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압력단체의 새 강자, J스트리트

기존 보수 단체들, 오바마의 중동정책 인사들 낙마에 앞장<br/>J스트리트는 진보적 미국계 유대인 의사 반영할 수 있을까

2009-10-06     에릭 알터만 | 언론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동에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정책을 재추진하려 했지만, 영토 확장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거부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 해소는 미국 정부의 대중동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스라엘 우익 세력의 정책에 맞서 새롭게 등장해 10월 25일에 제1회 전국회의를 개최할 예정인 압력단체가 어떤 힘을 갖느냐에 따라 오바마 정부의 성공 여부가 판가름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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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버락 오바마는 미국에 본부를 둔 유대인 압력단체 지도자 16명을 백악관에서 만났다. 주요 유대인 조직 대표자회의(Major American Jewish Organizations), 반인종주의연맹(ADL·Anti-Defamation League), 전미유대인위원회(American Jewish Committee) 등과 같은 강경단체들의 회장과 친이스라엘 압력단체의 혼이라 일컫는 미국·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IPAC·American 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 대표의 참석은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색다른 손님 한 명이 있었다. 새로이 결성된 유대인 평화단체 ‘J스트리트(Sreet)’의 사무총장 제러미 벤아미(Jeremy Ben-Ami)였다.(1)

 

벤아미의 참석이 다른 손님들에게는 달갑게 여겨지지 않았을 것이다. 신보수주의적 색채를 띤 주류 유대인 조직들에 동정적인 언론에서, J스트리트는 하마스 못지않게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는 단체다. <코멘터리>의 노어 폴락은 J스트리트를 ‘비열하고 부정직한 반이스라엘’ 단체로 규정했고, 제임스 커시크는 ‘항복한 압력단체’라 불렀다.

또 <위클리 스탠더드>의 마이클 골드파브는 J스트리트를 테러리스트에게는 관대하고 이스라엘에는 적대적인 단체라고 비난했다. 오마바의 당선과 맞물려 J스트리트가 등장하면서 과거에는 (거의) 누구에게도 도전받지 않고 미국의 대중동 정책을 좌지우지하던 좋은 시절이 끝나기 시작했다는 걱정이 J스트리트에 대한 이런 평가에서 분명히 읽혀진다.

 

유대인 압력단체들 로비

아랍과 이스라엘의 갈등이란 문제에서는 ‘왜 미국의 정책이 전세계, 특히 유럽 우방국들의 정책과 극명하게 다른가?’라는 의문을 제기해봐야 한다. 미국와 이스라엘 간의 오랜 관계는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 어느 쪽으로 계산해보아도 미국에는 부담스런 관계일 뿐이었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군사 및 경제적으로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아까운 납세자의 세금을 수십억 달러나 허비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이슬람 세계에게 미움을 받았고, 전세계에서 반미 폭력 사태를 불러왔다. 게다가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어떤 나라도 아랍과 이스라엘의 갈등을 미국과 같은 눈으로 보지 않는다. 요컨대 어떤 나라도 미국처럼, 이스라엘은 자위를 위한 침략자이고 팔레스타인은 무분별한 공격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엄청난 비용과 대내외적 논란에도,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거나 의회에서 다수당이 바뀌어도 미국의 정책은 큰 골격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

신보수주의에 기반을 둔 유대인 압력단체들과 복음주의적 색채를 띤 기독교 단체는 물론이고, 이스라엘의 강경파를 지지하는 미국 내 세력은 문제를 냉정하게 직시하지 못하는 듯하다. 오히려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유럽의 공정한 시각이 유럽의 전통적인 반유대주의적 사고방식에 아랍 산유국의 환심을 얻으려는 욕심이 더해진 결과라고 비판하는 실정이다. 또한 반유대주의적 언론은 희생자가 팔레인스타인이란 착각에 빠져 항상 팔레스타인의 편에 선다며, 친팔레스타인적 편견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따라서 문제는 미국이 아니라 전세계라는 것이다.

물론, 의회에서 이스라엘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이유로 이런 주장이 차지하는 몫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AIPAC과 그 산하 조직들이다. 그들이 의회에 행사하는 막강한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두 책임자에 대한 간첩죄 소송이 최근에 각하된 사례에서도 증명되었지만,(2) AIPAC의 막강한 힘은 오마바 행정부에서 국가정보위원회 의장감으로 거론되는 찰스 프리먼이 외압에 의해 낙마한 사건에서도 확인된다. 프리먼은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아랍적’ 견해를 지닌 학자로 알려졌다. 한 평론가가 그를 소아성애적 성향을 지녔다고 비난까지 퍼부을 정도로 프리먼을 반대하는 운동이 조직적으로 벌어졌지만 AIPAC은 그 운동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사실일지 모르지만, 조너선 프리드랜드는 <가디언>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스라엘 압력단체에 대한 편견을 버리더라도 현재의 상황은 상당히 좋지 않다”고 말했다.(3)

이스라엘 압력단체들이 프리먼을 낙마시키려 했다는 사실에서 적어도 두 가지 가능성을 짐작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누가 미국의 정보자료를 분석하느냐를 그들이 심각히 우려했다는 것이다. 2006년 국가정보평가서에서도 이란이 군사용 핵무기 개발을 중단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듯이,(4)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려는 시도가 방해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그들이 일부 야심찬 관리들에게 향후의 정책 입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든 반이스라엘적 태도를 취할 경우 경력에 큰 타격을 입을 거라는 경고를 보내고 싶었을 거라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친이스라엘 공동체’는 프리먼의 머리를 잘라 기둥에 매달고 싶어했고, 결국 그 목적을 달성했다.

 

백악관 주인 바뀌어도 중동정책은 그대로

AIPAC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유, 또 미국계 유대인들이 미국의 중동정책과 관련해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을 결정하는 문제를 AIPAC의 지도부에 일임하는 이유는 무척 많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한목소리로 AIPAC의 강경 노선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J스트리트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계 유대인의 76%가 두 국가론을 지지한다(반대는 24%). 두 국가론은 8년 전 캠프 데이비드 회담과 타바 회담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거의 합의에 이르렀던 최종 결론이었지만,(5) AIPAC는 그 결정을 줄곧 반대해왔다. 또 베냐민 네타냐후가 이스라엘 외무장관으로 인종차별주의자이고 실지 회복론자인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을 지명했을 때 AIPAC가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J스트리트의 여론조사 결과 미국계 유대인들의 69%는 리에베르만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아랍계 이스라엘 시민에게 충성 서약 서명을 요구했고 아랍계 국회의원까지 협박했다는 이유로 그의 지명을 반대했다(31%는 찬성).

게다가 미국계 유대인들은 진보적인 반면에 AIPAC의 주도 세력은 주로 네오콘들이다. 2008년 11월의 선거에서 일부 유대인들은 민주당을 충직하게 지지했을 뿐 아니라, 오마바에게도 대략 4 대 1의 비율로 표를 몰아주었다. 그런데 이해하기 힘든 모순적 현상이 눈에 띈다. 진보적인 미국계 유대인들에게 금전적 지원을 받는 AIPAC 같은 조직들이 보수적인 공화당과 전략적으로 손잡고 진보적인 민주당을 패배시킬 방법을 모색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관점에서 볼 때 J스트리트의 등장은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온건한 단체인 이스라엘 정책포럼(Israeli Policy Forum)에서 물러난 로젠버그(M. J. Rosenberg)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AIPAC는 노년층이 주도하고 있지만 그들의 자식과 손자 세대는 그들의 생각과 사뭇 다르다.” 또 로젠버그는 “2차 대전이 희미한 기억으로 사라져가면서 젊은 세대에게 겁을 주며 이스라엘을 지지하라고 강요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그들의 지지를 얻으려면, 마음을 움직이고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또 다른 홀로코스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원해야 한다’는 식의 고리타분한 겁주기 전략은 60살 미만 층에는 통하지 않는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에 가담했던 사람들에게 ‘히틀러 같은 인간이 또 나타날 것이다’라는 협박은 통하지 않는다”며 “미국계 유대인들 사이에서 이스라엘의 인기는 1977년, 즉 메나헴 베긴이 총리에 오를 때부터 눈에 띄게 떨어졌다. 그때까지 미국계 유대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스라엘, 즉 레온 유리스(Leon Uris)가 그려낸 이스라엘은 키부츠의 이스라엘, 사회주의적 낙원이었다.(6) 하지만 이제 그런 이스라엘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가자 전쟁 동안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도 밝혀졌듯이 미국인의 49%가 이스라엘 쪽을 동정한 반면에 팔레스타인을 동정한 미국인은 11%에 불과하다. 이런 성향은 진보적이라 자처하는 사람들보다 보수적인 계층에서 훨씬 뚜렷이 드러난다. 전자의 경우는 3 대 2의 비율인 반면에 후자의 경우에는 7 대 1의 비율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J스트리트의 놀라운 성장세

J스트리트는 미국계 유대인의 생각을 워싱턴의 정책 결정에 실질적으로 반영시키기 위해서 오마바의 선거 전략을 도입해 버즈 마케팅(buzz marketing)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7) J스트리트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지금까지는 과거의 모든 전략을 위축시킬 정도로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출범한 지 18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300만 달러의 예산에 22명의 직원을 고용할 정도로 성장했다. 물론 7060만 달러의 예산을 지닌 AIPAC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시작은 순조로운 셈이다. 또 <내셔널저널>에 따르면, 친이스라엘 정치세력을 자처한 조직이 2008년 선거 기간에 거의 100만 달러를 모금해 평화 정착을 모색하는 후보자들을 지원했다. J스트리트는 소규모 조직들- 공화당이 정권을 잡고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중도좌파 조직들이 후원금을 모금하기가 힘들었다- 과 협력하기도 했지만, 그런 조직들의 일부를 흡수해 지지자들의 요구를 합리적으로 반영해왔다.

2009년 10월 25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될 J스트리트의 제1회 전국회의에는 ‘아메리칸 포 피스 나우’(Americans for Peace Now), 이스라엘 정책포럼, 뉴이스라엘 펀드 등 확고한 기반을 다진 단체들을 비롯한 11개 평화단체가 참석할 예정이다. J스트리트는 2008년 10월 ‘유니언 오브 프로그레시브 시오니즘’(Union of Progressive Zionism)을 흡수함으로써, 소규모이지만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평화 지향적인 유대인 대학생들의 조직에 접근할 수 있었다. 최근 보도를 보면, J스트리트는 미국 전역에 약 4만8천 명의 자원봉사자를 거느린 조직 ‘브리트 체데크’(Brit Tzedek)를 인수할 준비를 진행 중이라 한다. 또한 워싱턴에서도 J스트리트는 이스라엘군의 퇴역 장성으로 얼마 전까지 ‘공공정책을 위한 유대인 협의회’ 부회장 겸 워싱턴 지부장을 지낸 하다르 수스킨드를 고용하면서 위싱턴 정가의 중진들에게 신뢰를 얻는 데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유대계를 비롯한 언론들이 10월 전국회의를 어떤 식으로 다루느냐에 따라 J스트리트의 미래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벤아미의 주장에 따르면, J스트리트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유대인 평화 단체가 지하실에 모인 10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한 번만이라도 증명해 보이고, 그 지지자들에게 “서로 만나 광야에 동떨어진 외로운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느낄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전 총리, 에후드 올메르트는 외압에 견디다 못해 총리직을 사임하기 직전 “두 국가론이란 해결책이 무산되면 이스라엘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처럼 참정권 투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언하며,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 국가는 끝장”이라고 경고했다.(8) 이런 운명에서 이스라엘을 구하고, 팔레스타인에는 의미 있는 자치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영토의 양보를 받아내는 데, 버락 오바마의 성공은 이 외로운 목소리들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에릭 알터만 Eric Alterman
국제문제 전문기자로, 주요 저서로는 <왜 우리는 자유주의자들인가: 포스트 부시 미국의 정치 핸드북>(2008), <누가 미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가? 민주주의가 외교정책에서 중요한 이유>(1998) 등이 있다.

번역·강주헌 2nabbi@ilemonde.com 
불문학 박사 출신의 문화비평가 겸 번역전문가. <선물> <해리포터 철학교실> 등 100여 권의 번역서를 펴냈다. 


<각주>

(1) 워싱턴에서 길 이름은 알파벳 문자로 불린다. 그러나 J스트리트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 조직의 창립자들은 그때까지 존재하지 않은 듯이 살았던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준다는 뜻을 조직 이름에 담고 싶었던 것이다.
(2) 이스라엘을 위한 간첩 활동을 한 죄목으로 기소됐다.
(3) Jonathan Freedland, ‘Discard the mythology of ‘he Israel Lobby’, the reality is bad enough’, <가디언>, 런던, 2009년 3월 18일.
(4) 국가정보평가서는 미국 정보조직 전체의 공식적인 의견이다.
(5)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은 2000년 7월에 있었고, 클린턴 대통령,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지도자가 참석했다. 타바 회담은 2001년 1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표단 간에 진행된 회담을 가리킨다. Amnon Kapeliouk, ‘Retour sur les raisons de l??echec de Camp David’,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2년 2월 참조.
(6) 레온 유리스는 <영광의 탈출>의 저자이다. 이 소설은 오토 프레밍거 감독이 1960년 영화로 제작했고, 폴 뉴먼이 주연을 맡았다.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탈출한 사람들을 프랑스에서 팔레스타인으로 후송하는 선박의 얘기를 그린 것이다. 이 영화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역사적 사실을 널리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7) 버즈 마케팅은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상품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 기법을 뜻한다.
(8) Willy Jackson, ‘Israel est-il menace par une campagne de desinvestissemen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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