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의 ‘베트남 망령’

[특집] 프롤로그

2009-11-05     편집자

미국은 지금 유령과 다투는가, 아니면 외계인과 싸우는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세력의 소탕에 나선 미국은 실체 없는 적들과 싸우느라 거의 탈진 상태다. 아무리 미국이 총칼과 대포로 공격하고 때로는 사탕을 주어 달래도, 적들의 기세는 전혀 꺾이지 않는다. 자유자재의 트랜스포머로 진화한 탈레반 세력은 더욱 매력적인 모습으로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군사전문가 랠프 피터스의 지적처럼, 탈레반은 패배를 모르는 외계인이 아닐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핼러윈데이 바로 직전, 진짜 유령을 잡기 위해 수만 명의 추가 파병을 결정했으며, 덩달아 한국의 이명박 정부도 아프가니스탄 주둔군의 철수 대신 추가 파병으로 급선회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답지 않은 오바마의 제2의 전쟁 선언은 자국과 서구 사회를 괴롭힌 ‘베트남의 망령’을 불러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정국은 부정선거 등을 이유로 대선 결선투표를 불과 엿새 앞두고 야당 후보가 전격 사퇴하고, 무능한 하미드 카르자이 친미 대통령이 사실상 5년간 재집권에 나서는 등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미국과 영국의 두 아프가니스탄 전문가를 동원해 매파에 휘둘리는 오바마의 탈레반 정책 오판과 탈레반의 실체, 그리고 베트남 교훈을 살펴본다.