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위험한 도박
2015-10-06 아크람 벨카이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총선을 재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만일 6월 총선에서 승리했다면, 대통령중심제로 개헌하여 장기집권하려 했을 것이다. 그는 대통령중심제 개헌에 필요한 330석도, 대통령 권한 강화에 필요한 과반의석도 확보하지 못했다. 이슬람보수진영을 이끌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총선 승리를 위해 반대파, 특히 진보세력과 쿠르드 족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대통령과 대통령이 이끄는 당 없이는 구원도 없다.” 2015년 8월 11일, TV로 방송된 연설에서 에르도안 터키대통령은 단호하면서도 가부장적인 어조로 다가오는 11월 실시될 조기총선선거운동에 대한 암묵적인 신호를 보냈다. 쿠르드노동자당(PKK)과의 평화협상 종료, PKK 및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군사공격 결정, 개혁 실행을 위한 정의개발당(AKP) 단독정부의 필요성을 차례로 언급해나가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긍정적 결과를 요구했다. 중도우파 성향의 일간지 <후리예트>의 타하 아크욜 논설위원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마치 2년 전부터 그 어떤 패배나 역경도 겪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6월 7일 치러진 총선에서 국회의원 18명이 부족했을 뿐이라며 과반의석 획득에 실패한 정의개발당의 무능력마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빛 바랜 대통령의 야심
2014년 8월 대통령에 선출되기 전까지 총리로 재임했던 에르도안은 경제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오랫동안 터키 부흥을 이끈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누려오던 아우라는 이제 빛이 바랬다. 2013년 봄, 탁심 광장의 시위자들을 강경 진압하고 반대파를 탄압하면서 그의 반(反)민주주의적 성향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반대파를 비롯해 지나치게 비판적인 것으로 판단된 언론인들은 철저하게 추적당했다. 이런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재적 야심을 고발했다는 이유로 미국에 있는 이슬람 성직자 페툴라 굴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1년여 전부터 법적으로 시달리고 있다.(1) 2013년 12월에는 에르도안 대통령 측근 장관들과 그의 아들 빌랄 에르도안이 연루된 비리·부패를 조사한 판사들에게도 탄압이 가해졌다. ‘무력으로 정부 전복을 시도한 범죄조직'에 속했다는 이유로 이 판사들은 정직처분을 받았고, 3명의 검사는 올 여름 터키를 떠나야 했다.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의 디디에 빌롱 부소장은 “지정학적 차원에서 볼 때 터키의 위기관리는 여러 전략적 실수로 기록된 완전한 실패다. 아사드의 몰락으로 강박관념을 갖게 된 터키는 통제가 어려운 시리아의 많은 저항세력들에게 자금을 지원했다. 현재 터키는 외교적 해결책 모색이나 협상 이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2015년 1월 터키는 카타르 및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정복군(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인 알노스라도 참여하고 있는)’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시리아 정부를 패배시킬 가능성이 없거나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해결책이 없음을 감추기 위한 것으로 여겨졌다.
“터키정부는 이란 핵협상 타결 가능성을 진심으로 믿지 않았다”는 워싱턴 브루킹스 연구소 정치학자 제레미 샤피로의 말처럼,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란이 중동지역 게임판에 복귀하는 것이 어떤 중요성을 갖는지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 결국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의 이웃이자 라이벌인 이란이 미국의 중요한 대화자로서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사실을 한참 늦게 깨달은 것이다. 7월 24일 터키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IS 연합군 항공기가 아나톨리아반도 남부 소재 인시르릭 공군기지를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한 것은, 터키에서 발생한 IS 소행으로 추정되는 테러도 테러지만 무엇보다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의지의 결과라 할 것이다.
터키 내부적으로 볼 때, 정의개발당(AKP)이 2002년 선거에서 첫 승리를 거둔 이래 선거 승리에 익숙해져 있던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6월 총선은 큰 실패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슬람 보수 세력은 여전히 터키의 제 1정치세력이다. 그러나 절대다수를 얻지 못한 만큼 다른 정당과 손잡고 연립정부를 구성해야만 한다. 의회정족수 2/3의 동의가 없으면 대통령 권한 강화를 위한 어떤 개헌도 불가능하다. 수많은 옵서버들은 지난 7월 24일 이후 시행되고 있는 긴장 전략이 선거 패배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테러와의 동기화된 전쟁’, 달리 말하면 IS와의 전쟁, 그리고 특히 PKK와의 전쟁 속으로 터키를 몰아가는 터키정부는 무엇보다도 선거를 의식하며 조기총선을 실시해 절대다수를 획득하려는 의지로 고무되어 있다.
계산은 단순하다. PKK와의 휴전을 중단하고 쿠르디스탄 내의 PKK공군기지를 폭격하며, 쿠르드의 입장을 지지하거나 쿠르드를 위해 투쟁하는 수많은 투사들을 체포함으로써 평화협상에 주저하거나 협상을 단호하게 반대하는 민족주의 정당들에게 터키 정부의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해도 케말주의를 표방하는 공화인민당(CHP)을 설득하지 못하거나 극우파인 민족주의행동당(MHP)의 개헌 찬성, 다시 말해 연정 참여를 얻어내지 못할지라도, 민족주의 성향의 유권자들을 AKP 쪽으로 끌어올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런 가능성은 생각하지 못한 듯하다.
한편 좌파정당과 친 쿠르드 단체들이 연합한 인민민주당(HDP)에 대해 법적 기소나 해산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은, 6월 7일 총선에서의 HDP의 성공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으려는 터키정부의 의지라고 설명할 수 있다. HDP는 국회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10% 득표선을 훨씬 넘어 의석 80석을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AKP가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것을 막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셀라하틴 데미르타시 HDP 공동대표는 이를 놓치지 않고 HDP의 유일한 잘못은 “지난 선거에서 13% 득표를 얻어낸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부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는 사법부는 이 ‘터키 시리자’ 지도자에 대해 ‘폭력 조장'과 ‘공공질서 방해'를 이유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혐의가 입증되면 20년 형이 구형될 수도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PKK와 HDP를 비난하면서 민족주의 성향의 유권자들의 비위를 맞추는 한편 좌파와의 갈등을 해결하려 애쓰고 있다. 좌파의 진보주의적 이념을 혐오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3년 5월 이스탄불의 게지 공원 폐쇄에 반대하는 시위 다음날 좌파를 ‘천민’ 취급한 바 있다.(2) 경제 자유주의의 열렬한 옹호자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회보장문제나 환경보호 문제에 관한 HDP의 제안을 혐오한다. 또한 HDP가 표방하는 정교분리원칙에 대해서도 호의적이지 않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슬람 가정에 “최소한 아이 세 명은 낳아” 줄 것을 호소한 후 HDP가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생활에 간섭한다고 비난한 것도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경제학자인 엠레 델리벨리는 특히 “정치적 긴장과 폭력 전략이 선거 차원에서 AKP에 득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이 전문가는 통계를 보면 2002년 이후 중요 위기 때마다 AKP가 혼란을 우려하는 사람들의 표를 얻어온 것이 증명된다고 주장한다.(3)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8월 중순에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AKP에 투표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HDP가 10% 이하로 득표할 경우 의석 과반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군사적 모험과 외교적 고립
AKP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면서 HDP의 반(反)자유주의 사상과는 거리가 먼 터키경제인연합회 투시아드의 한 유력 인사는 현 상황을 “일관성이 결여된 문제 회피이자 거대한 혼란”으로 평가하면서 “PKK와의 휴전은 2년 전부터 대체적으로 지켜져 왔다. 터키 국내 정치상황으로 갈등을 부추겨 4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터키는, 특히 남동부 지방은 폭동 직전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기업인은 이라크 쿠르디스탄 자치구의 불안정 위험을 언급한다. 이라크 쿠르디스탄에는 많은 터키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PKK는 마수드 바르카니 쿠르드 자치정부 대통령이 터키에 매수됐다고 비난하는 선전을 벌이고 있다.
앙카라 주재의 한 아랍 외교관은 조기 총선 실시 이유가 쿠르드 공격과 관계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또 다른 설명도 제시한다. “많은 군인들이, 그 중 일부는 AKP와 가깝지만, 몇 달 전부터 경종을 울려왔다. 그들은 PKK와 그들의 시리아 연계세력인 민주연합당(PYD)이 시리아의 현 상황에서 이익을 끌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터키는 제2의 쿠르디스탄, 그것도 시리아 계열의 쿠르드 자치구가 터키 국경에 들어서는 것을 막고 싶은 것이다.” 쿠르드 자치주의자들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후루시 아카르 장군이 8월 5일 터키군 총사령관에 임명된 것이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터키정부는 시리아에 완충지대를 건설하는 것에 집착하고 있다. 폭 40km, 길이는 수백km인 이 지대에는 IS전투원뿐만 아니라 인민수비대(YPG) 또한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터키정부가 이 건설에 집착하는 이유는 시리아에서의 PKK 영향력 증대에 제동을 걸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HDP의 쿠르드 청년전사 메흐메트 카레르는 “쿠르드 민족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나친 야심과 시리아를 지원하는 데 있어서의 무능으로 희생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PKK와 IS의 연합을 고발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정부당국은 테러리즘과의 전쟁이라는 명목으로 이중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더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PKK이다. 군대는 IS의 비위를 거스르려 하지 않고 경찰은 더욱 조심한다.”
터키 정부는 IS의 유해성을 계속 최소화하고 있지만, IS의 7월 20일 자살폭탄테러로 수루치의 좌파 청년전사 32명이 희생됐다. 총리보도실의 제말테틴 하시미 실장은 8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IS와 PKK는 터키의 국가안전을 위협하는 두 요소다. PKK는 매일 터키의 민간인과 군인들을 공격하고 있다. 우리의 대응이 달라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터키의 입장을 정당화했다.
IS와 공모한다는 비난에 대처하기 위해 터키정부는 “시리아로 넘어가려는 외국인 테러리스트 700명 이상을 체포, 추방했다”고 발표했다. 2014년에는 520명이었다. 터키와 IS 사이의 단절이 지난 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는 빌롱 부소장은 “수치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터키에 IS의 잠복조직들이 조직되고 2백만 명에 이르는 시리아 난민들 중에서 전투원을 손쉽게 모집할 수 있는 것이 확실하다. 이것은 실제적인 내부 위협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회의적인, 터키 전 대통령 슐레이만 데미렐은 말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PKK를 공격하고 IS와 나약하게 싸우는 최악의 전략을 선택했다. 가야할 길의 정반대편으로 간 것이다. IS와 PKK는 코바니 재건에 참여하려는 청년들을 죽였다. 그리고 2014년 6월에는 터키 외교관 50여 명을 납치함으로써 우리를 모욕했다. 터키는 조만간 IS의 폭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PKK에게 용서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현재 PKK와 그 시리아 연계세력은 지하드(성전)를 존중하는 유일한 세력이다.” 워싱턴의 라피크 하리리 중동센터의 연구원 아론 스타인 또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두 개의 전선을 만드는 것은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다. 군사적 차원에서 힘이 분산되고, 터키는 잠재적인 동맹국을 잃게 된다.”
IS와의 싸움에서 터키 군사시설 사용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이라크 쿠르디스탄 자치구의 민간인을 포함해 1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PKK에 대한 작전을 후원했다. 미국과 유럽 정부는 IS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터키에 대한 공개적 비판을 꺼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에 대응조치를 호소하는 일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인터뷰에 응한 아랍 외교관은 말한다. “사람들의 바람은, IS에 대한 대규모 군사행동을 통해 의심스러운 공모의 시기가 끝났다는 입증을 얻는 것이다.” 성전에 다소 우호적인 이슬람 유권자들을 관리하기 위해, 다음 총선까지 에르도안 대통령이 IS에 대해 ‘공인된 가짜 전쟁’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베이루트 소재 카네기 중동센터 연구원인 야지드 사이흐는 “현 상황을 이해하려면, 터키의 국내정치상황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제주의의 부활, 선거공작, 외교적 고립, 군사적 모험 등 터키 역사에 새로운 난관이 펼쳐지는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의 야심은 끝없이 커지고 있다.
글·아크람 벨카이드 Akram Belkaïd
주요 저서로 <알제리를 향한 조용한 시선>(2005), <오늘날 아랍인이라는 것>(2011) 등이 있다.
번역·김계영
파리4대학 불문학 박사. 저서와 역서로 <청소년을 위한 서양문화사>(2006), <키는 권력이다>(2008) 등이 있다.
(1) 알리 카잔지기, “굴렌 운동, 터키의 수수께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4년 3월호 참조.
(2) 트리스탕 콜로마, “터키총리, 시위대를 ‘차풀주’로 부른 이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년 7월호 참조.
(3)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권을 위해 전쟁을 도발하는가?” <Hürriyet Daily News>, 이스탄불, 2015년 7월 31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