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삭스가 라스무센을 영입한 이유

2015-09-01     피에르 랭베르

 

 
누가 누구를 사는가? 인간이 만든 여러 조직체들의 민감함을 파헤치는 이 질문에 답을 하다 보면 그들의 확고한 위계질서와 마주하게 된다. 8월 초 블룸버그 통신은 속보를 통해 다음 내용의 기사를 발표했다. “골드만삭스 그룹이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을 지낸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를 영입했다. 이는 지난해 골드만삭스가 덴마크 국영기업의 지분 일부를 매입한 이후 겪고 있던 정치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1) 첫 기사 발표 이후 열흘이 지나도록 프랑스의 주요 언론들은 이 소식을 다루지 않고 있다. 그리 쓸모 있는 정보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기사는 정치계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이유에 대해 아주 잘 설명하고 있다.
먼저 어찌된 일인지 그 경과를 살펴보자. 세금 감면과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던 라스무센 총리는 2009년 총리직을 사임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사무총장을 맡게 된다. 사무총장의 임기가 끝나자 ‘라스무센 글로벌’이라는 이름을 내건 컨설팅 회사를 차리는 동시에, 안도라에 법인을 둔 한 회사에서 기본 강연료가 4만 달러인 유료 강연을 이어간다. 안도라 공국의 우호적인 조세환경이 전 ‘세금총리’의 마음에 쏙 들었던 모양이다.(2) 이 같은 길을 걸어온 그가 이제는 월스트리트에 진출했다. 하지만 일의 전후사정 역시 따져봐야 한다. 골드만삭스가 덴마크의 전 총리를 긴급하게 영입할 필요성을 느낀 것은 덴마크 안에서 골드만삭스를 향한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듯 하기 때문이다. 이 투자은행이 덴마크 납세자들이 낸 세금으로 자신의 배를 불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사건이다. 2014년 초 덴마크 행정부는 골드만삭스가 덴마크 최대 국영 에너지 회사인 동(DONG) 에너지사(社)의 지분18%를 매입하는 것을 허가했다. 이 결정으로 대중의 분노가 야기되고, 매각을 반대하던 (생태사회주의의) 사회인민당 출신 장관 여섯 명의 사퇴를 하는 일이 일어났다. 2014년 3월 말,덴마크 언론은 골드만삭스의 지분 참여 금액이 매우 과소평가되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풍력발전 관련 대형 사업이 두 회사의 거래금액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지분 매각 후에야 그 사실이 발표되었고 이 에너지 기업의 가치는 급등하였다. 덕분에 골드만삭스는 다시 엄청난 투자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덴마크 국민의 뿌리 깊은 원망으로 2014년 6월 선거에서 결국 사회-민주주의 연합정부는 패배하고 말았다. 자유주의 진영의 새 정부는 이 난처한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고민한 끝에, 지금까지는 국회의원들에게 발표되기에는 너무 민감하다고 판단되었던 매각 관련 일부 문서를 공개하기로 약속했다.
새로운 소용돌이가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라스문센이 공직에 몸담았던 시절에 호의와 묵인으로 만들어놓은 인맥이면 충분히 이 투자은행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때맞게도 골드만삭스의 새로운 컨설턴트가 총리를 지내던 시절 재정부 장관을 역임했던 이가 현 덴마크 총리이지 않은가.
 
 
글·피에르 랭베르 Pierre Ri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부편집장. 언론개혁 포럼 ‘미디어 비평 행동(ACRIMED)' 회원. 저서로<리베라시옹, 사르트르에서 로스차일드까지Libération, de Sartre à Rothschild>가 있다.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Peter Levring, ‘Goldman hires ex-NATO chief to
guard $1.5 billion Danish stake,’ <Bloomberg>, 2015.8.5.
(2) Tommy Hansen, ‘Anger as ex-NATO head
Rasmussen forges “tax-haven” career ’, <Anadolu Agency>, 2014.11.19.
 
 
 
(1) 냅스터(Napster)는 2000년대 초 큰 성공을 거뒀던 음악 파일 공유 사이트로, 당시 음반시장에 파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2) 마리 베닐드, ‘광고, 더 많이 팔기 위해 개인정보를 이용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