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무상의료서비스는 요원한가?

2008-09-29     발레리 리드, 블랑쉐 칼
과다병원비, 빈곤환자들 파멸 불러
무상의료정책 틈탄 기업들 장삿속

발레리 리드·블랑쉐 칼
<캐나다 몬트리올대학 공중보건 연구원과 공중보건 자문위원>

진료센터 사무실에는 빼앗아 보관중인 신분증이 담긴 상자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부유한 대부분 국가들에서는 공공보험이나 민영보험 시스템에서 병원비의 일부를 책임지는데 반해, 아프리카에서는 의료비가 순전히 환자들 몫이다. 독립 이후 수 년 간 지속되어 오던 아프리카 대륙의 무상의료시스템이 1980년대부터는 무너졌다. 국제 기업 출자자들이 부채질해서 진행된 의료시스템의 개악은 미국 연구원 메를리 그랜들(Merilee Grindle)이 '나라의 하수인'(acolytes nationaux)이라 칭한 자들의 공모때문이다. 2) 모든 지역 엘리트들은 사설의료기관이나 해외로 나가 치료를 받는다. 이들은 공공의료기관을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 환자가 직접 병원비를 내는 방식으로는 바람직한 보건시스템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극빈층이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만드는 장벽을 구축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세계은행조차도, 그런 접근방식으로는 고작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의 5-10%만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 시에라리온에서는 서민층이 수입의 25%를 의료비로 지출하는데 반해, 부유층은 3,7%를 지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예산제약 때문에, 10-30%의 아프리카 주민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처방전을 받기위해, 형편이 안 되는 수많은 사람들이 빚을 내거나 추수한 곡식이나 가축을 내다 판다. 그래서 이들은 그런 행위를 가리켜 '파멸을 부르는 지출'이라 일컫는다. 말라위 공화국에서는 주민 8.5%가 그러한 부담에 시달린다. 보건 시스템이 작동되는 나라에서는 조세와 세금으로 막대한 공적자금을 충당하기 때문에, 돈이 없는 사람들도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조세재원이 보잘 것없고, 민간자본으로 거의 모든 보건 재정을 충당하다보니, 의료기관들은 환자들에게 치료비 전부를 떠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국제구호도 활발하게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2000년에 60억 달러에서 2005년에는 140억 달러 규모로 증액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를 감당치 못하고 있다. 4) 예컨대 에이즈나 결핵 같은 너무 한정적인 질병에만 노력이 집중되어, 총체적인 보건시스템 강화에 쓰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아프리카 각국은 지난 20년 동안 환자들에게 진찰비를 요구하던  정책기조를 조금 순화시키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1980년대와 1990년에, 열렬한 주동자로 그 정책을 지지했던 세계은행 또한 생각을 바꾸는 것처럼 보인다. 급기야 2007년, 세계은행은 전반적인 보건정책노선을 장려하기 위해, 환자 직불제도 철폐를 결정하는 국가들을 지지하고 돕겠다고 천명하기에 이른다.
 국제적 구호단체에 근무하는 모든 공무원들이 동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럽의 인명구호단체위원회는 은밀히 현장에서 무상의료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아프리카단체들을 지지하고 있다. 영국의 한 단체 연구원 크리스 제임스(Chris James)는 만약 이 정책이 사하라 사막 인근 아프리카 20여개 국가의 5세 미만의 아이들을 위해 가동되고 있다면, 15만에서 30만 명의 인명을 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5)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일부 정부는 그들의 정책노선을 수정하는 듯 보인다. 그 예로 남아프리카와 우간다는 지난 수년간 무상의료시스템을 실험 가동하고 있다. 최근 세네갈은 노년들을 상대로 무상의료혜택을 주고 있고, 말리는 제왕절개수술시, 니제르는 5세 미만의 아동들에게, 부르키나파소는 출산시 국가가 80%까지 의료비를 책임지고 있다.
 사실 직불제도 철폐 요구는 주로 주요 지역 현안들과 맞물려있다. 부룬디의 환자 감금문제나, 니제르의 식량위기, 마다가스카르의 정치적 혹은 경제적 봉쇄 등이 그런 것들이다.
 부르키나파소에서는 2008년 1월 조심스럽게 '레트로비루스 예방백신'(anti-retroviraux)  접종비에 한해서만, 면제보다는 감면해 주는 선에서 시스템을 실험 가동하고 있다. 한편으론  장차 무상 지원을 위한 지속적인 재정지원이 이루어 질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6) 사실, 레트로비루스 예방백신 접종은 아프리카의 다른 모든 나라에서는 이미 무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니제르에서는 최극빈층 여성의 4%만 자격을 갖춘 의료진의 도움을 받고 출산하는 반면, 부유층 집안 여성은 그중 63%가 도움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상'의 실체에 의문을 갖고 있다.
 가나에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이 새 정책 덕을 보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서부 아프리카의 가나 연구원들의 말에 따르면, 세계 공공 보건기구가 개입하면 그 혜택을 초기에는 극빈층이 누리는 것이 아니라, 최고 부유층들이 먼저 누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출산과 제왕절개수술 분야에 무상의료 서비스를 도입하면, 부자들이 직접 내지 않아도 되는 돈은 지원예산의 22%에 달했지만, 극빈층이 보는 혜택은 13%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극복해야 되는 난관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재정문제다. 대부분의 의료비 면제 정책들은 직간접적으로 국제기업출자자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7)
 그러나 여전히 난관은 많다. 실익이 없는데, 이들 기업 출자자들은 과연 지속적으로 자금을 지원 할 것인가? 다음 정책 변화는 또 언제가 될 것인가?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 경험들을 거울삼아 이에 합당한 보건예산을 책정하게 될 것인가?
 그렇게 볼때 병원비 지불 철폐가 능사는 아니다. 이 제도와 병행해서, 제공되는 치료의 질 개선과 전문 의료진에게 합당한 임금을 지불하고, 우수한 인력의 도피를 막아야 한다. 8) 이 야심찬 계획에, 현재는 가나를 비롯한 소수국가만 참여하고 있다. 9) 2001년, 아프리카 연합(OUA)국가들은 그들 국가의 보건예산중 15%만 할애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단체들이 레트로비루스 예방접종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투쟁에 나선 가운데, 기업 출자자들과 아프리카 정책 당국자들은 극빈자들이 무상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낙관하기엔 이르다. 실제로 세계은행부속기관으로 보이는 국제 금융회사는 최근 보고서에서 검은 대륙의 보건민영화부분에 투자하라고 추천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아프리카에서의 보건 비즈니스'를 들먹거리며 이윤추구의 '흑심'을 내비치고 있어, 장차 불어 닥칠 또다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번역 : 조은섭 chosub@ilemonde.com>

 


 

1) 메레데스 투르센(Meredeth Turshen), 「아프리카에서의 건강보험민영화(Privatizing health services in Africa)」 루트저 대학 신문사(Rutgers University Press), 런던, 1999년, p.185
2) 메를리 그랜들(Merilee Grindle),「개혁디자인: 문제와 해결 그리고 정책(Designing Reforms: Problems, Solutions and Politics)」,  존 F, 케네디 정부스쿨, 하버드 대학,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논문시리즈, 2000, p. 23
3) 발레리 리드(Val맯ry Ridde), 「부르키나파소에서의 공평성과 보건정책의 가동(맩quit맯 et mise en oeuvre des politiques de sant맯 au Burkina Faso)」, 라르마탄(L'Harmattan), 파리, 2007년 p. 536 
4) 미카엘 라이쉬(Michael Reich), 「건강시스템에 관한 글로벌 액션,  G8 도쿄 정상회담에서 제안(Global action on health systems: a proposal for the Toyako G8 summit)」, <작은 창( The Lancet)>, 371(9615), 2008, pp.867-9
5) 크리스 제임스(Chris James), 「이용자의 진료비면제가 아동사망률에 미치는 효과, 시뮬레이션 모델, (Impact on child mortality of removing user fees: simulation model)」. <영국의학신문(British Medical Journal)>, 331(7519) 런던, 2005, pp747-9
6)
http://www.irinnews.org/FR/ReportFrench.aspx?Reportld=75706
7) 세계의 의사들 읽기(Lire M맯decins du monde), 리포트「의료비무상 달성, 농부의 전략(L'Acc맟s gratuit 맜 la sant맯, une strat맯gie payante)」, 파리, 2008년 4월
8) 칼 블랑세(Karl Blanchet)와 레지나 케이트(Regina Kieth)「아프리카는 자신들의 의료진을 붙들고 싶어 한다(L'Afrique tente de retenir ses m맯decins)」,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6년 12월
9) 2001년, 아프리카 연합(OUA)국가들은 그들 국가의 보건예산중 15%만 할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