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허버트, 남다른 테크노 뮤지션

2015-08-31     앙투안 칼비노

 

영국의 DJ이자 작곡가 매튜 허버트는 ‘댄스 컬쳐’의 세계와 특히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지난 25년간 허버트가 발표한 약 15장의 앨범은 재즈에서, 하우스 음악, 연극, 영화를 위한 독특한 밴드, 가장 극단적인 실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2014년에는 런던 왕립 오페라 <더 크래클>에 쓰일 음악으로 샤를 구노의 ‘파우스트’를 스티브 라이시의 미니멀리즘 음악 스타일로 재해석하기도 했다. 2000년에는 기존의 테크노와 힙합 방식과 거리를 두며 영화 감독 라스 폰 트리에의 슬로건에 비유될 수 있는 규칙을 적용했다. 뮤직박스, 신시사이저, 악기 녹음을 금지한 것이다. 대신 오직 자신의 연주 실력, 동료 뮤지션들의 연주, 주변의 소리만으로 구체적인 음악을 만들어가고자 했다. 이는 사회 곳곳에서 보이는 군더더기와 가식을 비판하고 현실에 집중하자는 취지다.

마흔 두 살의 예술가 허버트는 마가렛 대처 총리가 집권하던 영국 사회를 살아가며 이러한 확신이 더욱 강해졌다. “이 우울한 시기에 무료 파티 바람이 불었죠. 마치 커다란 기쁨과 낙관주의의 바람처럼요. 계급 없는 사회를 열망하는 첫 번째 시위라 할 수 있죠.” 허버트의 회상이다. 이제 허버트는 이 같은 메시지를 주는 디스코 음악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래서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우리의 지구, 우리의 공동체 의식, 우리의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그리고 음악은 파멸로 향하는 이 같은 질주에 멜로디를 제공한다. 음악은 같은 것을 이야기 한다. 이 술집은 멋져, 이 호텔은 멋져, 전부 괜찮아. 그 무엇도 이 모든 것을 방해하지 않을 거야. 음악을 벽지처럼 장식 같은 역할을 하고 무분별한 거품을 깨는 대신 오히려 이를 더 단단히 만들어주는 것에 그친다.’ 따라서 허버트는 투박한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자신만의 작업을 한다.
2001년에 발표한 앨범 <파괴의 메커닉>(1)에서는 다국적 기업의 제품들을 파괴하는 장면에서 나는 소리를 녹음해 작곡했다. 소다 병을 비우고 나서 깨거나 햄버거를 해체하거나 CD박스를 짓밟거나 TV를 부순다… 현장감 있게 녹음된 이 소리들은 공격적일 정도로 시끄럽지만 명료하다.
2012년, 앨범 <한 마리의 돼지>를 감상하기에 더욱 적절한 시대가 도래했다. 허버트는 어린 돼지 한 마리의 인생을 음악으로 포착해낸다. 태어난 돼지의 울음소리에서 돼지가 고기가 되어 칼로 썰리는 소리, 돼지고기의 살을 씹는 소리를 녹음했다. 우울한 느낌이 가득하나 육류 섭취를 비난하는 메시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동물 보호단체가 들으면 오히려 허버트의 냉소적 태도에 되려 분노 할 정도다. 허버트는 앨범 해설서에서 책임감 있는 축산을 옹호할 뿐 육류 소비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육류 섭취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들어보라는 것이다. 난 이제까지 돼지가 태어나서 자라고 도살되고 고기로 잘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고기를 먹어오고 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고 고기가 되는 돼지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었을 뿐이다.’ 최신 앨범인 <더 셰이크스>(2)는 좀 더 가볍고 흥겹게 들리는데 총과 탄약 소리를 기반으로 작곡한 리듬 구조로 되어 있다.
허버트의 앨범은 대부분 이해를 위해 설명서가 필요할 정도로 추상적인 소리가 가득하다. 예를 들어 구리의 소리와 재즈 피아노 소리가 섞인다. 병원 의료기기의 신호음은 이라크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잡지 종이를 구기는 소리는 호주 출신 거물 루퍼트 머독의 부도덕을 상징한다. 2013년에 발표된 특이한 앨범 <침묵의 끝>은 리비아 전쟁 중 녹음된 5초의 짧은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비행기 엔진 소리, 외침 소리, 폭탄이 폭발하는 소리.
하지만 허버트는 대중에게 이해되지 않는 것에 별로 개의치 않으며 오히려 대중의 상상력을 믿는다. “관객은 이 소리가 무엇이고 이 제목이 무슨 의미이고 이 재킷의 의미가 무엇이며 내가 왜 머리에 종이봉투를 쓰고 연출을 하는지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5백 가지의 지표를 선보이면 관객 각자가 원하는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 음료를 마시면 행복해 질 것이다’ 라고 직접 메시지를 주는 코카콜라의 광고와는 반대죠. 진정한 도전과 아름다운 인생은 복잡함 속에 있는 것이지 생각하는 법을 전부 설명해주는 TV 앞에 그저 앉아 있는 일이 아닙니다.”
 
 
글·앙투안 칼비노 Antoine Calvino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 번역서로는 <프랑스 엄마처럼>(2014) 등이 있다.
(1)매튜 허버트의 앨범은 스튜디오!K7(베를린)에서 발매된 <스케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악시덴틀 스튜디오(런던)에서 발매되었다.
(2)Matthew Herbert, <The Shakes>, 악시덴틀, 201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