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사팽, 절반의 진실

2015-10-06     미셸 사팽

 1. “그리스 부채의 관건은 납세자들에게 진 빚”

“그리스 국민은 금융시장에 빚을 진 것이 아닙니다. 그들을 등쳐 먹고 사는 은행에 빚을 진 것도 아닙니다. 그들이 빚을 진 대상은 우리입니다. 그들이 한동안 공무원 급여와 연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연대의 증거로 미리 돈을 빌려준 우리에게 빚을 진 것입니다.”
 
- 7월 6일, 프랑스 라디오방송 〈Europe1〉
 
(질문한 기자를 향해) “그리스는 채권자들과 논의 중이라고 말씀하셨지요? 마치 은행가들과 논의 중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그리스와 논의 중인 것은 은행가들이 아닙니다. 국가들, 우리, 정확히는 프랑스 국민 개개인과 논의 중인 것입니다. 왜냐고요? 그리스 부채의 관건은 그리스 국민을 등쳐서 주머니를 채우는 금융시장에 진 빚이 아니기 때문이죠.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의 납세자 개개인, 심지어는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처럼 제 코가 석자인 군소 국가의 납세자들에게 빚을 진 것입니다.”
 
- 6월 7일, 프랑스 라디오방송 〈France Inter〉
 
프랑스 재무장관은 2010년 ‘트로이카’의 최초 개입 당시 주 채권자들이 은행들, 주로 프랑스와 독일의 은행이었다는 말을 생략하고 있다. 아테네를 지원할 때 최초의 계획은 이 민간 채권자들을 다른 공공 채권자들로 바꾸는 것이었다. 〈뉴욕 타임스〉는 이미 2011년 6월에 “그리스에 구조조정을 대가로 돈을 빌려줄 이들은 민간 투자자가 아니라 납세자들이다”라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2. 국제통화기금 가입국 중 가장 가혹한 두 나라
 
“국제통화기금(IMF)에 책임을 묻는 것은 유럽 국가들만이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입니다. 전 세계 국가들 중 어느 국가의 요구가 가장 가혹한 줄 아십니까?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입니다. 과거 국제통화기금의 도움을 받았던 이 두 나라가 국제통화기금 지도부의 크리스틴 라가르드에게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강경했던 당신들이, 어째서 유럽 국가에는 그토록 유연한 것입니까?”
 
- 6월 7일, 프랑스 라디오방송 〈France Inter〉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공식적인 질문에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이를 부인했다. 이 사실에 대해서는 우리 사이트 다음 내용을 참조하면 된다. ‘아르헨티나에 이어서 브라질이 그리스에 관한 사팽의 진술을 부정하다'
 
〈라 발리즈 디플로마티크(La valise diplomatique)〉, 2015년 7월 1일. 

 
 
글·미셸 사팽 Michel Sapin
프랑스의 정치인, 재무장관. 최근의 그리스 협상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았으며, 독일과는 반대로 시종일관 그리스를 지지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번역·이진홍
파리 7대학에서 불문학 박사를 받은 뒤 한국외국어대에서 프랑스 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진보와 그의 적들>, <자살> 등의 저·역서가 있다.

* 이 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프랑스 재무장관인 미셸 사팽이 라디오에서 발언한 내용을 발췌하여 설명을 덧붙인 것이다. 
 
(1)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