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부터 시각장애인, 고등학생까지
[독자 3인 인터뷰] 누가 왜 <르 디플로>를 읽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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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적 한국 중심주의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
임지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
=한국의 신문이나 주간지, 월간지 등을 보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길이 없다. 보수 언론이든 진보 언론이든 청와대 내부나 국회, 삼류 정당 내부의 시답잖은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그것은 지나치게 자충적인 혹은 자폐적인 한국 사회의 문화적 경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언론의 지독한 한국 중심주의는 다시 한국 사회의 지적·문화적 자폐증을 부추기는 요인이기도 하다.
<르 디플로>는 한국 언론의 한국 중심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상구다. 특히 한국어판은 외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중한 통로이다. <르 디플로>는 미국의 미디어 헤게모니를 견제하고 이들의 소스와 해석에 맞서는 대안적 세계 정세를 제공한다. <르 디플로> 한국어판이 한국 사회나 언론의 폐쇄적 자국 중심주의를 돌파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특별히 독자의 전공과 관련해 <르디플로>는 무엇인가?
=나는 미국의 주요 매체 외에 폴란드의 일간지 <가제타 비보르차>와 독일의 <디차이트>, 이스라엘의 비판 일간지인 <하레츠>의 사이트를 자주 방문한다. <르 디플로>는 이러한 일간지 혹은 시사주간지들과 학술 저널 사이에서 일종의 매개 역할을 하는 매체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내 연구 지역인 동유럽보다는 아랍이나 이슬람에 대한 기사들, 그리고 세계화에 대한 기사들, 프랑스의 지적 지형도를 보여주는 기사들이 흥미롭다.
―탈민족주의자인 독자와 <르 디플로>의 시각을 비교하면?
=먼저 내 시각은 한 사람의 시각이기 때문에 비교적 일관되지만, <르 디플로>의 시각이 ‘이렇게 하나’라고 말하기에는 필자들도 다양하고 또 사안에 따라 모순되는 진술이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많은 필자 풀을 가진 매체가 특정한 시각을 일관되게 고수했다면, 오히려 그게 문제겠다.
그럼에도 몇 가지 공통점을 말하자면 첫째, 자본 주도의 지구화에 대한 비판적 시선에서 <르 디플로>와 탈민족주의의 시선이 크게 다를 바 없다. 둘째, 지구화는 지구촌 주민들의 일상을 바꿔놓고 이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돌이킬 수 없는 현상이라는 현실 인식과 그에 대한 당위적 비판은 구분될 수 있겠다. 셋째, <르 디플로>의 일부 필자들과 탈민족주의적 시선이 충돌하는 가장 예민한 지점은 민족주의가 자본 주도의 지구화에 대한 대안인가 아니면 자본 주도의 지구화를 뒷받침하는 이데올로기인가 하는 문제다. 탈민족주의의 시선에서 보면, 자본 주도의 지구화에 대한 대안은 민족주의가 아니라 밑으로부터의 지구화라고 판단된다. 넷째, 이렇게 서로 충돌하는 입장은 국민주권론, 공화주의, 다수파 민주주의 등 프랑스대혁명 이후 근대적인 국민국가를 추동해온 이념적·정치적 기제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달리한다. 이는 결국 ‘근대’를 어떻게 이해하는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한국어판에 격려와 쓴소리 한 말씀.
=<르 디플로> 한국어판이 앞서 말한 역할을 다하려면 먼저 한국의 독자들이 많이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번역의 질을 좀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정확한 번역을 촉구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독자들에게 더 잘 다가갈 수 있는 번역을 희망한다.
“한국 사회 소수자에게 더 많은 관심을”
허세봉 대전맹학교 교사, 시각장애인
=만 33살에 미혼이다. 태어나서 곧 앞을 못 보게 됐다. 초·중·고를 모두 맹학교를 다녔고, 지난 2001년부터 맹학교 교사로 일한다.
―어떤 계기로 구독하게 됐나?
=<르 디플로> 한국판이 나온다는 기사를 접하고 신청했다. 평소 진보 매체에 관심이 많아 여러 진보 매체를 구독하고 있다. 맹학교 선생님, 학생들과 함께 <르 디플로>를 읽고 대화를 나눈다.
―시각장애인인데 어떻게 읽나?
=컴퓨터가 읽어주는 인터넷 기사를 소리로 듣는다. 예전엔 일일이 점자로 읽어야 했지만 정보기술이 발달하면서 2000년대 들어 무척 편리해졌다.
―<르 디플로>가 어렵지 않은가.
=매우 어렵다. 아무래도 들으면서 이해하는 건 더 어렵다. 컴퓨터가 읽고 있는데 나는 잠들어버릴 때도 있다. (웃음) 앞으로 좋은 기사는 점자로 변환해서 읽어볼 생각이다.
―독자에게 <르 디플로>는 무엇인가?
=삶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매체다. 한국의 다른 어떤 매체들보다 시야를 넓힐 수 있고, 인식에도 많은 변화를 준다. 처음엔 낯설고 당혹스런 주장도 많았는데, 요즘은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다만, 한국판이 지금보다 소수자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청소년에게 올바른 세계 이해 돕는 매체”
신새벽 한국외대 부속외고 1학년
=한국외대 부속외고에 다니는 고등학생이다. 영국의 대학으로 진학하려고 한다. 전공은 정치·경제·철학·역사 등으로 정할 생각이다.
―어떤 계기로 구독하게 됐나?
=창간호부터 봤다. 애초 국내외 정세에 관심이 많아 시사주간지를 몇 개 구독하고 있었다. 더 다양한 시각과 주제, 분석, 깊이 등에 아쉬움을 느끼던 차에 마침 엄마가 친구분의 추천을 받았다며 <르 디플로>를 가져오셨다. 평소 궁금해하던 국제 정세에 관한 깊은 분석이 담긴 기사가 많아 순식간에 한 부를 다 읽고 구독 신청도 했다.
―독자에게 <르 디플로>는 무엇인가?
=고등학교 시기는 미래에 대해 가장 진지하게 고민하는 첫 시기다. 꼭 철학적 의미는 아니더라도 사물과 세계를 올바로 이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적을 올리는 공부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를 위해 다양한 세계와 여러 가치관을 접함으로써 이해의 수준을 넓히고 여러 분야의 기초 소양을 쌓는 일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르 디플로>는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다.
―<르 디플로>에 쓴소리 한 말씀.
=다양한 층, 특히 학생들과 관련된 주제가 필요하고, 내용이 어려우니 쉽게 풀어쓰는 기사나 해설이 필요하다고 본다. <르 디플로>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