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유층의 넘쳐나는 특권들

2015-09-01     막심 로뱅

 

 지난 6월 5일, 텍사스 주 댈러스 외곽의 맥키니에서 한 백인 경찰이 수영복을 입은 흑인 청소년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다. 해당 경찰은 이성을 잃고 총까지 꺼내들며 위협하며 비키니 차림의 15세 소녀를 밀치고 제압했다. 청소년들은 외부인 출입 제한 주거단지인 크랙 랜치의 수영장에서 생일파티를 하고 있었다. 많은 수가 흑인이었으며, 또 많은 수가 이곳에 대한 출입 권한이 없는 상태였다. 최근 미국 전역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이 문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이 동영상은 세간에 큰 논란을 일으켰다.

월간지 <디 애틀랜틱>에서 역사학자이자 기자인 요니 애플바움은 이 사건을 인종차별적 및 역사적 시각에서 분석하였다. 그에 따르면, 이 사건은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경우에는 흑인들)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공서비스를 민영화시킨 결과이다. “1950년 이전에 미국인들은 영화관에 가는 것만큼이나 자주 시립수영장에 갔습니다. 수영클럽은 거의 없었고, 사립수영장은 돈이 매우 많은 사람들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설명한다.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미국 내 사립수영장의 수는 2,300개에서 400만개 이상으로 급증하였다.”(1) 이와 같은 사립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려면 특정 구역에 거주하거나 또는 수영클럽에 가입해야 한다. 애플바움은 역사학자 제프 윌츠의 주장에 동의하면서, 시민권 획득을 위한 투쟁이 이 과정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고 확신한다. “인종차별철폐 정책이 도입되면서 많은 백인들이 수영장을 멀리했습니다. 하지만 수영 자체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사립수영장, 특정 구역 거주자들을 위한 수영장, 수상 스포츠클럽 수영장을 만들며 실질적으로 사회 계층과 피부색에 따라 수영장 출입을 제한하였습니다.”(2)

이러한 변화는 비단 수영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름부터가 벌써 모순적인 ‘민간 소유의 공공구역’은 해당 공간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나 권한 소지자에 한해 이용이 가능한 모든 공간을 일컫는다. 이러한 공간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이제는 일부 공원, 해변,호숫가 주변까지 퍼져 있다.

 빈곤층을 배제하는 사회시설

하버드 법대의 마이클 샌델 교수는 돈이 많은 사람들이 누리는 특권 경제가 이제는 삶의 모든 부분에까지 확대되었다고 주장한다.(3) “우리는 사실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습니다. 어디까지 시장을 그대로 놔두어야 할까요? 어느 범위까지 공공재가 사용되고, 또 언제부터 공공재의 가치가 떨어지게 될까요?” 그는 질문한다. 오늘날 우리는 놀이공원뿐 아니라 다른 많은 곳에서도 돈만내면 자유이용권을 살 수 있다. 미니애폴리스, 시애틀,샌디에고, 그리고 교통 체증이 심한 미국 대부분의 다른 대도시에서도 주마다 통행료는 조금씩 다르지만 어쨌거나 일정 금액을 내면 지름길을 이용할 수 있다. 돈으로 특권을 살 수 있는 분야에는 심지어 감옥까지 포함된다. 캘리포니아주의 산타 바바라 감옥에서는 수감자가 1박 당 90달러를 지불하면 조금 더 편한 방에서 지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샌델 교수는 돈을 벌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도 소개한다. 바로 제약회사들을 위해 인간 모르모트가 되거나(대략 7,500달러 수준으로, 임상 실험 중에 장애가 생기거나 합병증이 발병하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도 있음), 중동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에 지원하는 것(일당1,000달러)이다.

이 포스트모던적인 상품화 목록에는 미국의 민주주의적 이상에 위배되는 거래도 포함된다.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바로 이와 같은 일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일반인들의 참관을 허용한다. 하지만 언제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에 로비 기업들은 돈을 주고 사람들을 사서 대신 줄을 서게 한다. 샌델 교수에 따르면 줄을 서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노숙자라고 한다. “누구나 정부 기관에 입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반박한다.

그에 따르면, 시장경제 사회가 도래한 이후 가장 위협받고 있는 가치는 바로 공동체정신이다. 샌델 교수는 1960년대 중반에 미니애폴리스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이 도시를 기반으로 한 야구팀 트윈스의 팬이었다. 당시 야구 경기장 좌석의 가격들은 모두 비슷비슷했다. 잘 보이는 자리가 3.50달러, 잘 안 보이는 자리가 1달러였다. “사장이나 직원 할 것 없이 핫도그와 맥주를 사먹으려면 똑같이 줄을 서야 했습니다. 비가 오면 모두들 똑같이 비를 맞았습니다.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 야구 경기장에 가보면 돈을 더 많이 낸 사람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유리창으로 가려진 좌석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계층들 간에 혼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화장실을 이용할 때도 같은 줄을 서지 않습니다. 비가 와도 어떤 사람들은 비를 맞지 않습니다.”(4) 돈이 많은 사람들과 돈이 없는 사람들이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면서 학교에서나 슈퍼에서나 서로 마주치지 않는’ 현상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맥키니 수영장의 미끄럼틀은 이러한 사회적 변화의 증거이다. 시는 현재 공립수영장을 3곳 운영하고 있는데, 모두 서민층 거주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부유층들이 사는 구역에는 출입이 아예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사립 또는 준사립 수영장들이 있다. 크랙 랜치의 경우에도 거주자1명당 일정 개수의 이용권이 제공되었다.

맥키니의 청소년들이 생일파티를 하던 곳은 공립수영장이 아니다. 그곳은 사회적 지위와 인종이 거의 유사한 사람들로 구성된 주거 구역의 거주민 전용 수영장이다. 이처럼 수영장은 과거에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혜택이었지만 이제는 하나의 특권처럼 되어 버렸다.

 

글·막심 로뱅 Maxime Robin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McKinney, Texas, and the racial history of American swimming pools,’ <디 애틀랜틱>, 워싱턴, DC, 2015년 6월 8일.

(2) 제프 윌츠, <Contested Waters : A Social History of Swimming Pools in America>,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출판사, 채플 힐, 2010

(3) 마이클 J. 샌델, <What Money Can't Buy : The Moral Limits of Markets, Farrar, Straus and Giroux>, 뉴욕,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