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가스를 둘러싼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갈등

2015-10-06     바쉬르 엘쿠리

최근 이집트 영해에서 발견된 천연가스는 동부 지중해가 자원의 보고임을 반증한다. 이 ‘해상의 보물’은, 장기간 석유 수입에 의존해온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해양 국경이 명시돼 있지 않아 국가 간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이스라엘과 레바논이다.


1948년 이스라엘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서로 간 국경을 설정하려는 시도조차 없었던 레바논과 이스라엘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는 이들 두 이웃 국가가 2011년부터 벌여온 체바(Chebaa) 농장 주변 영토분쟁에 대한 해결책을 여전히 못 찾았기 때문이다. 탄화수소의 보고인 이 해상지역을 놓고 양국이 갈등을 겪고 있는 셈이다. 
 
약 870㎢ 면적을 지닌 이 지역은 레바논이 자원탐사 개발 중인 해양 공간의 3%를 차지한다. 국제해상법이 설정한 배타적 경제 수역(EEZ)은 자국 연안으로부터 200해리(대략 370km)까지이다. 시추 작업이 불가능해 주변에 매장된 가스량을 정확히 추정할 수는 없지만, 그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석유컨설팅 업체인 신생석유에너지 연구소의 자회사 베이시프 프란랩(Beicip Franlab)에 따르면, 이 지역의 가스 매장량은 3,400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해상의 보물, 가스에 대한 존재 가설은 2년 전에 사실로 바뀌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분쟁지역 근처 탐사광구 중 한 곳, ‘카리쉬’ 가스전에서 가스층을 발견한 것이다. 이곳에서 시추작업을 벌이고 있는 미국 노블 에너지사 등 민간기업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에 매장된 천연가스의 규모는  500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이스라엘이 지난 10년 간 발굴한 가스광구의 5위에 해당한다. 한편 레반트(Levant) 지역(팔레스타인,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을 일컫는 말-역주)에 위치한 타마르(Tamar)와 레비아탄(Leviathan)은 이스라엘의 최대 가스전이다. 이 2개 가스전에는 각각 약 2,500억㎥와 5,400억㎥규모의 가스가 매장돼 있다.

대규모 가스전을 둘러싼 갈등

베이루트는 레바논 영해에서 불과 4㎞ 거리에 있는 ‘카리쉬’ 광구로 인해, 이스라엘이 자국의 자원을 침탈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레바논 정부는 특히 ‘수평시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수평시추’는 인접한 가스전이나 유전에서 자원을 추출하기 위해 사용되는 검증된 기술이다.
 
레바논 측의 이런 우려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의 가스동력의 차이에 기인한다. 2012년, 이스라엘 천연가스 정책 위원회(Tzemach)는 이스라엘의 가스매장량의 총규모를 9,500억㎥로 추산했으며, 영국 국제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륨은 지난해 이스라엘의 가스 소비량을 70억㎥로 추정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해상 가스전 개발을 통해 갈수록 에너지 강국이 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반면, 정치적 내분 때문에 계속 가스전 개발을 연기하고 있는 레바논은 필요한 가스의 96%를 수입해 쓰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엑슨모빌(Exxon Mobil), 토탈(Total), 쉘(Shell) 등 굴지의 국제 정유회사들이 레바논의 해양 자원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레바논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규모가 140%에 달해 침몰직전의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 국제 정유회사들이 가스개발을 추진한다면, 레바논에 경제발전과 재정적 안정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 간 분쟁의 기원은 2011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스라엘은 레바논이 2010년 유엔에 통보한 북방 한계선 너머까지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임을 공식 발표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2010년 키프로스와 체결한 국경협정과 2007년 키프로스와 레바논 간 체결한 국경협정을 기반으로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설정한 것이다. 하지만 레바논 의회는 이 협정이 향후 자국의 이익에 손해를 준다고 판단, 이를 비준하지 않았다. 1974년부터 북(北)키프로스를 점령해온 터키 또한 “이 협정문서에는 레바논, 키프로스, 이스라엘이 서로 만나는 국경 지점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2010년, ‘삼나무의 나라’ 레바논은 1949년 이스라엘과 체결한 휴전협정과 1995년(1) 자신들이 비준한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CNUDEM)’이 인정하는 등거리 방식 및 국제표준을 바탕으로 국경을 설정했다. 반면 CNUDEM을 비준한 적이 없는 이스라엘은 이 협약이 승인하는 규칙을 다각적으로 해석해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분쟁을 겪고 있는 국가들은 3가지 방식, 즉 직접협상이나 국제기관의 중재 또는 국제 사법재판소(ICJ)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다. 특히 ICJ는 이미 CNUDEM이 함부르크에 설치한 해양법정에서 1980년대 초반 튀니지와 리비아 간 분쟁을 비롯해 유사한 많은 갈등들을 해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미 100건 이상 해양국경분쟁을 해결한 바 있는 이 3가지 방식 중 어떤 것도 레바논과 이스라엘 간 국경분쟁에는 해결책이 될 수 없을 듯하다. 우선 직접협상은 양국 간 협정부재로 인해 어렵고, 국제기관 중재는 레바논 입장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이스라엘을 합법적인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어렵다. 마지막으로 국제 사법재판소(ICJ)를 통한 해결 또한 이스라엘 때문에 어렵다. 이스라엘이 CNUDEM을 비준하지 않았기에, 함부르크 해양법정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스라엘은 2004년, 국제 사법재판소(ICJ)의 반대 결정을 어기고 요르단 강 서안 지구에 분리장벽을 건설했을 뿐 아니라, 이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재판소의 결정과 의견을 묵살한 전적이 있다.
 
막다른 골목에 직면한 국제사회는 더 이상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 양국 간에 ‘우호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분쟁 초기부터 이들 간 간접 협상을 주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 2012년 가을, 미국은 국제사회에 분쟁지역의 절반 이상을 레바논에 할당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1년 후 이들 각국이 내놓은 답변은 엇갈렸다. 레바논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반면, 이스라엘은 자국에 할당된 ‘분쟁지역’이 축소됐다는 이유로 거절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교채널들은 긴장고조를 우려하고 있다. 물론 당장은 양국 간 직접충돌의 위험은 적다. 국경을 불투명하게 만든 시리아 내전이 이 지역의 지형학적 위치와 전략적인 가치도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완전히 양분된 채 심각한 사회 갈등을 겪고 있는 레바논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여력이 없다. 한편, 시리아 전쟁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친이란 조직, ‘신의정당(헤즈볼라)’는 시리아 남부전선의 전투가 소강상태에 접어들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지난 1월 19일 발생한 사고에 대한 이들의 신중한 대처가 이를 반증한다. 당시 이스라엘은 골란고원을 공습해 이란 혁명수비대 장군 1명과  헤즈볼라 전투요원 6명을 살해했지만, 이에 대한 시아파 민병대의 이스라엘 북부 반격은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헤즈볼라 입장에서 시리아정부는 자신들과 테헤란을 잇는 핵심 축이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당장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르는 것보다 시리아를 지키는 게 급선무인 셈이다. 에너지 독립을 가장 중요시하는 이스라엘도 전쟁이 소강상태에 빠지길 원하긴 매한가지이다. 왜냐하면 모든 가스전이 분쟁지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전쟁이 가스전 공사의  진행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설정한 의제에 따르면, 2013년 3월, 이미 시작한 타마르 가스전 개발에 이어 2016년 초반부터는 레비아탄 가스전 개발에 나서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분쟁은 국경과 관련된 전략 지정학 문제가 많이 깔려 있어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지역이 천연가스의 세계적인 보고가 됐기 때문이다. 레반트지역에 매장된 천연 가스의 규모는 3조4520억㎥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러시아와 이란에 이어(2) 가스 매장량 세계 3위국인 카타르의 14%에 해당하는 규모다. 2015년 8월 말, 이탈리아 가스회사(ENI)가 발굴한 가스전 ‘슈퍼자이언트’가 이를 뒷받침 해준다. 이집트 포트사이드에서 북쪽으로 190㎞ 떨어진 슈룩(Shorouk)지역의 Zohr(조르) 가스전의 천연가스 매장량이 8500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이집트의 에너지 상황만 바꿔 놓은 게 아니다. 가스를 차지하기 위한 인근 7개국(터키, 시리아, 레바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키프로스, 이집트)간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이다.

가스전 차지 위한 7개국 간 경쟁

2010년 말, 이스라엘과 키프로스 간 협약이 체결되고, 최근 이집트와 키프로스(3) 간 국교가 회복되었다.  하지만 어떤 국가도, 어떤 협상도 분쟁 지역의 가스전 개발에 대한 또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내전에 시달리고 있는 시리아만이 이 문제에서 예외다. 다마스쿠스의 경우, 단 한 번도 주변국들과 해상국경을 확실히 규정한 바 없다. 특히 터키와는 탄화수소의 보고인 알렉산드레타 산자크(4) 자치지방 주변 만(灣)을 두고 지속적인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집트는 현재 이스라엘이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침범할 것을 우려해, 이스라엘이 양국(이집트와 이스라엘)을 잇는 아리쉬-아쉬켈톤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송출하려는 모든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최근 이집트 조르에서 가스전이 발견되자, 이스라엘은 지난 봄 이집트와 체결한 가스전 개발계획과 향후 이 지역 내 가스 공급국의 지위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의 통치하에서 조르 가스전의 발견은, 양국 이 장기간 유지해온 긴밀한(에너지 부문에 대한) 관계를 끝내게끔 했다. 2011년까지만 해도, 이스라엘은 자국에서 소비하는 가스의 43%를 이집트에서 수입해 썼다. 하지만 무바라크 정권의 몰락과 아랍의 봄이 전국을 강타했을 때 무장단체들이 파이프라인을 파괴했고, 이로 인해 이스라엘-이집트 간 관계도 악화되었다. 
 
이런 일련의 사태는 이스라엘과 터키 간 외교관계가 거의 빈사상태에 빠진 사이에 벌어진 것이다. 이전까지 터키는 바쿠-트빌리시-세이를 잇는 송유관과 바쿠-트빌리시-에르주룸을 잇는 가스 공급관을 통해 이스라엘에 에너지를 공급했다. 하지만 2010년 5월, 이스라엘이 인도적 지원을 위해 가자지구로 가던 터키 함선, 자유함대(Freedom Flotilla)에 공습(5)을 가하며 양국은 외교단절 위기에 내몰렸다. 물론 이 사태가 양국 간 무역관계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은 고립을 피하기 위해 그리스와 키프로스와 전략적 교류를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외교단절에 들어간 터키 대신 이들 두 국가를 유럽의 교두보로 삼았다. 지난 3년 간 이스라엘, 그리스, 키프로스 3국의 대표들과 유럽연합(EU)은 천연 액화 가스전과 가스 공급관을 구축해 액화 가스를 유럽으로 송출할 계획을 가지고 논의 중이다. 키프로스 해양에서의 가스전 개발은 이스라엘과 키프로스, 모두에게 득이 된다. 니코시아 남동쪽에 위치한 아프로디테 가스전의 지분 30%를 이스라엘의 두 정유회사(Delek, Avner Oil)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매장된 가스는 1,400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동부 지중해 연안에서 자국의 독점적 지위를 지키려는 터키는 1974년부터 키프로스 북부 일부를 수중에 넣었지만, 최근 키프로스의 에너지 개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스라엘과 키프로스가 가스전 개발 협약을 체결하자마자, 터키는 즉각 불만을 토로하며 키프로스 북부와 남해안에 탐사선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이 지역의 또 다른 화약고는 2000년 영국 가스회사가 발견한 ‘가자지구 해양의 가스전’이다. 이곳의 매장량은 약 400억㎥에 달한다.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로 이 가스전이 팔레스타인 정부에 속한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개발은 저지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아직까지 시추활동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글·바쉬르 엘쿠리 Bachir El-Khoury
베이루트에 거주하며, 아랍 국가들의 자원문제 등을 다루는 글을 쓰고 있다.

번역·조은섭 chosub@hanmail.net 
파리 7대학 언어학 박사. 알리앙스 프랑세즈에서 <르몽드 플로마티크>독해 등을 가르치고 있다.
 
(1) 168개국은 1982년 12월에 채택한 몬테고베이 협약에 이미 비준했다.
(2) 미국 지질 조사국, 2010년 3월.
(3) 이집트와 키프로스는 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가스전 개발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이들 양국은 이미 2003년 서로 간 해양 국경선 협약도 체결했다.  
(4)시리아는 알렉산드레타 산자크가 1939년 터키에 병합되었지만 이를 결코 인정한 적이 없다.
(5) 가자지구의 봉쇄를 중단시키기 위해 시위하던 화물선 8척에 대한 이스라엘 측의 군사 개입으로  친팔레스타인 성향의 터키인 9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