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개혁이 향하는 곳

2015-10-30     미셸 아글리에타
금융개방이란 초기에 고도의 위험이 수반되는 과정이다. 중국정부의 서투른 발표로 지난 여름은 유난히 뜨거웠고 세계 금융계는 들끓었다. 그런데 시장의 이런 ‘단기적' 시각으로는 중국에서 벌어지고있는 일을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공산당은 2013년 11월 열린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향후 20년간 실시할 개혁의 우선과제를 규정한 강령을 발표했고, 2014년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는 이를 승인했다. 중국이 정치적 목표들을 장기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을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경제개혁은 무척 중요한 경제적·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 경제개혁의 각 단계는 5년 단위로 구성되며 전략적 계획에 따라 추진된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될 제13차 5개년 계획은 2015년 10월 열리는 중국공산당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표될 예정이며 상세전략도 밝혀질 것이다.
 
지난 18개월 동안 이루어진 중국의 개혁성과를 해석하려드는 서방 관측자들은 무모한 짓을 하고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서방 관측자들은 중국인들과는 다른 지적 좌표를 가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시장경제가 민주사회의 근간을 이룬다고 여긴다. 구조적 개혁을 실시하는 것은 곧 시장 기능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며, 그 결과 시장은 저절로 최선의 세계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중국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경제개혁이란 분열세력을 제압해 국가적 단결을 이루고 중국공산당에 집중된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등의 정치적 목적을 구현하는 도구이다. 국민 복지의 향상도 이러한 궁극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일환이다. 뿐만 아니라 시진핑 국가주석은 1979년 덩샤오핑의 개혁 개시 이래 유례가 없는 지정학적 목표를 공언하고 있다. 바로 중국이 과거에 누린 세계적 지위, 즉 ‘중앙제국'의 위상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중국위안화를 중심으로 아시아의 통합을 이루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위안화를 달러화와의 연동관계에서 벗어나게 해 명실상부한 국제통화로 만들어야 한다고 중국은 여긴다. 그런데 비록 장기적으로일관성과 통일성 있는 비전을 갖추기는 했지만 목표들이 워낙 많다 보니 현재의 개혁 단계를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개혁이란 원래 모순으로 점철된 과정이다. 개혁으로 기회를 실현하기도 하지만 난관에 부딪히기도 한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사회의 변모로 4억 명이 가난에서 벗어났지만, 이러한 ‘기적’을 안겨준 급속성장으로 인해 불평등이 증가하고 환경이 훼손돼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1993년에서 2012년까지 산업의 팽창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다. 중국은 농촌의 젊고 풍부한 단순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해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노동력은 가격을 낮춰 도시로 이동했지만, 기본적인 사회보장혜택도 누리지 못했다. 신속한 발전을 위해 인프라에도 투자를 해야 했다. 그 결과 중공업 부문에 과도하게 자본이 축적됐다. 그리고 세계금융위기에 맞서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시행된 경기부양책은 이 현상을 한층 악화시켰다.(1) 이러한 체제 속에 사회 불평등은 심화됐고, 새로운 방향과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소수계층만 부유해졌다.
 
급속성장 이면에 환경 훼손·불평등 증가
 
그러나 변화가 생겼다. 인구의 노화와 더불어 노동력이 귀해진 것이다.(2) 노동시장이 지속적인 임금인상 요구에 대해 호의적이 되면서, 중국기업들의 생산원가는 크게 상승했고 해외 수요가 둔화됐다. 또한 저비용 산업이 맹렬히 성장하는 과정에서 천연자원의 착취가 극대화되어,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즉 한편에는 과거의 방식을 고수할 수 없게 하는 장애물이, 다른 한편에는 급부상하는 중산층에 힘입어 성장체제를 변화시킬 기회가 등장했다.
 
이제 목표는 세계의 공장에서 ‘평균적 번영'을 누리는 사회로, 생산수단의 사용에 있어서 보다 포용적이고 효율적인 사회로 넘어가는 것이다. 중국산업의 강점은 수천만 개의 혁신기업들이 이루는 민간부문이다. 이들 기업은 도시소비자들의 급증하는 수요에 부응하며 뛰어난 첨단기술설비를 갖추고 있다.
 
기존 경제체제에서 새로운 체제로의 이행은 중요한 과제다. 사실 중국은 그 변화가 급격하게 발생했다. 2012년 12%에 달하던 산업성장률은 2015년 6%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산업성장 과정에서 이루어진 엄청난 과잉투자로 중공업 부문에서는 생산설비가 남아돌고 있다. 생산설비 가동률이 철강산업의 경우 71%, 알루미늄과 시멘트는 70%, 유리는 72%에 불과했고, 자동차 제조업의 경우도 76%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생산설비 가동률이 78~80%는 돼야 수익성이 보장된다고 본다. 결국 중국의 상황은 수익성 폭락을 초래했다. 급기야는 과거의 투자로 빚더미에 앉은 대형 국영기업들의 재정적으로 위험한 처지에 놓였다. 그리고 이 기업들에게 대출해준 은행들도 그 여파를 맞이했다. 생산설비 과잉을 해소하려면, 국내총생산(GDP)대비 투자율을 현재의 50%에서 35%로 낮춰야 한다. 그런데 보상 없는 금융적 제약의 위협 속에서 투자 감소가 빠르게 이루어진다면 경제성장률이 5% 이하로 급락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우려하던 경착륙(Hard landing)이다. 이는 정치적 권력의 정당성과 관련해 사회적, 정치적으로 중대한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실제로 사회보장시스템이 아직 미비한 중국 도시사회는 실업을 견딜 여력이 없다. 연간 약 1천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만큼 경제가 유지돼야 한다. 도시의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고는 있으나, 2020년까지 1억 명의 농촌 주민들이 도시로 이주할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에는 산업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1억 3천2백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중국정부가 경제성장률을 7%선으로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는 이유도 여기 있다. 연착륙(Soft landing)이 가능한 지는 이러한 경제재편성 추진 결과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는 경제재편성의 성과가 확인되고 있다. GDP 성장에 대한 소비의 기여율이 투자를 앞지른 것이다.(3) 2012년 경제성장률 7.8% 중 4%가, 2013년 경제성장률 7.7% 중 3.9%, 2014년 경제성장률 7.3% 중 5.6%가 소비에서 비롯됐다. 이처럼 GDP 중 소비 비중이 늘어나는 반면 투자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산업별로 보면 2013년 GDP 중 서비스업의 비중은 46.1%로 제조업의 43.9%보다 높았다. 이제 이러한 경제재편성 과정이 금융 경색으로 인해 중단되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부채는 무리 없는 수준일까? 비금융주체들의 총 부채는 2013년 말 GDP의 220%(미국은 317%, 프랑스는 331%, 일본은 431%, 인도는 120%)에 달했고, 이 중 150%가 기업 부채였다. 앞서 살펴보았듯 중공업 부문 국영기업들의 실적부진 원인은 과잉 생산설비에 있다. 2선이나 3선 도시에(4) 미분양주택 재고를 둔 부동산개발업자들도 과잉투자로 신음하고 있다.
 
그런데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 설비과잉기업들의 재정상태도 악화된다. 실제로 이들 기업 제품들의 세계시장 도매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즉 해당기업들은 디플레이션을 제대로 겪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이들 기업의 부채에 대한 실질 금리, 즉 판매가격 변동 폭에 대한 상대적 금리는 상승한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의 금융취약성은 악화된다.
 
중국정부가 산업조직에 충격을 주지 않으려 점차적으로 과잉설비를 해소시키는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로 한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기업 간 통합, 즉 합병‧계열사 분리‧개편 등으로 동일업종 겸업을 막고, 공사합동기업에 민간자본을 투입하고, 국가보유 지분을 금융지주회사로 이전함으로써 기업경영을 효율화하는 방식이 동원되고 있다. 또한 시중 은행에 만기도달기업에 대출을 연장해주지 말 것과, 정해진 비율만큼 과잉설비를 줄이지 못한 기업에는 신규대출을 해주지 말 것을 내용으로 하는 지침을 내렸다.
 
한편 지방자치단체들의 부채는 2009년 경기부양책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중국 감사원이 실시한 전수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하반기에는 이들의 부채가 GDP 대비 33%에 달했다.(5) 이는 지역 및 구역 간의 세수격차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방정부는 대출알선을 위해 특별히 설립돼 국영은행에서 리파이낸싱을 받는 모호한 정체의 회사들, 즉 일종의 ‘섀도우 뱅킹'을 매개로 앞 다투어 돈을 빌렸다. 지방정부의 수입증대를 목표로 약속한 세제개혁이 실현되지 않은 이 시점에서, 1조 위안(1,400억 유로)에 달하는 부채가 중앙정부가 보증하는 채권발행을 통해 상환기한 재조정 중에 있다. 이는 섀도우뱅킹을 해소하려는 조치이다.
 
중국지도자들은 성공적인 개혁에 필요한 수많은 제도적 변화들 중에서도 금융개혁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주된 이유가 있다. 첫째, 상업부문의 국영기업들을 경쟁으로 내몰아 금융기관들이 리스크를 올바르게 평가하도록 함으로써, 개혁에 대한 저항을 막기 위해서다. 둘째, 중국 위안화를 온전한 태환성을 갖춘 국제준비통화의 반열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국정부는 2015년 말부터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위안화를 편입시키고자 한다.(6) 그러려면 위안화의 달러 연동을 폐기하고 중국의 통화 독자성을 확보해야 한다. 중국 당국이 수차례에 걸쳐 일일환율 변동폭을 확대하고는 급기야 2015년 8월 11일 위안화의 대 달러 가치를 3% 절하하기로 한 것은 그러한 맥락에서다. 잠시 공황상태에 빠진 국제금융계에서 떠돌던 일설과는 달리, 이러한 결정은 경쟁력 상승을 노린 가치절하정책과는 무관하다.
 
3% 인하는 순전히 상징적 조치일 뿐으로, 2014년 여름 이후 20%나 가치가 폭락한 유로화에 비하면 무역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는 달러에 대한 위안화의 연동을 해제함으로써 금융자유화를 추진하겠다는 중국 정무원(정부)의 의도로 파악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결정은 내부금융시스템의 개혁에도 도움이 된다. 사실상 금융자유화란 은행 이자율을 자유화하고 여러 시장금융도구들(주식, 채권, 파생상품)을 탄생시켜 증권의 만기별, 종류별로 총체적인 이자율 구조가 정부의 직접개입 없이 내부적으로 결정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7) 이러한 틀에서 정부의 역할은 대출 금리‧대상‧금액 등에 대해 은행에 지시하는 것이 아니다. 금융주체들이 리스크를 평가할 수 있도록 금융건전성 기준을 마련하고, 예금자들에게 투자다각화 수단을 제공하며, 충격을 흡수할 수 있게끔 탄탄한 지표를 유지하는 것이다.
 
2014년 중순 홍콩증시와 상하이증시의 연동거래로 주식시장을 개방하고, 뒤이어 외환시장 자유화 조치를 도입하는 등 변화의 이면에는 이러한 정치적 배경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러한 제도적 혁신이 금융계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사실은 놀라울 것도 없다. 금융체제 자유화를 급작스럽게 단행한 모든 국가들이 강도와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금융위기를 한 번씩은 경험했다. 영미권 국가들(영국은 1970년대, 미국과 그 밖의 국가들은 1980년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 프랑스, 일본이 1990년대에 겪었으며 심지어 독일도 2002년에 경험했다. 각국 정부가 금융건전성 기준을 적절히 정비하고, 중앙은행이 자체적 통화정책에 걸맞은 활동방안을 마련하고서야 혼돈은 비로소 잠잠해졌다. 지금 중국 당국이 취하려는 조치가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 2015년 하반기에 금융자산 가격이 합리적인 변동범위에서 안정된다면, 중국정부는 2016년부터 개혁 과도기의 핵심과제에 착수할 수있을 것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국영기업 개혁, 세제 개혁, 농민들의 토지사용권 개혁, 그리고 사회보장시스템의 통합·확충 개혁이다.

 

글·미셸 아글리에타Michel Aglietta
파리 우에스트 낭테르 라데팡스 대학교 경제학 교수, 프랑스국제정보전망연구소(CEPII) 및 프랑스 총리 산하 전략전망총괄위원회(CGSP) 과학 자문.
 
번역·최서연 qqndebien@naver.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 주요 역서로 <르몽드 세계사2>등이 있다.
 
(1) 7천억 달러 규모의 이 경기부양책은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부동산·인프라 건설에 중점을 두었으며 중앙정부의 부담률은 25%에 불과했다.
(2) 2013년 경제활동인구는 전년 대비 244만 명이 줄어(-1.6%) 2년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활동인구 2년 연속 감소’, 2014년 1월 21일자 신화통신 기사 참조.
(3)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증가분은 소비수요(정부·민간), 투자수요(재고변동분 포함), 순수출(수출-수입) 등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4)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4곳이 1선 도시로 꼽히며, 각 성도(省都) 및 대도시 등 30곳(충칭, 청두, 우한, 톈진, 샤먼)이 2선 도시에 속한다. 3선 도시는 인구 1백만 명 이상의 도시 100~150곳이 해당한다.
(5)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총 부채를 말한다. 중앙정부의 부채의 비중은 낮은 편으로 2013년도 말 GDP 대비 23%에 불과했으며 중앙은행과 국부펀드의 외화보유액보다 한참 적다.
(6) 특별인출권(SDR: Special Drawing Right)의 가치는 미국 달러, 유로, 영국 파운드, 엔화로 이루어진 통화 바스켓에 의해 결정된다.
(7) 딩이판, ‘중국의 위험한 금융개혁’, ‘속도 붙은 위안화 국제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5년 7월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