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에나 연구 대상이 되는 마르크스 사상

2015-08-31     밥티스트 에이샤르

 

뤼시앵 세브가 종전 후 곧바로 정계에 입문한 그때,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죽은 지 반세기도 지나지 않았고 레닌이 죽은 지 20년이 흘렀다. 공산주의자로서 스스로를 마르크스주의자라고 칭한 이 젊은 철학도 세브는 가브리엘 페리의 말을 빌리자면 ‘세계의 젊은이’로서 자신을 던질 수 있는 역사적인 운동에 가입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나고, 공산주의는 거의 빈사 상태에 빠지고 칼 마르크스는 학문 속 인물이 되었다. 이러한 때에, 세브는 3부작의 방대한 저서 <오늘 마르크스와 함께 생각하다>를 발표했다. 제 3부(1)는 마르크스의 철학이 차지하는 위치를 살펴본다. 마르크스는 추상적인 철학을 유해하다 보고 기피했다.

세브는 마르크스의 저서<자본론>과 <자본론>을 쓰기 위해 마르크스가 쓴 초고인 <그룬트리세(정치‧경제학 비판 요강)>를 통해 철학보다는 ‘철학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고 한다. 마르크스는 미리 정해지고 조화를 이루는 개념 체계보다는 범주의 네트워크(모순, 핵심, 법칙…)를 구상하고 연결해 자본주의 생산 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이론을 만들었다. 마르크스의 저서는 헤겔의 범주도 바꾸고 있다. 세브는 이 같은 사상을 분석하면서 모순과 대립의 범주를 풍부하게 하면서 좀 더 앞선 시각으로 헤겔의 사상을 읽어가자고 주장한다. 모순과 대립이야 말로 내부 변증법, 외부 변증법, 변증법의 분열, 변증법의 융합 등을 알려주는 개념이다.
세브가 자연 대상, 최근 과학 발전의 결과로 확대하려는 변증법은 미셸 푸코나 질 들뢰즈 같은 사상가들이 도마 위에 올릴 때가 많다. 세브는 이 같은 공격을 살펴보면서 또 다른 부분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대학을 중심으로 현대적으로 해석되는 마르크스 사상이다. 세브는 마르크스 사상이 다양한 관점으로 되려 추상적인 사상이 되어 버렸다고 보고 이러한 혼란스러운 관점을 버려야 진정한 마르크스 사상을 볼 수 있다 생각한다.
<정치적인 마르크스>(2)를 읽어보면 마르크스 사상을 자세히 판단할 수 있다. 저자인 장 누마 뒤캉주와 이자벨 가로는 마르크스-엥겔스 대규모 출판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멤버에 속한다. 이 두 저자 역시 세브처럼 마르크스 사상이 왜곡되는 것이 위험하다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두 저자는 대학에서 진행되는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이를 종합해 정치적인 관점을 돌출한다. 예를 들어서 그리스의 시리자 중앙위원회의 스타티스 쿠벨라 키스 위원은 마르크스를 연구하면서 사회 해방의 형태를 1848년 혁명에서 파리 코뮌까지 분석한다. 엘렌 메이크시스 우드는 경제 억압에 맞선 투쟁과 경제 이외의 억압(인종차별, 성차별)에 맞선 투쟁 사이에 연관이 있다고 본다.
이렇게 해서 정치는 대학 연구의 중심이 되는데 케빈 앤더슨의 저서 <멀리까지 간 마르크스>(3)도 지배당한 국가와 민족에 대해 다루며 정치를 중심 테마로 삼고 있다. 이 책에서 앤더슨은 마르크스가 1850년대 중반에 유럽 중심의 관점을 바꿔 식민 지배와 기타 인종 차별(흑인 노예 제도), 국가에 대한 지배(폴란드, 아일랜드) 형태를 격렬히 비판했다. 자본주의 관점의 경우 마르크스는 보편성과 특수성이 변증법적인 전체의 틀 속에서 상호작용 한다고 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연구를 깊이 하다보면 어느 입장을 택해 그 입장을 바탕으로 굳건한 주장을 펼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글·밥티스트 에이샤르 Baptiste Eychart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 번역서로는 <프랑스 엄마처럼>(2014) 등이 있다.
(1) Lucien Sève, <Penser avec Marx aujourd'hui>(오늘 마르크스와 함께 생각하다), La Dispute, 파리, 2014년
(2) Jean-Numa Ducange, Isabelle Garo, <Marx Politique>(정치적인 마르크스), La Dispute, 2015년
(3) Kevin Anderson, <Marx aux antipodes>(멀리까지 간 마르크스), Syllepse, 파리, 201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