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구원을 오브제에게 맡기자'

'아이러니 예술의 대가' 필립 스탁 - 디자이너의 멋진 블루스

2008-09-29     모나 숄레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냉소적인 예술에 시비걸기
"자동차는 남성 성기의 돌출부"

모나 숄레<예술평론가>

   
▲ <황금 뇌를 가진 사나이의 전설>1985년 - 레이몽 페네

스탁은 축복받은 사람이다. 너무나도 멋진 세상에 산다. '늙은 바바'로 불리는 스탁은 입에 '사랑'이라는 말을 달고 있다. 톰슨 멀티미디어의 아트 디렉터로 일할 때도, 그는 '톰슨, 기술에서 사랑으로'라는 슬로건을 만들어냈다. 그는 고객들과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사람들과 사랑에 빠진다. "훌륭한 아이들을 갖기 위해서는 부모가 서로 사랑해야 한다"3)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멜니첸코를 그저 평범한 보통 부자로 보지 않고 '러시아 수학의 천재4)'라고 생각했다. 카타르 기금의 지원을 받아 4억 유로를 투자해 파리의 호화 저택 로얄 몽소(Royal Monceau)의 개축을 의뢰한 사업가 알렉상드르 알라르에 대해서도 스탁은 "지성과 휴머니티, 남다른 에너지의 소유자", "예언가"5)라고 칭송했다.
하지만 그가 으레 전용제트기를 타고 다니고 명품 사업가들과 함께 다닌다고 해도 그 본래의 모습을 놓쳐선 안된다. 비록 그가 이런 고급스런 환경이 발산하는 지성과 선의의 물결을 거부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만의 비결이자 매력은 기실 '민주적인 디자인'이다. 스탁은 잡지 <프랑스의 저택들>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거대 공공계획에 관계된 작품들만 만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사실 이것은 만들어 낸 말이 아니다.
공공의 이익에 대한 그의 열정이 드러난 예는 어떤 것이 있을까? 스탁이 최근 디자인 한 것들 중에 지붕에 고정할 수 있는 '개인 풍력발동기'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인'일까, 아니면 '풍력발동기'일까? 또한 세르주 트리가노와 건축가 롤랑 카스트로와 함께 디자인해 이달 말 파리 동쪽에 문을 열게 되는 별로 비싸지 않은' 호텔도 있다.
이 호텔에는 "윌 비(will-be)", 즉 "변화하고 있는 젊은이들과 학생들, 예술가들 6)"이 200유로짜리 구멍 난 진들을 입고 드나들 수 있는 "대형 작업실과 같은 공통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스탁은 또한 버진 갤락틱(Virgin Galactic)과 함께 우주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보통 것에 싫증난 부자들을 위한,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기발한 착상이라고 해야 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서, 예를 들어 벌목으로 황폐해진 아마존 유역을 보면서 사람들은 즉각 환경문제에 대해 질문을 하게 될 것입니다. 환경보호에 대한 의무감을 만들어내는 기계라고 해야죠"
현재 나이 59세, 스탁은 도처에 모습을 드러낸다. 요즘은 영국 BBC2 방송에서 "필립 스탁 디자인 스쿨"이라는 리얼리티 TV 프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프랑스가 유럽연합 회장국이 된 것을 기념하는 2유로 기념주화를 디자인했다. 특히 젊은 층을 유럽 프로젝트에 가입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그는 어떤 말을 할 것인가? "다른 선택이 없다 8)"는 것이 그가 한 말이다.
2008년 5월 9일 에르테엘(RTL) 방송에 출연한 그는 유럽연합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을 두고 "뭔가 잘 모르는 사람들,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여행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 국제 상거래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하면서 "그들은 문제의 쟁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저 크리스마스 선물 디자인이나 하는 별 볼일 없는 디자이너"라고 말하는 그는 가짜 겸손만큼이나, 야심도 만만하다.
그가 2007년 12월 거대 명품기업 LVMH의 공보담당관과 4번째 결혼식을 올렸을 때 모든 하객들은 신랑의 초상화가 그려진 마스크를 보란 듯이 쓰고 있었다. 그는 미디어를 통해 자신에 관한 전설을 훌륭하게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이다.
"나는 한 가지 오브제를 디자인하는데 2분이 걸립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것에 손을 대지 않죠. 하지만 그것을 생각해 내는 데 40년이 걸립니다."
그 말에 덧붙여 그는 스스로를 "무의식적으로 수정작업을 하는 용암과도 같은 농부 9)"라면서, 한편으론 "나는 작곡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그렇게 되지 못했으니 실패한 사람 10)"이라고도 했다.
아무튼 그의 명성은 대단하다. 그래서 좀 더 고상하지만, 사회적, 물질적 만족이 적고 덜 부유한 직업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일종의 '후회'조차 만족스럽게 내비칠 수 있을 정도다.
인공물의 대가인 스탁은 자연스러운것, 유기적인 것, 육체적인 것을 끊임없이 내세운다. 그에게 있어 창조의 과정은 "전적으로 섹슈얼한 것"이다.
"한 순간, 계획이 몸 밖으로 나오는 것을 느낍니다. 일단 그것이 배출되면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정말 완전히 섹슈얼하죠(11)". 게다가 그는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분비물'이라는 표현도 쓴다. 예를 들어, 필립 스탁 사이트에는 "안녕하십니까, 저의 최근 분비물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바로 칫솔입니다."라는 익살스러운 동영상이 올라있다.
이 "팔방미인 천재"는 프랑스어 아니면 끔찍한 프링글리시(프랑스어식 영어)로 끊임없이 수다를 늘어놓으며 자신의 동시대 사람들을 들뜨게 만드는데 열정을 쏟아 붓는다. 이를 보다 보면, 그의 영원한 라이벌인 실내장식가 자크 그라시아(Jacques Gracia)의 솔직함이 오히려 마음에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라시아의 모토는 "대단히 '부티' 나게 만들 수 있는데 그냥 '부티' 나게 만들 필요가 있나?"라는 것이다.
스탁은 영원한 부정(否定) 속에 살고 있다. 1998년 어느 날, 스탁은 프랑스앵테르 방송에 출연해서 "현재 자동차를 구상하고 있는 중"이라며"요즘 자동차는 정말 성기의 돌기부와 같고 불합리하다."고 흥분한 적이 있다.
그때 인터뷰를 맡았던 피에르 부테이예는 스탁이 소유한 차가 어느 회사 것인지 물었다. 스탁은 상당히 불쾌한 기색을 보이며 "모두 나를 비웃을 것"이라면서 "메르세데스 벤츠를 가지고 있지만, 내게 필요한 건 그 차가 아침에 시동이 걸리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그의 경우와 같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      
2008년 9월 4일 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스탁이 자신의 행위가 빚은 '아이러니'를 인식하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그가 만든 '친환경적' 작품들의 리스트를 세상에서 가장 공해가 적은 비행기인 '자신의 제트기'로 결론내릴 수도 있다는게 그 것이다.
30년 전부터 기묘한 발명품으로 우리를 매몰시켜 버린 그는 "뭔가를 하는 것보다는 하지 않는 쪽을 좋아한다", "존재해야 할 물건들의 정당성에 의문을 갖는다", "비물질화를 추구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생활의 중심은 근본적인 것들, 그리고 사랑의 주변에 위치해야 한다"며 "따라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곳이어야 하며, 거기에 더해서 정열이 있다면 삶이 존재하도록 하기 위한 요인들은 충분한 셈 12)"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고통을 겪고 있다. 주기적으로 자기 자신이 해로운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을 '기생충'이라고 탓하며 땅바닥을 구른다. 지난 3월엔 "내가 만든 모든 것들은 완전히 불필요한 것들 14)"이라고 울먹거리며 "2년 내에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둘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경기는 침체하고 환경문제는 시급하다. 엘리제 궁 안에 있는 미테랑 대통령 부부의 거실 인테리어 디자인을 담당하는 등 이른바 '돈의 시대'의 총아였던 스탁이 시대가 바뀌었다고 느낀 건 1998년이다.
'냉소적인 디자인'과의 전쟁을 개시하면서 그는 당시 통신판매업체 <라 르두트(La Redoute)>에서 "미래의 윤리적 시장의 비(非)소비자들을 위한 비(非)제품" 카탈로그를 제작했다. 비(非), 곧 '비웃음'의 극치인 셈이다.
친환경적인 미니멀 아트 오브제에는 '굿굿(Good goods)' 또는 '정직한 오브제'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그런 오브제는, 소비사회가 생산품들에 대해 강박적이다시피 지나치게 투자를 하고, 사람들이 제품들에 대해 마법과도 같은 힘을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사회에서 제품들은 각각 괴상한 이름을 달고 있고, 그 제품들엔 보통 인간에게 사용되는 수식어들, 예를 들면 '친절한', '수수한' 따위의 수식어들이 동원된다.
그리고 그 제품들은 유치한 인위적 감수성의 예찬자, "감정적 스타일"의 예찬자와 함께 포장되어 소개된다. 수수께끼 같은 '독신자들을 위한 베게'가 그 좋은 예다. 이 제품설명서에는 "이 베게는 결코 사랑을 대신하지 못합니다. 단지 그 기다림을 좀 더 견딜만한 것으로 만들어 줍니다."라고 씌어 있다. 우리들의 구원을 오브제에게 맡기는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디자이너는 역설적으로 우리들의 구원을 오브제에게 맡기자고 말하고 있다.   

 <김계영  canari21@ilemonde.com>


 

1) <유토피아의 편지>와의 인터뷰, 파리, 1998년.
2) <인터내셔널 보트>, 윔블던, 2008년 8월.
3) <프랑스의 저택들>, 110호, 파리, 2008년 1-2월호.
4) <파리 마치>, 2008년 3월 6일
5) <프랑스의 저택들>, 앞의 책.
6) <파리 마치>, 앞의 책.
7) <피가로>, 파리, 2008년 4월 28일.
8) <유럽인들의 랑데부>, 릴, 2008년 5월 7일, Dailymotion.com
9) <누벨옵세르바퇴르>, 파리, 2004년 2월 26일.
10) <렉스프레스 스타일>, 렉스프레스, 파리, 2006년 10월 26일.
11)
www.philippe-starck.com에 올라 있는 비디오.
12) <프랑스의 저택들>, 앞의 책.
13) <디차이트>, 함부르크, 2008년 3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