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협상 타결에 외려 불확실해진 이란인들의 내일

2015-10-06     카멜리아 엔테카비파르

지난 7월 핵협상이 타결된 이후 이란에 가해진 제재가 해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란 경제는 침체를 딛고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란의 지도자들은 경제 부흥과 함께 어떤 종류의 개혁을 추진할지 선택해야 한다. 아직 불확실한 국내 정치 개방 여부는 2016년에 예정된 두 차례의 주요한 선거에 그 운명이 달려있다.

7월 14일 저녁, 테헤란은 거리로 뛰어나온 수천 명의 사람들로 떠들썩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체결된 이란과 주요 6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5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독일) 사이의 협정을 축하하기 위함이었다. 12년 간의 위기와 21개월 간의 마라톤 외교협상 끝에 처음 얻어진 이 결실은 경제제재로 고통받았던 이란 국민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고조된 열기 속에 옷에 성조기를 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에는 젊은 여성들도 있었다. 몇 년 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었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서방국가의 장관들과 사업가들은 잇따라 이란 시장 재개방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란의 앞날과 핵협상의 미래에 관해 여러 가지 의문이 남는다. 이란 당국은 여전히 핵무기 보유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핵협상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란의 원자폭탄 보유를 막는 것이다. 이란 정부는 그토록 바라던 경제제재 해제를 위해 일부 연구를 중단하고, 핵시설 일부를 해체하며, 우라늄 농축용 원심기의 수를 줄이고, 핵사찰을 수용하는 등 많은 양보를 약속했다. 
 
“이 협정이 이란 내에서 비준이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미국에서 의결이 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8월 18일, 이번 협상의 이란 측 최종 결정권자인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말했다. 이 발언은 미국 정부의 이번 외교적 성공을 좌절시키려는, 많은 미 공화당 의원들을 자극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지난 7월 20일 협정을 승인하는 결의안 제 2231호를 채택함에 따라 미 의회는 머지않아 2006년부터 시행해온 대(對)이란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만약 제재 해제안이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 의회 상·하원 양원에서 의원 2/3이상이 해제안을 거부할 경우에만 부결이 될 수 있는데, 현재로선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국민적 항의에 대한 우려

앞서 언급한 이란 최고지도자의 모호한 발언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반대하는 국내 강경파를 의식해 중립적 입장을 취하려는 그의 의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향후 몇 달 내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추측이 계속된다면, 이제는 이란에 기대를 걸어볼 차례이다. 체재의 생존을 위해서 비엔나 협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란 지도자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 지도자들은 지난 겨울을 잊지 못한다. 혹한에도 불구하고, 수도 테헤란에서 중부 이스파한을 지나 서부의 케르만샤까지 엄청난 수의 국민들이 국영 대형마트 앞에 모여들었다. 정부에서 나눠준 쿠폰으로 밀과 설탕 등 생필품을 사려는 사람들이었다. 어떤 도시에서는 이 ‘물품 지원 수당'때문에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세계은행이  세계 2위 천연가스 매장 국가이자 세계 4위 석유 매장 국가로 평가하고 있는 이란의 풍경이다. 충격이 아닐 수 없다. SNS에서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란의 이러한 상황은 이란 국민, 특히 중산층의 상당수가 매우 불안정한 생활 속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많은 정치인들과 종교 지도자들도 우려를 금치 못했고 대중의 항의가 거세질 수 있음을 직감하였다.
 
물론 이란이 오직 경제상황 때문에 강대국들과의 협상에 나선 것은 아니다. 시리아 및 예멘의 내전에서 확산되고 있는 경쟁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 거세지는 이슬람국가(IS)의 위력 등 지역적 혼란도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경제상황 악화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건 사실이다. 금수조치, 원유가격 하락으로 인한 대외 수입 감소(2015년 원유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이 400억 달러에 달함) 때문에 2012년 6.8% 하락한 국내 총생산은 2014년 겨우 1.5% 증가했으며, 2015년에는 1%도 넘지 못했다.
 
2015년 5월 기준 15%를 기록하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경기가 더욱 침체되자, 이란 지도자들은 협상에 나설 자국 대표들에게 임무를 완수하기 충분한 권한을 위임했다. 임무는 핵문제를 제외한 다른 분야의 양보 없이 이란에 가해진 제재를 해제할 수 있는 협약을 체결하는 것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전 이란 외교관은 말했다. “최고 지도자는 아주 신속하게 행동했습니다.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불만에 차 거리로 뛰쳐나오도록 두지 않았죠. 그는 이란과 이란의 유산을 구했습니다. 이란은 원자력 기술과 기술자, 기타 인력 교육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이번 협정 덕분에 존속 자체를 위협받던 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권(2005~2013)이 끝난 후, 합의를 이루려는 이란의 의지는 협상단 구성원들을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2013년 선출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재임(1997~2005) 중이었던 2003~2005년 핵문제 협상에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 적이 있다. 그가 자신의 주요 협력자였던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를 외교장관에 임명한 것이다. 자리프 장관은 전 유엔대사를 지낸 실용주의자로서 능숙한 영어 실력과 앵글로색슨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춘 인물로, 이란 국민들의 존경과 언론의 찬사를 아낌없이 받아왔다. 협상 타결을 자축하며 수많은 일간지는 자리프 장관을 모하마드 모사데크 전 총리(1882~1967)와 비교하기도 했다. 모사데크는 이란 최초로 민주적으로 총리에 선출된 인물로, 석유 국유화를 단행했으나 1953년 미국 중앙정보국이 조장한 군사 쿠데타로 실각했다.
 
이제 남은 일은, 7월 14일 체결된 협정이 실제로 이란 국민들에게 고대하던 경제 회복을 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이다. 중동 경제 주간지 <MEED>는 점진적인 제재 해제만으로 2014년 3,750억 유로였던 이란의 국내 총생산을 2030년까지 두 배로 끌어올릴 수 있으며, 2020년까지 3천억 유로 상당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란의 국제투자회사 터키파트너스(Turquoise Partners)의 금융 전문가 알리 마샤예키도 “이란 주식의 시가총액은 5년 내 400% 증가하여 4,500억 유로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레자 네마차데 산업장관은 석유부문에서만 1천억 유로 이상의 외국인 직접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란은 해외에 동결된 자산 회수도 기대하고 있다. 동결자산 금액은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지만 서방에서는 약 1,000~1,500억 달러(900~1,350억 유로)로 추정하고 있고 오바마 행정부는 560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못 박고 있다. 이란은 우선 그 중 290억 달러를 회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다. 이렇게 추정 금액에 차이가 나자 향후 정부가 이토록 소중한 재정 자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이란 국민들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일시적으로나마 사회의 평화를 위해 회수된 돈의 일부를 사용하게 될 것을 제외하면, 제재 해제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익명을 요구하며 인터뷰에 응한 유력 일간지의 기자는 경제 회복을  직접 볼 수 있기까지 적어도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로하니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들의 열망을 고려하여 경제 문제를 투명하게 다뤄야 합니다. 국민 생활수준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그 실망은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바로 나타날 것입니다.”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금융권 개혁이 필수다. 금융권은 낮은 경쟁력과 자산의 15~50%를 차지하는 불량채권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엔나 협정에 의하면, 이란이 합의안대로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65일 내에 금융제재를 재개할 수 있다. 따라서 외국은행들은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모순된 징후들

경제 개방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화해와 내부 정치개혁 말고도 필요한 것들이 있다. 주요 6개국과의 협상 때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란 협상가들에게 “당신들의 임무는 핵문제에 한정되어 있다. 미국이 다루려고 하는 시리아나 예멘 사태 등 다른 주제에 대해서는 언급할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1) 내부정책노선 변화도 아직은 불확실하다.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에 의하면, 2015년 1월 1일에서 7월 15일 사이 이란에서 694명의 사형이 집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 대의 새뮤얼-조던 페르시아 연구소장인 투라지 대리예 교수는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로하니 정부가 선거공약을 지키기 위해 실질적인 변화를 시작했다는 많은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로하니의 선거 공약은 국외 문제를 우선시하지만, 내부적으로도 시민사회를 중시하고, 여성을 비롯한 이란 국민들을 구속하는 요소들을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정부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젊은이들이 변화를 끌어낼 것이고 그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비엔나 협정이 효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최고 지도자의 승인만이 남아있다. 만일 엄격한 보수파들이 현 정부가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로하니를 대통령으로 뽑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 로하니 대통령이 취하려는 행동 반경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모순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협정서에 서명한 지 채 2주도 지나지 않아 이란 당국은 테헤란 서쪽에 위치한 수니파 회교 사원을 헐어버렸다. 사원이 헐리기 불과 며칠 전, 로하니 대통령은 수니파가 다수를 차지하는 쿠르디스탄 지역을 방문해 “이란에서 두 번째 시민 계급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란 국민 중 수니파는 약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중 백만 명 가량이 수니파의 사원을 금지하는 수도 테헤란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테헤란은 스스로를 이슬람 세계의 중심이라 자부하고 있다. 이 소수파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잠재적 협력자처럼 보이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결국, 정치 개방 문제는 2016년 2월 25일로 예정된 선거 결과에 달려있다. 이날, 이란 국민들은 이슬람 자문 의회인 마즐리스 의원들과 전문가의회의 고위급 종교 관리를 선출하게 된다. 이들 고위 관리들의 임기는 8년으로 최고지도자의 임명권과 감사권을 지닌다. 하마네이 최고지도자의 나이가 76세나 되었기에, 전문가의회 선거는 매우 결정적일 수 있다. 두 차례 대통령을 지냈으며, 논란도 인기도 많은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 역시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는 어떤 이들에게 변화를 예고하는 징후일 수도 있다. 헌법 분쟁을 조정하는 국가이익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라프산자니는 이란 혁명의 영웅 호메이니의 손자이자 개혁파인 하산 호메이니에게도 출마를 권유했다.
 
비엔나 협정 때문에 두 선거의 중요성이 잊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친이슬람 혁명 수비군 성향의 극우보수주의 신문 <자반>은 2015년 8월 18일 사설을 통해 “적(미국)은 핵협상 이후 결정적인 두 번의 선거 즉, 의회 및 전문가의회 선거에서 이득을 취하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치개혁 지지자들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엄중한 경고다. 대리예 교수도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모든 것이 현 이란 정부가, 변화를 기대하며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느냐에 달려있다. 현 정부의 성공가능성은 높지만, 많은 반대파들이 여전히 보수적 사고와 이슬람 혁명에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선거는 아주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글·카멜리아 엔테카비파르 Camelia Entekhabifard
<카멜리아, 진실을 말함으로써 당신 자신을 구하라: 이란 비망록(Camelia, Save Yourself by Telling the Truth : A Memoir of Iran)>(Seven Stories Press, New York, 2007)의 저자.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셰르뱅 아마디 ‘이란에 가능성을 열어주는 합의’ 기사 참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5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