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의 ‘베트남 망령’…퇴마사로 나선 르 디플로

[11월호 목차]

2009-11-05     편집자

노벨 평화상 수상 소감 뒤, 오바마가 내린 첫 번째 외교적 결정은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이었다. 혈명 한국에도 손을 내밀었고, 이명박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화답했다. 40년 전 베트남에서 한국 해병대는 ‘귀신’도 잡는다고 했지만, 미군과 더불어 결국 패퇴했다. 미국은 지금 유령과 다투는가, 아니면 외계인과 싸우는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세력의 소탕에 나선 미국은 실체 없는 적들과 싸우느라 거의 탈진 상태다. 아무리 미국이 총칼과 대포로 공격하고 때로는 사탕을 주어 달래도, 탈레반의 기세는 전혀 꺾이지 않는다. 자유자재의 트랜스포머로 진화한 탈레반 세력은 더욱 매력적인 모습으로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40년 전 베트남에서 한국 해병대는 ‘귀신’도 잡는다고 했지만, 미군과 더불어 결국 패퇴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1월호는 지금의 아프가니스탄이 40년 전의 베트남이라며, 탈레반이라는 진화하는 유령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는 이유를 진단한다. 물론, 이 전쟁에서도 한국군은 미군의 종속변수다.

균형은 안에서 불균형을 품고 불균형은 새로운 균형을 찾는 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 ‘글로벌 불균형’이란 말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능력 이상으로 소비한 미국의 적자와 열심히 물건을 만든 아시아의 흑자가 지속되는 세계경제의 불균형을 뜻한다. 그런데 아시아가 수출해서 번 달러는 다시 미국 금융시장으로 환류돼 빚더미 제국을 지탱하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 불균형’은 ‘공포의 균형’이기도 하다. 왼쪽에 위치한 프랑수아 셰스네 교수의 ‘경제위기’ 기사는 세계경제의 균형 문제에 불만을 품은 오른쪽 시각에 절망한다. 우리가 흥청망청 쓰지 않았다면 너희가 어떻게 알뜰살뜰 살아갈 수 있겠느냐는 궤변에 대해서 말이다. 도덕적으로 빚을 지고 있는 너희가 다시 한번 위험을 감수해 미국경제를 살려내라고 목청을 높이는 대목에선 세계경제를 인질로 삼고 겁박하는 인질범의 모습이 떠오른다.

균형은 정적인 상태이고 불균형은 동태적인 시간이라고 한다. 한국판 특집 기사 ‘변절과 전향’은 행위자의 동태를 관찰자의 정태가 포착한 것을 변절이라고 전제한다. 그러면서 그것을 매개하는 ‘도덕 감정’이라는 모호한 장치를 벗어나 변절의 내면 속으로 들어간다. 또, 지금 한국 사회에서 진정으로 심각한 정치적 문제는 지식인 몇몇이 보수로 전향한 것이 아니라 대다수 시민이 ‘몸’까지는 진보로 전향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이번호부터 ‘독자 에세이’를 싣고 ‘지역별 읽기 모임’ 소식을 공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변절하지 않고 성찰하기 위함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끝내 변절하지 않기 위해, 끝없는 지적 윤리적 긴장 속에서 성찰적으로 매체를 만들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참여를 요청한다.

 <목차>

 Spécial  1  아프간을 배회하는 베트남의 망령
2  미국은 왜 아프간에 목숨 거나
4  서구 기술로 거듭난 ‘트랜스포머’ 탈레반
5  베트남전으로 본 아프간전의 운명

Spécial  2  낯설게 본 변절과 전향 30~32
전향마저 과분한 당신들의 대한민국, 정치적 분열증…

Dossier  식민을 넘어 혁명으로 16~20
과들루프군도, 코트디부아르, 기니, 사파티스트

   3  유엔 ‘아동권리협약’ 20년 -‘피리부는 사나이’는 아직 살아 있다
   6  경제위기 아시아 책임론의 허구성
8  베를린장벽 20주년, 동독의 ‘타인의 삶’
10  날개 없는 좌파 정치인들의 추락
12  이스라엘 좌파는 오른쪽을 사랑했다
14  일본계 브라질인 ‘닛케이진’의 이중소외
15  중국인들, 일본의 이중성에 애증 교차
16  노조와 환경을 죄악시하는 오스트레일리아 글래드스톤
23  프랑스 국영TV의 과거사 왜곡
24  미국와 EU의 이기심이 만든 최빈국 식량위기
25  추방 공포에 떠는 ‘선택받지 못한’ 이민자들
26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최후의 검투사들
27  체스판 위에서 펼쳐지는 고난도의 지정학
28  국가권력이 조장하는 문화의 정치학
33 ‘김제동 자르기’는 편성 자율권이 아니다
34  부마항쟁을 잊고 박정희를 숭배하다
35【학술】극좌파, 친혁명적 또는 반자본주의적?
36【서평】누구나 직면할 수 있는 낙오자의 운명
   37【서평】오바마가 배워야 할 인디언의 ‘모권 민주주의’ 
38【김옥란】연극, 마라와 사드의 ‘혁명 논쟁’
   39【독자 에세이】 민족주의 신화 덮어쓴 제국의 욕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