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의 ‘현대화 정책’, 굶더라도 구걸 말라!
잇단 사유화 정책에 공동체 붕괴…주민 유혈 진압
남미 좌파 정부 견제하는 미국의 군사기지로 전락
2008년 2월 페루의 아야쿠초에서 공공토지 사유화 중단을 요구하는 파업 시위가 벌어졌을 때, 도로를 봉쇄한 시위대를 진압하던 경찰이 농부 2명을 사살했다. 며칠 후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경찰은 확고한 신념을 갖고 단호하게 대처했다. 나는 그 일을 격려한다. 경찰이 페루를 수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개적으로 파업과 선동을 사주하는 사람들은 이 사건에서 교훈을 얻기 바란다. 그런 선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깨닫기 바란다.”(1)
이런 위협은 알베르토 후지모리 정부하에서 입안됐고 현 가르시아 정부에서 강화된 법 때문에 가능하다. 이 법은 사회운동을 범죄시할 수 있으며, 진압 활동 때 무장병력의 처벌 면죄를 보장해준다. 무장병력은 경찰과 마찬가지로 시위자들에게 자신들의 무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부상이나 사망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강탈자’로 간주된 시위자들은 20년 감옥형까지 받을 수 있다. 파업을 지지한 세력 역시 ‘강요죄’로 처벌받는다. 모든 사람은 영장 없이 체포될 수 있으며, 외부와의 접촉 없이 10일간 억류될 수 있다. 경찰은 검사의 지휘 없이 수사에 개입할 수 있다. 후지모리 정부는 민병대를 이용했고, 가르시아는 민병대의 활동을 합법화해주는 법률을 만들었다.
사회운동 범죄시
1920년대 창당된 대통령 소속정당 ‘남미혁명인민동맹’(APRA)은 시간이 흐르면서 엄청난 이데올로기적 변화를 겪었다. 설립자 빅토르 라울 아야데라토레의 반제국적 이념을 가르시아가 이어받았다. 그는 ‘자신은 먹지 않으면서 다른 개들이 먹는 것을 방해하는 개’(2)라는 뜻의 ‘정원사의 개’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2007년부터 가르시아는 “가난한 사람들이 구걸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구걸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이 기생충이 되어간다”고 말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꾸짖었다. 그는 사회운동 단체, 원주민, 환경주의자, 좌파를 ‘정원사의 개’로 간주하면서, 이들을 자신의 ‘현대화 정책’에 반하는 적으로 정의했다.
‘현대화 정책’은 2007년 12월 4일 미국과 서명한 자유무역협정의 양자 간 협상 틀 내에서 대부분 다듬어졌다. 현대화 정책에는 신자유주의의 고전적 요소들이 포함돼 있다. 자연 자원과 에너지 자원의 사유화, 사유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아마존 삼림의 분할 양도, 농경 공동체와 원주민 공동체의 토지의 사유화, 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감세, 농업 관개수의 사유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심지어 바다도 대기업들에 묶어서 팔았다.
페루의 원주민 토지 사유화는 꼭 경제적 문제(물론 경제적 문제도 이미 심각하다)만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토지 사유화는 세상을 보는 어떤 삶의 방식을 말살하는 것이다. 유럽인이 식민지 개발 초기 단계에 수용한 토지는 인디언들의 생산수단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후손이 살아갈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의 공간’인 것이다. 따라서 환경 보전을 옹호하는 철학은 생명을 옹호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원주민들은 아마존과 공동체 토지의 사유화를 인정해주는 법령 1090호(삼림과 동물상 관련법)와 법령 1064호(농토이용법)에 대항해 투쟁하고 있다. ‘페루 정글 개발을 위한 범종족협회’(AIDESEP)가 이런 법들을 철회하기 위해 1년 동안 대중의 저항을 이끌었으며, 마침내 60여 일간 지역 총파업을 단행하게 되었다. 범종족협회는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원탁회의를 제안했으나 정부는 비상사태 선언으로 대응했다.
6월 5일, 페루 정부는 바구아의 중심도로를 봉쇄한 수천 명의 원주민을 진압하기 위해 질서유지군을 투입했다. 결국 이 사태는 경찰 24명, 민간인 10명이 살해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행방불명되는 참극으로 막을 내렸다. 가르시아는 ‘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사람들을 규탄하고, ‘페루에 대해 치밀하게 준비된 공격’이라고 주장하면서, 인디언 폭동을 선동했다고 비난받았던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을 은연중에 의심한다. 정부는 원주민 운동단체가 요구하는 조사위원회 구성을 거절했다. 이와 반대로, 루스 마를레니 로하스 멘데스 검사는 질서유지군을 지휘한 장군 2명을 포함한 16명의 국립경찰 간부에 대해 심리를 개시했다. 그녀는 원주민들이 ‘자신의 방어를 위해 흔히 사용되는 돌과 막대기 같은 초보적인 무기만을 사용한’(3) 반면 질서유지군이 비대칭적 폭력을 사용했다고 해당 지휘부를 고소했다.
질서 명분 국가 폭력 만연
정치지형학적 측면에서 페루는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우파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이 우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협하는 좌파 정부들에 대항해 페루에서 자유롭게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예컨대 페루 정부는 불법 축재로 기소된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 야당 후보자였던 마누엘 로살레스에게 정치적 망명처를 제공했다. 2003년 엘알토에서 곤살로 산체스 데로사다 볼리비아 대통령에게 항거하는 시위가 벌어져 63명이 사망했는데, 페루는 이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호르헤 오블레아스 볼리비아 전직 장관에게도 똑같은 선처를 베풀었다.
페루는 또한 미군의 작전센터가 돼버렸다. 미 육군과 해군의 이동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 2004~2009년에 적어도 5만5350명의 미군이 페루 영토에 입국했다.(4) 그리고 평균 체류 기간도 2006년 100일에서 2009년 277일로 늘어났다. 정보 활동, 정보 지원, 대마약 테러리즘 훈련이 벌어지고, 정찰 활동은 사회적 갈등이 심각한 지역, 즉 정글과 그 주변에 집중돼 있다.
해안은 태평양의 미 제4함대의 작전센터 역할을 한다. 미국의 프리깃함과 해군 부대들은 페루와 협동해 육상, 대잠수함, 공중전 훈련을 하고 있다. 항구들은 군함의 물품 재보급과 승무원의 휴식을 위해 사용된다.
외국 우파 정권들 전략기지로 전락
페루는 워싱턴에 전략적으로 종속돼 있으며, 동시에 콜롬비아와 군사적 통합을 점증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군사적 통합은 공중작전을 포함한 국경 지역에서의 합동훈련, 통신망과 작전의 연계체계 수립, 참모부 훈련으로 구체화된다. 2009년 1분기 동안 미군 정찰부대가 작전을 펼치고 있는 지역에서 합동훈련이 네 차례 시행되었다.
페루가 콜롬비아의 미군기지 건설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알베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함으로써, 페루의 리마는 에콰도르, 볼리비아, 베네수엘라의 좌파 부상에 맞서는 대륙의 좌파 저지 기지가 되어가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페루의 사회운동 단체는 엄청난 동원과 저항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사회운동 단체는 1978년 프란시스코 모랄레스 베르무데스의 군사독재 체제를, 2000년 후지모리 체제를 붕괴시켰다. 사회운동 단체는 1985년 좌파연합(IU) 후보자인 알폰소 바란테스와 더불어 정부에 입성할 뻔했다. 2006년 마지막 선거에서 올란타 우말라를 지지함으로써, 사회운동 단체는 국민당을 페루의 제2세력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가르시아의 과격한 정책은 그 정책의 극단성 때문에 진보적 정치조직들에 공격의 빌미를 주게 된다. 억압은 강력한 무기지만 동시에 매우 위험한 무기다. 그 무기는 그것을 남용하는 사람에게 겨눠질 수 있다.
글·모니카 브루크만 Monica Bruckman
사회학자 겸 정치학자. 세계경제와 지속발전을 위한 유엔대학교 연구원, 리우데자네이루.
번역·고광식 kokos27@ilemonde.com
파리8대학 언어학 박사. 한국외국어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각주>
(1) <라 레퓌블리카>, 리마, 2월 21일.
(2) ‘El sindrome del perro del hortelano’(정원사의 개 신드롬), <엘 코메르시오>, 리마, 2007년 10월 28일.
(3) http://peru.indymedia.org/news/2009/08/45463.php.
(4) 이 수치는 2009년 말까지 예견된 입국자 수를 포함한다. 통계는 페루 의회가 승인한 페루 영토 내의 외국 군대 입국 허가 법률안을 참조해 작성되었다. 수치 계산은 구할 수 있는 모든 기초자료 장부를 통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실제 수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 몇몇 허가서에는 페루에 입국한 사람 수도, 그리고 군사장비도 표시돼 있지 않다. 특히 선거연도인 2005년에는 첨부서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