츠주에서 택시 공유 플랫폼을 합법적인 교통수단으로 인정하고, 결국 우버 서비스를 가로막고 있던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가 말끔히 해소된 것은 놀라운 우연의 일치일까.
이로써 우버는 다른 작은 스타트업 기업들처럼, 자사의 데이터를 도시계획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나 시(市) 정부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이 데이터를 활용할 경우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보다 적극적이고 혁신적인 도시개발이 가능하게 된다. 지난해 미국 오리건 주의 대중교통공사는 스트라바(Strava, 자전거 이동경로를 기록하는 애플리케이션)와 계약을 체결해,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 자전거 이용자들의 이동 경로 데이터를 비싼 값에 사들이기도 했다. 자전거 이동 코스를 개선하고 최적화된 대안 경로를 구상하기 위해서였다.
우버가 도시계획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데이터들을 모아둔 일종의 데이터 저장고로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은, 실리콘밸리가 내세우는 해법지상주의의 이데올로기에 꼭 들어맞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법지상주의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문제까지도 디지털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IT기업들이 현대사회에서 가장 귀중한 자원 중 하나인 데이터를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기업들이 창의력은 물론 재정마저 부족한 정부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게 될 뿐 아니라, 행정기관을 가득 채우고 있는 활기 없는 관료들을 상대로 구원자의 역할을 자처할 수 있게 된다.
 
공공기관이 자체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관건
 
문제는 우버와 ‘친구 관계’를 맺은 도시들이 이렇게 거대한 데이터의 물결에 과하게 의존하게 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왜 우버만이 데이터를 제공해주는 유일한 중간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여겨야 하는가? 이동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우버가 흡수하도록 두 손을 놓고 있기 보다는, 도시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직접 수집할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 이후에 기업들에게 해당 데이터를 사용하며 서비스를 정착시키도록 하는 방식을 통해 직접적인 권한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버 서비스가 그토록 뛰어나 보이는 이유는 데이터의 소스, 즉 이동경로 설정을 위해 각 휴대폰을 통해 입력되는 정보들을 우버 측에서 직접 통제하고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데이터 소스를 시에서 통제했다면, 거의 아무런 자산도 없는 우버가 현재처럼 실질가치 4백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공급자와 수요자를 중계해주는 알고리즘의 가치가 과연 그렇게 비싼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택시 업체들의 강력한 항의와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뉴욕, 시카고 등의 대도시들은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각 도시별 중앙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착수했다. 이러한 애플리케이션들은 우버와 같은 효율성을 유지하되, 기존의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우버의 지배력에 맞설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동 경로 등 관련 데이터들이 비싼 값을 치르고서야 얻을 수 있는 고가의 상품이 되는 상황 또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애플리케이션에 있어 정말 도전적인 측면은 해당 데이터를 다른 교통수단들과 연계할 방법을 찾는 데 있다. 우버의 비전은 “휴대폰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차량이 이용자를 찾으러 오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이를 두고 뛰어난 상상력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표현이라고 말한다면 그야말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은 미국과 같이 도보로 이동하는 일이 드물고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이 많은 지역에서나 제 기능을 한다. 다른 곳에서도 과연 이러한 모델을 그대로 반복해야 하는 걸까? 도보 이동이 우버 서비스에는 아무런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에, 이용 가능한 이동 수단에서 도보를 무조건 제외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해법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이 여기에도 적용 가능하다. 해법지상주의는 사회적 문제를 너무 좁은 의미로 정의하고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보통 ‘해법’ 그 자체를 기획하는 자들에게 유익이 되는 범위 안에서만 해법이 논의된다는 한계가 있다.
만약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서 현재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이동수단(물론 우버를 제외한다)을 검색할 수 있다고 상상해보자. 골목 끝에 있는 공용 자전거를 탈 수도 있고, 모든 승객의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전부 조합해 최적의 코스로 운행되는 미니버스에 오를 수도 있으며, 도보를 선택해 걸어가면서 동네시장을 구경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이런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는 곳들도 있다. 예를 들어, 핀란드 헬싱키 시는 최근 스타트업 회사인 아예로와 손을 잡고 ‘쿳수플루스(Kutsuplus)’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쿳수플루스는 기존의 대중교통과 우버의 장점을 섞어 만든 서비스로, 승객이 휴대폰 문자 또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미니버스를 부르면, 애플리케이션이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든 승객의 목적지를 조합해 최적화된 코스를 만들어 미니버스를 운행하게 한다. 물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예상 소요시간을 확인할 수도 있다.
 
우버성장은 공공 인프라에 대한 투자 부족 탓
 
이와 같은 새로운 프로젝트의 성공은 여러 요인에 달려 있다. 먼저 시에서 우버를 대중교통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보지 않아야 하며, 특히나 교통 체증을 줄여줄 방책으로 여겨서는 더욱 안 될 것이다. 또한 공공서비스와 관련된 여러 갈등 속에서 승리를 얻게 되는 것은 데이터는 물론 데이터를 만드는 센서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 역할을 우버에게만 맡겨놓는 것은(심지어 ‘스마트 도시’라는 한창 뜨거운 시장을 독차지할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IT대기업들에게 이 역할을 맡겨놓는 것은), 공공기관이 의도하는 바에 맞춰 교통편을 조직해보려는 시도 자체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우버와 보스턴시의 파트너십은 정치적인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어떻게 우버가 승객의 데이터를 ‘소유’하는 데서 그치도록 규제할 수 있을까? 보스턴시와 대립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협상카드로 사용했던 것처럼 데이터가 달리 활용될 수도 있고, 더 비싼 값을 부르는 다른 입찰자에게 데이터를 넘길지도 모르는 일인데 말이다. 이런 의문에 대해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도 그랬던 것처럼 우버 역시 논의조차 않은 채 그렇지 않다는 답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이 단정적이지만은 않다. 공공인프라에 내장된 센서들로 데이터 재생산이 쉬워진 만큼 더욱 그러하다. 번호판 자동인식기와 스마트 신호기 및 도로시스템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만들어낸다면, 이를 통해 우버 차량을 찾아내 뒤를 쫓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버의 운전자나 승객의 스마트폰으로 수집한 경로 데이터와 완전히 동일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물론 도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우버가 그들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데이터를 가지고 독과점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을 뿐이다.
우버 서비스가 대중교통 수준이 형편없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에서 출발했다는 사실 때문에 개인 승용차가 교통수단의 미래라고 믿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은 슬프게도 공공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다. 그러므로 줄어든 투자를 회복시키고, 이를 위해 재정 삭감 정책에 맞서 싸우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해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글·에브게니 모로조프 Evgeny Morozov
저서로 <디지털 신기루(Le Mirage numérique)> 등이 있다.
 
 
번역·김보희 sltkimbh@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경제 성장이라는 괴물>등이 있다.
 
 
<보충기사>
 
골드만 삭스가 라스무센을 영입한 이유
 
 
누가 누구를 사는가? 인간이 만든 여러 조직체들의 민감함을 파헤치는 이 질문에 답을 하다 보면 그들의 확고한 위계질서와 마주하게 된다. 8월 초 블룸버그 통신은 속보를 통해 다음 내용의 기사를 발표했다. “골드만삭스 그룹이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을 지낸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를 영입했다. 이는 지난해 골드만삭스가 덴마크 국영기업의 지분 일부를 매입한 이후 겪고 있던 정치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1) 첫 기사 발표 이후 열흘이 지나도록 프랑스의 주요 언론들은 이 소식을 다루지 않고 있다. 그리 쓸모 있는 정보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기사는 정치계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이유에 대해 아주 잘 설명하고 있다.
먼저 어찌된 일인지 그 경과를 살펴보자. 세금 감면과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던 라스무센 총리는 2009년 총리직을 사임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사무총장을 맡게 된다. 사무총장의 임기가 끝나자 ‘라스무센 글로벌’이라는 이름을 내건 컨설팅 회사를 차리는 동시에, 안도라에 법인을 둔 한 회사에서 기본 강연료가 4만 달러인 유료 강연을 이어간다. 안도라 공국의 우호적인 조세환경이 전 ‘세금총리’의 마음에 쏙 들었던 모양이다.(2) 이 같은 길을 걸어온 그가 이제는 월스트리트에 진출했다. 하지만 일의 전후사정 역시 따져봐야 한다. 골드만삭스가 덴마크의 전 총리를 긴급하게 영입할 필요성을 느낀 것은 덴마크 안에서 골드만삭스를 향한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듯 하기 때문이다. 이 투자은행이 덴마크 납세자들이 낸 세금으로 자신의 배를 불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사건이다. 2014년 초 덴마크 행정부는 골드만삭스가 덴마크 최대 국영 에너지 회사인 동(DONG) 에너지사(社)의 지분 18%를 매입하는 것을 허가했다. 이 결정으로 대중의 분노가 야기되고, 매각을 반대하던 (생태사회주의의) 사회인민당 출신 장관 여섯 명의 사퇴를 하는 일이 일어났다. 2014년 3월 말, 덴마크 언론은 골드만삭스의 지분 참여 금액이 매우 과소평가되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풍력발전 관련 대형 사업이 두 회사의 거래금액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지분 매각 후에야 그 사실이 발표되었고 이 에너지 기업의 가치는 급등하였다. 덕분에 골드만삭스는 다시 엄청난 투자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덴마크 국민의 뿌리 깊은 원망으로 2014년 6월 선거에서 결국 사회-민주주의 연합정부는 패배하고 말았다. 자유주의 진영의 새 정부는 이 난처한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고민한 끝에, 지금까지는 국회의원들에게 발표되기에는 너무 민감하다고 판단되었던 매각 관련 일부 문서를 공개하기로 약속했다.
새로운 소용돌이가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라스문센이 공직에 몸담았던 시절에 호의와 묵인으로 만들어놓은 인맥이면 충분히 이 투자은행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때맞게도 골드만삭스의 새로운 컨설턴트가 총리를 지내던 시절 재정부 장관을 역임했던 이가 현 덴마크 총리이지 않은가.
 
 
글·피에르 랭베르 Pierre Ri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부편집장. 언론개혁 포럼 ‘미디어 비평 행동(ACRIMED)' 회원. 저서로 <리베라시옹, 사르트르에서 로스차일드까지Libération, de Sartre à Rothschild>가 있다.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Peter Levring, ‘Goldman hires ex-NATO chief to
guard $1.5 billion Danish stake,’ <Bloomberg>, 2015.8.5.
(2) Tommy Hansen, ‘Anger as ex-NATO head
Rasmussen forges “tax-haven” career ’, <Anadolu Agency>, 2014.11.19.
 
 
 
(1) 냅스터(Napster)는 2000년대 초 큰 성공을 거뒀던 음악 파일 공유 사이트로, 당시 음반시장에 파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2) 마리 베닐드, ‘광고, 더 많이 팔기 위해 개인정보를 이용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