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협약을 둘러싼 뒷거래의 진실

[Dossier] 유엔의 가치와 비전
다국적기업들 ‘가스방출쿼터제’ 투기 상품화
선진국 이중성에 제3세계 국가들 반격 노려

2009-10-06     아그네 시나이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올해 12월 코펜하겐에서 유엔 주최로 열릴 ‘기후변화 정상회의’ 준비 과정에서 긴장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다뤄야 할 안건이 너무 중차대하기 때문이다. 기후협약을 담은 교토의정서가 가스 방출 국가들의 이익을 가늠할 문건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환경론자들과 기업 로비스트들은 한판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이산화탄소 농도가 80만 년 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인 385ppm에 근접하게 될 것이다. 이런 수치는 자연스러운 순환 사이클에 의한 것이 아니다. 인간은 천연자원을 끊임없이 소비하면서 우주의 거대 사이클을 바꿀 수 있는 지상 최대의 강적이 되었다. 인간은 기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이 지구의 지리적 축으로 간주되는 ‘인간 중심기’가 도래한 셈이다.

1992년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협약에 따라 온실효과 확산 문제는 세계 차원의 규제로 이어졌다. 이 협약을 통해 탄생한 1997년의 교토의정서는 그 복잡한 조건과 방식에 대한 일체의 비판이나 반대를 허용치 않은 ‘절대 언어’가 되어서 전통적으로 이산화탄소 과다 방출국인 서방 선진국에게 오는 2012년까지 가스 방출량을 1990년보다 5.2% 줄이도록 강제하였다. 소박한 목표치였으나 결과는 의심스러웠다.(1) 교토의정서의 서명 당사자인 서구 국가에서는 1990년과 2006년 사이 오히려 가스 방출이 9.9% 증가했다. 다만, 동유럽과 특히 러시아에서는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된 이후 계속된 산업 붕괴로 가스 방출이 37% 감소했다.

규제 조처들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교토 서명국들은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새로운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역설적인 것은 방출 국가들이 2015년부터 이산화탄소 감소 조처를 취하도록 하려다 보니, 이 국가들은 그때까지 방출치를 최대로 끌어올리려고 한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2020년까지는 25%에서 40%, 2050년까지는 85%까지를 줄여야 한다고 권고하였다.(2)

협상은 두 개 층위에서 이루어진다. 첫째는 환경 기준에 대한 시장기구라는 층위인데, 교토의정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애초의 기본 협약이라는 정신에서 벗어나 유엔 규제정책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거래 대상이 되어버렸다. 이산화탄소 시장에서는 개개의 국가가 이산화탄소 방출 쿼터를 갖고 있다. 그들의 쿼터보다 적게 방출한 기업은 그 나머지 권리를 시장에 내다팔 수 있다.

거대한 이산화탄소 시장

유럽연합(EU)은 중공업계 로비스트들에 굴복하고 그들이 배출한 것보다 많은 쿼터를 부여했다. 2005년과 2007년 사이 유럽에서 가스 배출이 증가했음에도, 세계 최대의 철강업체인 아르셀로 미탈(Arcelor Mittal) 그룹은 2008년 5억3600만 유로어치에 해당되는 32%의 잉여 쿼터를 수집했다. 이 그룹은 잉여 쿼터를 팔아서 8억 유로를 벌어들였다.

또 다른 파행도 있다. 기업은 원천적으로 자국에서 가스 배출 감소를 위해 애쓰는 대신, 지구의 다른 곳, 즉 제3세계에서 오염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통해 가스 배출권을 살 수 있다. 2008년 유럽연합이 채택한 ‘기후-에너지 통합’ 정책에 따르면,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현장에서 원천적으로 배출 가스를 줄이지 않고서도, 후진국에서 숲을 조성하는 등 ‘청정개발계획’을 실행함으로써 가스 감소의 책임을 질 수 있다.

중국은 여기에 속지 않았다. 그래서 서구 국가들에 청정개발계획에 의한 편법보다는 유럽 내에서 원천적으로 40%를 줄이라고 요구했다. 서구의 방식은 부조리한 것이다. 이러한 선택은 실제로 배출을 줄여야 할 책무를 이산화탄소 국제 거래 시장에 접근할 능력이 없는 다른 나라들에게 이전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2008년 폴란드의 포즈난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회의 때 미국의 환경단체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계획에 기뻐했다. 그러나 곧 환상을 버려야 했다. 지난 6월 26일 대표자 회의에서 가까스로 채택된 ‘아메리칸 클린 에너지 앤드 시큐리티 법’은 미국의 거대한 탄소시장을 출발시킨 것에 불과했다. 거대 에너지 기업들은 법안이 이들에게 2005년 기준으로 2020년까지 줄이라고 강제한 양의 17%에 대한 보상으로 이산화탄소 쿼터를 부여받았는데, 이 중 15%만 경매에 넘겨졌다. 즉, 국가가 무상으로 부여한 것이 아니라 기업들에게 팔린 것이었다. 탄소 분야의 경우 전체적으로 제프 구델(Jeff Goodell)이 그의 저서 <빅 코울>(Big Coal)에서 언급한 대로, ‘빅 코올’에 속한 기업들은 2025년까지 탄소가스 배출 노력을 면제받는 셈이다(빅 코올은 구델이 소설에서 말한 일종의 신조어로, 탄소 배출 주범인 미국의 대기업을 비꼬는 표현이다-역자).

기후변화에 대한 투쟁은 선진국에만 관대한 국제시장으로 변모했다. 전체적으로 3천억 달러에 달하는 화석에너지 보조금 폐지가 차라리 원천적으로 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3)

제3세계의 카운터 프로젝트

이산화탄소 배출 쿼터라는 속임수 말고도 전세계적으로 사용되는 만병통치약이 더 있다. 전 지구 가스 방출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화력발전소의 탄소 방출을 은폐하는 것이다. 가스를 생산한 오염물질들은 지하수층에 녹아들어 수세기 동안 물 속에 잠겨 있을 것이다. 이 지리공학은 거대 기업들이 에너지를 포식할 동안 토양의 성분을 바뀌게 할 것이다. 중국에서 프랑스까지, 미국에서 동유럽 국가들에 이르기까지, 비용이 많이 드는 이 기술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공공 보조금을 끌어들여 대기에 탄소배출권으로 현금화될 것이다. 이 시스템에 힘입어, 산림과 펄프 개발회사들은 지속 가능한 개발을 명분으로 내세워 제3국의 산림개발권을 사들이고, 다시 이를 통해 가스배출권을 사고 팔아 이익을 챙기는 등 ‘카지노’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인간 중심기’ 시대에 자연은 인간의 탐욕을 흡수하는 하나의 기계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제3세계 국가들은 환상을 버리고 코펜하겐을 겨냥해 기후에 관한 강력한 ‘카운터 프로젝트’를 준비했다.(4) “나는 기후에 관해 취해야 할 행동들을 늦추거나 지구 기후가 2도 상승해도 우리가 생존할 수 있다거나, 안전하게 비용을 줄이고 장애물을 우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전 지구적 재앙에 이르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유엔의 기후협약분과위원회 사무총장 이보 보오는 걱정스럽게 타협론자들을 경계하고 있다.(5)

글·아그네 시나이 Agnes Sinai

번역·이진홍 memosia@ilemonde.com
파리7대학 불문학 박사. 주요 역·저서로 <진보와 그의 적들>(2003), <자살>(2004) 등이 있다.

 


 

<각주>

(1) 오렐리안 베르니에, ‘교토의정서를 불살라버려야 하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7년 12월.
(2)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4차 평가 리포트, <기후변화 2007, 종합리포트, 정책 입안자 요약>, www.ipcc.ch.
(3) 환경에 대한 유엔 프로그램, ‘에너지 보조금 보고’, <기후변화 어젠다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들>, 2008년 6월, 파리.
(4) 교토의정서 후속 조처로 투발루(Tuvalu)가 제안한 대안 계획을 참조.
(5) 2009년 8월 14일자 기자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